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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톰브링어 님의 서재입니다.

스멜 오브 데블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스톰브링어
작품등록일 :
2016.05.15 11:44
최근연재일 :
2019.10.02 15:18
연재수 :
181 회
조회수 :
401,320
추천수 :
2,723
글자수 :
987,148

작성
16.05.23 23:41
조회
4,079
추천
31
글자
10쪽

제 10화 - 김성준 계약하다 (3)

스멜 오브 데블을 연재합니다. 현대 판타지물입니다. 재미있게 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제 10화 - 김성준 계약하다 (3)



성준은 자신도 모르게 의자에서 일어섰다. 대형 티비에서는 열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그 뒤쪽에서 퀴퀴한 내음이 다소 났다. 성준에게 오랫동안 비닐로 막아놓은 창문 쪽에서 이상한 기운이 감지되었다.


“성준아. 앉아서 봐! 너 왜 그래?”

“성준씨 왜 저런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증말! 이래서 다큐동호외엔 멤버 심사규정을 넣어야한다니까!”


고체리도 짜증을 냈다.


“에이 참! 다큐 좀 봅시다!”


그러나 성준은 티비를 가로막으며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뜻모를 말을 했다.


“대부분 보통 인간들은 모르지. 흑구렁이 같은 경우는 주위에 가면 이런 냄새가 나요!”


성준의 목소리가 예전의 그의 목소리와는 사뭇 달랐다.


“바로 이런 누린내! 이 고약한 냄새!”


성준이 별안간 검은 비닐장막을 확 걷어냈다. 몇 년간 쌓였던 먼지가 좁은 방안에 화산재처럼 일어났다.


“아유! 먼지! 증말!”

“뭐야! 이거?”

“아니 왜 그래?”

“성준아!”


디자이너들과 이재엽의 짜증은 일순간 대 경악으로 바뀌었다.


“끼야아아악! 엄마야!”


재엽과 세 여자가 일제히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 위로 올라갔다. 성준이 들쳐낸 비닐 장막안에서 이미터 정도의 먹구렁이가 방바닥으로 떨어져 내려왔기 때문이었다.


“으아악!”


재엽이 가장 호들갑을 떨었다.


“남자가 뭐이래?”

“야! 고체리! 난 뱀이 제일 무섭단 말야. 성준아 너 저,저거 잡을 수 있어?”


성준은 재빠르다 못해 번개처럼 두발로 구렁이의 목 부분을 밟았다. 그런데 대가리 쪽이 밟힌 구렁이가 나머지 몸뚱아리로 성준의 다리를 휘감기 시작했다. 그러나 강력하게 성준을 감지는 못했다. 성준이 구렁이 대가리까지 아예 밟아버렸기 때문이었다. 성준은 대단히 능숙하게 구렁이 대가리를 잡고 대형 비닐 쇼핑백에 잽싸게 집어넣어버렸다. 그리고 나서도 그 비닐을 한동안 발로 밟았다. 생각보다 뱀은 쉽게 죽어버렸다. 그리고 성준이 기괴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와 짱이다! 성준씨! 우리 새명의 은인이야!”

“뭐 생명의 은인까지야....”

“저 남자 땅꾼 출신인가?”


그때 재엽이 비로소 의자에서 내려왔다. 그리고는 성준의 어깨를 툭툭쳤다.


“수고했다. 내가 그 동안 오제이티에서 가르친 보람이 있구만! 그리고 이걸로 거래가 되겠어!”

“뭔 소리냐?”

“야! 이거 가지고 가서 사장님한테 컴플레인하자!”


재엽이 죽은 구렁이를 가지고가서 사장에게 맥주 열병과 돼지껍데기 삼인분을 얻어왔다. 하지만 식당 알바 아주머니들이 집지키는 구렁이는 집을 지키는 수호신으로서 영물인데 함부로 죽이면 안되는 거였다고 했다.

사람들은 성준이 너무나도 쉽게 구렁이를 잡은 것에 놀라기는 했지만 그를 걱정하는 눈치였다. 영물을 죽였으니 재수가 없을 거라고도 했다. 재엽은 여자들이 먼저 집으로 가려는 것을 막고 다시 다큐를 보자고 했고, 공짜 맥주와 안주가 동호회의 다큐관람을 지켜주었다.

다큐비디오는 어느 아프리카에 있는 공화국의 독재자에 관한 내용이었다. 한 장군이 대열을 사열하는 모습, 지프차가 나아감에 따라 받들어 총의 자세의 이어짐이 연속되며 다시 차려 자세로 돌아오는 일사분란함에 성준은 몸에 소름이 돋았다.


“독재자의 이미지에서 미스박의 모습이 좀 보이지 않아? ”

“흥! 성준씨! 나를 어디다가 갖다대? 정말? 사과해요!”

“미안해요.”


미스 리가 코웃음을 쳤다. 화면의 군인들은 전체적인 도열로 접어들어 이번에는 개미 같은 모습들이 장군의 앞에서 다시 기계적인 인형들 같았다. 그 군인들이 수십 대의 트럭을 타고 이동하며 연도에 늘어선 주민들에게 마구 총을 난사했다. 순식간에 시가지에는 수백 명의 시체가 쓰러져 길바닥이 온통 피투성이가 되었다.


“저거! 저거! 저게 실제야! 리얼다큐!”

“저거 어떻게 찍었냐? 촬영하다가 총맞고 죽을 수도 있었잖아?”

“야! 처참하다!”


성준은 스크린이 붉게 물든 순간 심장이 빨리 뛰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충동으로 양손에 땀이 쥐었다. 입안이 바싹 마르면서 미스 박의 물 컵을 벌컥벌컥 마셨다.


“미스터 김! 그거 내물이야!”

“왜 이래? 정말! 아유! 간접키스 하려구?”

“호호호호호호”


고체리가 그에게 다른 컵을 쥐어 주며 웃는다. 이재엽이 그의 어깨를 치며 웃는다. 미스 리가 손가락질을 하며 웃는다. 어찌된 노릇인지 그들이 모두 슬로우 비디오의 동작으로 보이면서 김성준은 가슴이 점차 가라앉는다. 따라 웃으려는데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다. 그는 가슴이 답답해지며 힘이 없어진다. 그가 창문을 열어젖히자 식당건물 일대에 매케한 내음이 진동을 한다.

파란 타이탄 트럭이 선다. 앞뒤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날렵하다. 그들은 회사 샘플실 직원들인이다. 성준은 입술을 억지로 벌려 중얼거린다. ‘이상하다. 비디오 화면과 오버랩이 되면 안되는데.....’

그때 기나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선 그래스를 낀 여자가 종로통에서 조깅을 하는 것이 아닌가. 바닷가나 한강변에서처럼 그녀의 조깅은 한가해 보인다. 우아한 자태와 함께 그녀의 러닝은 슬로우 비디오처럼 보이며 늘 그렇듯 강한 향수내음이 뿜어져나온다. 그리고 큐씨 기사와 샘플실 직원들이 샘플실로 뛰어들어가는 게 성준의 눈에 들어온다.


“잠깐! 안돼!”


성준은 자신도 모르게 비디오방의 창문을 타넘고 회사 샘플실로 뛰어간다.


“펑! 콰광! 콰과광!”


샘플실에서 먼저 일차폭발이 일어나고 뒤이어 샘플실뒤의 엘피지통이 터진다. 불길이 폭발음에 연이어 치솟고 가건물인 샘플실의 석고보드와 철제 창문틀이 허공중에 날아다니면서 불과 바람과 파편들이 뒤섞인다.

첫 폭발이 일어난 일층 샘플실에서는 이번에 구조조정된 제작담당 직원이 혼절한 채 두둥실 떠서 건물 밖으로 튕겨나온다. 그리고 샘플실 바로 앞에 주차돼 있던 십여 대의 승용차의 뒷부분에 일제히 불이 붙는다. 샘플실에 있던 수십 통의 페인트로 불이 옮겨 붙어 작은 폭발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폭죽놀이가 되어버린다.


연쇄폭발로 인해 성준은 다시 가슴이 답답해 온다. 그가 무조건 달려나와 샘플실로 향하는 순간 앞이 까맣다. 샘플실에서 피흘리는 사람들과 조금 전 실제로 사살된 아프리카 군인들의 피투성이 시체들이 오버랩핑되면서 그의 동공이 묘하게 변해간다.


“아아아아!”


천정이 하얗다. 병원인줄 알았지만 병원이라고 생각하기 싫은 자신의 억지고집이 우습다. 대충 어떻게 되었다는 추측은 가지만 물어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환자 깨어났어요!


간호사가 그에게 다가와 빠른 말투로 묻는다.


“김성준씨 맞으시죠? 이거 몇 개에요?”


그녀는 검지와 장지 손가락 두 개를 피며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성준은 그녀에게 대답 대신 가운데 손가락 하나를 펴 보였다. 그러자 간호사가 웃었다.


“말할 수 없어요? 목소리가 안 나와요?”

“나와요.”

“바이탈 정상입니다!”


성준은 자신을 돌보면서 시종 웃고 있는 간호사의 얼굴이 퍽 예뻐 보였다. 링거액을 교환하면서 성준에게 몇 번 가볍게 부딪치는 그녀의 몸이 대단히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간호사는 문 옆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다. 엉덩이선에서 등으로 이어진 간호복의 하이얀 곡선을 보고 성준은 야릇한 감정이 일었다. 그는 이번 폭발사건을 떠올리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흐흐흐흐흐흐”


그가 바보처럼 웃고 있을 때 간호사가 누군가에게 목례를 했고 금테가 날카로워보이는 안경의 젊은 남자의사가 방으로 들어왔다.


“김성준씨?”

“예.”

“분명히 폭발현장에 계셨지요?“

“예.”

“평소에 화상을 잘 입지 않는 편인가요?”

“잘 모르겠어요.”

“예전에도 불에 데었거나 뜨거운 물에 닿은 경우, 이렇게 빨리 낫기도 하는 뭐 이런 증상이 있었나요?”

“예? 아뇨. 모르겠어요. 선생님! 왜 그러시죠? 제가 어디가 안 좋은가요?”

“아주 좋아요. 그래서 그러니까......화상이 분명히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다 좋아졌습니다.”

“왜 그러면 안되나요?”

“아뇨, 으음, 뭐 별일은 아닌데, 아무튼 너무 염려마세요.”

“고맙습니다”

“다른 증상은요?

“없어요.”

“간호사 선생! 이분 혈압은?”

“정상이에요”

“으음.....”


의사는 손바닥으로 자기 볼을 문지르며 할 말이 없지만 치료비를 받기 위해선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는 돈밖에 모르는 모습으로 성준에게는 보였다.


“이것 참! 의학계에 보고해야할 판이로군!”

“그래도 찰과상은 여기저기 많이 있어요.”

“화상이 없어진다는 게 말이돼? 어제 확실히 화상 확인한 거지?”

“그럼요.”

“잘 못본 거로 해두자구! 일단 예의주시하는 게 좋겠어!”

“예.”


젊은 의사는 한참이나 간호사와 이야기를 나누다 가버렸다. 성준이 몸을 일으키려하자 간호사가 부드러운 손으로 그의 어깨를 밀어주었다. 그는 매우 익숙한 샴푸 냄새를 맡았다. 익숙한 그 누구의 것인데 생각이 나질 않았다. 세영이 같다고 여기려는데 문이 열리며 윤팀장과 이재엽 그리고 고체리가 병실로 들이닥쳤다.


“야! 김성준! 너 안죽고 살았어? 기적이다! 정말 기적이야!”

“어떻게 그 폭발 속에서 이렇게 살아날 수가 있지요?

"샘플실의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죽지는 않았지만 화상환자가 열명이야. 모두들 화상이 심해!"

"불행 중 다행이네요.”


성준은 그들의 영문 모를 위안을 받으며 한껏 웃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 웃음이 멈추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하하하하, 흐흐흐흐흐흐흐흐. 이히히히. 흐흐흐”


그가 십분 정도를 쉬지 않고 웃어대자, 마침내 간호사와 의사가 왔고, 그들은 다시 성준의 바이탈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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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제 5화 - SB상사 입사 (1) +10 16.05.19 5,667 4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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