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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라 돌아라 강강수월래

왕녀의 외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어스름달
작품등록일 :
2014.12.01 23:43
최근연재일 :
2017.11.24 03:18
연재수 :
417 회
조회수 :
632,346
추천수 :
14,829
글자수 :
1,880,019

작성
15.05.19 07:00
조회
2,201
추천
60
글자
16쪽

메담의 공범

DUMMY

사실 난 셀린과 헤어지면 메담을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벨포트와 람켄이 돌아다니는 걸로 보아 기사단 훈련이 끝난 것 같으니 어제 만든 친구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종자를 두지 않는 이유도 물어보고 제시에게 봉변을 당하지 않도록 나를 전담 하녀로 지정해 달라는 부탁도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메담을 만나자 그 마음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메담은 마치 뛰는 것 같은 발걸음으로 나를 향해 다가왔다. 발에 힘이 실려 바닥이 살짝살짝 울린다. 거칠어진 호흡 때문에 어깨가 미세하게 들썩인다. 늘 친절하게 빛나던 그의 눈에선 원망의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향해 있었다.

안 돼. 설마 화가 난 거야? 그리고 그 화를 나에게 퍼부으려는 거야? 이건 좀 너무 하잖아.... 나는 오늘 죽을 뻔 했단 말야. 태어나서 처음으로 머리채를 잡히고 뺨을 얻어맞았단 말야. 너까지 나를 상처 주지 마. 이 이상의 정신적 충격은 무리라고.

“내 자루 어디 있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는 내게 고함을 질렀다. 벨포트가 나에게 몇 번 그랬었던 것처럼 말이다. 오늘 하루 끔찍한 경험들을 몇 번 겪었지만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긴장된다. 왜냐하면 지금 소리를 지른 건 메담이 품은 분노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감정을 전부 표출하지 않고 억누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자신의 자루를 돌려받을 수 있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실이 나를 더욱 위축시켰다.


“....죄송합니다. 너무 낡고 지저분해 더 쓸 수 없을 것 같아서....”

내가 존댓말을 쓴 까닭은 옆에 있는 셀린 때문만이 아니었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메담이 내가 알고 있던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하녀에게 선뜻 친구가 되자고 말할 정도로 착해빠진 기사가 아니었다. 그가 이렇게 사나운 표정을 지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어디다 버렸어?!”

메담이 날카롭게 묻는다. 그는 새 자루와 그 위에 내가 남긴 편지를 읽고 자신의 자루가 버려졌을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 대답을 듣는 즉시 당장 다시 주우러 갈 기세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하는 데에는 굉장한 용기가 필요했다.

“....버린 것이 아니라 태웠습니다....”


이 시점에서 내가 윈더민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세 명 정도로 압축이 되어있었다. 바이우스와 셀린 그리고 메담 이렇게 셋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경이로운 인물이라면 단연 메담이다. 셀린도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내게 잘해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메리와 같은 하녀고 셀린이 베푼 친절은 동등한 신분의 동료를 향한 것이었다. 굳이 우열을 가린다면 메리보다 더 기사이면서 말도 안 되는 호의를 베푼 메담에게는 아무래도 못 미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메담이 내게 특별했던 이유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긴 친구였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가 나에게 소리를 버럭 지르며 눈을 부라리고 있다는 사실이 더 아팠고 더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그 자루를 네 마음대로 태웠다고? 나에게 묻지도 않고?!”

메담의 눈동자에서 이글거리는 분노가 나를 향해 쏘아져 나온다. 정령검이 없는데도 초감각이 느껴지는 것 같다. 메담은 이제껏 억누르고 있던 분노를 터뜨렸다. 그리고 그 분노는 해일처럼 내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릴 것이다.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는다. 그가 얼마나 내게 소리를 지를지, 그 때문에 내 마음이 얼마나 아파올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이윽고 나는 눈을 떴다. 생각했던 거보다 폭풍전의 고요가 너무 길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나를 쏘아보는 메담의 성난 눈길을 발견했다. 그는 단지 노려볼 뿐이었다. 그 파도와도 같은 분노는 여전히 내 머리 위에서 아른거리고 있다. 하지만 쏟아지지는 않았다. 메담은 그 분노를 여전히 간직한 채 차갑게 등을 돌렸다. 그리고 쿵쿵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의 방 쪽으로 걸어갔다.


“괜찮아?”

셀린이 조용히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독여주었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니, 안 괜찮아.”

이 녀석이 이런 사람이었나? 이 정도까지 화를 낼 줄도 아는 사람이었나? 벨포트가 그렇게 노골적으로 시비를 걸 때마다 허허 웃으며 넘겼던 녀석인데. 하녀인 내가 소리 지르며 명령을 내렸을 때 서슴없이 걸레질을 했었는데.... 저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은 관대함은 감동스럽기까지 했고 그래서 친구가 되기로 결심했었던 건데....

내 목숨을 앗으려는 단검이 눈앞을 스쳐지나갔을 때보다, 난생 처음으로 따귀를 얻어맞은 것보다 메담의 이 극적인 변화가 더 큰 충격이었다. 셀린이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머릿속에는 같은 의문만이 메아리친다.

‘그 낡아빠진 자루가 대체 뭐 길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다. 나는 새 자루를 남겨 두었다. 똑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고 훨씬 더 깨끗한 자루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흥분하고 화를 내야 하는 건가?

메담과는 겨우 두 번 만났을 뿐이란 사실이 새삼 실감나기 시작했다. 어쩌면 내가 그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었던 건 아닐까? 그와 친구가 되기로 한 건 경솔한 행동이었나? 녀석은 친구인 나보다 자루가 더 소중한 건가?

시간이 지나고 혼란을 수습하고 나니 이번엔 내 쪽에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 끔찍한 일을 당하며 쌓였던 울분까지 모두 메담을 향한 원망으로 화한다.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 메담도 마냥 착하기만 한 녀석은 아니었다. 결국 그도 귀족이었고 하녀 메리를 아랫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메담 경의 눈 밖에 났다고 해도 큰 불이익은 없을 거야. 메담 경은 어차피 출세하기 힘든 사람이잖아.”

때마침 셀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노한 목소리로 격하게 맞장구쳤다.

“그러게. 실력도 형편없는 주제에!”

사실 셀린은 단지 내 걱정을 덜어주려 저런 말을 했을 뿐 메담에게 큰 유감은 없는 듯 했다. 하지만 계속 의기소침해 있던 나에게서 간만에 힘찬 목소리가 나오자 뒷담화를 이어나갔다.

“어차피 성적도 기사들 중에 최하위잖아.”

메담이 기사들 중에 꼴찌라고? 실력이 형편없다는 건 대강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 정도였어? 잠깐. 꼴찌라면 설마....?

문득 메담을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난다. 그 때 벨포트는 나에게 다리를 걷어차인 메담을 비난하면서 ‘꼬맹이게도 졌다,’고 했었다. 별 생각 없이 들었던 말이었는데, 이제 그 꼬맹이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알게 된 이상 그 말이 무슨 소리였는지 대강 짐작이 되었다.

“혹시 발리언트 경한테도 밀린다는 소리야?”

“발리언트 경이 정식 기사로 임명된 건 바로 오늘이야, 메리. 아직 기사로서 평가를 받은 적이 없어.”

그러면 그렇지. 이제 성년에 가까운 체구의 메담이 저 짧은 팔다리를 지닌 람켄에게 진다는 건 말도 안 되지. 벨포트의 그 말은 아마 기사로서의 몸가짐이나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었나 보다. 이 때 셀린은 한 마디 덧붙였다.

“하지만 검술에서는 판가름이 난 것 같아. 얼마 전의 결투에서 발리언트 경이 이겼잖아.”

“뭐라고?”

나는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설마 했던 예상이 사실이었을 줄이야....

“....너는 몰랐던 모양이구나? 하긴 메담 경이 그 일을 자기 입으로 말할 순 없었겠지. 원래대로라면 발리언트 경은 나이 때문에 기사가 될 수 없어. 그런데도 정식기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메담 경과의 결투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래. 현역 기사에게도 이길 정도라면 더 이상 견습으로 남아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 게다가 라울 백작님을 구한 공로도 있었고....”

메담이 얼마나 형편없는 기사인지를 듣고 나니 나는 녀석에 대해 한층 더 정이 떨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열 세 살짜리에게 지다니, 어떻게 저렇게 한심할 수가 있을까.


나는 갖은 말로 위로하는 셀린과 헤어진 후에 메담의 방으로 향했다. 오늘 나는 천하의 휘렌델 답지 않게 잔뜩 위축되어 있었다. 분노하는 자들이란 폭도들 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겼고 늙은 하녀는 너무 무서웠고 휘어 잡힌 머리채와 얻어맞은 뺨은 너무 아팠다. 그 정점은 바로 메담이 내게 윽박지를 때였다. 이제 그 반동으로 내 감정은 폭발해버렸다.

지금의 나는 하녀의 옷을 입고 있지만 정체를 숨기기 위해 참고 조심하는 메리가 더 이상 아니었다. 당했으면 그 이상으로 갚아주어야 하는 원래의 휘렌델에 더 가까운 상태였다. 하지만 메담을 응징하는데 굳이 왕의 지위를 이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메리로서 당한 일 때문에 휘렌델 왕이 나서는 건 옳지 않으며, 그렇게 해서는 제대로 분이 풀리지도 않을 것 같다. 하녀 메리로서도 충분히 복수해 줄 수 있다. 녀석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그 약점이란 바로 그가 성내의 규율을 어기는 범법자라는 사실이다.

나는 메담의 방 앞 복도에 숨어서 녀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문득 침묵 속에 문이 살며시 열리고 메담이 방에서 나왔다. 나는 한층 더 깊숙이 몸을 숨겼다. 다행히 메담은 나를 눈치 채지 못했다. 녀석도 잠행을 하다 보니 온 신경을 자신의 진행방향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는 살금살금 걸어 주방으로 향했다. 숱한 경험으로 익숙해진 듯 녀석의 동작은 정확하고도 재빨랐다. 녀석은 이따금씩 거울로 복도를 비춰보며 동선을 정했는데 신기하게도 뒤 따르는 나까지 어느 누구와도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이윽고 인적이 없는 방에 숨어들어간 메담은 완성되어 쌓여있는 음식을 내가 준 새 자루에 채워나갔다.

나는 자루가 반쯤 채워진 곳을 보고 먼저 그곳을 떠나 비밀통로 쪽으로 이동했다. 비밀통로에서는 아무리 내가 조심해도 미행하는 것을 메담에게 들킬 수밖에 없다. 그러니 먼저 내가 먼저 비밀통로를 통과해야 했다. 역시 나는 화가 날수록 더 두뇌회전이 빨라지는 타입이다.


나의 목표는 메담의 범행을 포착하는 것이었다. 녀석은 매일밤 음식을 훔쳐 성 밖의 누군가에게 팔고 있다. 지난번에 마을로 떠난 나를 바로 뒤따라온 걸 보면 그들이 접선하는 장소는 비밀통로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것 같았다. 그들이 접선하는 장소와 시각을 알아내어 내일 경비병에게 알린다. 하녀 메리로서 녀석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비밀통로를 거쳐 밖으로 나왔다. 어제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성 밖의 공기를 마신다. 하지만 무한한 해방감을 느꼈던 어제와는 기분이 사뭇 다르다. 솔직히 내 마음은 편치 않다. 복수를 하려는 순간인데 통쾌하지 않고 서글프기만 했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희미하게 깜빡이는 별들이 애처롭게 떠 있다. 그리고 바위문이 스르르 열리고 메담이 나타났다. 나는 얼른 거리를 두고 그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멀리 녀석의 표정이 보이자 기분이 더 착잡해지기 시작한다.

녀석은 더 이상 화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별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우울하고 속상해 보였다. 메담에게 단호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려는 나의 계획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니 메담은 내게 모든 감정을 폭발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니 법대로 처리하는 것보다는 그냥 녀석의 약점을 잡고 위협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는 것이 공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토마스 미안!!”

메담이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랐다. 복수를 어느 선까지 해야 할지 고민하던 것을 멈추고 숨죽여 상황을 살피는데 집중했다. 메담에게서 음식을 사가는 브로커가 바로 저 쪽에서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메담의 말대로라면 이름은 토마스.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네가 준 선물.... 잃어 버렸어.”

그리고 나는 메담의 공범이 토마스 한 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팔과 다리의 수를 대강 세어보니 어림잡아도 예닐곱 명은 되는 것 같았다.

“잃어버렸다고? 나빴다, 메담. 그 자루는 우리 아버지의 유품이라고 했잖아. 우릴 잊지 말라고 특별히 준 거였는데....”

“알아. 정말 미안해....”

갑자기 가슴 속에서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메담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공범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다물었다. 이제 나는 그가 그렇게까지 공범을 지키려 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토마스라는 녀석은 목소리를 들어보니 람켄 정도 나이가 되었을 법한 어린아이였다.

메담 이 거짓말쟁이 자식.... 팔려고 음식을 훔친다며? 그런데 누구도 음식을 받아가면서 메담에게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들이 돈을 지불한다는 것부터 어불성설이었다. 메담의 공범들은 그 자루만큼이나 남루한 누더기를 입은 거지들이었던 것이다. 왠지 메담이 다른 무엇도 아닌 음식을 훔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토마스! 그만해. 메담은 성에서 왕자님 공주님하고 사는데도 매일 우리를 보러 오잖아. 메담이 우릴 잊을 리 없어. 자루 따위 없어도 지금도 여기 이렇게 나와 있는걸.”

지금 이 목소리는 대충 나나 메담과 나이가 비슷한 소년인 것 같다. 메담은 무겁게 고개를 젓는다.

“아니야. 내가 토마스에게 잘못한 거야. 다음에 제대로 사과할게. 토마스. 오늘은 빨리 들어가야 할 것 같아.”

“바쁘구나. 메담은....”

키도 나이도 제각각인 거지 소년들은 각자의 그릇이나 주머니에 메담에게 받은 음식을 나눠 담은 후에 아쉬운 표정으로 손 흔들어 메담에게 작별하고는 어두운 숲속으로 사라졌다.


“너한테도 미안해. 메리.”

순간 메담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넌지시 사과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메담에게 물었다.

“알고 있었어?”

“방금 전에....”

메담이 거지 소년들을 황급히 보낸 이유는 아마도 내가 있는 것을 눈치 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메담이 그만큼 그 소년들의 신변을 필사적으로 지키려 한다는 걸 깨닫고 그를 안심시켜 주었다.

“걱정 마. 난 쟤들 얼굴 못 봤어. 그리고 봤다고 해도 신고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을 거야.”

메담은 나를 향해 힘없이 웃었다. 왠지 그 미소가 너무 서글퍼 보인다.

“너에게 화를 내선 안됐었는데.... 갑자기 네가 나한테 존댓말을 하는 걸 보니 너무 미안해졌어.”

“아냐. 내가 더 미안해.”

그가 나에게 왜 화를 냈는지 알게 된 이상 나는 더 이상 메담을 미워할 수가 없었다. 그는 나보다 자루가 더 소중한 게 아니었다. 저울의 반대편에는 또 다른 친구가 있었던 것이다. 친구? 기사인 메담과 거지소년들이 친구라.... 갑자기 떠오른 이 생각은 결코 무리가 아니었다. 그 거지소년들과 함께 있는 메담의 모습은 조금도 어색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메리. 넌 성에 온지 얼마 안 돼서 몰랐을 거야. 사실 나는 귀족이 아니야.”

나는 원래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한다. 그래서 이 말을 들은 후에야 깨달았다. 지금까지 내가 ‘스피어’라는 가문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진실을 알게 되자 메담에게 얽힌 수수께끼가 한꺼번에 모두 풀려 나간다. 기사이면서 종자를 두지 않는 이유는 종자를 붙여줄 집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녀인 나를 계속해서 배려하고 동등하게 대해준 이유. 동시에 셀린이 내게 메담을 모시는 기분이 어떤지 물었던 이유. 모두 메담이 귀족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 나는 뒷골목에 혼자 남겨졌어. 함께 뛰고 먹고 잠자던 아까 그 녀석들이 내 가족이었지. 그러다가 내 인생은 6년 전 그날 확 바뀌어버렸어. 어느 날 나는 길에서 반짝거리는 메달 같은 걸 주웠어. 그 때는 그게 응모권이라는 것도 몰랐지.”

“그러면 너는 추첨제에 뽑혀서 귀족이 된 거야?”

메담은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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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발리언트 : 성으로 출퇴근하는 라울 백작을 분노하는 자들의 습격으로부터 지켰다는 기사 견습생이 바로 나인데.... 정신을 잃어서 생색도 못 내고 지나갔네ㅠㅠ

셀린 : 제 대사를 눈 씻고 살펴보시면 살짝 언급하긴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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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99 운동좀하자
    작성일
    15.05.19 11:27
    No. 1

    오! 흥미진진하군요. ^^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5.05.19 23:21
    No. 2

    사실 병원에 간 건 제가 아파서 간 게 아니었어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운동좀하자
    작성일
    15.05.19 11:30
    No. 3

    그래서 검술이 애한테 질 정도로 형편없었구나. 불쌍한 녀석. ㅠ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5.05.19 23:22
    No. 4

    그렇죠. 사실 상 메담이 기사로서 훈련을 받은 건 6년 밖에 되지 않으니....
    응? 그러면 람켄이랑 별 차이가 없네요....? -0-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르와인
    작성일
    15.08.21 16:22
    No. 5

    13살부터 19살까지 6년이면 검술이 형편없는 것에 대한 이유가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로 치면 중1때 운동시작한 스포츠 선수라는 건데.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노력과 재능이 부족했던 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5.08.22 20:28
    No. 6

    맞습니다. 메담은 그냥 약한 겁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라라.
    작성일
    15.10.24 23:40
    No. 7

    게다가 이유가 뭐건 도둑질.
    자기사 감당 할수 없다고 도둑질이라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4 어스름달
    작성일
    15.10.25 00:52
    No. 8

    메담의 컨셉은 의리입니다.
    대의를 따르기보다 자신의 주변 인물을 우선으로 생각하죠.
    그의 가치관에 따른 선택을 한 것이고
    그에 대한 해석은 자유겠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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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녀의 외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7 메담의 직감 +4 15.06.05 2,240 64 11쪽
56 선발전 등록 +4 15.06.03 2,193 58 9쪽
55 변신검 +4 15.06.02 2,306 56 12쪽
54 유사이래 최초 +4 15.06.01 2,413 50 13쪽
53 수호기사 선발 +10 15.05.30 2,352 61 12쪽
52 폭군의 진실 +6 15.05.28 2,338 63 7쪽
51 휘렌델의 결론 +4 15.05.27 2,244 61 13쪽
50 귀족들의 자부심 +14 15.05.26 2,380 69 8쪽
49 성을 떠난 마법사 +6 15.05.25 2,527 67 11쪽
48 따귀 백만 대 +8 15.05.22 2,362 70 10쪽
47 [쉬어가는 이야기] 강철거인의 후예 +6 15.05.21 2,726 39 19쪽
46 꿈을 살고있는 자 +4 15.05.20 2,492 67 12쪽
» 메담의 공범 +8 15.05.19 2,202 60 16쪽
44 그에게 없는 것 +2 15.05.17 2,378 64 10쪽
43 어린 기사 +6 15.05.15 2,500 59 11쪽
42 [쉬어가는 이야기] 리더쉽에 관하여 +4 15.05.07 2,648 41 10쪽
41 따뜻한 소녀 +6 15.05.02 2,662 71 12쪽
40 고통 +6 15.05.01 2,681 77 9쪽
39 공명 +4 15.04.29 2,691 83 11쪽
38 분노하는 자들 +4 15.04.28 2,511 69 12쪽
37 여왕의 외출 +6 15.04.25 2,951 77 10쪽
36 바이우스의 노트 +6 15.04.24 2,893 81 11쪽
35 명군의 길 +10 15.04.23 2,941 93 8쪽
34 친구 +6 15.04.21 2,982 85 9쪽
33 스텝 사이드 킥 +6 15.04.20 2,779 86 11쪽
32 위험한 도시 +14 15.04.18 3,212 92 14쪽
31 최악의 하루 +8 15.04.17 3,084 110 12쪽
30 실연의 분노 +2 15.04.15 2,854 78 9쪽
29 기사도 +2 15.04.14 2,789 80 8쪽
28 우연 +2 15.04.13 3,042 8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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