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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투로 3대의 T-34 전차를 노획했고, 이는 현재 독일군과 같이 싸우고 있는 러시아 임시 통합 정부군이 운용하기로 했다. 격파된 T-34는 연구를 위해 독일 공장으로 보내졌다.
오토와 친구들은 T-34 3대로 구성된, 러시아 임시 통합 정부군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녀석들은 이 노획 전차를 받고는 신이 난 모습이었다. 볼프강이 말했다.
"조만간 우리는 저거보다 더 좋은 전차를 쓰게 될 거야!"
"맞아! T-34 저거 용접 상태를 보라고! 저건 전차라고 보기엔 너무 투박해!"
'새로운 전차는 도대체 언제 오는거야..이걸론 못 싸운다고...'
그 때, 기갑 척탄병 녀석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신 대전차 무기다!!"
"이걸로 소련놈의 T-34를 격파할 수 있을 거야!!"
보병 소대장 지바고 소위가 판처파우스트를 들고는 기갑 척탄병들에게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이 강력한 무기만 있으면 제군들은 적의 전차를 격파하고 영웅이 될 수 있다! 30m 까지만 근접해서 발사하면 이반 놈들의 강철 장갑을 관통할 수 있다! 사용법도 쉽다! 30미터 까지만 근접해서 발사하면 된다!! 설마 거꾸로 쏘는 얼간이는 없을거라고 믿는다!!"
스테판이 주위에서 이 광경을 보며 수근거렸다.
"흡착지뢰보다 훨씬 좋은데?"
독일군은 이미 흡착 지뢰를 이용해서 적 전차를 격파시키는 전술을 쓰고 있었다. 물론 흡착 지뢰를 적 전차에 붙이기 위해 접근하는 것은 아주 위험했다. 더군다나 대전차 수류탄 같은 경우는 상당히 무거웠기 때문에 사용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도 흔했던 것 이다.
"개인호를 파두고 호 안에 숨어있다가, 적 전차가 지나갈 때 이 판처파우스트를 이용해서 쾅!! 발사한다! 혹은 덤불 속에 엄폐했다가 놈들 전차의 측면을 노려도 좋다!!"
오토가 친구들에게 수근거렸다.
"이건 상당히 유용한 무기야. 특히 시가전이라던가 복잡한 지형에서는 엄폐할 곳도 많으니 보병들이 유동적으로 쓸 수 있을 걸세!"
지바고 소위가 판처파우스트를 들어올리고 외쳤다.
"자, 다음 전투 때 이걸로 놈들의 전차를 격파할 용감할 녀석있나? 자원 받는다!"
호기심에 찬 눈으로 판처파우스트를 보던 기갑 척탄병 녀석들 모두 갑자기 지바고 소위의 눈을 피했다. 지바고 소위가 외쳤다.
"이걸로 적 전차를 다섯 대 격파하는 녀석은 담배 포상이다!!"
그래도 여전히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한 대 격파해도 담배와 술, 그 외 여러 포상을 주겠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지바고 소위는 펄펄 뛰기 시작했다.
"이 쓸모 없는 새끼들!! 러시아 군의 수치같으니라고!!"
오토와 친구들은 키득거리며 기갑 척탄병 녀석들을 뒤로 하고는 담배를 피우며 걸어갔다. 볼프강이 말했다.
"러시아 놈들은 확실히 성질이 고약하군."
오토, 스테판, 게오르크, 헬무트, 블라덱, 볼프강 모두 러시아 출신의 지바고 소위와도 잘 지냈지만, 속으로는 내심 슬라브 민족인 지바고를 무시하고 있었던 것 이다. 헬무트가 말했다.
"솔직히 러시아 임시 통합 정부군을 최전선에 배치하는 것이 옳은지 모르겠네."
스테판이 말했다.
"왜? 러시아 놈들도 잘 싸우잖아."
볼프강이 말했다.
"나중에 모스크바에 깃발을 뽑고, 독일로 돌아와서 승전식을 할거 아닌가? 그 때 러시아 임시 통합 정부군이랑 같이 하는 것은 모양새가 좀 그렇지!"
"맞네! 그리고 러시아 놈들은 무작정 우라 돌격만 할 줄 알지 전술을 모른다고!"
게오르크, 헬무트, 블라덱, 볼프강 모두 좋은 놈들이었지만 이 녀석들 모두 독일인이 가장 우수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것 이다.
절반이 프랑스인인 스테판은 녀석들의 말에 기분이 나빴지만 내색을 하지 못했다.
오토가 외쳤다.
"하지만 소련군 포로 정비 시키면 꽤 실력이 좋던걸? 놈들을 만만하게 봤다간 우리가 좆될 수 있네!"
그렇게 시덥잖은 대화를 하면서 걷다보니, 광활한 러시아의 대지가 시야에 펼쳐졌다.
'진짜 넓네...'
여태까지는 매일 같이 전투를 하느라 몰랐는데, 잠시 전투를 머리 속에서 지우고 보니 이 땅은 정말로 어마어마했다. 이 광활한 대지는 영원히 끝이 없을 것 같았다.
'이 땅이 끝이 있을까?'
오토는 왜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굳이 남의 땅에 쳐들어가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소련 땅에 오고 나니 오토가 독일에서 살던 때보다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았다.
'저 끝까지 가보고 싶군...'
게오르크가 말했다.
"전쟁 금방 끝나는건 맞겠지?"
그 다음 날도 지긋지긋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제는 소련군도 골리앗의 존재를 알아챘다. 한 소련군 T-34 전차장은 자신들을 위해 천천히 오는 독일군의 골리앗을 목격하고는 외쳤다.
"저거 빨리 쏴!! 케이블선을 맞춰!!"
드득 드드득 드득
T-34의 기관총이 불꽃을 뿜어냈지만 케이블선에 맞추지는 못했고, 그 빌어먹을 골리앗은 T-34에게 계속해서 접근했다.
트으응 트으으응 트으응
드륵 드르륵 드륵
겨우 기관총으로 골리앗의 케이블 선을 맞추었고 골리앗은 멈추었다. 그런데, 대로변에 오토의 4호 전차가 나타나서 T-34를 향해 주포를 겨누고 있었다. 그리고 오토의 4호 전차의 주포가 불을 뿜었다.
퍼엉!!
쿠과광!! 콰과광!!
그렇게 오토의 전차는 공병과의 합동 작전으로 T-34를 격파할 수 있었다. 오두막 몇 개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에서 오토의 소대는 전투를 마치고는 중대에 합류하기 위해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했다. 이 작은 마을에서 통나무랑 짚으로 만들어진 작은 집들은 전차포를 맞고는 시뻘겋게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오토가 무선으로 외쳤다.
"사주 경계하라!!"
오토는 해치를 열고 MP40을 들고는 상체를 위로 내밀었다. 언제 어디서 총알 날라올 수도 있었지만, 전차장이란 원래 이렇게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자리였다. 그 때, 뒤에서 아군 병사들이 양 손을 흔들며 따라오는 것이 보였다. 오토 소대의 다른 전차장도 이들을 발견하고는 외쳤다.
"아군이다!!"
"이반이 군복을 훔쳐입은 것 일 수도 있다!! 경계해!!"
놀랍게도, 그 녀석들은 아주 어린 소련군 소년병과 같이 있었다.
오토가 외쳤다.
"6시 방향 보병 둘 발견!! 아군인 것으로 추측되지만 주의하라!!"
그 녀석들은 오토의 전차 앞으로 반가운듯이 달려왔다. 그 어린 소련군 소년병은 뒤통수를 쳐맞으며 억지로 앞으로 가야 했다. 혹시나해서 무전수 알프레트는 기관총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쳐놓고 있었다.
'왜..왠지 느낌이 소련군 같다!! 수염이 있잖아!!'
보통 소련군 녀석들이 수염을 잘 안 깎는 성향이 있는데, 이 두 보병은 독일군복은 입고 있었지만 수염을 잔뜩 기르고 있었다. 이 녀석들이 외쳤다.
"길을 잃었습니다!!"
관등성명과 녀석들의 군사 수첩을 확인해보니, 이들은 확실히 독일군이 맞기는 맞았다. 근데 둘 다 인상이 더럽게 안 좋았다.
'뭔가 위험한 놈들 같은데...'
"같이 가게나!"
그렇게 오토의 전차 소대는 보병 둘과 소련군 소년병과 함께 예의 주시하며 앞으로 전진했다. 다행히 소련군 매복은 없었다. 오토는 해치 위로 몸을 내밀고 주위를 정찰하는데, 아까 전에 합류한 그 두 보병 녀석들이 소련군 소년병의 대가리를 후려치는 것을 발견했다.
퍼억!!
그 하모니카를 들고 있는 소년병 녀석은 거의 울음을 터트릴 듯한 얼굴이었다.
'저 새끼들!!'
오토가 그 수염이 가득한 보병 녀석들에게 물었다.
"이보게! 왜 그러나?"
수염이 잔뜩 난, 파울이라는 이름의 덩치가 아주 크고 왠지 모르게 힘이 세보이는 부사관이 외쳤다.
"이 녀석은 소련군입니다!"
"그 녀석이 뭐 잘못이라도 했나?"
"이렇게 후드려패주지 않으면 탈주할 수 있습니다!"
오토는 장교였지만 자기 부대 소속도 아니었고, 왠지 모르게 그 파울이라는 녀석은 위험해보였다. 군에서는 또라이 같은 녀석은 건드리는 것이 아니었다. 왠지 그 꼬맹이를 괴롭히지 말라고하면 더 괴롭힐 것 같았다.
결국 오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런 못되 쳐먹은 녀석!'
잠시 뒤, 슐레프 중대는 임시 중대 본부에서 휴식을 취하고 전차를 정비할 수 있었다. 파울은 계속해서 꼬맹이를 구박했다.
"야! 그 하모니카나 부르라고!!"
그 소련군 소년병은 질질 짜면서 하모니카를 부르기 시작했다. 러시아 민요가 하모니카에서 흘러나왔다. 피로에 지친 병사들은 잠시 이 하모니카 소리에 집중했다.
오토를 포함한 20대 장교들은 많은 부류가 전쟁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풍족하게 자랐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한지 한 달도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목욕할 기회조차 없었기에 지금 몰골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식수도 부족했기에 속옷을 빠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전차병들의 검은색 군복은 진흙이 묻고 땀에 절여져서 이미 딱딱해진 상태였다. 계속해서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보병 녀석들은 매일 무거운 짐을 운반하고 행군하느라 발에는 물집이 생기고 관절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까 전에 개울을 건너와서 군화가 다 젖어버린 보병 녀석들은 군화와 군복을 벗고는 이를 햇볕에 말리기 시작했다. 군화와 군복이 젖으면 엄청나게 무거워지기 때문에 민첩성이 떨어진다.
한달 전까지 누구보다 자신감에 차있고 기세가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녀석들의 표정은 모두 쾡해졌다. 가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실실거리며 실없는 웃음을 지을 뿐 이었다. 오토도 집으로 돌아가서 맥주 한 잔 마시고 이 엿 같은 군복을 벗고는 침대에 누워서 며칠 동안 퍼지게 자고 싶은 생각 밖에는 안 들었다.
그 때 누군가 외쳤다.
"밥이다!! 밥이다!!"
보급 부대가 왠일로 일찍 온 것 이었다. 병사들은 모두 부리나케 달리기 대회를 하듯이 밥을 받으러 갈려갔다.
"맛 좋은 고기 스프네!!"
왠일로 오늘 배급 받은 빵은 품질도 좋았다. 그렇게 독일군은 콩, 고기 스프, 하노버 담배, 군용 빵, 잼까지 받아서 배부르게 식사를 했다. 이번에 잡힌 소련군 포로들은 쾡한 눈빛으로 이들을 바라보았다.
전차병들은 8명씩 모여서 커다란 군용빵을 나누어 먹다가, 자신들을 바라보는 눈길을 보았다.
'좀 줘야하나?'
포수 에밀이 말했다.
"얼마 전까지 우릴 죽이려던 놈들이야! 무시하라고!"
최전선에 있는 녀석들은 초콜릿, 쿠키, 과일로 만들어진 에너지바, 알록달록한 캔디, 캬라멜도 보급 받는다. 전투를 할 때는 에너지가 딸리기 때문에 이런걸 먹어줘야 그나마 힘이 나고 정신이 든다. 오토도 초콜릿을 하나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상당히 맛있었기 때문에 이런건 한 번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게 된다. 하지만 오토는 이를 아껴두기로 했다. 하모니카를 불던 어린 소련 소년병이 오토가 먹는 초콜릿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나 줄까?'
하지만 오토는 자신이 갖고 있는 군것질 거리들을 그 소년병에게 줄 수 없었다. 지금 전쟁터에서 그 소년병도 언제 죽을지 몰랐기 때문에 꺼림칙했다. 오토는 그 녀석의 눈을 피하고는 임시 중대 지휘소인, 통나무로 만들어진 오두막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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