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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헤라

아포칼립스 부여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베르헤라
그림/삽화
주6일 연재, 월요일은 쉽니다
작품등록일 :
2022.11.27 19:03
최근연재일 :
2023.02.01 15:16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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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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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91
글자수 :
338,625

작성
23.01.0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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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028 미래를 꿈꾼다

DUMMY

#028 미래를 꿈꾼다


서경덕의 자경단 환영회가 열리는데, 어째서인지 나도 초대되었다.

남자들만의 모임이라고 하여 주희는 목욕탕집 주인과 함께 있기로 했다.

그쪽에서 마을 여자들끼리 모인다고 한다.

자경단 모임이 있다고 하니, 여자들도 겸사겸사 얼굴을 보기로 한 모양이다.

주희 혼자 집에 있어야 한다면 거절할 생각이었지만, 여자들도 모인다면 굳이 싫다고 할 이유가 없다.

고민 상담이라든가 여자끼리만 아는 이야기도 있을 테니, 마을 여자와 친해진다면 주희에게는 좋은 일이다.

고맙게 받았다.

나도 나름대로는 주희에게 신경을 쓰고 있지만, 역시 남자와 여자라는 것 때문에 말하기 어려웠던 일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살아남기에 급급해 누군가와 소통하는 건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마을에 정착하기로 하니 이런 부분이 좋다.

나는 혼자라도 상관없지만, 주희는 그렇지도 않을 테니까.

주희는 여자들 모임에 간다고 기합이 잔뜩 들었다.

가지고 있는 옷은 몇 개 되지 않지만 그중에서 가장 깨끗한 것으로 입은 뒤, 천에 물을 적셔 평소보다 정성껏 얼굴과 머리카락을 닦아냈다.

이성과 데이트하는 거라면 모를까, 어째서 같은 여자끼리 만나는데 저렇게 열심히 치장하는지 모르겠다.

여자들은 목욕탕 건물에서 모인다고 한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했지만 맨손으로 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주희는 초콜릿과 과자를, 나는 은신처에 두었던 담배 한 보루를 챙겼다.

우리가 가까이 가자 목욕탕 건물 창문에서 여고생 민정이가 손을 흔들었다.

계속 우리가 오는지 지켜보고 있었던 것 같다.


"오빠, 다녀올게."


주희가 밝게 웃으며 건물로 뛰어 올라갔다.

그런 모습은 정말 예전의 아이 그대로다.

왠지 그리운 마음에 보고 있는데, 목욕탕 건물 뒤쪽에서 서경덕이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왔다.

함께 이동할 무렵에는 언제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밤에도 운동화를 신고 잠을 잤다.

다른 사람이 쉬는 시간만이라도, 하며 신발을 벗어도 나나 서경덕은 그런 일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서경덕은 방금 전까지 잠이라도 잤던 것처럼 후줄근한 모습이다.

발 쪽으로 시선을 주니 운동화가 아닌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양말도 없이 맨발이다.

춥지도 않나.

서경덕이 나를 보더니 겔겔 아저씨처럼 웃었다.


"너는 언제나 똑같은 모습이구나. 이제 좀 긴장을 풀어도 될 것 같은데."


아니, 이 모습이 당연한 거겠지.

지금 당장 고블린이 쳐들어오거나 지진이 나면 어떻게 할 거야.

어쩌면 갑자기 하늘이 찢어지면서 오크나 드래곤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설마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까맣게 잊어버린 건가.

내 생각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서경덕이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사람이 어떻게 하루 종일 24시간 긴장하면서 사냐. 너는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그런 면을 보면 예전과 비슷한 것 같아."


마음 깊숙한 곳에서 외줄 다리를 건너고 있는 것처럼 보여, 라고 서경덕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흠, 설마 내가 그에게는 그렇게 보이는 건가.

나는 특히 반론하지 않고 그와 함께 나란히 걸었다.

자경단 기숙사는 목욕탕 바로 뒤에 있는 4층짜리 다세대 건물이었다.

목욕탕 건물도 그렇지만, 기숙사 역시 유리창이며 문, 외벽이 모두 멀쩡하고 깨끗해 보였다.

치우는데 고생이 덜했을 것 같아 조금 부러워졌다.

우리 집은 아직도 한참 더 치워야 한다.

자경단 기숙사에는 한 층에 세 개씩 집이 있었는데, 환영회는 제일 위층의 주인 세대 집에서 열렸다.


"자경대원은 일할 때 빼면 모두 여기에서 지내. 대기할 때나 회의, 식사도 모두 이곳에서 하니까 자기 숙소로 돌아가지 않는 놈이 대부분이거든. 개인 숙소가 왜 있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서경덕이 자경단에 들어간 지 며칠 되지도 않는데 마치 고참처럼 설명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정병일과 다른 남자들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정병일 외에는 서경덕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잘 스며들어 친해진 모양이다.

나는 처음부터 창 든 모습을 보였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조금 낯설어하는 것 같다.

어쩐지 내가 폭발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손대거나 가까이 오면 팡 터지는.

나한테 스스럼없는 호객 청년이 이상한 거다.

그러고 보니 호객 청년은 여기에 없구나.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그는 자경단이 아닌 모양이다.


"저는 이세영이라고 합니다. 중앙 거리 뒤쪽에 있는 건물에서 살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인사하며 담배를 내놓자, 30대 정도로 보이는 남자가 별안간 다가오더니 나를 부둥켜안았다.


"이 시국에 담배라니! 그걸 무상으로 내놓아? 당신 바보인가! 담배 한 보루만 더 있으면... 고추 달린 게 문제야? 우리 결혼합시다!"


어쩌면 담배 구하기가 어려웠던 골초였을까.

굉장히 기뻤던 것 같다.

내가 기겁하며 그를 밀치고 물러서자 남자들이 와하하 크게 웃었다.

남자가 안아주는 건 기쁘지 않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우와, 정말 거시기까지 쫘악 돋네.

내 기분은 최악이었지만, 그 한 번으로 방 안 분위기가 바뀌었다.


"어서 오세요."

"센스 있으시네."

"예쁜 애인이랑 함께시죠? 두 분이 있는 걸 봤거든요. 엄청나게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항상 창 가지고 다니던데, 오늘은 안 들고 계시네요."


등 뒤로 바지 허리춤에 과도가 꽂혀 있다.

당연히 강화도 걸려 있는 놈이다.

하지만 모처럼 분위기가 가벼워졌는데 그런 말을 하는 건 좋지 않겠지.

나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다시 한번 잘 부탁한다고 말했다.

자경대라고 해서 인원이 제법 될 줄 알았는데, 대장 정병일과 서경석을 합해 모두 여덟 명뿐이다.

여기에 모인 사람이 다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적다.

자리에 앉자 서경덕이 사람들에게 주스를 한 잔씩 따라 주었다.


"술이 아니라서 미안해. 낮이니까 환영회가 끝나면 다들 일하러 가야 하거든."


서경덕이 웃으면서 말한다.

자신의 환영회인데 마치 그가 다른 사람을 환영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경단은 완전히 무료 봉사이고, 각자 먹고 살기 위해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정병일은 아내가 목욕탕을 운영하고, 본인은 힘쓰는 일을 한다.

거의 매일 물을 길어오고, 며칠에 한 번은 멀리까지 나가 쓸만한 물건을 모아왔다.

자경단 중 한 명은 음료수 종류를 주로 찾아 와 다른 것과 바꾼다고 한다.

물론 괜찮은 물건이 있으면 종종 다른 것도 가져오지만 한 사람이 짊어질 수 있는 짐의 무게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먹는 것, 그중에서도 음료수를 선택했다.

한 명은 들개나 새 같은 걸 잡았다.

그렇게 잡은 건 이 마을에 가져와 육포 만드는 사람한테 넘긴다.

육포가 완성되면 만들어준 사람과 그걸 나눈다고 한다.


"내가 다 하면 모두 가질 수 있지만, 육포 만드는 동안은 사냥을 못 하니까요. 게다가 그 사람이 진짜 맛있게 만들거든. 나한테는 없는 재주죠. 분담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겁니다."


어떤 사람은 잡다하게 아무거나 수집해 가져오고, 그걸 다시 마을에서 다른 사람한테 넘긴 뒤 음식으로 바꾸었다.

이런 세상에서는 괜찮은 시스템인 것 같다.

나는 이 마을에서 어떻게, 뭘 하면서 살면 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대강 감이 왔다.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정병일이 내게 말을 걸었다.


"한 가지 이야기해두고 싶은 게 있네. 이 마을은 아직 사람이 굉장히 적어. 뜨내기를 제외하면 마을에 정착해 살고 있는 사람은 백 명도 안 되지."

"그렇습니까. 생각보다 적네요."

"그래."


정병일은 원래 이 동네에 살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진이 나자 살아남은 사람은 대부분 이곳을 떠났다.

이 마을이 있는 곳만 기적적으로 남았을 뿐 사방은 건물 잔해밖에 없다.

살아남은 사람이 너무 적어 정부의 구조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사람이 많은 곳, 정부가 가장 먼저 구출하러 올 것 같은 장소를 찾아 떠나버렸다.

정병일이 남은 건 아내가 임신 초기였기 때문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어디에 있을지 모를 낙원을 찾기보다는 이곳에 머무는 것이 임신한 아내를 위해서 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부인이 임신을....'


정병일이 이 마을을 키우려고 안간힘 쓰는 이유를 알겠다.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이 모여야 안전해지고, 사람의 왕래가 많아지면 그중 의사나 간호사 같은 사람이 올지도 모른다.

아마 그런 일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정병일이 내 얼굴을 보았다.


"여기에 사는 사람 중 90%는 남자네. 여자는 겨우 열 명 정도밖에 안 돼. 뜨내기까지 합하면 여자 비율은 더 낮아지지. 지금은 자경단이 매일 틈날 때마다 돌아다니고 있어서 그래도 괜찮지만, 초기에는 상황이 좋지 못했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여자가 있는 집은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민정이를 정병일 부부가 맡겠다고 곧바로 나선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혼자 두면 그날 당장 무슨 일이 생길지 아니까.

한 시간 정도 있다 자경단 모임은 끝났다.

나는 서경덕과 함께 목욕탕 건물 앞으로 갔지만 여자들의 모임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이 근처에는 내가 몇 시간 있을 테니 너는 집에 가. 아직 집 정리도 안 끝났지? 목욕탕은 병일 형님도 항상 신경 쓰고 있고, 자경단도 그렇고, 이 마을에서는 가장 안전하니까."

"그래, 고맙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 곧바로 마당으로 향했다.

마당에는 집 안을 정리하면서 나온 물건이 담긴 상자가 여러 개 있다.

그 안에는 굴러다니던 못, 단추와 인형, 슬리퍼 같은 걸 비롯해 잡다한 물건이 들어 있었다.


'분명히 여기에 있었는데... 아, 찾았다.'


내가 상자를 뒤적여 꺼낸 건 래커라고 불리는 뿌리는 페인트였다.

그걸로 대문 안쪽에서 대문짝만하게 글자를 쓴다.

X콤.

에X원.

보안 서비스로 유명한 회사 이름이다.

거기에 손을 대고, 나는 마력을 조금씩 흘려 넣기 시작했다.

집에 보안 시스템을 넣으려는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보안 시스템은 이 집이 지니고 있는 성질이 아니다.

하지만 대문과 벽은 외부의 적을 막아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고, 보안 회사의 서비스를 받을 때는 보통 CCTV나 회사명 적힌 스티커 하나 붙이면 끝이다.

보안 회사에서 사람이 직접 서서 경비하는 게 아닌 거다.

그러니 글자를 적어 넣으면 그런 기능이 붙을 가능성도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다.

다른 건 어느 정도 결과를 예상할 수 있지만, 이것만은 정말로 모르겠어.

만일 된다고 해도 어떤 식으로 실현될지 상상도 안 되고.

하지만 해봐서 손해 볼 건 없다.

안 되면 안 되는 거고, 되면 럭키인 거니까.


"...."


기왕 하는 거 다른 기능도 조금 추가해 볼까.

나는 다시 래커를 들어 내진설계, 화재 예방 시스템 등을 더 적어 넣었다.


'남이 이걸 보면 미친놈이라고 할 것 같아.'


집에 손님은 되도록 초대하지 말자.

혹시라도 성공했을 때 이 집이 나와 주희를 거절하지 않도록 이름표 넣는 것도 잊지 않는다.


'초대하는 사람은 들여보내야지.'


내가 대문을 붙잡고 일심불란 마력을 보내며 중얼거리는데, 갑자기 문이 열렸다.

주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본다.


"미친 거 아니야."


나도 모르게 변명하자, 주희가 풋 하고 웃었다.


"오빠, 그런 생각을 했을 리 없잖아. 문 열자마자 얼굴이 보여서 깜짝 놀랐을 뿐이야."


그렇게 말하며 안으로 들어오더니 문에 적힌 글자를 본다.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중얼거렸다.


"누가 여기에 낙서를 해놨나 봐. 더럽다. 이거 지워질까?"

"...."


이 보안 시스템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단순한 낙서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슬그머니 래커를 뒤로 숨겼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주희는 여자들과 만났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살짝 내 눈치를 보았다.


"왜?"


내가 묻자, 주희가 내 앞으로 바짝 다가와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오빠, 나 음식점 해볼까?"

"...."

"연못에서 들개하고 만났을 때 생각했어. 나는 오빠하고 함께 다니고 싶지만, 그러면 오빠한테 방해되는 거라고. 잘못하면 오빠가 위험하게 되는 거 아닌가... 솔직히 나 오빠한테 받기만 하고 돌려주는 게 없으니까. 완전 짐덩이잖아."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내가 뭔가 하겠다고 생각해서 움직이는 이유는 주희다.

그녀가 있으니까 더 안전한 곳을 원하고, 그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까 더 많은 마법을 개발하려고 한다.

그녀가 내 삶의 원동력인 거야.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는 그런 생각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나는 감정적으로 상당히 취약한 사람인 것 같다.

쉽게 감정적이 되거나 약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무너지는 정도가 남들보다 심하다는 뜻이다.

도적단의 생활을 생각해 보면 뭔가를 견디는 힘은 강한 편이다.

구타도, 폭언도, 나는 상당히 잘 견뎌냈다.

하지만 마음속 깊숙이 소중하게 여기던 것이 없어졌다고 절망하면 밑바닥 꺼진 배처럼 가라앉아버린다.

스스로는 떠오르지 못한다.

그리고 지금의 내 버팀목은 그녀였다.

소중해.

그녀만이 이 세상에서 내 가족이다.

그렇게 말하자, 주희가 촉촉해진 눈으로 미소 지었다.


"그래... 그렇구나...."


주희는 내 허리에 손을 돌려 꽉 끌어안고 작게 중얼거렸다.


"나도 오빠가 정말 소중해."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라며 주희는 다시 음식점 이야기를 꺼냈다.


"오빠가 일하는 동안 방해가 되지 않게 집에 있으려고 했는데, 그렇다고 놀고 있는 건 좀 그렇고, 민정이랑 함께 음식점을 하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어."

"뭐, 네가 뭔가를 하겠다고 하면 그건 괜찮은 일이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해봐."

"정말? 목욕탕 아주머니도 그렇게 하면 손님이 목욕한 뒤에 우리 쪽으로 돌려주겠다고 했거든. 손님들힌테 추천해준다고."


주희가 기쁜 얼굴로 웃는다.

하지만 음식점을 하려면 뭔가가 있어야겠지.

흙 파서 음식을 만들지는 못하니까.


"내가 음식 재료를 조달해 주면 좋겠니?"

"...."


주희가 에헤헤 웃는다.


"내가 음식점을 하고, 오빠는 재료를 조달하는 거야. 목욕탕 아주머니네처럼. 꼭 부부 같지?"


어쩌면 그래서 음식점을 할 마음이 들었던 걸까.

조금 기가 막혀서 웃자, 주희가 머리를 내 팔에 비벼댔다.

아직 무슨 음식점을 할 건지는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음식은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주희가 에헴 하는 얼굴로 가슴을 내밀었다.


"이래 봬도 중학생 때부터 계속 내가 밥을 만들었거든. 엄마랑 아빠는 일하느라 바빴으니까. 못하는 거 빼고는 다 할 수 있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음식은 아무래도 제한적일 것이다.

먹을 물이 모자라는 걸 누구나 아는 상황에서 찌개나 국 같은 음식은 곤란할 테고, 아마 굽거나 양념해서 말리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까.

연못물을 직접 사용하지 않는 선에서 한다면 증기로 찌는 정도까지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떤 걸로 할지 정하면 말해 줘. 할 수 있는 한도에서는 최대한 협력할 테니."

"고마워, 오빠. 열심히 할게."


민정이와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주희는 다시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조금 걱정되어 밖으로 나가 지켜보자, 서경덕이 대로를 어슬렁거리다 나한테 손을 들었다.

걱정 말라는 뜻인 것 같다.

손을 들어 고맙다고 표시한 뒤, 나는 집으로 들어가 다시 대문에 손을 댔다.

조용히 마력을 붓는다.


"...."


코딱지만 한 이 마을에서 서서히 원래의 일상이 돌아온다.

누군가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눈물 나도록 기뻐서, 나는 이 작은 마을의 일상이 무너지지 않도록, 계속 지켜지도록, 마음속으로 우리를 지켜볼 신에게 빌었다.


모처럼 찾아 온 작은 희망을 빼앗아 가지 마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1/6 보안시스템 이야기를 조금 고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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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036 뒤처리와 새의 분배 +10 23.01.13 5,442 2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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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006 도덕이 사라진 세상 +12 22.12.14 12,510 312 13쪽
5 #005 지레짐작 설레발이었던 것 같다 +11 22.12.13 13,743 340 13쪽
4 #004 이 녀석, 겨우 돌아왔구나, 걱정했다. +12 22.12.12 15,554 383 14쪽
3 #003 만일 이 세상에 나 혼자라면 +10 22.12.11 17,395 377 14쪽
2 #002 지구가 절찬 멸망 중이었다 +31 22.12.10 20,566 413 13쪽
1 #001 이세계서 지구로 귀환했더니 +44 22.12.09 26,319 51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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