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오토
오토는 묵직한 원반 형태의 머쉬룸 대전차지뢰를 들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트트트 트으으으 우우웅
T-34 3대의 엔진 소리와 궤도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고 폐허가 된 길은 먼지와 연기로 자욱해졌다. 오토는 건물 안에 박살난 거울을 통해서 T-34 3대를 볼 수 있었다. 선두에 전차는 포탑이 전면을, 두번째 전차는 좌측, 세번째 전차는 우측을 향해 있었고 적당한 차간거리를 둔 상태로 전진하고 있었다.
T-34에 탑승한 승무원들은 좁은 관측창을 통해서 근처에 독일군이 있나 없나 유심히 관찰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특히 오토처럼 대전차 무기를 들고 생쥐처럼 접근하는 녀석이 있다면 당장 기관총이랑 고폭탄으로 아작을 낼 것이었다.
혹시나 오토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발각될까봐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우우웅 우우우웅 트트트 트으으
T-34가 전진하면서 진동은 건물의 목재 바닥에까지 전달되었다. 오토가 T-34 후미 전차가 이 건물을 지나가면 뛰쳐나가서 재빨리 머쉬룸을 후미 T-34 전차에 집어 던지고 튀기로 결심했다. 오토는 덜덜거리는 마루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상태로 T-34 세 대가 모두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트으으 우우웅 우우우우우 트으으
T-34에서 나오는 연기와 먼지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오토는 팬티에 똥오줌을 지렸다.
'으아아!!'
솔직히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어도 T-34 내부에 소련군은 소리를 들을 수가 없을 것 이었다. 그렇지만 오토는 무서워서 침도 삼키지 못했다.
트으으 트드등
오토는 마지막 T-34 전차가 지나간 것을 확인하고는, 잽싸게 2층으로 올라갔다. 현재 건물의 2층 외벽은 다 무너진 상태였다. 만약 주변에 소련 보병이 있다면 저격 맞고 뒤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 때, T-34 선두 전차의 전차장은 놀랍게도 해치를 열고는 위로 머리를 내밀어서 주변을 정찰하다가 오토를 발견했다.
"독일군이다!!"
오토는 후미 T-34 전차를 향해서 원반 던지기 시합을 하듯 육중한 머쉬룸을 날렸다.
'흐아앗!'
머쉬룸은 후미 T-34의 후면 장갑 위에 떨어졌다가 덜덜거리며 미끄러져 내려갔다.
쿠과광!! 쿠광!!!
후미의 T-34는 궤도만 파괴되었다. 세 대의 T-34 전차는 오토를 향해 포탑을 돌리기 시작했다.
"저 새끼 잡아!!!!"
선두의 T-34 전차장은 2층에 있는 오토를 향해 토카레프 권총을 겨누고 발사했다.
탕! 타앙! 탕!
오토는 잽싸게 반대편 골목으로 미끄러지듯 뛰쳐내렸다. 이제 오토은 전쟁 기계가 되어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군사 학교에서 배웠던 훈련 과정하고는 상관없었다. 온 몸의 근육과 신경이 생존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오토는 자신의 소대가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때, T-34의 포탑이 불을 뿜었다.
퍼엉!!!
그리고 오토가 방금 전까지 있었던 건물의 1층 외벽부터 금이 가더니 그나마 남아있던 2층 외벽까지 완전히 박살이 났다.
쿠구궁!! 쿠웅!!
T-34 전차 세 대는 모두 포탑을 좌측으로 돌리고 오토가 달리고 있는 골목을 향해 고폭탄을 쏘고 있었다. 다른 건물도 고폭탄을 맞고는 무너져내렸다.
쿠과광!!!
오토는 시멘트 가루와 온갖 먼지를 뒤집어 쓴 채로 필사적으로 앞으로 달렸다.
'우아아아악!!!!!'
오토의 뒤에 있던 건물이 무너져내렸고 두꺼운 시멘트 파편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하나라도 맞았다간 대가리가 박살나서 뒤질 것이 분명했다. 오토는 좌측에 있는 골목으로 슬라이딩하듯이 들어갔다. 그 때, 모신나강을 들고 있는 소련 병사가 보였다.
"우아악!!"
소련 병사는 오토를 향해 모신나강을 겨누었고, 오토는 잽싸게 다른 골목으로 질주했다. 소련 병사가 외쳤다.
"독일군이다!!"
"이쪽이야!!"
"장교다!! 잡아!!"
오토는 박살난 유리창 안으로 들어가서 한 건물 안에 숨었다.
'시발!!!'
놈들의 군화발 소리가 가까워졌다. 오토는 허리춤에서 막대형 수류탄을 꺼내 격발끈을 당기고는 집어던졌다.
쿠과광!! 콰광!!
그리고 오토는 미친듯이 자신의 소대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계속해서 러시아어로 고함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잡아!!"
"파시스트다!!"
오토는 잽싸게 한 집의 창문을 통해 들어갔다.
"헉!!!"
한 나이 든 남자와, 어린 꼬맹이와 노파가 겁에 질린 얼굴로 오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토는 손가락을 입에 갖다대고는 조심스럽게 집 밖으로 뛰쳐나와서 소대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오토의 소대는 이미 소련군의 T-34를 격파했고 보병의 지원을 받으며 마무리가 된 상태였다.
오토는 양손을 흔들며 그 뿌옇게 먼지가 뒤덮인 곳으로 달려갔다.
"여기야!! 쏘지마!! 쏘지마!!!"
우벤의 4호 전차는 오토가 있는 쪽을 향해 포탑을 선회하고 있었다.
"소대장이다!! 쏘지 마!!!"
포탑이 정지했고 우벤이 전차장 해치를 열고 머리를 내밀었다.
"모두 격파 완료했습니다!"
오토는 4호 전차의 주포를 잡고 포탑 위로 올라온 다음 4호 전차장 자리에 들어갔다. 그 때 무선으로 티거의 궤도가 수리 완료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티거 궤도 수리 완료! 기동 가능!"
"좋았어!! 시동 걸어놔!!"
오토는 신나서 자신의 티거로 달려갔다. 티거는 궤도 수리를 마친 이후 시동까지 걸려 있었다. 오토는 전차장 해치를 열고는 들어갔다. 기름과 온갖 지저분한 것들이 섞인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그래도 마음은 편했다. 오토가 무선으로 보고했다.
"19구역 건물 내부에 민간인 세 명 발견! 오인 사격 주의한다!"
"알았다!"
그렇게 오토는 자신의 소대를 이끌고 앞으로 전진했다. 슐레프 중대장의 목소리가 무선으로 들렸다.
"여기 지휘차! 각 전차 피해 상황 보고하라!"
"2호차 이상 없습니다!"
"3호차 멀쩡합니다!"
현재 오토의 1소대, 스테판의 2소대, 게오르크의 3소대, 블라덱의 4호대는 각자 구역을 담당하고 적 보병과 장갑차를 섬멸하기로 되어 있었다. 슐레프 중대장이 외쳤다.
"각 소대는 자신이 담당하는 구역에서 목표물을 반드시 격파한다! 그 외는 각 소대장의 재량에 맡긴다!"
"야볼!!"
오토가 무선으로 자신의 소대 전차들과 전차병에게 외쳤다.
"19구역으로 전진!"
트으응 트드등 트등
오토의 소대는 Sd.Kfz 222 경장갑차와 함께 앞으로 전진했다. 이 멋드러진 Sd.Kfz 222 장갑차는 20mm 포 1개, MG34 기관총 한 정으로 무장했고 장갑은 8mm에 최고 시속은 80km였다. 이런 시가지에서는 장갑차와 같이 전진하는 것이 아무래도 마음이 든든했다.
보병들도 소총을 들고 전차 소대를 따라오고 있었다. 이제 19구역으로 진입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 때, 소련군의 포병대가 곡사로 엄청난 포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쿠궁!! 쿠과광!! 쿠궁!!
오토가 외쳤다.
"포격 끝날 때까지 정지!!"
19구역에 포격이 쏟아졌고, 건물이 무너지며 엄청난 파편이 쏟아졌다. 다행히 오토의 소대는 19구역으로 진입을 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렇게 되면 전차가 기동하기 힘들어진다.
'젠장!! 이렇게 되면 기동이!!'
그 때, 뷜리겐이 무선으로 외쳤다.
"19구역에 민간인 있지 않습니까?"
'헉!!!'
원래 교전 도중에 민간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장갑차나 차량에 흰 깃발을 걸고 가서 교전을 멈추고 민간인을 대피시키도록 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렇게 포격이 심한데 누가 이런 위험한 임무를 할 것 인가? 오토는 식은 땀을 흘리며 눈을 굴렸다.
Sd.Kfz 222 장갑차는 고작 장갑이 8mm 밖에 되지 않는다. 괜히 가다가 뒤질 수도 있을 것 이다. 그러면 아까운 장갑차와 병력을 소모하는 것 이었다.
오토는 암페타민이 들어있는 알약을 슈납스로 목 뒤로 넘기고는 티거의 전차장 해치를 통해서 밖으로 빠져 나왔다.
'독일 제국군으로서 민간인을 보호하는 것은 마땅한 의무이다!'
암페타민을 먹은 덕분인지 용기가 나는 것 같았다. 오토가 Sd.Kfz 222에 들어가며 외쳤다.
"민간인 대피시킬 동안 교전을 중지할 것을 소련군 측에 요청하고 오겠다!!"
다행히 이 Sd.Kfz 222에는 확성기도 부착되어 있었다. 러시아어를 잘하는 녀석이 이 확성기로 내보낼 음성을 녹음했다.
"민간인을 대피시킬 동안 교전을 중지할 것을 요청한다!!"
흰 깃발로 쓸만한게 없었기 때문에 흰 팬티를 벗어서 장갑차에 걸고는 오토는 출발하기로 했다. Sd.Kfz 222의 어린 조종수 녀석은 완전히 하얗게 질려서 팬티에 똥오줌을 지린 상태였다. 오토가 외쳤다.
"출발!!"
그렇게 Sd.Kfz 222는 앞으로 출발했다. 19구역에서는 계속해서 포격이 쏟아지고 있었다.
쿠궁!! 쿠과광!!
아까 전에 암페타민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옆에 조종수 녀석에 벌벌 떨고 있어서 그런건지 오토도 두려워서 미칠 것 같았다. 오토가 계속해서 생각했다.
'나는 독일 장교로서 명예를 지킨다!! 민간인을 보호하는 것이 제국군으로서의 의무이다!! 함께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함께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
쿠궁!! 쿠과광!!
그 때, 조종수가 말했다.
"좌..좌측 길에 저거 대..대전차 지뢰 아닙니까?"
소련군은 급하게 대전차 지뢰를 매설한 것 인지, 제대로 마무리를 하지 못했는지 누가봐도 대전차 지뢰를 매설해둔 티가 났다.
"우..우측으로 간다!!"
쿠궁!! 쿠과광!!
Sd.Kfz 222 장갑차 전면에는 연료통을 부착해둔 상태였다.
'호..혹시 저거 폭발하는거 아니겠지?'
30m 쯤 앞에 보이는 건물이 포격을 맞고는 박살이 나서 여기저기 굵직한 외벽 파편이 떨어졌다.
"우아악!! 멈춰!!"
쿠궁!! 쿠과광!!
"으아아악!!!"
외벽 파편이 길을 막아서 다른 쪽으로 가야했다. 그렇게 조종수는 우측으로 선회했다. 오토는 혹시나 대전차 지뢰가 설치되어있지는 않을까 주변을 면밀히 정찰했다.
'할 수 있다...할 수 있다...'
그 때, 50m 쯤 앞에서 소련군이 매설해둔 지뢰가 포격에 폭발했다.
쿠궁!! 쿠과광!!!
조종수가 질겁을 했다.
"으윽!! 다..다른 쪽으로 갈까요?"
'!!!'
오토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미 손은 땀에 젖어서 완전히 축축해진 상태였다. 조종수가 다시 물었다.
"소위님!! 우측으로 우회 기동할까요?"
오토가 말했다.
"돌아간다."
"하..하지만 민간인들은..."
"돌아가라고!! 못 알아쳐먹냐 시발 새끼야!!! 빨리 가!!!"
그렇게 오토가 탑승한 Sd.Kfz. 221는 빠른 속도로 소대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오토는 똥오줌을 지린 상태로 벌벌 떨었다.
'으아아..으허어...'
그렇게 흰 팬티를 휘날리며 Sd.Kfz. 221는 아무 소득 없이 돌아갔다. 여전히 포격은 계속되고 있었다.
쿠궁!! 쿠구궁!!
그리고 포격이 끝나고 오토의 소대는 앞으로 전진했다.
"대전차 지뢰 주의한다!! 앞으로 전진!!!"
3,4 소대가 담당한 구역은 저항이 약했기에 이미 그 쪽을 통해 소련군은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다. 마침 하늘에서는 루프트바페의 공중 지원이 있었다.
"녀석들이다!!"
양 날개에 철십자가 그려진 항공기들이 하나씩 날개를 기울이며 급강하한 다음 소련군 포병대에 폭격을 했다.
쿠궁!! 쿠과광!!
그렇게 독일군은 시가지 점령에 성공했다. 오토는 완전히 진이 빠진 상태로 티거 밖으로 나와서 주저앉았다.
'으아아...'
정비반들이 달려와서 티거와 오토의 소대 전차들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오토는 이번 전투의 보고를 위해 시가지 내에 마련된 중대 지휘소로 걸어갔다. 그 때, 아까 전에 보았던 나이 든 남자가 피투성이가 된 꼬맹이를 안고 도와달라며 달려가고 있었다. 그 꼬맹이의 왼쪽 다리에는 커다란 콘크리트 조각이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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