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를 안 입는 소련군
현재 슐레프 중대는 이동 중이었고, 슐레프 중대장은 지도와 나침반을 보면서 방향을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소련군이 퇴각하면서 표지판을 다 망가뜨려놓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돌려놓았고, 표식으로 삼을만한 건물도 다 망가뜨렸기에 길을 찾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토도 자신의 소대 전차들의 남은 연료를 점검했다.
'이대로 길 잃고 연료 떨어지면 큰일인데...'
"이 쪽이다!!"
천만 다행히 제대로 길을 찾았고, 다른 보병 중대와 합류할 수 있었다. 보병 중대는 전차들을 보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아군 전차다!!"
"저 녀석들만 있으면 안심이야!!"
"잘 왔어!!"
정비 소대는 전차를 점검했고 슐레프 중대는 연료 보급이 될 때까지 이 곳에 머물기로 했다.
'간만에 휴식이다!!'
러시아 특유의 커다란 민가, 헛간, 마구간 등에 전차와 차량들을 주차시켜놓았다. 그리고 병사들은 천막을 쳐놓고는 널부러져서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보병 녀석들이 미리 기관총호, 박격포 호 등을 파두고 경계를 철저히 하고 있었다. 개구리를 잡아서 구워먹는 녀석들도 있었다. 그 때, 보병 수색조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소련군 포로 한 놈을 잡아왔다.
"우리가 잡아온걸 보라고!!"
그 소련군 포로는 벌벌 떨면서 양 손을 들고 있었다. 혹시 무기를 갖고 있을지 모르니 모든 옷을 벗으라고 지시했다. 그 소련군 포로는 바지를 벗었는데, 놀랍게도 팬티를 입지 않고 있었고, 흰 상의의 끝자락은 딱딱한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오토는 이 광경을 보고 구역질을 했다.
"으악!! 저 새끼 뭐야!!"
스테판이 말했다.
"몰랐냐? 재네 원래 팬티 안 입어."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우리도 보급 못 받으면 팬티 못 입으니까! 근데 저 새끼들은 볼 일 보고 뒤처리도 안 하냐고!!"
볼프강이 소련군 포로를 보며 중얼거렸다.
"미개한 새끼들..."
한편 이런 광경에 충격 받은 것은 독일군 뿐만이 아니었다. 한병태는 자신의 부대가 포로로 잡은 소련군 포로들을 보며 기겁을 했다.
'으악!!! 내 눈!!!'
포로들은 몸 속에 수류탄이나 무기를 갖고 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모두 팬티까지 벗겨야 했다. 그런데 소련군 포로들은 전혀 팬티를 입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 흰 셔츠의 뒷부분이 똥색깔로 샛누렇거나 갈색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일본군은 이 광경을 보고 참지 못하고 이 소련군 포로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이 병신 같은 새끼들!! 똥도 안 닦냐!!"
병태의 군사 학교 시절 후배인 황영수도 이 포로들을 두들겨패기 시작했다.
"구역질 나는 새끼들!!"
"이런 새끼들까지 포로로 잡아야 하냐!!"
"앞으로 포로는 무조건 똥을 닦는다!!"
퍽!! 퍼억!!
30대, 40대 정도로 보이는 제법 나이 든 소련군 포로들도 두들겨 맞으며 비명을 질렀다.
"으악!! 으아악!!"
한병태가 외쳤다.
"그만!! 포로에 대한 가혹 행위는 군법에 의해 금지되어 있다!!"
병태의 말에 소련군 포로들을 두들겨 패던 녀석들이 모두 물러났다. 포로들은 모두 임시 포로 수용소로 끌려갔다. 병태가 이를 말린 것은 소련군 포로에 대한 동정심이나 죄책감 때문은 아니었고 부대의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솔직히 인종도 다른 녀석들이 얻어터지건 말건 병태 입장에서는 그닥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병태는 조선인으로서 일본군으로 싸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은 갖고 있었지만 인종도 다르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이 소련군이 존중 받아야할 인간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군사 학교 시절부터 병태의 동료였던 히로가 물었다.
"원래 코쟁이들은 똥 안 닦냐?"
병태가 말했다.
"독일 갔을때는 화장실에 휴지가 있었네."
병태와 일본군 또한 소련군이 팬티를 입지 않고 뒤처리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은 이 때, 슐레프 중대의 전차병들은 오랜만에 옷과 속옷을 빨고 널어두었다. 마티아스, 에밀, 알프레트, 요하네스 또한 구역질 나는 속옷을 빤 다음 팬티도 입지 않고 마을에서 돌아다녔다. 참고로 마을에는 아직 피난을 가지 못한 여인들이 있었고 이 광경을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꺄악!!!"
마을 노인들 또한 이 광경을 보고 속으로 분노했지만 독일군을 상대로 뭐라할 수 없어서 애써 분노를 삭히고 있을 뿐이었다. 마을 여자들이 자신들을 보고 피해다닐 때마다 마티아스, 에밀, 알프레트, 요하네스는 낄낄거렸다. 에밀이 말했다.
"다들 내 강철 포신이 마음에 드나봐! 악!!"
오토가 에밀의 머리를 한 대 쳤다.
"팬티라도 입게!!"
"하..하지만 팬티는 말리고 있습니다!"
"저희도 팬티를 입고 싶습니다! 하지만 갈아입을 팬티도 보급받지 못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전차병들은 계속 덜렁거리며 다녔다.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가리던 여자들은 집 안에 모여서 창문 틈을 통해서 이 광경을 훔쳐보았다.
"미개한 독일놈들!"
"저런 야만적인 새끼들이 우리 땅을 차지하다니!"
"빨리 마을에서 꺼졌으면 좋겠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인들은 창문 틈으로 계속해서 포신이 덜렁거리는 전차병들을 바라보았다.
"흐음..."
"젊은 총각들이라 그런지 실하군!"
"꺄르륵!"
"남편도 있는 년이 그런 망측한 소리를!"
오토는 한 시간이라도 빨리 연료가 보급되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연료 보급이 힘들다는 소식이 전달되었다. 어차피 병사들은 물론이고 물건을 운반하는 군마들도 휴식이 필요했으니 전차병들은 마을에서 푹 쉬기로 했다. 다들 철모를 얼굴에 덮고는 천막 밑에서 자빠져있었다. 오토 또한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한편, 오토의 친구 게오르크는 배가 출출해지기 시작했다.
'계란이라도 얻어볼까?'
게오르크는 한 부인에게 걸어가서 정중하게 물었다.
"혹시 계란 두 개만 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돈은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그 부인은 게오르크를 살펴보며 말했다.
"담배 있나요?"
게오르크는 담배를 그다지 피우지 않았기에 모아두었다가 동료들이랑 음식을 교환하는데 쓰고 있었다.
"무..물론 있습니다! 담배를 드리겠습니다!"
30대 중반 정도의 그 부인은 게오르크를 자신의 집 안으로 데려와서 담배 세 갑을 받고는 계란 두 개를 내어 주었다. 담배 세 갑에 계란 두 개는 식량이 부족한 이 당시로서도 상당히 불공정한 거래였다.
"감사합니다!"
부인은 야릇한 눈빛으로 게오르크를 바라보았다.
"어린 나이에 먼 곳까지 와서 싸우면 힘들겠어요."
게오르크는 부인의 풍만한 가슴을 바라보았다.
"괘..괜찮습니다!"
"커피라도 한 잔 하시겠어요?"
그렇게 게오르크는 부인에게 커피를 대접 받았다.
"나..남편 분은 어디에.."
"그이는 전쟁터에서 전사했답니다."
"유..유감입니다!"
"그래서 계속 굶고 있답니다..."
게오르크는 부인의 낡은 옷과 옷깃 사이로 보이는 풍만한 가슴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부..불쌍하군!'
옷깃이 조금만 벌어지면 더 은밀한 곳이 보일 것도 같았다. 부인이 게오르크에게 기댔다. 게오르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로부터 15분 뒤, 게오르크는 지갑 속에 있던 현금을 모조리 부인에게 내어주었고, 다른 것 까지 내어주게 된다. 부인이 게오르크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고마워요!"
게오르크는 의기양양하게 동료들이 머무는 천막으로 돌아와서 이를 자랑했다. 블라덱이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래서 한 번 하고 돈 다 뺏겼다고?"
게오르크가 말했다.
"뺏긴 것이 아닐세. 가여운 부인을 위해 내가 작은 선물을 준 것 일세. 남편이 전사해서 계속 굶고 있다더군!"
"네 놈이 준 돈은 적은 금액이 아닌데?"
헬무트가 말했다.
"남편이 전사해서 굶고 있다고? 그 말을 믿냐?"
다음 날, 슐레프 중대에 연료가 보급되었고 전차 부대는 다시 앞으로 진격했다. 그런데 무선을 통해서 오토 소대 소속 뷜리겐 전차장이 보고했다.
"전차 기동 불가!"
오토가 해치를 열고 상체를 내밀어보니, 뷜리겐 전차장의 4호 전차가 엄청나게 굵은 두 나무 사이에서 완벽하게 낑겨버린 상황이었다. 정비소대 구난분대원들이 소식을 듣고는 달려왔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제대로 낑길 수 있는가?"
구경하던 다른 병사들이 이걸 보고 외쳤다.
"저 사이에 들어가기도 어렵겠다!"
뷜리겐 전차장이 4호 전차 위로 올라와서는 외쳤다.
"죄송합니다! 틈으로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결국 티거에 굵은 나무를 견인줄로 연결하고, 티거가 앞으로 전진하면서 이 굵은 나무를 뿌리채 뽑았다. 그렇게 뷜리겐 전차장의 4호 전차는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할 수 있었다. 전진하다보니 내리막길이 나왔다. 조심스럽게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다시 무선에서 뷜리겐 전차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차 기동 불가!!!"
오토는 해치를 열고는 티거 밖으로 나와서 상황을 보러갔다. 뷜리겐 전차장의 4호 전차는 앞에는 커다란 나무, 뒤에는 커다란 바위 사이에 완벽하게 낑겨버린 상황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이 사이에 낄 수 있는 건가?"
어쨋거나 이번에도 정비소대 구난분대원들이 달려와서는 나무에 견인줄을 연결하고 티거로 나무를 뿌리째 뽑아 주었다.
우지끈!
그렇게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뷜리겐 전차장의 4호 전차는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할 수 있었다. 이윽고 눈 앞에 얕은 하천이 보였다. 보병들과 오토바이, 차량들은 근처에 있는 다리를 통해 하천을 건널 수 있었지만 전차들은 하중이 무거워서 다리를 이용하지 않고 그냥 하천을 건너야 했다. 다행히 하천의 수심이 매우 얕았기 때문에 모든 전차가 문제없이 건널 수 있을 것 같았다.
"1소대! 전진!!"
그렇게 오토의 티거를 선두로 소대 전차들이 모두 앞으로 전진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뷜리겐 전차장의 4호 전차가 하천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뷜리겐 전차장과 포수는 4호 전차 위에서 어떻게던 빠져나오게 하려고 궁리를 짜내고 있었다. 무전수는 해치를 열고는 멍청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뷜리겐 전차장이 오토를 바라보다니 멋쩍게 씨익 웃었다.
오토는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도대체 어떻게 여기서 빠질 수 있는 거냐!!!"
멍청한 뷜리겐 전차의 조종수가 외쳤다.
"옴짝달싹 못하겠습니다!!"
이번에도 정비소대 구난분대원들이 달려와서 2대의 티거에 견인줄을 연결해서는 4호 전차를 하천에서 빼낼 수 있었다.
"4호 전차 이상 무!"
그렇게 슐레프 중대는 이미 다른 부대가 점령을 일부 완료한 이미 폐허가 된 대도시로 진입했다. 이 대도시는 절반은 독일군이 점령하고 나머지 절반은 소련군이 점령하고 있었다. 보병 중대장이 슐레프에게 말했다.
"훈련 받은 소련군 저격수들이 하수구를 통해 돌아다니며 장교를 저격하니 항상 철모를 쓰고 저격에 극도로 주의해야 합니다!"
오토는 이 말을 듣고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저격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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