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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라 돌아라 강강수월래

왕녀의 외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어스름달
작품등록일 :
2014.12.01 23:43
최근연재일 :
2017.11.24 03:18
연재수 :
417 회
조회수 :
632,393
추천수 :
14,829
글자수 :
1,880,019

작성
15.06.06 07:00
조회
2,757
추천
65
글자
7쪽

벨포트의 정령검

DUMMY

새 갑옷으로 갈아입고 경기장으로 가는 내내 메담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워낙 커다란 행운이 갑자기 찾아와서 기뻐할 여유도 아직 못 찾은 모양이다. 이에 나는 괜히 더 생글생글 웃으며 기분을 냈다.

“진짜 잘 됐다. 어째 새 갑옷이 필요한 시점에 이런 일이 생기냐? 거봐. 여왕님도 그렇게 나쁜 사람만은 아니라니까. 우와.... 여기 광택 좀 봐.”

“메리. 나는 이런 행운은 이제 지긋지긋해.”

쓴웃음과 함께 토해낸 녀석의 한 마디에 나는 그가 마냥 기뻐하지 않는 이유를 깨달았다. 추첨제에 선발되는 바람에 평민과 귀족 양쪽 모두에게서 소외된 메담의 입장에선 이제 무언가를 우연으로 얻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메담!”

이 때 갑자기 누군가 저 앞쪽에서부터 우리를 향해 달려왔다, 그는 메담이 지금 입고 있는, 여왕이 사준 새 갑옷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아니 곳곳에 금박이 입혀지고 보석이 박혀 화려함에서는 오히려 더 앞서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공작의 깃처럼 화려한 투구 때문에 얼굴은 볼 수 없지만 목소리로 나는 그가 벨포트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네 놈이 여왕님께 갑옷을 받았다는 게 사실이냐?!”

가까이 오자 투구 안에 있는 벨포트의 얼굴이 확실히 보인다. 메담을 찾아올 때마다 언제나 그랬듯 벨포트는 이번에도 잔뜩 화가 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표정을 보면서 나는 내 실수를 또 하나 찾아냈다. 내가 베푼 선의 때문에 메담이 다른 기사들로부터 시기와 미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부끄럽지도 않나? 네 놈이 대체 무슨 염치로 여왕님께서 하사하신 갑옷을 입는단 말이냐”!”

“그러게 말야. 이거 네가 가져갈래?”

메담은 태평한 얼굴과 말투로 벨포트의 분노를 받아넘기며 대답했다. 악이 받친 얼굴로 뭔가 더 퍼부어댈 준비를 하던 벨포트의 얼굴이 일순간 놀라서 굳어졌다. 그리고 나는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오는 걸 간신히 참았다. 뭐? 준 사람의 성의가 담겨 있는 선물을 남에게 준다고?

“.....정말로 나를 주는 거냐?”

벨포트는 반짝이는 눈으로 메담을 응시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난 여왕님께 충성서약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너는 여왕님의 목숨을 구한 영웅이지. 마땅히 너에게 먼저 포상이 돌아가는 게 순서잖아.”

왠지 메담의 말이 휘렌델을 향한 질책처럼 들려 부끄러워졌다. 그의 말이 맞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다. 나는 내 목숨을 구해준 벨포트에게 포상은커녕 고맙다는 생각도 거의 안하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친분에 의해 공무를 집행하고 있었구나.


내가 이렇게 속으로 반성하는 사이 벨포트는 장갑을 벗고 메담이 입고 있는 갑옷에 떨리는 손가락을 가져가고 있었다.

“오.... 여왕님께서 내려주신 갑옷....

그리고 놈의 흐리멍덩한 표정과 초점 풀린 눈을 보니 반성하고 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이 자식... 암만 봐도 변태 같아. 차마 만지지도 못하고 갑옷의 선을 따라 손가락만 놀리고 있다. 나는 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말했다.

“벨포트 경. 혹시 이 갑옷을 입고 수호기사 선발전에 출전하실 생각이신가요?”

“뭐라고? 아아.... 그녀의 갑옷을 입고 그녀가 보는 앞에서 싸운다....?”

이 자식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잖아?! 위험해! 녀석의 추태를 더 이상 보고 있다간 여기서 토하고 만다!

“직접 하사하신 갑옷을 다른 사람이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여왕님께서 진노하시지 않을까요?”

그 한 마디에 벨포트는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순식간의 그의 얼굴이 여기로 달려올 때처럼 분하고 억울한 표정으로 변해버렸다.

“그럼 이 갑옷을 이 녀석에게 양보해야한단 말인가?”

이놈 봐라? 벌써 갑옷을 제 것이라고 단정짓고 있네?

“여왕님께서 갑옷이 양도된 사실을 발견하시면 필시 문제가 될 겁니다.”

아주 큰 문제가 될 것이야.


벨포트는 눈을 커다랗게 뜨고 여기저기 시선을 돌렸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메담이 저 갑옷을 입는 걸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넌 누군데 갑자기 나서고 난리야?!!”

화를 어떻게 할 줄 모르니 또 나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하녀에게 화풀이하는 건 이쯤되면 습관으로 보인다. 그리고 나는 이 때문에 벨포트에게 정이 가지 않는 것이다. 벨포트의 뒤를 매양 따르던 두 남자 중의 키 큰 쪽, 론도가 입을 열어 주인을 달래보았다.

“걱정 마세요, 도련님. 어차피 이번 경합에서 도련님의 적수가 될 사람은 없습니다. 인사한 것만으로 갑옷을 얻었다면 선발전에서 우승한 사람에게는 어떤 포상이 내려지겠습니까?”

벨포트는 그 말을 듣는 즉시 다시 흐뭇한, 아까 꿈꿀 때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역시 저 두 사람은 그들의 주인을 다루는 법을 잘 알고 있나 보다. 벨포트는 이내 냉정을 되찾은 표정으로 메담에게 엄숙히 선언했다.

“좋아. 그 갑옷은 일단 네 놈에게 주겠다. 하지만 최후의 영광은 나의 것이다. 방금 전 나는 아버님을 찾아뵙고 이걸 빌려왔지.”

벨포트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슬쩍 메담에게 보여주었다. 메담은 놀란 얼굴로 물었다.

“뭐야, 그건?”

“우리 스미스 가의 정령검이다!! 네 놈도 기사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 말에 나도 벨포트의 검을 자세히 살폈다. 황금빛 손잡이에 검은 검집이 두드러진 대비를 보이는, 단아하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묵직한 검이었다.

“이제 선발전이 시작되면 보여주지. 이 ‘여명의 그림자’의 위력을 말이다. 메담 네 놈은 어차피 1회전에서 탈락할 테니 관람석에서 지켜보게 되겠지. 후후후.”

벨포트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메담을 한껏 비웃은 후에 먼저 어딘가로 가버렸다. 가면서 이따금씩 고개를 돌리며 메담의 갑옷을 지켜보는 게 기분 나쁘다. 저 정령검은 대체 어떤 마법을 사용하는 녀석일까?

"이런 이런. 안 그래도 만만찮은 실력인데.... 정령검까지 사용한다니 벨포트가 우승하는 건 거의 기정사실이라 봐야겠네."

메담이 멀어지는 벨포트의 등에 대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시합의 공정성을 위해 기사단에서 제공하는 무기만 쓰도록 해야 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여왕님.”

내 말에 동의한 크루거는 전령을 불러 선발전에 참가한 모든 기사들에게 새로 만들어진 규칙을 전파하라 일렀다. 안 됐군, 벨포트. 정령검은 아빠한테 돌려줘야겠네. 이건 결코 감정적인 처사가 아니다. 아까 메담에게 특권을 준 것에 대한 반성으로, 이번에는 공정한 경쟁을 장려한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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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오늘은 약속이 잡혀 글을 올리지 못하게 된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자리가 일찍 파한 바람에 거의 12시부터 쓰기 시작했네요.

이 때문에 오늘 분량은 몹시 짧습니다.

하지만 아예 안 올리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이대로 올립니다.

부디 관대한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길....^^a


론도 : 어차피 도련님은 저 갑옷을 못 입으실텐데.....

리오 : 그러게 말야. 메담 경과 키는 비슷하지만 도련님의 어깨는 볼품 없을 정도로 좁으니까. 저 넉넉한 견갑이 도련님한테는 오히려 장해가 될 거야.

론도 : 분량이 짧다면서.... 우리의 이 대화는 왜 본문에서 빠진 걸까? 

리오 : 그건 작가의 드립력이 떨어졌기 때문이지. 어느 타이밍에 들어가야 자연스러울지 도저히 생각이 안나는 모양이야. 어제도 만담을 빼먹더니....

론도 : 본인은 술 때문이라고 우기고 있지만..... 글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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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메담의 직감 +4 15.06.05 2,241 64 11쪽
56 선발전 등록 +4 15.06.03 2,194 58 9쪽
55 변신검 +4 15.06.02 2,306 56 12쪽
54 유사이래 최초 +4 15.06.01 2,413 50 13쪽
53 수호기사 선발 +10 15.05.30 2,352 61 12쪽
52 폭군의 진실 +6 15.05.28 2,338 63 7쪽
51 휘렌델의 결론 +4 15.05.27 2,244 61 13쪽
50 귀족들의 자부심 +14 15.05.26 2,380 69 8쪽
49 성을 떠난 마법사 +6 15.05.25 2,528 67 11쪽
48 따귀 백만 대 +8 15.05.22 2,362 70 10쪽
47 [쉬어가는 이야기] 강철거인의 후예 +6 15.05.21 2,727 39 19쪽
46 꿈을 살고있는 자 +4 15.05.20 2,492 67 12쪽
45 메담의 공범 +8 15.05.19 2,202 60 16쪽
44 그에게 없는 것 +2 15.05.17 2,379 64 10쪽
43 어린 기사 +6 15.05.15 2,500 59 11쪽
42 [쉬어가는 이야기] 리더쉽에 관하여 +4 15.05.07 2,648 41 10쪽
41 따뜻한 소녀 +6 15.05.02 2,662 71 12쪽
40 고통 +6 15.05.01 2,681 77 9쪽
39 공명 +4 15.04.29 2,691 83 11쪽
38 분노하는 자들 +4 15.04.28 2,512 69 12쪽
37 여왕의 외출 +6 15.04.25 2,951 77 10쪽
36 바이우스의 노트 +6 15.04.24 2,893 81 11쪽
35 명군의 길 +10 15.04.23 2,941 93 8쪽
34 친구 +6 15.04.21 2,982 85 9쪽
33 스텝 사이드 킥 +6 15.04.20 2,780 86 11쪽
32 위험한 도시 +14 15.04.18 3,212 92 14쪽
31 최악의 하루 +8 15.04.17 3,084 110 12쪽
30 실연의 분노 +2 15.04.15 2,854 78 9쪽
29 기사도 +2 15.04.14 2,789 80 8쪽
28 우연 +2 15.04.13 3,042 8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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