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2화 - 성정수와 이우현(1)
스멜 오브 데블을 연재합니다. 현대 판타지물입니다. 재미있게 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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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화 - 성정수와 이우현(1)
해질 무렵, 아카시아향이 코를 찌르는 3번 국도를 따라 곤지암 고개를 넘어 성정수는 자신의 코란도 지프를 빠르게 몰았다. 고대병원 영안실은 이천 가는 길목의 대로변에 위치해 있었다. 플라타너스 우거진 가로수 아래 대로변에 성정수는 차를 세우고 영안실로 향했다.
"양사장님 빈소는 어디죠?“
“이층입니다.”
안내원은 대단히 친절하게 허리를 숙여가며 말했다. 그는 문상을 하지는 안았고, 문상객 중에 누군가 사람을 찾고 있었다.
“여기요! 성수사관!”
누군가 성정수를 알아보고는 손사래를 쳤다. 정수는 멀찌감치에서 고개를 숙여 그에게 인사를 했다.
“검사님! 말씀하신 자료 카피해왔습니다.”
“수고했어요. 그리고 오늘 밤 나하고 같이 가야 될 것 같아서 불렀어요. 대테러센터의 업무가 빡세네요? 하루만에 보고서 작성 명령이 떨어졌어요. 대테러센터 업무 수행을 위해 지난주에 일어난 가스폭발 사건 세 곳을 함께 둘러보고 내일까지 보고서를 써야됩니다.”
“알겠습니다. 검사님!”
“오늘 밤 시간 괜찮지요?”
“물론입니다.”
“자 저녁 식사 못했을텐데, 앉아서 요기 좀 해요.”
“아닙니다. 저는 그냥”
“어허! 앉으세요! 여기 일인분 추가할께요!”
장례 도우미는 성정수가 자리에 앉자마자 공기밥과 버얼건 육개장을 일회용 종이그릇에 퍼왔다. 성수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영안실에서 먹느니 밖으로 나가서 아무거나 사먹으려 했지만 주위사람들이 말리는 바람에 그냥 주저앉았다. 검사는 앞에 앉은 친구에게 호통치듯 말했다
“양희서씨! 희서형! 그렇게 바빠? 이렇게 큰일 있을 때만 전화를 하고 말이야. 형! 그러는 거 아냐!”
“그래 미안하게 됐네. 이 검사.....그런데....”
양희서라는 치가 검사에게 성정수를 가리키며 소개하라는 눈짓을 했다.
“아! 희서형! 이쪽은 우리팀 수사관이셔. 성정수 경정.”
“아직 젊으신데 경사 아냐 ”
“젊으니까. 경정이지, 경사가 더 위야.”
“그래? 아무튼 반갑습니다. 나 양희서요.”
“예. 저는 성정수 수사관입니다.”
“나는 우현이 친형이나 다름 없는 사람이요. 우리 이우현 검사님 잘 부탁합니다. 덩치만 산만하지 아직 순진해서 세상 물정 잘 모르거든요.”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에이! 모시긴!”
이우현 검사가 성정수의 등을 툭 쳤다.
“우흡!”
성정수는 하마터면 국물을 흘릴 뻔 했다. 그는 당황해서 그 뜨거운 육개장에 밥을 말아 훌훌 마셔버렸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저는 밖에 좀 나가있겠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병원 밖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었습니다. 그럼 검사님! 일보시고 나오시지요. 불편하시면 병원 뒷문 쪽 입구에 차를 댈까요?"
"이봐요. 성수사관. 난 으스대는 사람이 아니오. 그냥 여기 앉아 있어요. 다 내 친구들이야." "그래요 수사관님. 여기서 차도 마시고 과일도 드시면서 쉬고 계세요!“
양희서가 성정수를 집요하게 말렸고 심지어는 팔을 잡아끌며 도로 자리에 주저앉혔다.
잠시 후 일단의 사람들이 문상을 마치고 식당 방으로 들어왔다.
“여기야. 여기!”
“희서 오빠. 얼마나 놀랐어. 돌아가신 분이 큰 아버지시지?”
“으응, 지병이 있으셨는데, 별안간 그렇게 되셨네.....”
“자손이 없다면서?”
“양회장님은 원래는 아버지 의형제인데 내가 양자나 다름없지 뭐.....”
“상속받으면 재산이 엄청 늘겠어? 호호호”
“유언장을 봐야 알지 뭐.....“
검은색 정장 차림의 남녀가 자리에 앉다가 한 여자가 소리를 쳤다
“어? 정수 선배?”
“세영아?”
“둘이 아는 사이야?”
우현이 세영에게 다가앉으며 물었다.
“네! 우현오빠 돕는다는 그 경찰관이 바로 성정수 선배였어? 이런 우연이 있나?”
성정수는 세영의 대학 선배였고 세영과 우현 그리고 양희서는 소위 십인회라는 모임의 멤버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중견기업 말하자면 준재벌의 자식들이었다.
그 십인회의 마지막 멤버인 황미연이 나타나자 그들은 초상집이 아니라 연예인들의 시상식장이나 파티장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고가의 명품 옷들이며 수천 만원짜리 핸드백을 서로 경쟁적으로 자랑하려는 듯했다.
그러나 소위<여자들의 로망>으로 불리는 에르메스의 신상 버킨백을 황미연이 악어가죽 제품으로 보여주자, 경쟁은 일단락 났다
“보기만 해라! 만지지 말고!”
디자이너이기도 한 강인숙이 입을 비쭉거리며 황미연에게 물었다.
“언니 그거 한정판 아냐?”
“물론. 이미 다 팔렸어.”
“어떻게 구했어?”
“내가 수입하려고 하나 달라고 했지.”
“그래? 미연 언니! 에르메스 신상 제뉴인 크라크다일이 벌써 솔드아웃이야? 나 하나 구해주면 안돼?”
“한 두 개는 될 거야. 오늘 계좌로 육만불 쏴줘.”
“오케이!”
“언니! 나두 나두!”
“나도 부탁해!”
황미연은 시장 장사아치처럼 농담을 하며 손가락 두 개를 펴보였다.
“두 사람 선착순!”
“잠깐! 세영이꺼 하나 추가해봐! 내가 이따 육만 불 보낸다!”
“우현아! 이거는 내꺼가 아니야. 일본에서 재고를 확인해 봐야돼!”
“시끄럽구! 미연 누나가 세영이꺼 먼저 해줘. 인숙이꺼 뺴든가.....”
그 말을 들은 강인숙이라는 여자가 발끈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여기 있다! 임마!”
“치 검사면 뭐 다야?”
“뭐?”
우현이 강인숙에게 세게 나오자, 양희서가 인숙을 데리고 옆으로 앉았고 세영은 미안한 표정으로 인숙을 쳐다보았다.
“황미연 누님! 그럼 믿고 난 간다.”
그 모든 걸 바라보던 정수는 머리가 빙빙 돌았다. 얼핏 들어도 육만불이면 칠천 만원이 넘는 고액인데, 그 비싼 핸드백을 서로 먼저 사려고 싸운다는 게 그는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리고 는 세영을 보았는데 그녀만이 다소 겸연쩍어하는 표정이었다.
“검사님 그럼, 차 대기시킬까요?"
"그럽시다."
우현과 정수가 영안실로 나오자 양희서가 따라나왔고, 검푸른 양복을 입은 날렵한 남자가 영안실 현관에 희서를 수행하듯 같이 움직였다. 희서는 이우현에게 그를 소개하며 귀엣말을 했다.
"당신이 바로 장희재씨입니까?"
"그렇습니다. 영감님!"
"아아! 언제 쩍 말을? 후후 나는 아직 신입 검사요."
이우현이 영감님 소리를 들은 후에 다소 우쭐한 표정으로 옷매무시를 고쳤다. 말하자면 허세를 떠는 것이었다.
“희재씨 좌우간 우리 희서형 잘 도와주시오. 내가 시간 내서 한번 놀러갈께요.”
“예! 알겠습니다!“
장희재는 매우 절도 있고 포스가 느껴지는 자세로 우현에게 인사를 했다. 옆에서 장희재를 바라보던 성정수가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그냥 영안실을 떠나고 말았다. 우현이 정수가 구지 뒷자리에 타라고 떠밀었지만, 우현은 운전하는 정수 옆자리에 앉았다.
"성수사관 미안하게 됐어요. 안갈 수가 없는 자리라서 허허허“
“아닙니다. 검사님!”
“일단 소방서 검사관하고 열시에 종로에서 만나기로 했으니까 종로 화재현장으로 갑시다.”
“예! 출발하겠습니다.”
소방서 검사관은 미리 와서 현장을 다 살펴본 뒤였다. 나이가 지긋한 소방관이 우현을 보고는 거수경례를 했다.
우현은 목례를 했다가 소방관이 계속 거수경례 자세를 취하고 있어서 그도 다시 자세를 곧추 세우더니 거수경례를 같이했다. 성정수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지만 꾹 참았다.
“저는 종로구 소방서에서 나왔습니다. 상부의 긴급 협조문 받고 제가 이미 현장 조사를 끝냈습니다.”
“수고가 많으세요. 대테러센터의 이우현 검사요. 그리고 이쪽은 성정수 수사관.”
“처음 뵙겠습니다.”
“예, 그럼 이쪽으로 오시죠.”
세 사람은 관운빌딩 별채의 가건물 앞에 섰다.
“검사님! 발화지점은 바로 여기입니다. 화재 전에는 SB 상사 샘플실이었지만 어제 전소되어 철거했습니다.”
“화재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왜 철거했지요?”
“보존할 게 재 밖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오십 개 정도의 페인트통이 엘피지 통에 옆에서 연쇄폭발을 했는데 바로 옆의 전망용 엘리베이터 타워가 멀쩡하다는 것입니다.”말“그게 무슨 소리에요?”
“폭발력을 보았을 때 이 정도 거리면 불이 옮겨 붙거나 폭발로 인해 파괴되었어야하는데 거짓말처럼 멀쩡한 것이죠. 마치 거대한 벽이 있어서 불길과 폭발을 막아준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요?”
“하지만 조사관님. 그건 결과적으로 잘 된 일이네요?
정수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특이사항은 없나요?
“예, 있습니다. 최근에 일련의 가스폭발사건 다섯 건 중 세곳에 이 사람이 모두 그 장소에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게 누구에요?”
“김성준이라고 이 회사 직원인데 어제 병원에서 퇴원했습니다.”
“예? 김성준이요?”
이우현과 성정수가 동시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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