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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님의 서재입니다.

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최근연재일 :
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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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3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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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야간 작전

DUMMY

오토의 소대원들은 모두 노획한 T-34 엔진룸 위에 올려두었던 붉은색 하겐 크로이츠 깃발을 치우고 정비를 하기 시작했다. 마을에 작은 집과 나무들은 여전히 불타오르고 있었고, 여기저기 박살 난 통나무, 금속 파편과 마을 주민들의 살점, 피가 널려 있었다.


피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번 군복에 피 냄새가 베면 빨아도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 수준이었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사람 신체가 이렇게 약하다니..'


마을 어딜 가도 그 피와 살코기가 길바닥에 널려있지 않은 곳이 없었다. 오토 소대에 전차 포수, 핀란드 출신의 비르타넨이 이 광경을 보고 외쳤다.


"어떤 새끼야!! 이렇게 한 새끼 누구냐고!!"


"실수겠지."


비르타넨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내뱉었다.


"이건 붉은 군대랑 다를게 없잖아!! 악마 같은 새끼!! 당장 나와!!!"


장전수 알프레트가 말했다.


"군사 재판 받기 싫으면 닥치게."


"좆 같은 새끼들..어떤 새낀지 걸리기만 해봐라...소련놈이건 독일놈이건 이 짓거리 한 새끼는 내가 직접 죽이겠어."


포수 에밀이 중얼거렸다.


"이..이런건 소련 놈들이나 할 줄 알았는데..."


"인간이 다 똑같지. 소련 놈들이 하나라도 죽는게 독일에도 핀란드에는 이득 아닌가?"


비르타넨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보병들은 양동이로 살점을 주워 담고 있었다.


"저들은 장례식도 못하겠군."


한편, 이번 일의 원흉인 파울이 보고했다.


"소련군의 T-34 전차가 골리아트를 향해 포탄을 발사했고, 그 순간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역시 그렇군! 독일 제국군이 이런 실수를 저질렀을리 없다!!"


비르타넨도 이 소식을 듣고는 말했다.


"그럼 그렇지...역시 이건 이반 새끼들 짓이다..."


파울은 또한 최근 전투에서 소련군 소위를 사살한 공을 인정받아 훈장과 담배, 술 포상을 받게 되었다. 파울은 맛 좋은 하노버 담배를 피우며 속으로 생각했다.


'됐어!! 나만 살아남으면 그만이야!'


파울은 자신의 가슴에서 반짝거리는 2급 철십자 훈장을 바라보았다.


'훈장이 좋긴 좋군!!'


전공을 한 번 더 세우면 파울로서는 포상으로 휴가를 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파울은 맛 좋은 슈납스(과일 주)를 마시며 다짐했다.


'다음에는 1급도 받아야지!'


그 날, 전차병들은 나무로 만든 작은 슬릿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건 스테판의 건의였다.


"적 전차와 교전할때 역광을 받으면 눈이 부셔서 놈들의 위치를 측정하기 힘드네! 이걸 이용하면 좋을 걸세!"


그 나무로 만든 작은 슬릿을 눈가에 갖다대고 앞을 보면, 햇빛이 어느 정도 차단되기 때문에 역광을 받아도 적 전차나 야포의 위치를 쉽게 인식할 수 있었던 것 이다.


오토와 친구들도 장교 대피호에 주저 앉아서 주머니칼을 이용해서 서걱서걱 슬릿을 만들었다. 전투는 승리했지만 다들 기분이 좋지 않았다. 헬무트가 말했다.


"알렉산드르 그 녀석은 대피호에 있으라고 해도 맨날 비행기 구경한다고 쏘다녔잖아! 분명 살아 있을거야! 어쩌면 도망갔을지도 몰라!"


아무도 헬무트의 말에 대꾸를 하지 않았다. 블라덱이 말했다.


"좆같은 소련 새끼들..."


오토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담배만 피웠다. 아까부터 속이 미슥거려서 도저히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내가 여기서 뭘 하는거지?'


어린 시절부터 배웠던 애국심, 독일 제국에 대한 충성, 우정, 가족, 도덕심, 사회적 규율 이런 것들은 모조리 뇌 속에서 더 이상 자리를 차지하지 않고 있었다. 오토는 어린 시절부터 지난 전쟁에 참전했던 참전자들이 쓴 책을 읽곤 했었다. 하지만 그 어느 책에서도 포탄이 폭발하면 사람의 신체가 묽은 스프처럼 된다는 것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토는 무엇보다 등이랑 사타구니가 가려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군사 학교 시절 특강을 오는 참전자들 그 누구도 벼룩 때문에 고생할거라고 가르켜주지 않았던 것 이다.


지금 병사와 장교들의 속옷은 세상에 있는 그 어떤 것보다 더럽고 냄새도 지독했다. 근데 벼룩 새끼들은 비위도 좋은지 용케도 계속해서 번식을 했다. 오토는 기분이 너무 좆같았기에, 평소라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을 내뱉었다.


"우리가 싸우는거 있잖아...만약 먼저 안 쳤으면 소련이 쳤겠지?"


"당연하지. 우린 독일 제국의 장기적 안보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선제 공격을 한 걸세. 우리가 선제 공격을 하지 않았다면 놈들은 군사력을 늘린 다음 강력한 전차 부대로 독일의 국경선을 향해 진격했을 걸세. 분명 훨씬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을걸세!"


"그...그걸 어떻게 확신하지?"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게오르크가 속으로 생각했다.


'오토 저 새끼가 미쳤군...'


스테판이 주머니칼로 나무 슬릿을 깎으며 말했다.


"이미 독일이 선제 공격을 했고, 역사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데 그런 가정은 아무 의미가 없지."


블라덱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살코기가 되어버린 이 마을 주민들도 돌이킬 수는 없겠지."


"닥쳐!! 시발!!"


헬무트가 직접 주머니칼로 깎던 나무 슬릿을 집어던지고는 울부짖었다.


"으허억!!으헉!!"


게오르크가 말했다.


"헬무트 진정하게. 장교는 그런 일로 동요하는거 아닐세."


오토는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주저앉아서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소련이 선제 공격하려던게 아니었다면?'


오토는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 마을에 살던 주민들은 지금도 살아서 일상을 즐기고 있었을 것 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류의 용서를 받을 수 있을 것인..'


스테판이 말했다.


"인간은 사악해서 동정할 필요가 없어. 난 이 마을 주민들에게도 그닥 동정이 가지 않네. 주기적으로 농민들은 땅을 빼앗기 위해서 얼마 전까지 친하게 지내던 이웃의 배를 낫으로 가르는 축제를 벌인다고."


"넌 무슨 말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하냐?"


"부정적인게 아니라 사실일세! 전쟁이란게 다 그렇지. 애국심? 그런건 살인자와 강간마들의 변명에 지나지 않아! 남의 땅을 빼앗고 여인들을 강간하기 위해 진격하는 걸세. 이 논리로는 왜 사춘기가 지나고 다들 전쟁에 열광하는지 설명이 가능하지."


볼프강이 눈을 굴리며 말했다.


"내 소대원들은 독일 제국에 충성하기 위해서 목숨 걸고 싸우는 걸세. 독일군은 그런 짐승같은 이반 놈들하고는 다르네! 인간은 짐승이 아닐세!"


스테판이 계속 서걱서걱 나무를 깎으며 말했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건 변명을 하는 것 뿐이야. 다들 솔직해지면 좋으련만."


블라덱이 중얼거렸다.


"우리 같은 하급 장교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 뿐이네..우린 아무 잘못 없어."


그 날 오토는 꿈을 꾸었다.


"스탈린이랑 휴전 협정 맺었대!!"


"전쟁이 끝났어!!"


"우와와!! 이젠 다 끝이다!!"


그렇게 오토는 동료들과 함께 신나게 집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었다.


"집으로 가자!!"


"소위님!! 소위님!!"


한참 즐거운 꿈을 꾸는데 정비반 녀석이 오토를 깨웠다.


'역시 꿈이었나...'


"모두 정비 완료했습니다!"


슐레프 중대장이 와서 외쳤다.


"장교들 전원 회의실로 집합!!"


'또 뭐야?'


"야간에 놈들의 진지를 공격하라는 상부의 명령이 내려왔다!!"


'야..야간 공격?'


'좆됐다!!'


'그래도 보병 엄호를 받을테니...'


슐레프 중대장이 지도를 가리키며 외쳤다.


"이 경로를 따라서 2개 소대가 앞으로 전진한다! 참고로 여기 대인지뢰가 깔려있으니 보병의 엄호는 받을 수 없다!!"


'나인!!!!'


'이건 미친 짓이다!!'


"이번 임무에 참가할 소대는 지원 받는다!!"


1소대장 오토, 2소대장 스테판, 3소대장 게오르크, 4소대장 블라덱 누구도 자원하지 않았다. 슐레프 중대장이 외쳤다.


"그러고보니 1소대는 최근에 계속 전투에 나서기도 했고, 지금 노획 전차로 구성되었으니 2,3,4소대 중에서 자원을 먼저 받는 것이 좋겠군...지원 없으면 제비 뽑기 가겠다!"


맨날 제비 뽑기 운이 안 좋은 오토로서 이는 다행이었다. 하지만 오토는 머리 속에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아이디어는 무슨!! 이번엔 잠자코 있자!!'


하지만 결국 오토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슐레프에게 건의했다. 슐레프 중대장이 기특해했다.


"아주 훌륭하군!"


새벽 1시, 노획 T-34 4대로 이루어진 오토의 1소대와 4호 전차 4대로 이루어진 스테판의 2소대가 천천히 어둠 속을 따라 앞으로 전진하였다. 오토의 T-34 들이 선두로 가고 있었고, 전차 장갑에 그려둔 철십자기는 천으로 가려서 덮어둔 상태였다.


'이렇게 하면 이반과 마주쳐도 놈들은 우리를 아군이라고 생각할거다!!'


이번 작전에서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철저하게 각 전차간 무선 통신은 제한했다. 만약 무선으로 연락을 하다가 소련군에게 들키면, 이번 작전은 말짱 도로묵이 되기 때문이었다.


트르르 트르르르르 트르르


T-34는 분명히 독일군의 전차와는 엔진 소리로 구분이 가능했다. 오토와 스테판, 그리고 1소대 2소대원들은 모두 팬티에 똥오줌을 지리며 어둠 속을 주행했다. 어둠 속에서 전차 조종수들은 앞에 있는 전차의 차간 거리 표시등을 보면서 적정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이 당시 4호 전차들은 후면 좌측에 차간 거리 표시등이 달려 있었다.


트르릉 트르릉 트르릉


그렇게 8대의 전차가 쭉 기동하였다. 이제 조금 있으면 8대의 전차들은 대인 지뢰밭을 지나가야 했다.


천천히 8대의 전차들의 궤도가 한칸씩 움직일 때, 역시나 대인 지뢰가 번쩍이며 폭발했다.


쿠과광!!


어둠 속에서 샛노란 파편이 튀겼다.


"시발!!"


"쉿!!"


파편이 튀겼지만 무리없이 전차들은 계속 앞으로 전진하였다. 이번엔 4호 전차가 대인지뢰를 밟았다.


쿠궁!


"윽!!"


전차에도 승무원들에게도 아무 해는 없었음에도 진짜 좆같은 상황이었다. 저 멀리 소련군의 진지에서는 작은 불빛이 어른거리고 있었다.


트르릉 트르릉 트릉


쿠광!!


지뢰가 터질 때마다 샛노란 불꽃 파편이 살짝 번쩍거렸다. 다행히 오토와 스테판의 소대는 저지대를 거쳐가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 소련군 위치에서는 오토와 스테판 소대의 위치를 관측할 수 없었다. 그렇게 두 독일군 소대는 계속해서 자연에 의해 만들어진 저지대를 따라서 은밀히 기동했다.


오토는 T-34의 해치를 열고는 상체를 위로 내밀었다.


'계속 가다가 저 쯤에서 정지하고 사격하...'


그 때, 오토는 600미터 쯤 앞에서 소련군의 전차가 이쪽을 향해 오는 것을 발견했다. 소련군의 전차는 T-34 8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오토는 팬티에 똥오줌을 지렸다.


'으아아아!!!'


그 소련군 전차들은 정지하지도 않았고, 발포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오토의 소대를 향해 오고 있었다.


트르르 트르르르릉 트르르


오토는 침착하게 다시 T-34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조종수랑 포수 또한 적 T-34 들을 목격한 상황이었다. 장전수 알프레트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


"어..어떻게 합니까!!"


어둠 속에서 소련군의 T-34 들은 전조등을 켠 채로 계속해서 이 쪽으로 오고 있었다. 오토가 말했다.


"철갑탄 장전. 침착한다."


알프레트가 철갑탄을 장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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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 육군 참모 총장이 된 한스 +27 21.11.20 345 7 13쪽
490 마을 점령 +23 21.11.19 232 8 12쪽
489 롤반 +14 21.11.18 213 8 11쪽
488 도하 작전 +9 21.11.17 214 7 11쪽
487 조선인 파일럿 한병수 스토리 +7 21.11.16 223 6 13쪽
486 소련군 형벌 부대 +27 21.11.15 236 8 13쪽
485 판터 +28 21.11.14 237 8 16쪽
484 용감한 오토 +53 21.11.13 239 7 12쪽
483 머쉬룸 +13 21.11.12 224 9 12쪽
482 훈장을 받은 오토 +41 21.11.11 252 8 13쪽
481 정신 수양 +14 21.11.10 229 7 14쪽
480 교란 작전 +15 21.11.09 241 7 12쪽
479 거미줄 +5 21.11.08 226 8 11쪽
478 브란덴부르크 독일의 특수 부대! +13 21.11.07 257 7 12쪽
477 규율 위반 +7 21.11.06 229 8 12쪽
476 거침없이 전진하는 티거 +7 21.11.05 253 8 12쪽
475 자살 특공대 +16 21.11.04 252 8 11쪽
474 일본이 소련에 선전포고 +21 21.11.03 259 8 14쪽
473 티거 전차 +16 21.11.02 249 7 12쪽
472 절대적 악인 +11 21.11.01 260 9 11쪽
471 오토의 전투, 독일 전역에 라디오로 방송되다 +10 21.10.31 247 8 12쪽
» 야간 작전 +5 21.10.30 233 8 11쪽
469 피와 살코기 +3 21.10.29 247 7 14쪽
468 T-34를 탄 오토 +5 21.10.28 261 7 14쪽
467 붉은 머리 소련 여군 +17 21.10.27 308 7 15쪽
466 맛 좋은 보급 식량 +27 21.10.26 276 9 11쪽
465 독일의 신무기 골리앗! +21 21.10.25 265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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