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화 - SB 상사 입사 (3)
스멜 오브 데블을 연재합니다. 현대 판타지물입니다. 재미있게 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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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 SB 상사 입사 (3)
성준은 순간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경악했다.
“흐읍!”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눈을 씻고 봐도 놀랄 수밖에 없는 엄청난 상황이었다. 종합의료센터 건물의 분홍색 타일 벽 전체가 검은 연기로 휩싸여있었는데 마치 거대한 이무기가 빌딩을 감싼 채 서서히 움직이는 형국이었다. 그런데 검은 연기를 자세히 보면 그것은 연기가 아니고 고운 석탄가루 같은 입자들로 이루어진 기운이었다.
“저럴 수가?”
“성준씨! 왜 그래요?”
“저, 저기.....”
“어?”
재엽은 건물 쪽으로 기린처럼 길다란 기럭지를 자랑하듯 유유히 뛰어갔다. 그리고는 미니스커트의 아가씨에게 가볍게 인사하며 작업에 들어갔다.
“체리씨! 저 기억하시죠?”
“오? 모델 아저씨?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아침부터?”
“알아맞취보세요.”
“내가 점장이도 아니고! 빨랑 말해요!”
“저 체리씨랑 같은 회사 직원 됐어요.”
“언제부터요?”
“지금부터.”
“뻥치시네!”
“근데 체리씨는 회사 땡땡이치고 어디 가시나?”
“스타벅스에 커피 심부름 가요. 영아언니가 늦었다고 커피 좀 사오라시네요?”
“참! 이쪽은 내 입사 동기 김성준씨! 인사하시죠!”
“예? 진짜에요 우리 회사에 온 거?”
“그럼요.”
그런데 성준은 건물을 올려다보느라고 미친 사람처럼 허둥댔고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 보는 그를 향해 미니스커트 차림의 체리라는 아가씨가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 사람? 아까 엘리베이터의 변태! 아니 이상한 남자아냐?”
“왜 그러세요?”
“아침에 내가 엘리베이터에서 화장 고치는데 날 따라오더라구요. 건물 옥상까지 따라올 테세던데.....”
성준은 체리라는 아가씨가 뭐라고 지껄이든 상관하지 않고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그렇게 열심일 수 없었다. 목을 길게 빼고 병원 옥상 쪽을 눈을 찡그려가며 또 뭐라고 중얼거려가며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이윽고 한숨을 쉬었다.
“휴우! 없어졌다.”
“뭐가 없어졌다는 거죠?”
“어? 이분은 아까 엘리베이터?”
“예! 근데 뭘 그렇게 보는 거에요? 유에프오라도 봤어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뭐 하나에 꽂히면 정신 못차리는 스타일인가봐요?”
그녀는 엉덩이를 살랑거리며 하이실의 딱딱거리는 소리를 뒤로 한채 스타벅스로 들어가버렸다. 성준은 그녀가 디자인실 신입 디자이너 고체리라는 것과 입사동기인 이재엽과 아는 사이라는 게 불편했지만 마뜩치 않은 기분으로 종합검진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의사의 의례적인 문진과 엑스레이검사, 피검사, 소변검사를 차례로 받은 뒤 두 사람은 마지막으로 수면내시경으로 위장, 대장 검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몸에 대충 환자용 가운만 걸쳐입는 상태에서 재엽이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우린 동갑이고 입사동기니까 말을 놓으면 어때?”
성준은 그러자고 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입바른 소리를 했다.
“그런데 먼저 말을 놓자고 제의할 때에는 일단 존재말로 말을 놓을까요? 하고 난 다음에 말을 놓는 거 아닌가?
“너 까칠한 스타일이구나?”
“아니 그게 아닌데.... 말하자면 그렇다 이거지.”
“그러니까! 그런 애들을 까칠하다고 하는 거야!
“알았어. 근데 너는 외삼촌 빽으로 왔으면 실세인가봐?”“아냐 모델하다가 은퇴해서.......그냥 놀면 뭐 하냐? 그래서 아무거나 해볼라구....”
“이게 아무거나야?”
“어? 어! 실수! 내가 허우대만 멀쩡했지, 좀 실수가 많고 눈치가 없어. 미안.”
“모델은 스물일곱에 은퇴한다구?”
“다 그런 건 아니구. 인기 없으면 그렇지 뭐.”
성준은 상대적으로 자신이 좀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울한 느낌이 들었는데 마침 간호사가 호명을 했다. 종합검진중 수면 내시경 검사 위내시경과 대장 내시경 검사는 프로포폴을 링거에 추가하는 방식이었다.
그때 재엽이 성준을 말렸다.
“성준아. 수면 내시경 하지말자! 일반적으로 수면 내시경 할 때, 통증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큰 위험을 모르고 수면 마취를 선택하는 데, 나는 아니라고 봐!”
“뭔 소리야?.”
“심페소생 장비가 없는 작은 병원에서 마취를 하다 심장이 서버려서 죽거나 식물인간이 되는 수가 있어! 간호사님 저는 마취 없이 할께요.”
강호사가 짜증을 냈다
“아니 여기 서류에 이미 수면검사로 예약이 되어있거든요!”
“그래도 나는 쌩으로 할께요.”
“그러시든가!”
프로포폴의 수면 마취의 위험성을 강조하던 재엽이 옆방으로 끌려들어갔고 성준도 도살장에 끌려가는 송아지처럼 검사실로 들어가 침대위에 누웠다.
프로포폴이 주사되자 이삼 분만에 성준은 스스르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몽롱해야할 그의 정신이 점점 맑지는 것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있는지 아니면 뜨고 있는 지 모르는 상태였지만 의식만은 분명했다
그리고 잠시후 황홀하고 머리를 맑게하는 향기가 은은한 바람처럼 성준의 온몸을 감쌌다. 성준에게 찾아온 데블을 성준은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속으로 뇌까렸다.
‘그가 오는군’
대화라는 것은 모름지기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기 마련인데 둘의 대화는 언어가 아닌 향기로 이루어진 다는 느낌이 들었다. 좌우간 성준은 목소리인제 향기인지가 분간이 가지 않았지만 의미는 확실했다.
“황홀하냐?”
“예.”
“나의 현현을 알고 있었느냐?”
“예.”
“이것이 바로 에피파니, 즉 신의 현현이다. 흐흐흐흐흐. 니가 나와 함께 놀아줄 열두 번째 장난감이니라”
“예.”
“ 내가 수없이 많은 인간들을 겪어보았지만 나를 볼 수 있었던 자는 일백오십 년만이구나 흐흐흐”
“그렇군요. 영광입니다.”
“난 너를 육개월 전부터 눈여겨보았다. 악마로 변화될 자에게는 반드시 표식이 있을지니 적이 핍박하는 가운데 나의 이름으로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게될 것이다.”
“제 적은 누구지요?”
“너를 막아서는 자는 모두 네 적이다.”
“더러운 인간과 무서운 귀신을 쫓아내며 요망한 요괴들과 음침한 유령들조차 범접치 못하게 되리라. 전갈과 독사 이상의 그 어떠한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물에 빠지거나 불에 타도 죽지 않을 것이다.”
“제가 그런 고통을 겪게되나요?”
“상징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전혀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악마는 오랫동안 집요하게 그 적들을 멸망시키나니 누구도 쉽사리 그 공격을 피할 수 없다.”
“질문이 있습니다.”
“말하라!”
“저는 돈을 많이 벌고 싶습니다. 가능할까요?”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럼 당신이 저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나는 재미를 원한다”
“예?”
“악마들은 인간에게 특별한 능력을 주며 스스로 장난하면서 그들의 삶을 즐기고 있다. 너는 육개월 동안 희한한 경험을 했지?"
"예."
"그건 니 한 게 아니다. 모든 게 내가 너를 시험하고 선택하는 과정이었다. 재미나게 놀기 위해서! 흐흐흐흐. 지금도 악마들은 하늘을 날거나 바닷속을 유영하며 파티를 즐기고 있다. 신에게는 악에 대한 책임이 없다. 신은 가장 위대한 선을 위해 악마를 창조했지만 악마는 신의 묵인하에 악을 행하며 스스로 진화해나갔다. 말하자면 악은 악마의 진화 에너지인 것이다.”
“저는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네가 다 알 필요는 없다. 일백 오십년 전 내가 무료하고 외로울 때 나를 알아볼 수 있었던 이완용이 나에게 걸려들었지 그 결과 이 나라를 그의 집안이 쥐었다 폈다하지 않았느냐?”
“그게 정말이에요?”
“이완용은 어린시절 어렵게 지내다 양자로 가서 호강하게 되지. 그래서 권력과 부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좋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 아이의 철학은 국가나 민족보다는 개인과 가문이 우선이었다. 중국이든 일본이든 미국이든 자기 개인과 가문만 잘 살수 있다면야 무슨 일이든 해도 상관없었다. 다 내가 가르친 거야. 어때?”
“그렇군요. 하지만 나는 나라를 팔아먹고 싶지는 않아요.”
“너의 의지는 전혀 필요치 않다!”
“그럼 왜 저에게 그 이야기를 하시는 건가요?”
“재미있으니까! 하지만 나를 성가시게하면 너는 끝이야! 흐흐흐.”
그는 성준의 몸을 한번 뒤집어 엎듯이 그의 뇌에서 발바닥까지 뜨끔한 기운을 불어넣었다가 다시 서늘하게 만들었다. 성준은 그 순간 공포가 무엇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잘 알겠습니다!”
“그 아이는 내가 시키는 대로 아주 잘했어. 그래서 성공했지. 나도 재미나게 놀고 말이야. 흐흐흐”
“그게 재미나셨어요?”
“응? 응 재미있었지. 이완용이 죽기 전에 지금 돈으로 아마 천억 정도는 있었을 걸? 흐흐흐 그 아들 이항구 시절에는 현금으로는 조선에서 제일이라는 평가를 받았지 아마? 이항구의 아들과 손자들이 중국과 한성과 동경에 땅을 샀다 팔았고, 지금도 미국과 캐나다에 땅을 엄청 갖고 있잖니. 그거 내가 해준 거 아니냐? 흐흐흐”
“정말요?”
“너도 그리해주마.”
“정말요?”
“그럼. 그리고 인마! 너 그 <정말요?> 그 멍청한 소리 좀 하지마! 알았냐?”
“예, 가, 감사합니다.”
“그런데 조건이 있다.”
“뭔데요?”
“나와 계약하면 결코 중간에 그 규약을 어기거나 중도에 포기할 수가 없다. 끝까지 가는 거지 알겠냐?“
“예.”
“그럼 계약할까?”
“그 계약 내용은 뭐죠?”
“그건 니가 성공하는 길로 내가 계속 밀어부칠테니 너는 그 어떤 경우도 거부하거나 비협조적일 수 없다는 거야! 간단하지?”
“저어....”
“뭐냐?”
"말씀하신 계약 내용 중에 제가 거부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제가 거부를 할 수도 있는 건가요? 아니! 만일 거부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요?“
“거부할 수가 없다. 아니! 그건 넌 몰라도 된다.”
“예? 몰라도 되는 계약조건이 어디 있어요?”
“아니 이 자식이? 그러니까 계약내용은 너의 부와 나의 재미를 보장하는 것이다! 으흠!"
순간 성준은 악마의 약세를 느꼈다. 그리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악마도 약점이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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