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화 -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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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화, 의주 대첩
특공 대원들이 비행기를 타고 신기해하는 것을 보니, 자신이 너무 무심했다고 후회하는 박정기다.
[지금부터 화장실 사용법을 알려주겠다.]
들소 바위가 화장실 문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고 있었다.
[들소 바위! 어떻게 하는 건지 직접 시범을 보여줘라!]
독수리 발톱이 지시했다.
[병장님! 그게 아니고 다른 사람을 시켜야 하는 건데요.]
[괜찮아 네가 보여주는 게 더 정확하다.]
[으응~ 이게 아닌데.]
[빨리 안 해? 실시!]
독수리 발톱은 이미 큰 귀에게 들어서 정보를 알고 있었다.
‘들소 바위가 화장실 교육시킨다고 못된 짓을 한다더니 정말이었군.’
[실시!]
[하하하하]
[저 자식 바보 아니냐?]
[비행기 탄다고 자랑하더니 똥만 쌌나봐.]
[그러게,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진짜 싼다.]
들소 바위가 엉덩이를 까고 변기에 앉으니 웃음바다가 됐다.
들소 바위가 곤혹을 치루는 시간 박정기는 무전을 하고 있었다.
“형님! 청나라 놈들은 뭐하고 있습니까?”
-배를 보내지 않으면 10만 대군을 몰아오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네. 치익!
압록강의 배는 모두 의주로 옮겨놓은 상태라 청군은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하하하 잘하고 있습니다. 배는 절대로 보내지 마세요.”
-이 사람아 여기 있는 사람들은 오줌을 지릴 판인데 뭐가 재미있나? 치익!
“청나라 놈들은 3만도 못 보냅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감시나 잘하세요.”
-알았네, 그런데 뒤에 숨어있던 기병들이 수상하다고 기별이 왔네. 치익!
박정기는 느낌이 싸해서 바로 물어보았다.
“어떻게 수상하다는 데요?”
-천막을 걷었다고 하니, 어디로 이동하는 게 아닌가 싶네. 치익!
“이동한다면 어디로 갈 것 같습니까?”
-상류로 올라가 강을 건너지 않을까 싶네. 치익!
상류에서 건넌다면, 좁은 산길을 타고 남하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류로 가면 한양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까?”
-내가 알아보고 다시 연락함세. 치익!
‘압록강 상류에서 강을 건넌다면 삭주 정도 될 것 같은데.’
지도를 보면서 고민하는 박정기다.
“장금아! 윌슨하고 독수리 발톱 좀 불러와.”
“네.”
잠시 후에 두 사람이 조종실로 들어왔다.
자동항법장치로 운항을 하고 있어서 잠깐의 회의는 가능하다.
“여기를 봐봐. 청나라 기병들이 이쪽 상류로 올라갈 것 같다고 하는데. 여기쯤에서 강을 건널 것 같다. 어디서 공격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은가?”
박정기가 지도를 집어가며 설명을 하자 윌슨이 나섰다.
“여기서 앞을 막고 기관총을 쏘면 모두 잡을 수 있어요.”
말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바보가 아닌 이상 기관총 앞으로 순순히 걸어오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적을 막아서 길목을 지키는 게 아니고, 적을 섬멸해야 하는 거야.”
“아 그래요? 그럼~ 으음~”
윌슨이 장고하는 사이 독수리 발톱이 의견을 제시했다.
“한쪽은 산이고, 한쪽은 강이 아닙니까?”
“맞아, 가는 길은 강변을 따라가는 길 밖에 없지.”
“그럼 비행기로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독수리 발톱이 발언을 하고 있을 때 박정기가 치고 들어갔다.
“아하! 비행기에서 조져버리자는 말이지?”
“맞습니다. 강을 따라내려 가면서 비행기 지붕에서 사격을 하면 도망갈 데가 없습니다.”
“기가 막히네. 지금부터 너는 소위다.”
“엥? 소위요?”
“그래, 이정도 훌륭한 작전을 짰으면 장교를 시켜줘야지.”
“네.”
윌슨은 풀이 죽어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자 그럼 상세한 작전을 짜보자, 그럼 이 섬 뒤에서 숨어 있다가 적들이 오면 출발하는 거로 하자.”
“네 그게 좋겠습니다.”
의주에서 상류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강변도로를 따라가야 하는데, 그중에 특히 좁은 구간이 10여km 정도 이어졌다.
‘여기로 들어오기만 하면 독안에 든 쥐다.’
비행기는 무사히 압록강 상류에 도착해 사뿐히 착륙했다.
박정기는 강의 지류에 비행기를 숨기고, 김좌근과 연락했다.
“형님! 아직 가만히 있습니까?”
-그래, 아직은 이동할 조짐이 없네. 치익!
“지금부터 제 말 잘 들으세요. ,,,,,,,”
박정기는 아까 세웠던 계획을 상세히 설명해줬다.
“그러니까 청군이 모두 빠져나가면 배를 타고 강을 건너서 퇴로를 막고 매복 하세요. 배와 산에서 협공하면 개미새끼 한 마리 못 빠져나갈 겁니다.”
-알았네. 자네만 믿겠네. 치익!
박정기는 사격을 잘하는 30명을 뽑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윌슨에게 부사수 둘을 붙여주고 맨 뒤쪽 비상구를 열고 배치시켰다.
앞에 있는 출입구는 왼쪽이 승객, 오른쪽이 화물 출입구다.
뒤편 양쪽으로 비상구가 있는데, 비상시 낙하산으로 탈출할 수 있게 되어있다.
나중에 공수특전단을 만든다면 이 비상구로 낙하시키면 된다.
“윌슨! 너는 앞에서 못 맞춘 놈들만 쏘면 돼.”
“헤헤. 걱정하지마세요.”
개틀링 기관총 쏘겠다는 걸 간신히 말려서 퍼커션 캡 소총을 사용하도록 시켰다.
퍼커션 캡 소총은 구경이 커서 사거리가 길고 명중률도 뛰어났다.
그래서 부사수 둘이서 부지런히 장전을 해주어야 한다.
“말을 타고 달릴 때는 약간 앞쪽을 겨냥해야지 사람한테 맞는 거 알지?”
“몰라요! 얼마나 앞에다 쏴야 돼요?”
“얼마? 그러니까 으음~ 잠깐만 기다려봐.”
달리는 말의 속도가 시속 약 50km니까, 1초에 14m 정도 달린다.
흑색화약 총알의 속도 1초에 약 300m, 표적과의 거리 150m 도달시간 0.5초
총알이 날아가는 시간 0.5초 그사이 말은 7m를 달린다.
“7m 앞에다 쏴야하는데.”
“7m가 조금은 아닌 것 같은데요?”
“미안하다. 작전을 바꿔야겠다.”
박정기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도대체 달리는 말을 활로 쏴서 맞히려면 얼마나 앞에다 쏴야 하는 걸까?
화살속도 1초에 65m, 표적과 거리 150m 도달시간 2.2초, 그사이 말은 30m 달려간다.
‘죄다 거짓말이었구나.’
박정기는 영화를 너무 봤다고 자책하고, 만약 이대로 진행했다가는 다 놓칠 것 같아서 작전을 다시 짰다.
특공대 전체가 모인 자리에서 작전회의를 진행했다.
“작전을 다시 바꾸겠다.”
“왜 그러십니까?”
“말 타고 달리는 사람을 맞힌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써야겠다.”
“네, 알겠습니다.”
박정기는 특공대원들을 모아놓고 다시 짠 작전을 알려주고, 직접 현장에 가서 시범을 보여줬다.
혹시, 야간에 이동할 것을 대비해 서치라이트와 플래시도 준비해 두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있을 때 무전이 들어왔다.
-동생! 지금 상류 쪽으로 달려가네. 치익!
“알겠습니다. 준비는 끝났으니 형님도 뒤를 막아주세요.”
-그건 걱정하지 말게. 치익!
“모두 전투준비!”
“넵!”
“전투준비, 각자 위치로!”
“위치로!”
특공대원들이 위치로 이동했다.
박정기는 비행기 시동을 걸고 지류에서 빠져나와 강모서리에 숨어서 기다렸다.
-대장님! 적이 나타났습니다. 치익!
“알았다. 총알을 아끼라고 해라!”
-네 알겠습니다. 치익!
지붕위에 있는 독수리 발톱에게서 청나라 기병들이 목표지점에 도달했다는 무전을 받았다.
비행기는 앞으로 나아가 강을 타고 내려갔다.
달려오던 팔기군이 멈칫하더니, 활을 꺼내들고 달려들었다.
탕!타타타타타타타탕!
화물 출입문을 개방한 채 윌슨의 개틀링 건이 불을 뿜자, 앞서 달려오던 팔기들이 우수수 쓰러졌다.
좁은 길에서 말과 사람이 나뒹구니 뒤따르던 팔기들은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
워! 워~워!
뒤따르던 팔기들이 말을 멈추고 활시위를 쟀다.
타앙! 탕! 타탕! 타탕! 탕!탕!
특공대원들이 비행기 지붕위에 엎드려 리볼버 소총으로 저격했다.
우왕좌왕하던 팔기는 활을 쏘지도 못하고 우수수 쓰러졌다.
비행기는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강변의 팔기군을 일방적으로 학살했다.
달아나면 개틀링 건을 난사해 앞길을 막았고, 길이 막혀서 멈추면 특공대원들의 리볼버 소총에 일일이 저격당했다.
팔기군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간다.
활을 쏘았지만 비행기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상류 쪽에 봉황이 나타나 총을 쏘고, 팔기들이 죽어나가자, 지휘관들이 후퇴를 명했다.
-말을 돌려라! 후퇴하라!
-말을 돌려라!
-봉황이 나타났다!
-돌아가라!
길이 좁다보니 병사들의 행렬이 수 km에 걸쳐있어서 명령이 전달되지 못했다.
선두는 뒤돌아 도망가려고 하고, 후미는 지원하러 올라가려고 하니 중간에 뭉쳐서 오도가도 못 하는 상황이 되었다.
-빨리 전진하라! 후퇴하면 즉결 처형하겠다.
-봉황을 잡아라! 반드시 잡아야한다!
후미에서는 장군들이 칼을 빼들고, 호통을 치니 앞으로 밀고 올라왔다.
전방에서는 일방적인 학살을 목도했으니 가망이 없다고 생각해 후퇴를 명했다.
-후퇴하라!
-빨리 퇴각하라!
발 디딜 틈 없이 빽빽하게 모여 있으니 콩나물시루 같았다.
“쏴라! 한 놈도 남기지 마라!”
“말은 쏘지 말고 사람만 쏴라!”
말 소중한건 알아가지고 말은 쏘지 마라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급기야 상황을 파악한 후미의 장수들이 뒤돌아 도망가기 시작했다.
-말을 돌려라! 퇴각하라!
-퇴각하라!
벌써 절반이상이 목숨을 잃은 상황, 때늦은 후퇴는 호랑이 입으로 스스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탕! 탕! 타탕!
쒹! 퍽! 쒹!쑤쒹! 퍼퍼퍽!
되돌아온 팔기를 기다리는 건 조총과 화살이다.
산에서는 화살이 쏟아지고, 배에서는 조총이 불을 뿜었다.
-조선 놈들이다.
-여기서 죽다니 억울하다.
-산으로 피해라!
비행기는 유유히 내려오면서 잔당을 소탕했다.
1만의 팔기 중에서 6,000여명이 몰살당했고, 2,000여명은 말을 버리고 산속으로 도망쳤다.
말 뒤에 숨어 있다가 포로로 잡힌 팔기가 2,000여명 되었지만, 좁은 길에 말과 시체가 뒤엉켜서 수습할 수가 없었다.
“형님! 수습은 알아서 하쇼.”
-하하하하, 암 하고말고, 대승일세, 대승이야. 치익!
“산속으로 들어간 놈들은 소탕하지 말고 그냥 두세요.”
-왜 그래야 하는가? 모두 때려잡아야지. 치익!
분한 마음이 때문인지 흥분된 목소리로 김좌근이 말했다.
“그러다가 우리 병사도 잃습니다. 우리는 선양으로 가야하니까 아껴두세요.”
-선양으로 간다고? 치익!
“네, 빚은 받아내야죠.”
평안 병마절도사 휘하의 병사들이 배를 타고 다니면서 포로와 말을 수습했다.
포로는 묶어서 배에 태우고 말은 물속에 빠트려 수영을 시켰다.
비행기는 멀리 떨어져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형님 어디 있어요?”
-포로를 심문하고 있다네. 치익!
“어떤 포로입니까?”
-칙사와 태감이네. 치익!
“한양으로 갈 거니까, 포로를 데리고 빨리 오세요.”
-한양은 왜? 치익!
“승전보를 전해야죠.”
-아! 알겠네. 바로가지. 치익!
비행기로 온 김좌근의 입은 귀에 걸려있었고, 포로들은 두려운지 눈만 굴리고 있었다.
“동생! 고맙네, 고마워~”
“말로만 하지마시고 물질적으로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알았네, 내가 입으로만 할까?”
“하하하 그럼, 임금님이나 뵈러갈까요?”
“그래 어서가세.”
비행기는 압록강을 미끄러지듯이 달려 날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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