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 봉황
67화, 오늘은 짱꼴라나 잡아볼까?
박정기가 물고기 잡던 전선과 새로 만든 전선을 밖으로 내리기 위해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앞문 양쪽으로 두 줄을 내리고 뒷문 양쪽으로 두 줄을 내렸다.
“내가 꽂으라고 하면 이걸 여기에 꽂아야 돼.”
“네 알겠어요.”
이 샘이 당차게 대답했다.
“정 샘 너도 여기에 이걸 꼽아 알겠지?”
“걱정하지 마세요.”
전선만 밖으로 빼놓고 다시 문을 닫은 박정기가 조종실로 들어왔다.
어느새 많이 따라와 있어 속도를 더 높였다.
말을 달려 비행기를 뒤쫓던 부찰 복청은 비행기가 강에 멈춰 중심을 잃고 돌다가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보았다.
-겨우 따라 잡았는데, 다시 도망가다니.
-방금 도망치려고 문을 열렸던 것 같습니다.
-그래 거의 끝났다. 조금만 참고 달려라!
추적하느라 지쳐있는 말에 다시 박차를 가하자, 낙오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50km를 쉬지 않고 달렸는데, 쓰러지지 않는 게 용했다.
-놓치면 안 된다. 말을 버리고 뛰어라!
-놓치지 마라. 뛰어라!
-존명!
급기야 지친 말에서 내려 달리기 시작했다.
일산을 지나 오두산 전망대가 있는 곳에 도착한 박정기.
얼마나 따라왔나 돌아다 보니 청나라 놈들이 말을 버리고 악착같이 달려오고 있었다.
‘와~ 진짜 독한 놈들이네. 철인 삼종경기 나가도 되겠는 걸.’
“조금 있다가 시작할 거니까, 준비하고 잘하고 있어!”
“걱정 마세요.”
‘오늘은 짱꼴라나 잡아봐야겠다.’
청군이 달려오는 강변으로 조금 다가가 비행기를 빙글빙글 회전 시켰다.
‘파리가 죽을 때 이렇게 빙빙 돌던데~ 미끼를 물어봐라.’
비행기가 멈춰서 빙글빙글 돌자 부찰 복청은 주먹에 힘을 주었다.
“이제 끝났다. 모두 뛰어 들어 저놈을 잡아라!”
“갑주를 벗고 강물로 들어가라."
"황명이다. 꼭 잡아야 한다.”
“강으로 뛰어 들어가라!”
“존명!”
“존명!”
양황기의 금려팔기는 체력도 좋았지만 정신력이 초인적이었다.
먼 거리를 달려왔으면서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강물로 뛰어들었다.
“저 사람들이 몰려오는데 어떻게 해요?”
“걱정하지마! 비행기는 튼튼하니까.”
“그래도 무서워요.”
손을 덜덜 떠는 여 승무원들에게 호통을 쳤다.
“정신 바짝 차려! 내 말이 있기 전에 꽂으면 죽는다.”
“대장님이 더 무서워요.”
“고개 숙이고 밖을 보지 마!”
여 승무원들이 쪼그려 앉아서 플러그를 잡고 벌벌 떨었다.
드디어 먼저 뛰어든 자들이 비행기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박정기는 비행기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도망 다니는 시늉을 하였다.
청군들은 수영을 하며 비행기를 쫓아다녔다.
-포위해라. 가서 붙잡아!
-잡아라!
청군들이 비행기 주변으로 까마득하게 몰려들어 비행기를 잡으려고 애썼다.
‘저 자식은 왜 안 들어오는 거지? 한 번에 처리해야 하는데.’
부찰 복청과 부관만 강둑에 서서 지시만 하고 강물엔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 전기를 꽂아라!”
“네 알겠어요.”
아무소리가 없었다.
비행기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청군이 도망가지 못하게 전기로 지지고 있었다.
-저~ 저게 무슨 일이냐?
-글쎄요?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
-왜 갑자기 부들부들 떠는 것이냐?
부관이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비행기에 접근하던 팔기들은 어느 순간 찌릿한 무언가에 팔다리가 굳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몸이 저절로 부들부들 떨리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전신의 근육이 마비되어 수영도 할 수가 없었다.
뒤늦게 이상함은 알아채고 달아나려고 했지만 큰 새가 쫓아왔다.
가까이 오자 찌르르 몸이 떨리면서 뻣뻣하게 굳어버린 팔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
물속으로 가라앉는다. 하지만 벗어날 수가 없다.
'독을 풀었구나. 천하를 호령 할 내가 여기서 끝나다니 억울하다.'
청나라 유력한 귀족의 자제로 앞날이 창창한 팔기들은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으으으으~
어어어어어~
꼬르륵!
덜덜덜덜덜~
경련을 일으키고, 물속으로 가라앉고, 배를 까 뒤집고, 온몸 뻣뻣해진 팔다리, 아무렇게 흘러가는 팔기들,
도망가려는 자는 비행기가 쫓아가서 철저히 응징했다.
새앵~ 하는 엔진 소리만 있었지, 침묵의 학살은 10여 분간 계속되었다.
‘이제 남은 놈은 없나?’
불과 10여분 만에 300명을 수장시킨 박정기는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남자 승무원을 향해 박정기가 소리쳤다.
“문을 열고 저기 있는 놈들을 쏴라! 못 맞추면 뒈진다!”
“네 알겠습니다.”
“전기를 뽑아라!”
“네 알겠어요.”
박정기는 사격하기 좋게 측면으로 돌려 세웠다.
지잉 철 컥! 문이 열리고.
타다탕! 탕!탕!
“에구머니야.”
“엄마!”
“깜짝이야!”
“앗! 어머!”
여자 승무원들이 각자 소리를 질렀다.
마지막 소리는 서 샘의 소리다.
심장이 약해서 잘 놀라고 찔끔찔끔 실금을 자주한다.
“다 맞췄어?”
“네! 맞췄습니다.”
“잘했다!”
'말이 도망가기 전에 빨리 잡아야 하는데.'
팔기를 몰살 시켰으면서도 말부터 걱정하는 박정기다.
말을 포획하기 위해 비행기를 강변에 붙이려고 하니 수심이 낮고, 뻘이 많아서 접안 할 환경이 아니었다.
아래쪽 멀리 절벽이 있는데, 그쪽은 수심이 깊어 보였다.
박정기가 500m 가량 내려가서 강변에 가까이 대고 인디언 승무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너희들은 강변을 따라 올라가면서 말을 잡아라. 한 마리라도 놓치면 안 된다.”
“네 알겠습니다.”
“내가 따라가면서 다 지켜볼 거야.”
“알겠습니다.”
“이제 내려.”
승무원들이 강물에 첨벙첨벙 뛰어들어 강변으로 나갔다.
박정기는 비행기를 돌려 현장으로 돌아왔다.
‘아휴! 많기도 하네. 물고기보다 더 많이 잡았는 걸.’
여자 승무원들도 있고 더 보고 있기가 끔찍해서 한강을 따라 올라갔다.
“야! 한 놈은 어디 갔냐?”
“분명히 맞춰서 쓰러졌는데.”
“잘 찾아 봐봐!”
“대장님이 말을 잡아오라고 했잖아.”
“그럼 없어진 놈을 어떻게 하고?”
“너 바보냐? 말을 안 하면 되잖아.”
“아! 그렇구나.”
승무원들은 조선의 장계가 얼마나 철저하게 쓰여 지는지 간과하고 있었다.
박정기가 강을 따라 올라가다 보니 말들이 듬성듬성 풀을 뜯고 있었다.
‘하하하하 한혈마 한 마리에 얼마나 할까? 500냥은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한혈마는 아니지만, 북경에서 최고로 혈통이 좋은 군마다.
현대로 따지면 고성능 스포츠카나 마찬가지, 박정기의 예상보다 10배는 비쌌다.
‘이 녀석들이 왜 안 오는 거야? 다 도망가겠네.’
우려와는 달리 말은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풀만 뜯었다.
훈련이 잘된 좋은 말이라는 증거다.
박정기 일행이 300필의 말을 포획해서 한양에 나타난 것은 컴컴한 밤이 되어 서다.
그때까지 나루를 떠나지 않은 백성들이 환호하며 맞아주었다.
“살아있어 줘서 고맙네. 고마워. 엉엉엉,”
“누구시죠?”
박정기의 싸늘한 대답에 김좌근 얼굴에 핏기가 가셨다.
멀리서 다가오는 비행기를 보고, 어떻게 라도 미국과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청군을 도와서 공격한 것은, 목을 친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배신 행위이다.
“미안 하이 내가 죽을죄를 지었네.”
“누구신데요?”
다시 한번 외면하는 박정기를 보니 큰 사단이 일어날게 분명했다.
떨썩!
“용서하시게 청군이 전하와 마마를 위협해서 어쩔 수가 없었네.”
“뭐라는 거요?”
“다 내가 잘 못한 것이니 전하와 마마의 안위는 지켜주시게. 내가 자진하여 빚을 갚겠네.”
“이 양반 누구냐?”
장금이 옆에서 지켜보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혹시~ 김좌근 어른 아니십니까?”
“뭐라고? 좌근이 형님이라고?”
얼굴이 두 배나 커져 있고, 검게 부은 눈은 앞이 보일까 싶을 정도로 감겨있었다.
옷은 거지 행색에 흙 먼지가 얼굴까지 꼬질꼬질 해서 도저히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좌근이 형님이시오?”
“그~ 그래, 내가 맞네!”
박정기는 김좌근이 하던 말이 생각나 추궁했다.
“그래서, 대비가 조선 병사를 시켜서 나를 공격하는데 도왔다고요?”
“아이고~ 아이고~ 이를 어쩌나! 이를~”
“똑바로 말해 봐요? 아니면 한양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릴 테니까.”
박정기는 물탱크에 가득 실린 석유를 떠올렸다.
‘한양은 아니더라도 아무 데나 뿌리고 불을 지르면 기겁하겠지.’
“용서하시게, 정말 어쩔 수 없었네.”
“지금부터 한 치의 거짓말이라도 들통 나면 한양은 불바다가 돼서 영영 사라질 줄 아시오.”
“아~ 알겠네. 내 상세히 말하겠네.”
한 시간 넘게 설명을 듣고 난 박정기는 분노가 끓어올라 소리를 질러 댔다.
“다 죽었어! 개자식들~”
“......”
백성들이 앞에 있는데도 포를 발사하는 바람에 10여명이 즉사하고, 20여명의 팔다리가 절단 되었다고 한다.
박정기는 응급 키트를 커내서 강변에 마련된 임시 치료소로 향했다.
이미 내의원과 혜민서에서 의원들이 나와 진료를 하고 있었다.
지켜 보자니 호롱불 밑에서 맨손으로 상처를 만지고 있었다.
“비켜보시오.”
“아니 이자가 뭐 하는 짓이오?”
“장금아 랜턴 좀 비춰봐.”
“네”
딸깍! 화악~
어두웠던 천막 안이 순식간에 대낮 같이 밝아졌다.
“허억! 이런 일이 있나?”
“서 샘 장갑 줘.”
“네!”
서 샘이 비닐봉지를 뜯어 얇은 고무장갑을 벌려주었다.
박정기가 손을 넣고 장갑을 꼈다.
앞에는 팔꿈치 아래가 잘려나간 여인이 있다.
지혈은 되었지만 감염이 되면 뼈까지 상할 수 있다.
“정 샘 그 하얀 통 줘봐.”
“네, 박정기는 거즈에 알코올을 발라 상처 주변을 꼼꼼히 닦아냈다.
으으음 으으
“아파도 조금만 참으세요. 감염이 되면 위험합니다.”
“으윽 예~ 살려 주세요~”
“네~네, 살릴 겁니다. 꼭 살려드릴 겁니다.”
“고맙습니다.”
박정기는 열려있는 응급 상자에서 연고를 꺼내 상처 부위에 넉넉하게 바르고, 거즈를 덮은 다음 압박 붕대로 감아 마무리 했다.
“반창고!”
“이거요?”
“그래, 가위로 잘라줘.”
“네. 여기요.”
반창고 두 개를 붙이니 압박 붕대가 고정이 되었다.
-저 것 보게 밥풀 마냥 철석 달라붙었네.
-신기하군, 저 천은 어찌 쭉쭉 늘어나는가?
-발라준 건 무슨 약 같은가?
박정기는 진통제를 꺼내 비닐을 뜯고 환자에게 내밀었다.
“이제 이 약을 드세요.”
“이게 뭡니까?”
“고통을 줄여주는 약입니다.”
“고맙습니다.”
아픔을 참느라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던 여인이 알약을 받아 입에 넣었다.
“여기 물이요. 많이 드셔야지 약효가 빨리 펴집니다.”
“네 고맙습니다.”
옆에서 소곤거리는 의원들의 말에는 신경도 안 쓰고, 다른 환자를 보러 갔다.
모두 포탄에 맞아서 생긴 상처다 보니 환부가 깨끗하지 않고 오염되어있었다.
심한 경우는 식염수를 부어 상처를 씻어내야 했다.
원인이 같으니 처치도 반복해서 계속해줬다.
“파상풍만 안 걸리면 좋겠는데.”
“파상풍이 뭔가요?”
“뭐~ 쇠 독 오른다고 해야 하나?”
의원이 나서서 아는 체를 했다.
“파상풍이라고 했소?”
“그렇습니다.”
“제풍탕을 복용해야겠군. 우리가 준비하리다.”
“네 그래주시면 고맙겠습니다.”
20여명을 모두 응급 조치하고 나니 새벽이 다가왔다.
“아이고 피곤하다. 이제 한숨 붙이자.”
“네, 수고하셨어요.”
“대장님 너무 멋있어요.”
“저도요. 도대체 못하는 게 뭐예요?”
“뭐래? 피곤한데 빨리 가자!”
그 순간 박정기와 응급상자에 얇은 빛 무리가 일렁이다 사라졌다.
“어머! 봤어?”
“어~ 뭐야?”
“대장님 몸에 빛이 났어.”
“어머, 너무 멋져~”
박정기는 리셋이 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온몸에 활력이 되살아나고 옷이나 몸이 개운해 졌다.
“이거 왜 갑자기 무거워졌지?”
“뭐가?”
“가방이 무거워 졌어요.”
박정기가 가방을 열어보았다.
“헉! 이게 뭐예요?”
“도깨비 가방이다.”
“조용히 해!”
“네....”
붕대와 약품들이 원래 상태 그대로 다시 충전돼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비행기로 돌아가려 하는데, 의원이 다가와 말을 섞었다.
“큼큼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환자들도 많이 안정이 되었더군요.”
“네 이만하길 다행입니다.”
“그것이~ 처음 보는 약물과 치료구가 있던데, 그것을 볼 수 있을까요?”
의원이 송구한 표정으로 부탁을 해왔다.
“오늘은 너무 정신이 없으니, 나중에 시간 내서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내의원의 김진철이오. 꼭 찾아주시오.”
“알겠습니다.”
“다시 감사드립니다.”
박정기는 돌아서려 다가 한마디를 얹었다.
“김 어의님,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환자를 만지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손에는 병균이 많아서 환자에게 병을 옮길 수 있습니다. 그것만 잘 지켜도 열에 다섯은 살릴 수 있을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박정기는 비행기로 돌아왔다.
인디언 승무원들이 총을 들고 제대로 근무를 서고 있었다.
“이제 체계가 잡히는군.”
“제가 이렇게 하라고 시켰어요.”
“그래 잘했다. 수고하고.”
이 샘은 자신의 성과를 어필했지만, 박정기의 마음은 10m 더 멀어졌다.
‘잘하니까 계속 맡겨야겠네.’
그 시각 돈화문을 나서는 헌종과 대왕대비는 비통한 심정으로 서빙고 나루터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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