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5화 - 머니게임 (3)
스멜 오브 데블을 연재합니다. 현대 판타지물입니다. 재미있게 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25화 - 머니게임 (3)
이재엽의 바람대로 누보 엔터의 주가는 상한가로 마감되었다.
“봐라! 인마! 상한가! 김성준! 우린 대박 터진 거야!”
“정말이네? 와! 보고도 안 믿겨! 헤에....”
성준은 웃으려고 했는데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헛헛한 웃음이 나오려다 말았다.
“너 안좋아? 너무 좋아서 애가 얼이 빠졌구나. 나도 멘붕이다! 야! ”
재엽은 몇 번이나 김재덕에서 전화해서 고맙다고 했지만 대답은 차가웠다. 자기가 추천하지 않았으니 자기에게 고맙다고 할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퇴근 후 이재엽은 아우디 컨버터블을 렌트했다. 그리고는 성준에게 손 키스를 날리고는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옛 모델친구들이나 연예인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어디론가 달려가는 것이었다.
다음날 성준보다 재엽이 먼저 사무실에 출근해 있었다. 아니 밤새워 달린 후에 바로 회사로 출근한 모양이었다. 그가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시궁창 냄새가 났다.
“얼마나 마신 거야?”
“아침 여덟시까지......달렸지...... 흐흐흐”
그는 눈꺼풀이 퍽 무거워보였다. 다크서클도 확실하게 보였다. 한마디로 그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또다시 주식장이 열리자마자 노트북 화면으로 들어갈 기세였다.
“아 보합인가? 젠장 이프로 하락으로 시작하네? 큰 손 형님들 왜 밀어붙이지 않는 거야?”
그가 짜증을 냈지만 김양환의 서류확인 작업이 끝났고 성준도 원단 확인이 다 끝이 났다.
“재엽아, 이제 출발하자구!”
“어딜?”
“어디긴 어디야? 인천의 폴리 화학과 부천의 세명실업 중 한군데는 오늘 중으로 들려서 재고확인하고 출고물량 확인해야해. 내일 팀장님 귀국하셔! 보고서 작성 안 해?”
이재엽은 성준의 말을 귓등으로 들었다.
“느네 둘이 갔다오면 안되니?”
“야! 양환이는 서류 확인하고, 나는 원단 확인하고 너는 결재대금과 실제 출고량 대조해야 하잖아! 삼박자로 시스템이 돌아가야지 인마! 니가 안가면 우리가 어떻게 그걸 동시에 하냐? 이 미친놈아!”
“아! 돌겠네!”
부천가는 길은 늘 붐볐다. 주차장을 방불하는 경인고속도로를 뚫고 부천 시가지를 지나 도착한 세명실업의 공장장은 의외로 친절했다. 세명실업의 현황판을 중심으로 자재, 출고확인 대금결재와 잔량까지 확인을 마치는 데 불과 세 시간이 소요되었다.
역시 SB 본사 자재부의 횡령이 드러났다. 물량은 맞았지만 대금이 자재부에서 일억이나 오버되었다. 보고서 준비를 마친 세 사람은 복귀를 서둘렀다.
“성준아. 다 끝난 거지?“
”응. 아직 두시반이야. 회사로 가자.“
작업 중 쉬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주식 시장을 들여다보던 재엽이 다시 전화기를 켰다.
“어디 보자.....우와! 오늘 이십 프로! 와! 죽인다! 씨바아아아알!“
재엽은 그날도 아우디 컨버터블 스포츠카를 타고 먼저 사라졌다
성준은 자신의 이익금이 세영의 빛을 갚을 정도가 되자. 돈이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기갈을 할 만큼 돈을 갖고 있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지는 않았다.
다음날 아침 회사가 분주했다. 김주남 사장이 입원하고 대폭 인사 이동이 있을 거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오후에는 실질적인 회사 오너인 황팀장이 출장에서 돌아오기 때문에 이사들이나 부장들이 술렁이는 눈치였다.
그러나 연이틀 밤을 새고 놀고 온 이재엽은 회사일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우와 상한가! 상한가! 상한가야!”
이재엽은 김재덕에게 매도주문을 냈다.
“성준아, 난 지금 다 팔았어! 육십 프로 먹었어! 육팔은 사십팔! 사억팔천이야.”
“그래?”
“너두 빨리 매도해달라고 해!”
“아냐. 난 조금 더 있다가.”
“병신! 욕심은 더럽게 많네? 너같은 초짜가 어디서 튕겨! 빨랑 팔아!”
성준은 무심한 표정으로 매도하지 않았고 이재엽은 못 참고 결국 전량매도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는 거의 미친 사람처럼 흥분해서 양환과 성준까지 불안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김재덕에게서 연락이 왔다.
“유월 십일까지 투자금액 준비하세요. 연예인님은 얼마 가능하세요?”
“난 사억 가능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김이사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연예인님! 그리고 이번 누보 엔터 육십퍼 축하드립니다.“
“고마워요. 헤헤헤.”
재엽은 전화기의 통화 마이크 부분을 손을 누른 채로 조용하게 말했다.
“성준아. 너 언제 팔 거야?”
“십일.”
“야! 현금화하려면 팔일에 팔아야 돼!”
“왜?”
“이런 꼴통? 주식은 매도하고 이틀 후에 현금화가 된단 말이야!”
“그럼 팔일”
“깡도 쎄다! 짜식! 그럼 넌 얼마 넣을 거야?”
“일억만 넣지 뭐.”
“오케이.”
김재덕과 통화한 재엽은 사직서 양식을 가져와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사직서를 보고 성준이 놀라 물었다.
“너 진짜 그만둘 거야?”
“여기서 한달에 푼돈 이백 받고 살고 싶니? 너는?”
“재엽아. 그럼 어디가면 누가 너한테 단돈 백원라도 줄 거 같애?”
“증권사에서 사일에 사억 준다! 자식아! 흐흐흐”
성준의 만류 끝에 재엽은 사직서를 쓰지는 않았지만 더 이상 회사일에 관심을 갖지는 못했다.
황팀장의 귀국으로 회사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그녀가 총괄 본부장으로 취임했기 때문이었다. 뇌경색이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사장을 대신해서 오리지날 오너가 회사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였다.
그녀는 김사장의 공백을 우려해서 김재룡 수출 담당이사를 고문 겸 대표이사로 추대했다. 말하자면 그는 바지사장인 셈이었다. 김재룡 이사는 황미연 팀장의 선친과 함께 SB상사의 창립 멤버였다. 말하자면 유일하게 남은 개국공신이면서 황미연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공석에서나 사석에서 황미연에게 극존칭어를 썼기 때문에 황미연이 그를 편하게 대하는 지도 몰랐다.
황미연은 스스로 자축을 하는 회식자리를 마련했다. 그녀는 김재룡과 독대를 하기위해 둘만 따로 차로 승용차로 이동했다.
승용차 뒷자리에 기대지 않고 허리를 곧추 세운 김재룡이 고개를 숙여 미연에게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 본부장님.”
“저도 앞으로는 고문님이라고 부를께요.”
“그렇게 하시지요.”
“식사는 조용한 곳으로 예약했어요. 마침 삼청각에서 전통 한식 이벤트를 하더군요.”
“뭐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본부장님 취향에 맞으면 되지요 후후후.”
“삼청각 한식당 중에서 특별히 일화당 일층 방으로 잡았어요. 고문님이 거기 좋아하신다고 해서....”
“아이고! 이거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헌데 다른 이사님들은 누구누구 오시나요?”
“아뇨. 다른 이사들이나 핵심간부들을 부르지 않고 자재구매팀을 배석시켰어요.”
“예? 그게 무슨....”
김재룡이 의아해했지만 황미연은 대답을 하지 않고 오히려 질문을 했다.
“자재이사님과 전무님이 나가신 후로 회사가 술렁거리는데. 영업이사님과 생산부 이사님은 동향이 어떠세요?”
“그분들은 김주남 사장님의 수족같은 분들이죠. 나중에 주총이나 이사회의에서 김사장님 편에 설 겁니다.”
“그래요?”
“김사장님은 여러 모로 업계의 기준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해오셨어요.”
“어떻게요?”
“인간관계를 사업보다 중시하셨지요. 그 결과 자기 사람들만 남고 능력있고 돈 많은 거래선은 상당량 빼앗겼다고 봐야죠.”
“그래요? 고문님. 하지만 김사장님이 회사를 키우신 건 분명하잖아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아직 상장도 하지 않은 회사에 빚만 늘려놓았다고 볼 수도 있지요.”
“그럼 거래선을 이번 기회에 손봐야겠군요?”
“갑자기 그렇게 나오시면 황본부장님이 사내와 거래처와의 관계가 전체적으로 나빠질 겁니다. 조금씩 하나하나 손을 보시는 게..... ”
김재룡의 말을 끊고 황미연이 단호하게 말했다.
“글쎄요. 저와는 생각이 다르시군요. 이 회사 출신이기도 한 박진성 사장을 보세요. 작년에 이 회사에서 나가자마자 오래된 우리 거래처를 다 맡아서 지금 잘나가지 않습니까?”
“그 친구는 김사장님과 트러블이 있었는데....”
“그렇게 실력있는 사람들을 내치면 안돼죠! 혈연지연, 생명의 은인, 뭐 이런 식으로 사람을 쓰면 안되는 거 아니에요?“
차 안은 황미연이 소리를 지르고 나자 조용해졌다. 차는 붐비는 안국동에서 다소 한가한 삼청동으로 접어들었다. 침묵을 깨고 황미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회사 이사님 전원 교체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 그, 그건....”
“내가 너무 심한가요?”
“아, 아닙니다. 오너께서 원하시면 그렇게 해야지요.”
“내 사람과 일해야지 다른 사람의 수족과 일을 할 필요는 없겠지요?
“물론입니다. 그런데 저어.....”
“말씀하세요.”
“신입사원들을 오늘 어떻게 부르신 건가해서요. 제가 그들 스펙을 보았는데 다들 별로더군요. 중책을 맡기시려면 유능한 인제를....”
“아! 됐어요! 저는 개가 필요한 거지, 개 주인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예? 그럼....저도.....”
“호호호호 아닙니다! 아버님 같은 분을 제가 감히 어떻게? 고문님은 저와 한배를 탄 동업자이시니까 개 주인이시죠.“
황미연은 재빨리 김재룡의 눈치를 살폈다.
“저어, 신입들이 고문님과 함께 합석하게되어 불편하실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회사 비리를 캐고 자재구매를 투명하게 하려면 그들에게 사명감을 불어넣어줘야 할 필요가 있어서요.”
황미연이 이번에는 김재룡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불쾌하시다면 다른 방에서 식사를 하도록 해도 좋아요.”
“아닙니다.”
“그럼 대표님이 좋은 말씀 많이 해주세요.”
“예. 물론입니다.”
성준은 한식당에 내리자 기가 죽었다. 식당의 규모가 크기도 했지만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이 검은색 세단이거나 대개가 외제차 일색이었다.
예전에 요정이어서 그런지 식당은 세련되고 고급스러웠다. 전통찻집, 한식당, 마당극 극장 등의 건물들이 고궁을 방불했다. 성준은 입구에서 메뉴판을 보고 코스요리가 십여만 원에 달하는 것을 보고 또 주눅이 들었다.
식사가 시작되기 전에 김재룡 고문이 세 신입사원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회사원은 직장생활 하면서 다들 나름대로의 사회생활에 눈뜨게 되지요. 그때 좋은 직장이야말로 여러분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주는 발판이 됩니다. 우리 회사는 여러분을 업그레이드시켜줄테니까 그에 보답하는 성실한 자세로 일해주기 바래요.”
“예.”
“청춘을 몸바쳐일 할 데가 있다는 게 정말 고마운 일 아니겠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평소에 조용하던 김양환이 마치 이등병처럼 대답을 했다. 김재룡은 김양환의 얼굴을 자주 보았고 그때마다 김양환이 큰 소리로 대답을 했다. 김재룡은 다시 말을 이었다.
“하나의 집단에서 우리가 자신의 삶을 살기위해서는 반드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요. 기존의 질서를 따르는 안정을 취할 것인가. 변화와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모험을 할 것인가? 어려분은 어때요?”
“현실에서 최선을 다해야지요.”
김양환이 또 대답을 했다.
“현실에서의 최선? 그게 무슨 의인가요?”
“카르페 디엠! 현재를 잡아라. 이뜻입니다.”
“김양환씨 대단하시네? 그럼 그게 구체적으로 무슨 의미인가요?”
이번에 황미연이 끼어들었다. 그러자 김양환이 다소 당황했다.
그때 서빙이 시작되고 전복죽, 산삼죽, 크랩죽이 세 그릇씩 각자의 앞에 놓여졌다.
“그, 그건, 지금을 즐겨라. 이 뜻입니다. 아니, 현실에서 지금 나에게 온 기회을 잡아야한다는 겁니다.”
“그래요? 즐겨라? 그런데 기회를 잡아라?”
김양환을 쳐다보고있던 이재엽이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그럼 지금 놀아야 되는 거네?”
“아니지! 지금 현실은 니가 돈을 벌어야하는 거고, 지금 놀면 나중에 인생을 망치게 된다는 거지!”
“무슨 소리야? 지금 여기 현실에서 즐길 수 있을 때, 즐기라는 거 아냐?”
“그만해!”
황미연이 재엽의 옷을 잡아당기며 제지했다. 그러자 재엽이 앉은 자세에게 그녀에게 끌려가다가 옆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어어?”
“우당탕! 챙그랑!”
“앗! 뜨거!”
재엽은 넘어지면서 테이블보를 잡았다. 그 때문에 세팅이 된 죽들이 차례로 재엽의 하복부에 쏟아졌다. 재엽은 일어서서 바지를 벗었고 속에 입고 있던 곰돌이푸가 프린팅 된 삼각팬티에서는 무럭무럭 김이 났다. 그때마다 팬티 정면의 곰돌이 푸가 후하고 입김을 부는 것 같았다. 김재룡과 김양환은 대놓고 웃었고 황미연은 눈을 가리는 척하면서 웃어제꼈다, 그런데 웃으려했지만 성준은 금세 웃음기가 사라졌다.
괴로운 표정의 재엽은 황급히 성준의 뒤로 숨어 타올로 죽 묻은 바지와 팬티를 닦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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