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화 - 이진성의 마천루 (1)
스멜 오브 데블을 연재합니다. 현대 판타지물입니다. 재미있게 써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3화 - 이진성의 마천루
“와! 김성준! 진짜 왔구나! 난 언제나 니가 진짜 친구라고 생각했어!”
“미친놈! 빽으로 들어간 직장을 삼개 월 만에 때려치냐? 나는 되었다가도 취소가 되고....난 팔자가 더러운가봐. 씨발!”
“우헤헤헤헤! 그거 정말이야? 합격 취소됐다는 거? 우하하하하 골 때린다!”
“그만해라!”
“미안, 미안! 오늘 형이 쓰러질 때까지 쏜다. 가자!”
이진성의 부산역 픽업은 극진했다. 엄마의 아우디 차를 몰래 몰고 나온 것이며, 현찰을 두둑하게 지갑에 채우고 나온 양이 김성준을 칙사 대접하듯 모시겠다는 정성이 느껴질 정도였다. 두 사람은 미친 사람처럼 웃어가며 달맞이고개 카페에서 일차로 맥주를 마시고 해운데 백사장오픈카페에서 열잔 이상의 칵테일을 해치웠다. 둘은 해변의 버스킹 연주를 들으면서 또 맥주캔을 너댓병씩 들이켰다.
진성은 성준을 해운대 해변의 고급레스토랑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화려한 인테리어가 어쩐지 맘에들지 않은 성준이 도로 나와버렸다.
“어디가 성준아!”
“우리 그냥 바닷가에서 맥주나 더 먹자.”
“왜? 나 돈 많아!”
“병신!”
“나 양악수술할 돈 그냥 쓰기로 해서 엄마가 삼천만원 줬단 말야.”
“그래, 너 잘났다. 후후 야! 부산이 외국 같네?”
“성준이 너 외국 어디 가봤냐?”
진성의 질문에 성준은 말이 없었다. 성준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휴우 이것도 인생이라구! 진짜 외국도 한번 못 가봤군. 후후후.’ 성준은 술에 취해 옆에서 졸다가 벤치에서 잠이 든 진성을 쓰러진 채로 방치해놓고 바닷가를 잠시 걸었다.
마천루들이 즐비한 해운대와 광안리가 붙어있는 줄도 그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광안리는 더 화려했다. 광안리를 한 바퀴 돌고오자 진성이가 어느틈엔가 깨어서 마시던 맥주캔을 입에 탈탈 털고 있었다,
“야! 어디 갔었어?”
“그냥....”
진성이는 벤치에 겨우 앉았다가 다시 쓰러졌다. 그리고는 바닷가를 보며 외쳤다.
“야! 좋구나! 바닷가에서의 드링크! 더럽게 낭만적이지 않냐?”
“낭만은 개뿔! 진성아! 그럼 일본 잘 갔다오구! 나 간다!”
“서울 간다구? 지금? 열한시 반이야! 임마! 차 끊겼어!”
“정말?”
“우리 집에서 그냥 자고가. 나 외롭단 말야! 에이 씨!”
진성은 억지로 자신을 일본에 유학보내려는 어머니가 엄청 싫고 또 억울한 눈치였다. 성준은 그런 진성이 딱하기는 했다. 성준은 그렇게 진성의 초호화 주상복합 아파트로 향했다. 그는 한국에 80층 짜리 아파트가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지만, 생각해보니 79층 빌딩에 올라가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는 초고속 엘리베이터의 화려한 실내장식에 놀랐고 백평이 넘는 아파트가 있다는 것도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높이에서 화려하기 이를 데없는 해운대의 야경을 한눈에 바라보고는 성준은 그 이국적인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야! 씨발! 죽이네!”
성준은 자신도 모르게 내뱉은 말에 스스로 놀랐다.
“진성아, 근데 이집이 느네 엄마 꺼야?”
“엄마의 쪽발이 새 애인 꺼지!”
“뭐?”
아마도 엄마가 곧 결혼한다는 일본인 새아버지 호칭인 모양이었다.
“진성아! 엄마의 쪽바리 새 애인? 새 아버지한테 그게 뭐냐?”
“누가 새 아버지야? 이 새끼야! 너 죽을래?”
“알았어! 됐고! 저기 밖의 헬리포트로는 어떻게 나가냐?”
“집에 두 개의 키가 있어. 이중문이거든 쪽바리가 헬기로 올 때도 있어서 집에 키가 있지.”
“진짜?”
“응! 또라이 쪽바리 새끼가 돈은 더럽게 많은 가봐?”
성준은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흥분이 되었다.
“우리 나가보자!”
“그래.”
진성이는 발렌타인 양주 삼십년산 새 병을 하나 들고 나왔다.
팔십 층에서 전망은 아찔했다. 수많은 뭇별들이 하늘에서 쏟아져 해운대와 광안리에 가득 찬 것 같았다. 성준은 밤바다에서 광채가 나는 것에 자못 감탄했다.
“아! 더럽게 멋있네!”
“마셔 마셔! 오늘 죽는 거야! 히히히”
사실 진성은 몇 달전부터 자살생각을 하고있다는 내용의 전화를 성준에게 종종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심하게 취한 상태가 되자 옥상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소리를 쳐댔다.
“나 뛸 거야! 나 말리지마!”
“뛰어! 그럼.”
“에이! 씨발놈! 그럼 섭하지! 말리는 척이라도 하지.....”
진성은 다시 양주를 물처럼 들이켰다. 말리지 않는 성준의 등에 기대어 진성은 연거푸 병나발을 불었다. 그리고는 잠시후 쓰러지고 말았다. 성준은 진성을 부축해 방으로 돌아오고는 쓰러진 그의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헬리포트 옥상 계단에 발렌타인 양주가 반 가량 남아 있었다.
“30년산 양주를 마시고 취해 점프하면 해운대 모래사장까지 날아가서 뛰어내릴 수 있을까?
후후후“
성준은 혼잣말을 하고는 웃다가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대단히 빠른 속도로 생각들이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지나간 과거사가 생각난 것이었다. 그는 난간에서 깊은 생각을 하다가 몸이 기우뚱했지만 생각에 몰입했다. 군대에서 오발사고로 탈영병을 사살한 사건, 형의 침묵과 배신, 형수와의 불화, 이년 동안 취업이 안되는 상황, 자신을 불합격시킨 회사에 오십여 개의 이력서를 제출한 부끄러움, 좋아했던 세영에게 고백하지 못한 답답함 그리고 죽고 싶은 생각.....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는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이미 몸이 기울었고 두발이 허공을 딛고 있었다.
“아!”
엄청난 바람이 자신에게 달려든다는 느낌과 함께 무언가 대단히 부드러운 것이 느껴졌다. 인간의 피부가 아닐까? 인간의 피부치고는 너무나 부드러운 그 감촉은 액체와도 같았다. ‘과연 이 포근함은 무얼까?’ 호흡이 곤란했지만 그는 황홀한 추락 속에 향긋한 내음을 맡았다.
“오! 향수 내음 끝내주네! 이게 무슨 향기일까? 흐흐흐흐”
황홀한 분위기, 감정의 고조, 기분이 점점 좋아졌다. 기분좋은 느낌이 가슴에 가득하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엑스터시가 성적이 아닌 감정적인 걸로도 가능하다는 것에 그는 무척 놀랐다. 그때 성준의 귀에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너는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고?”
김성준은 잠시 망설였다. 그리고 자신이 언제 <.....는고?>라는 대화체의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나? 하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 괴상한 존재는 다소 짜증난 표정으로 말했다.
“어린 놈이 알턱이 없지! 나는 이백 년 전에 엄청난 존재에게 납치된 벼슬아치였다. 세도가놈들을 싫어해서 그일을 안하려고 삼각산의 꼭대기 백운대에서 투신자살을 하려고 했지. 그런데 누군가가 나를 살려주었다. 그리고 내 의지와 관계없이 끊임없이 나를 진화시켰지. 늙지 않고, 안 먹어도 죽지 않고, 하늘을 날 수 있고, 심지어 내 세포를 남들에게 줄 수도 있다. 허나 이제 와서 보니 일상이 지겹고 따분하기 그지없구나. 나는 삼십 세의 나이 그대로 정체되어 있다는 엄청난 불만과 갑갑증 속에 살면서 성질만 고약해져가고 있다.”
“으아아악!”
성준은 비로소 자신이 79층에서 떨어지고 있고 괴물이 추락하는 자신을 안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너, 넌 누, 누구냐?”
“내가 먼저 물었다! 멍청한 놈! 넌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으아아아!”
“내가 보이느냐? 후후후 실로 일백 오십년만이로구나! 나를 볼 수 있는 놈이 나타나다니! 흐흐흐흐흐!”
“아아악!”
성준은 호흡이 곤란할 지경으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다만 악을 쓸 뿐이었다.
“으악! 아악!”
“너같이 멍청한 놈이 나를 알 턱이 없지! 내 너를 똑똑하게 만들어주마! 나는 원치 않은 진화를 강제로 당하면서 이상하게도 나는 쾌락보다는 공포 속에 살고 있지. 정말 개똥같은 일이지.....”
“다, 당신은 귀신이신가요? 저를 죽일 건가요?”
“니가 원하면.....너 죽으려고 건물 꼭대기에서 뛰어내렸잖아?”
“제가요? 아니에요. 저는 그냥 생각을 하다가......저에게 왜 이러세요? 그냥 가시면 안되나요?”
“흐흐흐흐흐 너는 내가 지금 우연히 널 만났다고 생각하나?”
“예? 아닌가요?”
“육 개월 전부터 이상한 일이 너한테 계속 일어났을텐데? 그렇지않니?”
“그, 그럼 그게 다 꿈이 아니었어요?”
“육개월 전 넌 니 친구들과 함께 술을 쳐먹다가 신이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지?”
“예?,,,,,아, 예.”
“신은 악마가 없애버렸을 거라고도 했지?”
“예.”
“그래서 너를 내가 택했다. 흐흐흐흐”
그는 수영을 하듯이 공기를 느끼며 유영을 했다. 공중에서 공기를 물처럼 여기며 수영하듯 날고 있는 그는 심각한 아니, 슬픈 표정이었다. 그때 지상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자동차의 폭발음이 들렸다.
“콰콰광!”
김성준은 공포 속에서도 목을 길게 빼 지상을 내려다 보았다.
“오호라! 너 저걸 원해?”
“예?”
그는 문득 뭔가가 떠올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좋아! 너에게 나의 세포를 주마! 흐흐흐흐.”
‘푸슉’ 보다는 작고 ‘프스프’ 보다는 큰듯한 소리가 나며 그의 정수리 쪽으로 무언가 예리한 물체가 파고들어왔다. 그리고 또 강렬한 굉음이 들렸다.
“콰광”
또 다른 폭발음과 동시에 퍼져나오는 강렬한 향수내음과 함께 성준은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 소음이 아직도 귀에 쟁쟁했다. 그것은 폭탄의 폭발음이었다.
“쾅콰쾅!”
“모두 엎드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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