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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톰브링어 님의 서재입니다.

스멜 오브 데블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스톰브링어
작품등록일 :
2016.05.15 11:44
최근연재일 :
2019.10.02 15:18
연재수 :
181 회
조회수 :
401,318
추천수 :
2,723
글자수 :
987,148

작성
16.05.24 11:04
조회
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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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
12쪽

제 11화 - 김성준 계약하다 (4)

스멜 오브 데블을 연재합니다. 현대 판타지물입니다. 재미있게 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DUMMY

제 11화 - 김성준 계약하다 (4)



결국 병원의 정밀검사를 받고 아무런 이상 없다는 소견으로 나온 성준은 마치 감옥에서 풀려난 기분이었다. 회사에서도 한동안 구설수에 올라 윤비서와 재엽이 이외에는 다른 직원들과 대화도 하지 못했다.

점심식사도 으레 이재엽과 먹게 되었다.


“성준아, 너 별명 바뀌었어.”

“뭘로?”

“자! 기대하시라! 김성준의 별명이 부비부비에서 무엇으로 바뀌었을까?”

“뭐냐니까?”

“불사조로 바뀌었다! 우헤헤헤헤 불사조가 뭐야! 하하하하”

“그거 니가 지어낸 거 아냐?”


성준은 윤팀장과 사무실 바닥에 넘어져서 부비부비한 것 때문에 생긴 별명은 이해가 갔지만 폭발사고에서 살아난 것은 기억도 나지 않았고 인정하고 싶지가 않았다.


옆자리의 미스박이 사장실 호출을 알려주며 웃었다. 그녀는 시종 성준과 비서실 미스윤과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었다. 몇 번을 말해도 소용없었기 때문에 성준은 그냥 사장실로 향했다.

구층 복도에서 정면으로 회사로고인 < S.B >글자가 금빛 찬란하게 빛나는 벽 뒤에 사장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윤비서는 언제나 한결같이 성준을 보고 웃어주었다. 처음에는 늘씬한 몸매에 수려한 얼굴이 매력적이었지만 성준은 자신에게 던져주는 그 웃음이 비소라는 걸 조금씩 알게되었다.

인터폰에 대고 그녀가 매우 빠르고 간결하게 말했다.


“사장님! 김성준 사원 왔습니다. 아! 오분 뒤에 예!”


성준이 사장실로 무심코 들어가려는데 그녀가 성준의 팔목을 뒤에서 잡아당겼다.


“김성준씨, 잠시 대기! 일단은 여기 앉으시고 오분 후에 들어가시는 걸로!”


성준은 그 <일단은>이라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윤비서님, 오늘은 이단 없어요?”

“왜 없겠어요?”

“이단. 그거 주세요.”

“이단은 내 미소. 히힛!”

“그럼 삼단은요?”


그때 눈치없이 이재엽이 들어왔다.


“어! 성준이 와있었쪄영?”


성준이 까불고 있을 때 사장실 문이 열렸다.


“어라? 누나? 미연이 누나 맞지?”

“오! 너 이름이 뭐였더라?”

“재엽이요! 이재엽!”

“그래 재엽이! 잘 있었어? 너 회사엔 웬일이야?”

“나 여기 직원이야. 인사팀에 들어왔지요?”

“뭐?”

“누나는 아주 들어오신 거에요? 미국지사에 가신 거 아니에요?”

“아! 그 동안 일본지사에 있었고. 이번에 본사로 왔다. 후후 넌 죽었다!”


미연이라는 여자가 비서실을 나가자 윤비서가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깍듯하게 목례를 했다. 재엽은 그녀에 대해 물었다. 윤비서는 약간 뾰루틍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에요? 내가 죽다니요?”

“황실장님 인사 안받네? 어? 아! 재엽씨 오제이티 받는 동안 인사팀, 총무팀, 재무팀을 합병해서 종합기획실이 됐구요. 저분이 그 유명한 기획실 황실장님이시구! 그러니까 이재엽씨는 이제 죽었다고 봐야지요. 저분 별명이 황마에요! 호호호”

“왜 황마에요? 이름이 황미연인데.”

“황씨 플러스 악마! 그래서 황마! 아마 일 엄청 시킬 거에요. 어머? 예! 사장님!”


미스윤은 두 남자에게 어서 사장실로 들어가라며 손사래를 쳤다.

사장은 서류뭉치를 테이블에 던져놓고는 넥타이를 조금 여유롭게 풀었다. 한쪽 벽에 태양이 작렬하는 사막의 사진 위에 <Sun Beam>이라는 글자에 조명이 비추고 있어서 그 태양빛이 더 강렬하게 보였다.


“자리에 앉게들!”

“예.”

“어때? 한달 정도 일해보니까? 할 만한가?”

“예, 할 만합니다.”


재엽이 자리에서 순간 일어났다가 도로 앉으면서 대답했다. 그러자 사장이 그에게 가만히 앉아있으라는 의미의 손짓을 하고는 성준에게 물었다


“자네는?”

“저도 좋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내 듣자하니 자네가 샘플실 가스폭발 당시에 사람들을 구하려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는데, 나는 그거 무모한 짓이었다고 보네. 회사를 위해서 헌신하라는 건, 그런 폭발에 몸을 사리지 말고 뛰어들라는 게 아니고, 돈 되는 일에 그렇게 하라는 말일세. 알았나?”

“예! 하지만 사장님 그 사람들도 사실 우리회사의 자원이고 멀리 내다보면 다 돈이기도 합니다.”

“뭐? 으음”


사장은 성준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생겼다. 그 미소는 한참 동안이나 유지되었다. 사장은 신입사원들 첫월급 때 사장과 술을 한잔하는 게 회사 전통이지만 오늘은 선약이 있다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가 회식비하라고 건네준 흰 봉투에는 상상외의 액수가 들어있었다.


“와! 백만원!” 역시 SB사장님! 용돈 수준이 끝내주시네! 히히. 너 끝나고 남아!“


퇴근 후 재엽이 디자인실의 아가씨들과 디자인실의 이영아 실장을 데리고 나오기로 했는데 그가 별안간 문상을 가야한다면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성준은 집에 갈까하다가 지긋지긋한 형의 모습과 언제나 까탈스런 형수의 얼굴이 떠오르자 자신도 모르게 회사 인근 뒷골목의 어두컴컴한 곳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가장 후미진 곳의 카페로 발걸음이 옮겨졌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종로 이가의 후미진 그끝은 종로 삼가로 통하는 시작점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그는 구석을 찾아 가장 후미진 곳으로 들어갔는데 그 뒷문이 사차선 대로인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가 카페 문에 손을 대기가 무섭게 오렌지 향이 밀려나왔다. 크리스마스트리의 수많은 윙크들을 연상케 하는 별밭이 천장에 깔린 검은 벨벳 위에서 뒹굴며 야릇하게 빤짝거렸다. 그는 오월에 크리스마스가 떠오르자 옛날 분위기에 젖어 푸근한 마음이 들었다.

카페안은 담배연기가 너울너울 구름처럼 홀 중앙에 걸려있었고, 흐느끼는 테너 섹스폰의 울음소리 같은 금속음이 <스트레인져 온 더 쇼어>를 연주하고 있었다. 순간 가슴 속에 잠겼던 고향생각 같은 아득한 울적함이 올라왔다.

자리에 앉으려고 어색한 기웃거림 중에 검은 스타킹이 성준에게 걸어왔다. 그녀의 다리가 길고 퍽 가늘었다.


“어서 와요! 혼자?”

“예.”

“앉아요. 잘 생기셨네! 호호호호호”


환영 인사의 높은 톤과 활짝 피워 보이는 그녀의 웃음은 성준을 아늑하게 해주었다. 그녀는 따발총처럼 쉴 새 없는 호호를 난사하며 혼자 온 게 잘한 거라는 손가락질 한 번으로 자리를 지정해주었다. 성준은 그녀의 안내가 없었다면 ‘이렇게 후미진 구석을 찾을 수 있었을까?’하고 뇌까리며 자리에 앉았다.

안고보니 창가자리였다. 선팅된 짙푸른 색유리의 넓은 창으로 자동차가 퍼런 도깨비불마냥 질주를 했다. 그리고 그 도깨비불들이 몇몇 모였다가 사라지며 흡사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검은 스타킹의 여자는 맥주 세병을 들고와서는 주방장 특선 메뉴를 권하고 그와 동시에 주문을 했다.


“맥주 기본에 늘 안심하고 드실 수 있는 안심 스테이크?”

“예. 그거 주세요. 근데 맥주하고 어울릴까요?”

“잡수시고 나면 생각이 달라져. 히이”


그녀는 초져녁인데 이미 취해있었다. 탁자에 스러질 듯 기대어 정성어린 맥주 붓기 작업을 하며 넉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는 컵을 흔들고는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바다 좋아해?”

“네.”

“그럼 여기가 바다야. 호호호 내 고향 부산바다!”


그녀가 다시 웃었다. 출렁이는 소파에서 그녀의 푹신한 엉덩이의 살덩어리가느껴졌다. 그녀는 미스이며 최씨이고 부산출신이었다. 그 부산 아가씨가 맥주 세 병을 순식간에 눕혀버렸다 성준이 두컵 마실 동안 그녀가 나머지 맥주를 다 비워버린 것이었다.


“세병 더?”


그녀는 웃으며 스스로 추가 오다를 하고 자기가 허락을 하고는 사슴처럼 튀어나간다. 뛰며 팔을 저을 때마다 손가락의 담뱃불이 어둠 속의 반딧불 같았다.

그녀가 다시 맥주병을 양손에 들고 의자에 엉덩방아를 찌며 주저앉았다. 몸이 흔들리자 그는 관자놀이가 뻐근했다. 그녀가 무어라고 계속 지껄였다. 어떤 생각을 하려는데 그녀가 툭치는 바람에 무슨 생각인지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녀가 미소를 머금은 채 째려보고 있다.


“총각이라더니 거짓말인가 봐?"

"아니, 왜요? ”

“피이! 재미난 나의 러브스토리 말해준대도 듣지도 않으면서 뭐!"

"내가 그랬어요? 그게 총각고 뭔상관이람?"

“피이!”


그녀는 다시 웃으며 말이 빨라진다. 자신의 지난 얘기들이 장황했다. 애인은 좋은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변심하여 떠나갔으며, 누구나 첫사랑은 못 잊는 것이고, 추억은 대개 아름답게 기억되기 마련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둘 만의 사랑을 깨트리고 도망쳤으니 그는 나쁜 놈이라 했다.

그녀는 마침 테이블에 나온 스테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그 스테이크는 안심이 스테이크가 아니라 냉동식품을 데운 함박스테이크였다. 하지만 그는 아무래도 좋았다


“참, 아저씨! 강남역 노래방 여자 혐오살인사건 어떻게 생각해요?”

“그게 뭐에요?”

“어떤 정신병자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살인을 했잖아요!”

“그래요? 근데?”

“에이! 말이 안통하네?”


그녀가 남녀평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래도 좋을 것 같아서 당연히 남녀는 평등하다고 말하자 그녀는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다. 그녀 다가앉으며 다짜고짜 성준의손을 들어다가 그녀의 가슴이 댔다. 그는 놀랐지만 그녀는 놀라는 기색이 없이 말했다.


“히히, 긴장하네? 남녀평등은 개뿔! 아저씨 엉터리야!”


성준은 그녀에게서 라임향을 맡았다. 기분이 좋아졌다. 그녀의 물렁이는 살이 밀착되자 정욕이 느껴졌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거리감이 있었다. 자세히 뜯어보니 그녀는 형수와 퍽 닮아보였다.

어느덧 성준의 무릎 위의 올라앉은 그녀가 무거웠다. 맥주 아홉 병을 마시고는 더 이상 웃지 않는 그녀는 딴전을 피우려는 의도인지 담배를 피워 물었다. 언젠가 이 카페의 주인이 영화배우 출신이라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고 하자 그녀는 영화배우가 아니라 무용수였으며 별로 미인도 아니라고는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 주문재촉의 의미로 눈을 찡긋했다.


“세병 병 더?”

“그만하죠.”


성준은 목소리마저 형수를 닮은 그녀를 뒤로하고 형과 형수를 만나러 택시를 불러탔다. 택시 안에서 그는 처음으로 형수가 불쌍하다 생각이들었다. 술집 아가씨와 형수가 오버랩되어서가 아니라 순수하게 형수가 안되었다는 생각이 들자 그 동정심 끝에 편두통이 느껴졌다. 머리가 욱신거렸고 정수리가 심하게 아팠다. 하지만 그는 두통의 원인을 과음으로 치부하고 말았다.


늘 그렇듯이 형과 형수는 아무런 말이 없없다, 심지어 ‘다녀왔습니다’라고 말을 해도 그들은 얼굴만 흘금거릴 뿐이었다. 이상하게도 둘이 성준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닌가? 그는 어색한 분위기를 깨보려고 돈 봉투를 꺼냈다.


“형수! 이번 주 일요일이 부모님 제사인데 이거 좀 보태세요 . 그리고 앞으로 생활비를 드릴께요.”


성준은 사장에게 받은 봉투를 형수의 손에 쥐어주었다.


“어머! 고마워요! 도련님. 저어....”


형수는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 말았다,


“하여튼 잘 쓸께요.”

“뭐 할 말 있으면 하세요. 형수!”

“아니에요 제삿날 말씀드리죠., 뭐 어머나? 이렇게나 많이? 도련님 좋은 데 취직하셨나봐요?”


형수는 백만원을 받아들고는 무척이나 고맙다는 표정과 한편으로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동시에 지어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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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 28화 - 사라지는 욕망들 (3) +2 16.06.10 3,034 19 11쪽
28 제 27화 – 사라지는 욕망들 (2) +4 16.06.09 2,915 17 13쪽
27 제 26화 - 사라지는 욕망들 (1) +4 16.06.07 2,623 19 11쪽
26 제 25화 - 머니게임 (3) +6 16.06.06 2,855 23 13쪽
25 제 24화 - 머니게임 (2) +6 16.06.05 2,949 18 12쪽
24 제 23화 - 머니게임 (1) +6 16.06.05 3,002 20 10쪽
23 제 22화 - 십인회 신입 멤버 투표 (3) +5 16.06.04 2,699 18 11쪽
22 제 21화 - 십인회 신입 멤버 투표 (2) +4 16.06.03 2,788 18 11쪽
21 제 20화 - 십인회 가입 멤버 투표 (1) +6 16.06.02 2,917 19 12쪽
20 제 19화 - 황미연 팀장의 비밀 (3) +7 16.06.01 3,171 23 11쪽
19 제 18화 - 황미연 팀장의 비밀 (2) +10 16.05.31 3,008 26 11쪽
18 제 17화 - 황미연 팀장의 비밀 (1) +9 16.05.30 3,183 23 13쪽
17 제 16화 - 어둠의 호출 (2) +14 16.05.29 3,310 28 12쪽
16 제 15화 - 어둠의 호출 (1) +12 16.05.28 3,272 23 12쪽
15 제 14화 - 성정수와 이우현 (3) +17 16.05.27 3,664 24 12쪽
14 제 13화 - 성정수와 이우현 (2) +12 16.05.26 3,504 30 11쪽
13 제 12화 - 성정수와 이우현(1) +11 16.05.25 3,883 29 9쪽
» 제 11화 - 김성준 계약하다 (4) +12 16.05.24 3,747 33 12쪽
11 제 10화 - 김성준 계약하다 (3) +10 16.05.23 4,079 31 10쪽
10 제 9화 - 김성준 계약하다 (2) +8 16.05.23 4,412 36 12쪽
9 제 8화 - 김성준 계약하다 (1) +6 16.05.22 4,560 33 11쪽
8 제 7화 - SB 상사 입사 (3) +11 16.05.21 4,750 38 10쪽
7 제 6화 - SB 상사 입사 (2) +7 16.05.20 5,167 37 10쪽
6 제 5화 - SB상사 입사 (1) +10 16.05.19 5,667 45 10쪽
5 제 4화 - 이진성의 마천루 (2) +8 16.05.18 5,704 54 11쪽
4 제 3화 - 이진성의 마천루 (1) +16 16.05.17 6,425 45 10쪽
3 제 2화 - 양희서의 등장 (2) +14 16.05.16 8,907 6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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