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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헤라

아포칼립스 부여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베르헤라
그림/삽화
주6일 연재, 월요일은 쉽니다
작품등록일 :
2022.11.27 19:03
최근연재일 :
2023.02.01 15:16
연재수 :
55 회
조회수 :
412,066
추천수 :
13,791
글자수 :
338,625

작성
23.01.20 21:18
조회
4,633
추천
242
글자
15쪽

#043 무당 이세영

DUMMY

#043 무당 이세영


한참을 부둥켜안고 울던 형제는 나를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형제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 몇 명이 형제를 보고 한마디씩 했다.


"이놈들, 잘 됐구나."

"꼬마야, 형이 무사해서 다행이다."

"그렇게 울더니만 이제 뚝 그치겠네."


종기가 감사하다며 사람들을 향해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면서 걷자, 종우도 덩달아 이쪽저쪽에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똑같이 닮은 형제의 시커먼 얼굴에는 길 지나간 듯 눈물 자국이 허옇게 나 있었다.


'이렇게 귀염성 있게 구는데.'


한데 어째서 만나는 사람마다 그토록 가혹하게 굴었던 걸까.

형제들이 겪어온 인생을 생각하니 작게 한숨이 샜다.

중앙거리로 쭉 들어가자, 목욕탕 근처에 서 있는 정병일의 모습이 보였다.

우리를 발견한 정병일이 눈을 약간 크게 뜬다.

그의 시선은 나를 지나 뒤쪽을 향해 있었다.

중학생의 형이 아직 살아있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를 보고 기뻤는지 정병일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


여전히 웃는 얼굴이 무섭다.

특히 오늘은 더욱 무섭게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뒤쪽에서 히익, 하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종우 목소리다.


"도, 도끼 살인마...."


쾌락 살인마에 도끼 살인마.

어쩌면 저 아이는 영화를 매우 좋아했던 게 아닐까.

그것도 공포 영화 쪽으로.

동생 종기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형, 저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야. 여기 대장이거든. 형이 무사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주고, 저 아저씨 부인은 우리를 맡아 길러주겠다고 했어. 성인 될 때까지. 진짜 좋은 분들이셔."

"...."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답이 없다.

뒤를 쳐다보니 종우 얼굴이 굳어 있었다.

왜?

기쁘지 않아?

나와 눈이 마주치자 종우는 헤헤 웃으며 머리를 긁었다.

아직 목욕탕까지는 좀 남았는데, 정병일이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수고했어."


나를 보는 정병일의 눈동자가 유난히 번쩍 빛나고 있다.

굉장히 무서운 기운이 느껴지지만, 기쁜 표정이었다.

아마.

정병일이 내 어깨를 툭툭 쳐준 뒤 종우에게 눈높이를 맞추며 몸을 구부렸다.

빙그레 웃는다.

히익, 종우가 숨 들이마시는 소리가 공기 속으로 작게 퍼졌다.

아무도 대놓고 말하지 못하지만, 그 웃는 얼굴, 정말 무섭다니까요.


"어서 와라. 나는 이 마을의 자경대장이다. 우리 부부가 너희를 맡아 성인 될 때까지 기르려고 하는데."


정병일이 말하자, 종우의 표정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정병일은 더 말하지 많고 가만히 아이를 보더니 물었다.


"싫으니?"

"...."


종우가 겁먹은 듯 슬그머니 나를 본다.

하루도 안 되는 사이에 저 아이는 나를 완전히 믿고 따르게 된 것 같다.


"괜찮으니까 네 생각대로 말해 봐.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그리고 그 이유까지. 네가 솔직하게 말해도 화낼 사람은 없으니까."


내 말에 종우가 침을 꿀꺽 삼켰다.


"저, 저, 저는 동생이랑 함께 둘이서만 살고 싶어요."


종우는 살짝 정병일의 표정을 살핀 뒤 말을 이었다.


"누, 누구나 다 처음에는 친절하지만 결국엔 모두가 변하거든요."

"나는 그런 사람과는 달라. 변하지 않을 거다. 약속하마."


졍병일의 말에 종우가 주춤하며 내 얼굴을 보았다.

말해도 괜찮다는 뜻으로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입을 연다.


"안 그래요. 모두 똑같이 말했지만 다 변해요. 한 명도 바뀌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동생하고 살고 싶어요."

"형."


동생이 종우 옆으로 다가가 손을 잡았다.

정병일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종우와 종기 모두 그걸 보고 깜짝 놀라 움츠러들었다.

서경덕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대장, 울 것 같으세요? 지금 대장 얼굴이 도깨비 탈 뒤집어쓴 것처럼 됐어요. 엄청 무섭거든요."

"안 울어."


그렇게 말은 하지만 울 것 같았나 보다.

정병일은 물기 어린 눈을 감추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고 후,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보더니, 그 뒤에는 나와 서경덕에게 시선을 돌렸다.

둘이서 살겠다고는 하지만 이런 세상에서 아이들만으로 살아가기는 어렵다.

아무래도 걱정되는 모양이다.

부인 못지않게 이 남자도 오지랖이다.


"그러면 자경대에 들어오라고 하면 어때요? 거기 방 하나 주면 되지 않을까요? 자경대에서 애들 밥 정도는 챙겨줄 수 있을 테고."


서경덕이 싱글싱글 웃으며 쭉 머리를 내밀어 종우 형제를 보았다.


"너희들, 우리 마을 자경대에서 일하지 않을래? 하루에 한두 시간 방 청소 조금 하고 잡무 같은 거 좀 하면 되거든. 그러면 자경대에서 너희 밥은 책임질게."


종우가 다시 나를 본다.


"나쁜 사람들은 아니니까 괜찮을 거다."


내 말에 종우가 힘차게 허리를 구부렸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여, 열심히 할게요!"


종기도 얼떨결에 대답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하하하. 세영이 말에만 따르는 강아지 같네."


서경덕이 종우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러운 듯 중얼거린다.


"나도 이렇게 귀엽고 말 잘 듣는 제자 갖고 싶다."


제자 아니거든.

아이들은 자경대 건물에 방 하나를 받아 살기로 했다.


"자, 그러면 이제 너희들은 저쪽으로 가자."


가만히 일이 흘러가는 걸 지켜보던 정병일 부인이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지금부터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먹일 모양이다.

미리 준비해둔 것 같다.

아이들 이야기가 궁금해 모여 있던 몇몇 사람도 원래 하던 일로 되돌아갔다.

이번 지진으로 마을 대부분의 건물이 파손되었다.

천장이 무너져 휑하니 하늘이 보이는 건물부터, 입구가 막힌 곳, 절반이 없어진 곳도 있다.

다른 건물도 상태는 비슷하고, 멀쩡한 건물이 너무 적기 때문에 사람들은 살던 곳을 어떻게든 수리하고 있었다.

수리라고 해 봐야 천막 비닐을 덮어 구멍을 메우거나, 입구의 돌을 치우는 정도의 일이다.

그것도 불가능한 곳은 아예 건물 창문에 사다리를 놓고 출구로 사용하기도 했다.

흩어지는 사람들 사이로 주희가 달리듯 다가왔다.


"오빠, 수고했어. 애가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다. 그치?"


주희는 내 가슴에 머리를 한 번 콩 부딪치고 웃었다.


"혹시 배고프면 밥 먹을래?"

"아니, 괜찮아. 적당히 배는 채웠으니까."

"그래? 나는 아주머니를 좀 도와야 해. 오빠는 집으로 갈 거야?"

"아니, 나도 대장과 할 이야기가 있어서."

"...."


주희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나를 조금 끌어당겼다.

얼굴을 내려 그녀 입가에 귀를 대주자 작은 소리로 물었다.


"혹시 나쁜 일이야?"

"아니. 그냥 마을 전반에 대한 이야기 같은 거야."

"그러면 됐어."


주희는 밝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뒤 몸을 돌렸다.

그녀가 멀어진 뒤, 나는 정병일과 서경덕에게 조용히 말했다.


"오늘 아이를 찾아 데려오면서 고블린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고블린!"


서경덕의 눈이 커졌다.


"우와, 그건 이제 안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서경덕의 얼굴이 찌푸러진다.

그는 나와 만났을 때, 고블린과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었다.

상당히 험한 꼴을 봤는지도 모르겠다.


"고블린이라고.... 지금까지 이곳에는 없었는데."


정병일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나는 아직 만난 적이 없어. 얘기로만 들었지. 진짜 고블린인 것 같은가?"

"백 퍼센트 확실하지는 않아요. 멀리에서 힐끗 봤을 뿐이거든요. 정확하게는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제 느낌으로는... 아마 고블린이 틀림없을 겁니다."


다른 지역의 고블린이 이쪽으로 이동해 왔을 수도 있다.

고블린은 다른 그룹이 부딪치면 영역 다툼을 하고, 때로는 무리에서 쫓겨나는 놈도 종종 생긴다.

그런 놈들이 민가를 습격하거나, 다른 곳으로 가 새로운 무리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고블린의 흔적이 너무 없다.

배설물이나 놈들 특유의 행동을 유심히 찾아봤지만 지금까지 발견한 적은 없었다.


"어쩌면 이번 지진과 같이 나타났을 수도 있습니다."

"새만 튀어나온 게 아니라는 뜻인가?"

"제 생각에는 그래요. 물론 다른 지역에서 온 놈일 수도 있지만."

"그래...."


정병일이 팔짱을 끼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새 문제도 있으니 최소한의 대비는 해야 합니다."

"오늘 저녁에 마을 회의를 열도록 하지."


정병일은 그렇게 말한 뒤 음울하게 나를 보았다.


"고블린 문제는 정확하게 알 때까지는 덮어둬. 사람들이 너무 두려워하면 곤란하니까. 그나마 있던 자들까지 도망치려고 할 거야."

"네."


서경덕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도망쳐 봤자 낙원은 없는데 말이죠. 오히려 더한 세상만 볼 텐데, 사람들은 그걸 몰라요."


그날 저녁, 마을 중앙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음식점에서 회의가 열렀다.

음식점 건물은 약간 부셔졌지만 실내는 멀쩡하다.

그래도 외부의 찬 공기가 들어오기 때문에 두꺼운 비닐 천막을 떼어다 부서진 자리 일부에 붙여 놓았다.

그동안 마을에서 공동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횃불이 몇 개 켜졌다.

천에 기름을 적셔 둘둘 감아 놓은 것이다.

매캐한 연기가 실내에 차기 시작했다.

그래도 불평하는 사람은 없다.

이제 날이 상당히 추워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겨울옷을 껴입고 있었다.

주희는 양말까지 두 개를 겹쳐서 신었다.

그러고도 추운 모양이다.

몸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자, 마을 회의를 시작합니다. 짧게 끝낼 테니 모두 집중해 주세요."


정병일이 말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중앙으로 모였다.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마을에 새로운 자경대원이 들어왔습니다. 아직은 견습이고, 잡일이 위주가 되지만, 혹시 우리에게 전할 일이 있으면 이 아이들한테 말해주세요."


아이들이 꾸벅 인사하자, 몇 명이 환영한다며 인사말을 건넨다.

그 뒤에는 간단하게 마을 현황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 이어졌다.

건물 보수에 관한 것이 주를 이뤘다.

원래 살던 곳이 부서지고 당장 잘 데가 마땅치 않아 몇 명이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다.

이제 슬슬 그런 집에서 다툼이 생기는 모양이다.


"그리고 이제 겨울이 되니 난방에 대한 대비를 해주세요. 잘못하면 다 얼어 죽을 거예요. 난로가 시급합니다. 혹시 석유난로 같은 걸 여러 개 발견하는 분은 너무 혼자만 가지려고 하지 마시고 다른 분들께도 장소를 좀 알려주세요."


어느새 진행자가 서경덕으로 바뀌었다.

서경덕이 빙글빙글 웃으면서 말하자, 사람들이 추워 보이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모두 의자에 앉았지만, 몇 명은 몸이 굳는 걸 견디지 못하고 일어나 뒤쪽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이제 햇빛이 없어지면 밤이 정말로 춥다.

주희가 의자를 바짝 옆으로 당겨 내 팔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우리 마을에서는 1인 1무기 운동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서경덕이 진지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지난번에 새 떼가 나왔을 때 모두 느꼈겠지만, 다른 사람이 지켜주기만 바라면 곤란해요. 지금 상황에서는 그렇게 하다가는 그냥 죽습니다. 이번에는 살아남았지만, 다음에는 혼자 있을 때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1인 1무기, 어떤 거라도 좋으니까 무기를 항상 쥐고 있자는 겁니다."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뭐, 당연하지.

그 난리통 속에서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달았을 거다.

서경덕은 사람들이 충분히 동의하자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떠난 사람이 있다보니 마을 주민은 이전보다 줄었어요. 거기에 무너진 건물은 더 많고, 이러다가는 사람이 별로 없는 지역이 슬럼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서경덕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래서 순찰 지역을 조금 더 넓히고, 틈나는 대로 횟수도 늘리려고 합니다...."


어느 정도 회의가 끝났을 무렵이었다.

이제 슬슬 마무리해도 되겠다 싶을 때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무기만 들고 있다고 해서 싸울 수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번에 새 떼가 허공에서 나타났을 때는 오금이 저려서 꼼짝도 못 했습니다."


누군가가 말하자, 다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에요. 평범한 사람이 갑자기 무기만 든다고 해서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혹시 무술 같은 걸 할 수 있는 사람 없습니까? 아니면 적을 쏴 맞출 수 있는 기술이 있다든가."

"그래요. 그런 사람이 뭔가 가르쳐 주면 좋을 텐데요."


사람들의 시선이 나한테 쏠린다.

투석구를 말하는가 본데, 그건 혼자 연습해도 상관없다.

가르침을 받아야만 능숙해지는 무기가 아니야.

얼마든지 혼자서도 가능하다.

백발백중이 되는 기술 같은 건,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사람한테는 있을지 모르지만, 나한테는 애초에 없고.

그때 추위 때문에 뒤쪽에 서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무기를 지니고 있는 것도 좋지만, 더 중요한 건 우리가 살고 있는 건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건물에 있다 깔려 죽은 사람이 몇 명 있잖아요. 이번 지진에서 아무 피해도 없이 무사히 남은 집은 몇 개 안 되지요."


남자가 말을 멈추고 나를 보았다.

사람들의 시선이 박히는 것 같다.


'... 설마.'


혹시 부여 마법을 사용한 게 들켰나.

백발백중 투석구에 무너지지 않는 건물.

마법인 줄은 몰라도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이 근처 땅 모두가 흔들렸기 때문에 대부분의 건물은 적고 큰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어딘가에 문제가 생겼다.

하다못해 문패 하나, 창문 한 개라도 떨어지거나 깨졌다.

돌멩이 하나, 먼지 한 톨 떨어지지 않고 말 그대로 아무 일 없었던 건물은 우리 집과 목욕탕뿐이었다.

그리고 목욕탕 건물에 내가 낙서처럼 매직으로 글자를 쓴 건 주희가 이미 밝혔다고 들었다.

내가 부적으로 그려준 거라고.

어쩌면 거기에서 뭔가 의심을 하게 된 걸지도 모른다.

남자가 나한테 가까이 다가왔다.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내가 좀 소심해.

남자는 내 앞까지 와서 선 뒤 고개를 숙였다.


"이게 미신적이고 바보 같은 말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집에도 목욕탕 건물에 그려준 부적과 같은 걸 그려줄 수 없겠소? 부탁합니다."

"...."


아, 그쪽이었나.

한 명이 부탁하자, 다른 사람도 질세라 비슷한 말을 해댔다.

투석구를 가르쳐 달라는 것보다는 이쪽이 본건이었던 모양이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고, 다음 지진은 이번보다 약할 것이다.

내가 진짜 마력을 넣어 부적을 그려도 지진이 약했기 때문이라고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일은 우연이에요. 진짜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좋다고 하시면...."


내가 그렇게 말하고 승낙하자, 사람들은 굉장히 마음을 놓고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불안한 마음에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었던 모양이다.

회의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주희와 밖으로 나오자, 그녀가 내 소매를 쭉쭉 잡아당겼다.


"오빠, 사실은 지진 났던 날부터 조금씩 소문이 나기 시작했어. 오빠가 무당끼가 있어서 부적이 효과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미안해."

"... 괜찮아."


오히려 살았다.

마법사라는 게 밝혀지는 것보다는 무당끼 있는 영험한 머시기가 낫지.


'하긴 부여 마법사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렵겠지.'


괜히 쫄았네.

나는 어두운 달빛을 받으며 작게 웃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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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50 우리 둘이 살자, 오빠 +11 23.01.27 3,578 2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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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047 무당의 창, 무당의 성수 +7 23.01.24 3,970 21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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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045 되살아나는 사람들 +14 23.01.22 4,456 229 14쪽
44 #044 새로운 소식 +10 23.01.21 4,578 223 13쪽
» #043 무당 이세영 +15 23.01.20 4,634 242 15쪽
42 #042 사부님, 제자로 받아주세요! +13 23.01.19 4,779 254 15쪽
41 #041 아이를 쫓아온 남자들 +16 23.01.18 5,008 237 13쪽
40 #040 작은 소년의 작은 형 +13 23.01.17 5,249 250 13쪽
39 #039 미친놈이다 +14 23.01.16 5,275 247 13쪽
38 #038 형 좀 구해주세요 +10 23.01.15 5,532 211 15쪽
37 #037 부러움과 동경 +24 23.01.14 5,549 229 13쪽
36 #036 뒤처리와 새의 분배 +10 23.01.13 5,442 215 15쪽
35 #035 새들이 도망치다 +12 23.01.12 5,477 232 13쪽
34 #034 몬스터, 붉은 까마귀 +17 23.01.11 5,609 224 13쪽
33 #033 두 번째 지진 +13 23.01.10 5,752 218 12쪽
32 #032 추억의 음식과 고기 가루 +9 23.01.09 5,916 216 13쪽
31 #031 미안, 그거 오빠가 한 거다 +4 23.01.08 6,103 215 15쪽
30 #030 절도 전과만 12범 +7 23.01.07 6,012 224 14쪽
29 #029 도둑이 웃고 있다 +8 23.01.06 6,120 2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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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27 휴대용 정수기를 발명했다 +7 23.01.04 6,419 215 15쪽
26 #026 마법에 이름표를 +6 23.01.03 6,368 227 15쪽
25 #025 남는 사람, 떠나는 사람 +4 23.01.02 6,507 231 13쪽
24 #024 문제없는 곳은 없지 +10 23.01.01 6,528 213 12쪽
23 #023 물물교환 도시 +9 22.12.31 6,673 2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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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021 냄비 속 개구리 +8 22.12.29 7,033 233 16쪽
20 #020 우리가 사는 지옥 +9 22.12.28 7,161 247 14쪽
19 #019 두려움의 대상 +8 22.12.27 7,401 2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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