103화 - 전리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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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화, 임칙서를 홍콩 총독으로
조선과 친선 조약을 체결하고 백두산의 정기를 한잔 마신 황제는 청나라 여러 곳을 구경하고 북경으로 돌아왔다.
“황제 폐하, 이제 자금성으로 돌아가셔야죠?”
“며칠 더 쉬었다 가겠네.”
“저는 미국에 다녀와야 합니다. 혼자 계시게요?”
“짐도 미국 구경하면 안 되겠는가?”
황제의 눈빛에 간절함이 엿보였다.
‘이거 완전히 허파에 바람들어갔구먼.’
박정기는 한숨이 나왔다.
중국의 역대 황제들 보면 어딘가 나사가 하나씩 빠진 것 같았다.
도광제는 역마살이 끼려고 하는 건지, 무슨 바람이 들어서 자꾸 밖으로 돌려고 했다.
“다음에 유럽 갈 때 잠깐 들르시죠. 지금은 제가 급한 일이 있습니다.”
“무슨 급한 일인가?”
“그게~ 전쟁을 하러가야 합니다.”
“또 전쟁인가? 누군지 안됐군.”
박정기는 황제의 표정에서 동병상련의 아픔을 보았다.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말을 돌려 한가지 부탁을 했다.
“폐하, 부탁이 하나있습니다.”
“폐하가 뭔가? 청과 미국 조선은 형제국의 의를 맺지 않았는가? 그러니 형님이라고 부르게, 왠지 거리감이 느껴져서 불편하네.”
“아~ 네 알겠습니다. 형님!”
“그래, 부탁이라는 게 뭔가?”
“혹시 임칙서라는 사람을 홍콩의 총독으로 보내주실 수 없겠습니까?”
“어? 동생이 임칙서를 어떻게 아는가?”
“올곧은 사람이라고 정평이 나있어서요.”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총독은 미국사람으로 써야하는 거 아닌가?”
“어느 나라 사람이 중요합니까? 능력이 있으면 중용 해야지요.”
“참나! 동생은 아무나 믿을 수 있는가?”
“믿는 게 아니고 기회를 주는 거죠. 잘하면 상을 주고, 잘못하면 벌하고, 그뿐입니다.”
“참으로 우문현답이로다. 임칙서를 보내주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군.”
황제에게 임칙서를 얻게 된 박정기는 홍콩을 어떻게 운영할지 머릿속으로 구상하고 있었다.
홍콩에서 발생하는 이익금의 일부는 황제에게 보내줘야 한다.
결국, 부패한 관리와 상인들이 가져갔던 이익금은 황제가 갖게 되고, 영국의 이익금은 미국의 몫이 되는 것이다.
부패한 관리는 전 재산이 몰수될 것이고, 부정하게 축적한 상인의 재산도 모두 토해 내야 할 것이다.
박정기가 알고 있는 임칙서는 그 일을 맡기기에 최적의 인물이다.
아편은 압수되어 불태워질 것이고, 아편을 싣고 오는 영국 상선은 중국 땅에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만약, 이 조치에 반발하고 전쟁을 걸어온다면, 그때는 대영제국 몰락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박정기가 내심 바라고 있는 전개다.
청나라의 5개 무역 특구 중에서 우선 1차로 홍콩만 개방하고, 나머지 특구는 상황을 봐가면서 점진적으로 개방할 예정이다.
황제를 자금성으로 보낸 후 박정기는 원명원의 보물 중에서 금붙이만 모아서 비행기에 실었다.
‘금은 많을수록 좋지.’
미국화폐가 기축통화의 지위를 얻기 위해서는 금 보유량이 중요한 잣대가 된다.
원명원의 나머지 물품들은 미술품, 서예작품, 서적, 각종 예술품들이다.
하지만, 국보급의 예술품들이라 가장 큰 건물로 옮겨놓고 경비를 세워 철저히 지키게 하였다.
그 건물로 통하는 입구는 한곳뿐이고 사방이 운하로 둘러싸여있어서 외부인의 접근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있어 보물창고로써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1만의 기병 중 3천은 북경에 주둔시키고 나머지는 만주의 치안유지에 동원하기로 했다.
원명원 남쪽의 특구지역 내에 조선 주둔군 군영을 만들기로 했다.
3천의 주둔군은 이화원과 원명원을 포함한 북경 무역특구의 경비임무에 투입됐다.
결과적으로 박정기는 손안대고 코픈 격이 되었다.
“형님은 당분간 북경에 계실 거죠?”
“또 왜?”
“황제를 감시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저한테 연락해줘야 할 것 아닙니까?”
“아이고, 나도 집에 좀 가자!”
“원명원에 집한 칸 내어드릴 테니 형수님을 모시고 오세요.”
“이 사람아 한양에서 여기가 어디라고 여인을 부르는가?”
“그럼 예쁜 처자 한명 첩으로 들이시던가요.”
“크음! 여인이 어디에 있다고?”
아주 마음이 없지는 않은 것 같았다.
“제가 중신해보겠습니다.”
“혹시 유럽인은 안 되겠는가?”
“아직도 잊지를 못하셨군요.”
“됐으니 그만하시게.”
금방 토라져 휙 돌아서는 김좌근이다.
박정기는 유럽에서 여자를 구해보겠다고 약속하고는 몇 가지 일을 맡겼다.
원명원 남쪽에 조선군 주둔지가 있고, 그 아래쪽으로 무역 상가와 창고를 지어 달라는 것과 이화원 남쪽에는 경마장을 만들고, 그 옆으로 길이 2km, 폭 100m의 활주로를 조성해달라고 부탁했다.
겨울에 곤륜호가 얼어붙으면 비행기가 착륙할 수 없다.
“형님 이대로 만들면 됩니다.”
“언제 이런 지도를 만들었나?”
“하늘에서 사진을 찍으면 금방 만들 수 있어요.”
북경 지도에 무역지구가 표시돼있고, 그 안에는 활주로, 경마장, 상업지구, 주둔지, 등의 위치와 형태가 꼼꼼하게 그려져 있다.
김좌근에게 지도를 넘겨주고 은화 5포대를 내어주었다.
“이걸로 사람을 사서 부리 세요.”
“아이고 이게 얼마야?”
“횡령하면 안 됩니다.”
“자네,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런 말을 하는가?”
“아주 잘보고 있습니다. 아무튼 부탁드립니다.”
“크음 알았네.”
박정기는 통역 이 씨를 김좌근에게 붙여주고 피라미드호수로 돌아왔다.
특공대에게는 원정수당 100실버씩, 윌슨에게는 1천 실버를 지급하고 해산시켰다.
“저는 돈이 필요 없는데요.”
“너는 필요 없어도 제수씨는 필요할거야. 빨리 가지고 가봐.”
“아참! 와이프가 있었지? 저 가볼게요.”
윌슨은 장 상궁을 까맣게 잊고, 세인트조지로 전쟁하러 갈 생각만 하고 있었다.
‘저거 전쟁놀이에 빠져가지고 마누라도 잊어버렸네.’
정말 그랬다.
윌슨이 어디로 튈지 몰라서 박정기는 좀 더 관심을 가지기로 했다.
‘아무래도 케어가 좀 더 필요하겠어.’
* * *
오랜만에 관리자들을 집으로 불러 저녁을 먹었다.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그럼요. 시장님도 잘 다녀오신 것 갔습니까?”
“네, 이번 원정으로 큰 이익을 얻어서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큰 이익이요?”
박정기는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와 성과를 알려주었다.
개인적으로 취득한 북경의 무역특구는 쏙 빼놓고 말이다.
“대단하군요. 그런데 영국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맞아요. 영국은 홍차 없이는 못살 텐데요.”
“아마도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자신들의 이익을 얻어 낼 겁니다.”
관리자들은 영국이 어떻게 할지 잘 알고 있었다.
아니면, 그동안 영국이 하던 짓거리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추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영국은 해가지지 않는 제국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나라를 핍박했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쳤는가?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인도인들이 손으로 짠 모슬린 천은 유럽인들에게 최상품으로 인기를 얻었다.
싸고 품질 좋은 인도 산 면직물이 유럽대륙을 휩쓸자 영국의 모직물 산업은 위기에 처한다.
영국은 인도가 모슬린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모든 면직물 기술자들의 손목을 자르는 만행을 저지른다.
기술자가 없어진 인도의 면직물 산업은 몰락했고, 그 공백을 영국이 대체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된다.
결국, 면직물 최대 수출국이었던 인도는 수입국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 외에도 영국의 비인도적인 만행은 전 세계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벌어졌다.
“영국이 전쟁을 걸어오면 우리야 좋죠.”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참에 영국을 박살내 버리면 됩니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관리자들은 우려 섞인 표정으로 박정기를 바라봤다.
“네, 자신 있습니다. 그러니 대포와 기관총을 빨리 개량해 주십시오.”
“대포는 개량이 끝났습니다.”
“개틀링 기관총도 개량을 끝냈습니다.”
“와~ 정말 입니까?”
박정기는 이 사람들이 잠은 자는 건가 걱정이 되었다.
다시 살펴보니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 것 같았다.
그때 연금술 팀장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면화약은 제조에 성공했는데, 아직까지 안정제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 시험 발사는 해보았나요?”
“아직 안했습니다.”
면화약은 니트로글리세린 못지않게 위험한 물질이다.
순수한 니트로셀룰로스는 매우 불안정해서 건조된 상태에서 마찰이 생기면 발화하기 때문에 건조한 상태로 움직이면 안 된다.
또한 상온에서도 자연적으로 분해되고, 180도가 넘어도 발화한다.
하지만, 세척을 잘해서 불순물을 제거한다면 잠깐 시험 발사하는 정도는 큰 문제없을 것이다.
“그럼, 내일 면화약을 사용해서 기관총과 대포를 시험발사 해봅시다.”
“그게 좋겠습니다. 개량할 부분이 더 있는지 확인해 보면 도움이 될 겁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면화약으로 대포와 기관총 실험이 약속되었다.
만일 예상대로 결과가 나온다면 대포의 사정거리가 4km 이상 나오고, 기관총도 2km정도 될 것이다.
그 정도면 비행기에서 사용하는 데 적합한 성능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시청사는 얼마나 진행됐습니까?”
“이달은 지나야 외관이 완성될 것 같습니다.”
“어려운 점은 없나요?”
“돌을 다듬는 일과 무거운 돌을 옮기는 것이 어려운 문제입니다.”
“내일 대포시험이 끝나고 현장에 방문해 보겠습니다.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도와드리지요.”
“시장님과 윌슨 대위가 도와주면 금방 끝날 겁니다.”
“하하하 저희는 고급인력입니다. 현장 잡부로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설마 그렇게 생각하겠습니까. 단지 힘이 좋으시니 부럽다는 거지요.”
시청사가 빨리 지어져야 보물을 보관할 수 있다.
다음으로 부시장 톰에게 물었다.
“부시장! 화폐교환소는 운영이 잘되는가?”
“너무 잘돼서 힘듭니다.”
“잘된다면서 왜?”
“핫도그와 소시지를 은화로만 판다고 하니까, 인디언들이 한꺼번에 금을 가지고 몰려왔습니다.”
“그럼 은화가 부족했을 텐데.”
“네, 그래서 수표를 발행해 줬습니다.”
“수표를 어떻게 만들었어?”
“마리에트 팀장님이 도와주셨습니다.”
“팀장님이요?”
벨기에 총기 기술팀 팀장인 마리에트씨가 별일 아니라는 듯이 설명해 주었다.
“5년 전에 은행에서 인쇄 동판을 만들어달라는 의뢰가 들어와서 만들어봤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만들어 주었죠.”
“오~ 그렇습니까? 그럼 지금도 지폐 동판을 만들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공구가 좋아서 동판을 만드는데 아주 편했습니다.”
지폐를 만든다면 금을 더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금본위제를 시행하면서 금과 교환해 주다가 나중에는 쓱싹 금태환 불가 선언.
미 달러화가 써먹었던 방법이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다.
그래서 미연방 준비은행의 금고에 금덩어리가 6,200톤이나 보관되어있는 것이다.
그것도 대부분 외국 정부의 금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해먹는 놈이 장땡이지.’
박정기의 음흉한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는 사람이 있었다.
연금술사 아론 팀장이다.
“시장님 한 가지 성과는 있었습니다.”
“그게 뭔가요?”
“시장님이 말씀하신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을 합성했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지금 기능성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정말 쓸 만한 플라스틱을 합성했다면 지폐로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위조지폐를 방지할 수 있어서 신뢰도가 굉장히 높아질 것이다.
“아주 좋습니다. 전폭적인 지원을 해드릴 테니 열심히 연구해 주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면화약 안정제도 빨리 만들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화학 연구소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그동안 사람에 투자했던 노력들이 하나씩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관리자 모임을 일찍 마친 박정기는 승무원 틈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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