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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헤라

아포칼립스 부여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베르헤라
그림/삽화
주6일 연재, 월요일은 쉽니다
작품등록일 :
2022.11.27 19:03
최근연재일 :
2023.02.01 15:16
연재수 :
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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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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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91
글자수 :
338,625

작성
23.01.0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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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026 마법에 이름표를

DUMMY

#026 마법에 이름표를


여자들의 목욕은 머리를 감고 물 적신 천으로 몸을 닦는 정도만 가능하다고 들었다.

금방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물을 조금 더 주었기 때문에 빠듯하게 샴푸와 샤워를 함께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말 빠듯해서 한 사람 한 사람분의 물을 모두 모아, 한 바가지로는 첫 번째 헹굼, 다른 바가지로는 두 번째 헹굼, 그런 식으로 썼다고.


"인생의 행복이라는 게 뭔지 이번에 알게 된 느낌이었어."


그렇게 씻지 못하는 게 괴로웠을까.

주희가 솜사탕 구름 같은 한숨을 폭 쉬면서 말하자, 옆에 있는 여자들이 같은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는 모습이 재미있었다.

여자들이 왔을 때 정병일은 이미 떠난 뒤였다.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마신 술은 달콤할 만큼 쉽게 몸에 스며들었다.

아마 항상 배고픈 기미였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취기 때문에 남자들의 입이 조금 가벼워져 있었다.


"오오, 단지 머리만 감았을 뿐인데 인간이 됐잖아."

"우리 팀에 여자가 있었던 걸 이제 알았네."

"내가 그동안 말은 못 했지만 여자들은 머리가 길잖아, 남자보다는. 진짜 냄새가 하아, 고약했거든."


조금 전의 우울함을 떨치려는 것처럼 남자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나도 무심코 향기가 좋네, 라고 한마디 중얼거렸다.

작은 소리긴 했지만 주희는 들었던 것 같다.

여자들의 얼굴이 도깨비처럼 변하는 걸 목격하고 생각했다.

역시 입은 재앙의 근원이지.

나는 여자들을 위해 남겨 놨던 과자 반 봉지를 내밀며 자연스럽게 외부로 나왔다.

잠시 있으니 서경덕이 슬그머니 쫓아 나왔다.


"누님들하고 지내면서 알게 된 건데 여자들은 냄새에 굉장히 예민하더라구. 남한테 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 거 말이야. 혹시라도 냄새난단 티를 조금 내면 엄청나게 화내거든. 나쁜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도 그래."


서경덕이 아껴 피우는 담배를 입에 물면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방귀 냄새는 방귀 냄새지,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 거라고 해도 그게 꽃향기 같지는 않잖아."


여자는 부드럽고 예쁘고 정말 좋아하지만 그런 점은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고 말하며 서경덕이 담배 연기를 허공에 뿜었다.

여자 마음은 여자보다 잘 알 것 같은 서경덕도 실수하는 모양이다.

어쩌면 실수를 많이 해서 잘 알게 된 거려나.

그 뒤에도 남자들이 한 명 두 명 밖으로 나왔다.

안에 있기가 껄끄러웠던 모양이다.

조금 우울해 있던 분위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여자들에 대한 푸념 대회가 열렸다.

아침이 되자 여고생 민정이만 남기고 그들은 모두 떠났다.


"어제 병일 형님하고 이야기했거든. 이 마을에는 자경단 기숙사가 있다고 해서 나는 거기로 들어갈 건데,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서경덕이 나를 보며 물었다.


"형님은 너만 원하면 거기로 와도 상관없다고 하시거든. 하지만 거긴 남자만 받는다던데."


민정이가 불안한 얼굴로 어, 소리를 냈다.

지금까지는 모두가 함께 지내왔으니 이번에도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주희 언니!"


민정이가 주희에게 달라붙었다.

주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주희도 조금 당황한 모양이다.

갑자기 나를 보았다.


"오빠."


아니, 잠깐 기다려.

나도 지금 당황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 민정이나 서경덕과 같이 있을 생각은 없었지만 나는 당연히 주희랑 함께라고 생각했다.

한데 지금 깨달았어.

우리 미혼 남녀네.

내가 마음만은 아버지지만, 같은 집에서 사는 건 어쩐지 무리가 아닌가.

서경덕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나와 주희를 보았다.


"아니, 뭘 고민하고 있어? 같이 살면 되지."


서경덕은 민정이한테 손짓해 가까이 부르더니 머리에 손을 얹었다.


"넌 걱정 마라. 병일 형님이 성인 될 때까지 맡아주신다고 했으니까."

"그 무서운 사람이요?"

"그래. 그분 부인이 널 혼자 두는 건 위험하다며 맡자고 하신 모양이야. 내가 같이 살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지만 나도 안 된대. 형수님은 네가 마음에 드신 모양이더라."


민정이가 미심쩍은 얼굴로 서경덕을 보았다.


"그분 부인이 날 어떻게 안대요?"

"어제 만났잖아."

"...."


민정이가 이상한 표정을 짓자, 서경덕이 웃었다.


"목욕탕 여주인."


어라, 그 사람이 정병일 부인이었냐.

나는 그렇게 생각하다 아하 싶었다.

호객 청년이 여자들 걱정은 하지 말라고 했던 건 여주인이 정병일의 부인이라서였던 모양이다.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가 크게 외치기만 하면 정병일이 나타날 거라는 의미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말도 안 돼. 그 여자분이 남편은 엄청 다정하고 착한 사람이라고 그랬는데. 굉장히 멋진 사람이라고 엄청나게 자랑했다구요."


어제 목욕탕에서 여자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 부인이 껴서 자기 남편 자랑을 한 모양이다.

호객 청년이 목욕탕이라고 했던 곳은 진짜 목욕탕이 아니라 평범한 가정집의 조금 큰 욕실이었다고 한다.

여자 서너 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곳이라 많이 춥지 않았다고, 주희가 먼 곳을 보는 눈을 하며 어젯밤 말했었다.

아마 자경단 기숙사라는 곳도 비슷한 곳이겠지.

민정이가 기가 막힌다는 듯 중얼거렸다.


"얼굴하고 그 아줌마 말이 전혀 매치가 되지 않잖아. 언니도 그렇게 생각하죠?"


민정이가 고개를 돌려 주희를 보았다.

주희는 불안한 얼굴로 내 소매를 꽉 잡았다.


"... 오빠."


분리불안 증상이 있는 아이 같은 모습에 조금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어느 정도 사회가 구성되기 시작했어도 여전히 이 세상은 위험하다.

이 마을도 마찬가지.

여자 혼자라면 몰래 밤에 기어드는 남자도 있을지 모르고, 그녀를 혼자 두는 건 말도 안 된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방이 두 개 있는 집을 얻으면 되겠지. 너를 혼자 두는 건 내 마음이 불안해서 안 되겠다."


내 말에 주희가 안심하는 표정으로 금세 웃는다.


"그런데 여긴 집을 어떻게 한대? 뭔가 허락을 얻어야 하나?"


내가 서경덕을 보고 묻자, 그가 히죽 웃었다.


"그런 건 없고, 그냥 아무 집이나 먼저 잡으면 임자라고 하더라. 다만 누군가가 이미 치운 집이나 선점한 곳은 안 된대."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집을 쓸만하게 만드는 과정까지가 힘들 것 같다.

당장 덮을 모포는 가지고 있어도, 그건 어디까지나 임시로 어딘가에 묵을 때 사용하는 물건이다.

새로이 침구를 모으고 필요한 가구를 어디에선가 가져오고, 집 안에 있는 쓰레기들을 치우고....

아마, 집을 정해도 제대로 살 수 있게 되기까지는 상당히 오래 걸릴 거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머리가 아픈데, 주희는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녀를 만난 이후 가장 화려한 표정이라고 해야 하나.

굉장히 기쁜 것 같다.

서경덕이 작게 한숨 쉬며 중얼거렸다.


"나도 여기에서 빨리 애인이나 만들어야지."


서경덕은 투덜거리면서 민정이를 목욕탕 집 주인에게 데려가고, 나와 주희는 집을 선택하기 위해 마을을 돌아다녔다.


"... 더러워."


위치나 외견으로 선택한 첫 번째 집은 문을 열자마자 나왔다.

두 번째 집은 겉은 멀쩡했는데 오물과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세 번째도 비슷하고, 네 번째 집은 더 엉망이었다.

그다음 집은 깨끗하고 위치도 괜찮았지만, 문과 창문이 모두 망가지거나 깨지고 거실 바닥 일부를 누가 뜯어갔는지 시멘트가 드러나 있었다.

차근차근 수리하면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벌써 밤은 춥고, 이제 금방 겨울이 온다.

겨울을 나려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집수리에만 시간을 너무 들일 수도 없어서 그 집은 포기했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집은 거리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곧바로 나오는 3층짜리 상가 주택이었다.

1층은 점포이고, 그 뒤에는 약간의 마당이 있다.

점포에서 외부 계단으로 올라가면 2층에 주택이 있었다.

3층은 세를 주기 위해서인지 뒤쪽에 따로 독립된 출입구가 있다.

'귀환'이 있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누군가 침입하면 앞이나 뒤쪽 어딘가로 탈출할 수 있을 것이다.

실내도 아주 깨끗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적어도 여기저기 오물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쥐똥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어디에나 있다.

식기나 이불 같은 건 누군가가 가져가서 없었다.


'마을 중앙에서 가깝기 때문이겠지.'


필요한 물건은 가까운 집에서부터 가장 먼저 빼갔을 테니 이 근처는 대부분 비슷할 거다.


"우선 오늘 밤에 잘 곳부터 정리해둘까."


주희와는 다른 방을 쓸 생각이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 없이 한곳에서 자야 한다.

차라리 은신처 1호인 가게에서 자는 것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해서 물어보자, 주희는 고개를 저었다.


"조금 더럽지만, 여기가 우리 집이니까."


그런가.

여기가 우리 집이 되는 건가.

왠지 기분이 묘하다.

둘이 서로 바라보고 웃는데 주희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울렸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집을 결정하는 일에 두 사람 모두 알게 모르게 흥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늦은 식사를 한 뒤, 우리가 고른 집의 위치를 정병일에게 알리고 그날은 집에서 방 정리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날이 저물 때까지 방에 있던 물건의 대부분을 마당으로 내놓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무거운 물건은 귀환으로 이동했는데도 그렇다.


"오늘 방 하나는 완전히 치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주희가 바닥을 닦으면서 중얼거렸다.

응,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적어도 깨끗한 방에서 잘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쓰레기 더미로 가득한 방을 치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사용할 수 있는 물건과 버릴 것, 애매한 것 등으로 분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지금 당장은 필요 없더라도 무슨 물건이 어떤 상황에서 필요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괜찮은 물건을 버리지 않기 위해 찬찬히 보다 보니 방 하나 정리하는 것도 다 끝나지 않았다.

어두워지면서 그날의 일은 마무리하고, 촛불을 하나 켜 둔 채 간단한 저녁 식사를 했다.

주희는 피곤한지 밥을 먹으면서도 가끔 조는 것처럼 눈을 감았다.

딱히 오늘이 힘들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지금까지의 피곤이 한꺼번에 몰려와 그런 것처럼 보였다.

집이라는 것이 그렇다.

형태 자체는 어제와 오늘이 똑같은데, 우리 집이라는 단어를 붙인 순간부터 갑자기 의미를 달리해 마음이 놓이고, 어딘지 모르게 안전하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면 그때까지 마음 어딘가에 담아두었던 긴장이 확 풀어져 버리는 거야.

지금의 주희도 아마 그런 느낌일 것이다.


"이제 그만 자. 내일은 연못 장소를 알려달라고 해서 우리도 진짜 목욕을 한 번 해보자."

"그거 너무 좋아."


주희는 잠시 눈을 반짝였지만, 곧바로 건전지가 다 닳은 로봇처럼 눈꺼풀이 처졌다.

나는 그녀가 쓰러지는 것처럼 침대에 눕자, 자세를 바로 해 앉았다.

이제 부여 마법을 사용할 시간이다.

부여 마법에는 영어 단어 외우듯이 틈날 때마다 조금씩 할 수 있는 것과, 가만히 앉아 정신을 집중해서 해야 하는 작업 두 종류가 있다.

어떤 물건이 강한 성질을 지니고 있을 때 그걸 강하게 만드는 부여 마법은 전자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칼이나 창의 강도를 강하게 하는 것 등의 일이다.

강철이라는 것 자체가 보통 물건보다 훨씬 단단하기 때문에 그 강도를 올리는 건 쉽다.

비는 시간마다 틈틈이 마력을 흘리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법이 완성된다.

하지만 그렇게 단단하고 무거운 물건에 경량화를 부여하려고 하면 일이 어려워졌다.

부여하려는 마법이 전혀 반대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물건은 그런 경우 아예 마법을 부여할 수 없다.

부여 마법은 그걸 초기에 알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마법사 본인의 경험이나 다른 마법사의 이야기를 들어 파악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부여 마법사와는 교류가 없었기 때문에 거의 모든 걸 혼자서 알아내야 했다.

다만 그게 나쁜 일이었나 하면, 딱히 그렇지는 않다.

만일 내가 다른 부여 마법사에게 배웠거나 조언을 들었다면, 귀환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포기했을 것이다.

어차피 안 되는 일이니까, 라고.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기 때문에 나는 처음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알자 집에 가고 싶다고 계속 계속 마음속으로 빌었다.

주문을 사용할 생각 같은 건 하지 않았다.

그저 '돌아가고 싶다, 집에 돌려보내 주세요' 그런 식으로 계속 생각하며 마력을 써댔을 뿐이다.

귀환이라는 단어는 소원하는 중간에 몇 번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그걸 의식한 적은 없었다.

그게 '귀환'이라는 단어로 발동한다는 것 자체를 막판에 알았을 정도니까.

다른 사람들이 마법을 어떻게 만들어내는지는 잘 모르지만, 저쪽 세계의 마법은 주문을 외우지 않는다.

내가 본 마법은 그저 마력을 흘려 무언가 하는 것이었다.

불을 뿜거나 물을 만들어 내거나 물건에 각종 성질을 부여하거나.

그중에 주문을 외워 발현하는 마법은 없었다.

저 세계에 '주문'이라는 걸 사용하는 마법사는 나 한 명이 아니었을까.

이전에 그걸 시도한 사람이 한 명도 없지는 않았을 테니, 아마 저쪽 세계의 마법사는 할 수 없는 걸 거다.

주문을 말해서 마법을 발동하는 것은 이세계인이었던 나의 치트였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면 전혀 새로운 마법을 만들어내는 것이 내 치트였을 수도 있고.

어쨌든 나는 생각했다.

내가 귀환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마법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면 마법에 이름표를 달 수도 있을 거라고.

아이들 가방이나 물건에 이름을 적는 것처럼, 내가 만든 마법에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새겨넣어 보자, 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내 마법은 물건에 어떤 성질을 부여하면 누구나 다 쓸 수 있다.

그 때문에 창이나 가방에 마법을 부여하는 것도 어딘지 모르게 조심스러웠다.

누군가가 그걸 손에 들어봐.

당장 이게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그거 곤란하잖아.

하지만 특정한 사람이 들었을 때만 마법이 발현한다면, 나는 어떤 물건에도 마음껏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건 상당한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마법이다.

아까 말한 후자의 마법이었다.

나는 창에 손을 대고 조용히 마력을 흘려 넣기 시작했다.

신중하게 해야 한다.

잘못해서 새 마법을 사용하다 과부하가 걸리면 모든 마법이 무산되어 지금까지 걸어둔 것이 사라져버릴 것이다.

뭐, 그렇게 되면 새로 부여하면 되기는 하는데.


'이 창은 나와 주희밖에 사용할 수 없다. 나 이 세영, 강주희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이 들면 원래 무게가 되어버린다. 나와 주희만 가볍게 느껴진다. 이 창에는 이름표가 새겨져 있다. 이름표에는 나와 강주희 두 사람의 이름만 들어가 있다. 다른 사람은 전혀....'


마법을 부여하는 말이 웃긴다는 거 안다.

뭔가 대단한, 이를테면, '잔인한 파멸, 무자비한 피의 보복, 사악한 뱀의 머리가 휘몰아친다. 붉은 바다에 내 명령은 영혼을 새기고...' 처럼 그럴싸한 말이 반복되는 거였으면 괜찮게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건 이런 거지.

나는 조금 한심해하면서 계속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름표, 이름표, 창에 이름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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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045 되살아나는 사람들 +14 23.01.22 4,455 229 14쪽
44 #044 새로운 소식 +10 23.01.21 4,578 22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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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041 아이를 쫓아온 남자들 +16 23.01.18 5,008 237 13쪽
40 #040 작은 소년의 작은 형 +13 23.01.17 5,249 250 13쪽
39 #039 미친놈이다 +14 23.01.16 5,275 247 13쪽
38 #038 형 좀 구해주세요 +10 23.01.15 5,532 211 15쪽
37 #037 부러움과 동경 +24 23.01.14 5,548 229 13쪽
36 #036 뒤처리와 새의 분배 +10 23.01.13 5,441 215 15쪽
35 #035 새들이 도망치다 +12 23.01.12 5,476 232 13쪽
34 #034 몬스터, 붉은 까마귀 +17 23.01.11 5,609 2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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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032 추억의 음식과 고기 가루 +9 23.01.09 5,916 216 13쪽
31 #031 미안, 그거 오빠가 한 거다 +4 23.01.08 6,102 215 15쪽
30 #030 절도 전과만 12범 +7 23.01.07 6,012 2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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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6 마법에 이름표를 +6 23.01.03 6,368 22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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