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쉬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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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만이 들고 있는 MP40의 총구에서 연기가 흘러나왔고 주변에는 탄피가 쏟아져 있었다. 총을 맞고 아직 죽지 않은 소련군 포로가 신음했다.
"으흐..으아아..."
오토는 발이 땅에 붙은 것처럼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다른 독일 병사들도 모두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이 광경을 바라만 보았다. 바우만은 한 손으로 MP40을 들고는 자신이 사살한 소련군 포로들을 바라보았다. 오토가 용기를 내어 외쳤다.
"바...바우만 이병!!"
바우만이 오토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는 씨익 웃었다.
'헉!!!'
그리고 바우만은 아직 뜨거운 MP40의 총구를 자신의 턱 밑에 갖다댔다.
딸깍!
바우만은 방아쇠를 당겼지만 MP40는 총알이 다 떨어져서 발사되지 않았다.
딸깍! 딸깍!
오토가 외쳤다.
"잡아!!"
병사들이 모두 한꺼번에 달려들어 바우만을 포박했다. 바우만은 밧줄에 묶인 상태로 여전히 실실 웃었다.
"히히...에헤헤..."
바우만은 정신병원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그리고 오토는 대대장에게 가서 이 사건에 대해 보고했다. 오토가 식은 땀을 흘리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 모..모든 일에 처..처벌을 바..받겠습니다."
대대장은 서류를 읽는 둥 마는 둥 하고 말했다.
"됐네. 나가보게."
오토는 슐레프 중대장과 함께 대대장 지휘소를 나갔다. 슐레프 중대장이 말했다.
"별 일 아닐세. 탈출을 시도한 포로들을 사살한 것으로 처리될걸세."
'???'
"젊은 혈기에 그럴 수도 있지. 자네도 너무 궤념치 말게!"
그렇게 오토는 소대로 돌아왔다. 지금 이 도심지에서는 여전히 포격이 쏟아지고 있었다.
쿠궁!! 쿠광!!
쉬잇! 쉿!!
대구경 포탄이 터질 때는 더 육중하고 무거운 소리가 공기를 깊게 울렸다. 소구경 포탄은 그보다는 가볍고 날카로운 쉿쉿거리는 소리가 난다.
둥 둥 둥
식량 보급은 안 되었지만 다행히 연료 보급은 되었고 신속히 정비를 마쳤다. 전차장들은 바닥에 드러누워서 기절해있던 자신의 분대원들을 발로 차면서 깨웠다.
"일어나!! 정신차려!!"
조종수 마티아스는 아무리 흔들어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어나라고!!"
"허..허억!!!"
"한 알씩 먹어!!"
전차병들은 코카인과 메타 암페타민으로 만들어진 페비틴을 모두 한 알씩 지급받았다. 그리고는 독한 슈납스와 함께 알약을 목 뒤로 넘겼다. 이제 좀 있으면 심장이 빨리 뛰고 혈관이 확장되고 두려움이 없어질 것 이다.
전차병들은 모두 해치를 통해서 이 지긋지긋한 전차 안으로 들어갔다. 전차 안에는 냄새가 지독했다. 오토 또한 티거의 포탑 안에 들어간 다음, 포탑 뒤쪽에 있는 헤드폰 보관함에서 헤드폰을 꺼내어 착용한 다음 외쳤다.
"소대 전진!!!"
그렇게 슐레프 중대의 전차들은 앞으로 전진하였다. 육중한 전차의 궤도가 땅을 밀어냈다.
트트트 우우웅
전차병들은 극심한 수면부족으로 다들 눈이 충혈된 상태였다.
"18구역 순무빵(T-34 뜻하는 암호) 둘! 지원 요청한다!!"
"알았다!!"
트트 트트트트 트트
그 날도 슐레프 전차 중대는 더 많은 구역을 점령하게 되었다. 정비병들은 서둘러 달려와서 전차들을 정비했고 오토와 전차병들은 기절하듯이 대피소로 들어가서 쓰러졌다. 근데 아까 전에 먹은 각성제 탓인지, 졸려 뒤질거 같은데 깊은 잠은 오지 않았다.
머리가 지끈지끈 깨질 것 같았다. 두개골 속에 물이 차오르면서 뇌가 푹신푹신해지고 여기저기 구멍이 생기는 것 같았다. 아까 전에 급하게 먹은 상태 안 좋은 보급 통조림 때문인지 속도 부글부글거렸다. 그냥 배탈이면 상관없지만 이질이면 부대 전체가 좆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오토는 애써 숫자를 세면서 잠을 자보려고 애썼다.
'134, 135, 136, 137....'
지금은 가족한테서 온 편지를 읽을 정신도 나지 않았다. 어떻게던 조금이나마 잠을 자야했다. 여전히 묵직한 포격 소리가 대피소까지 들렀다.
쿠궁!! 쿵! 궁!! 퍼엉!!
한편, 한스는 소련군 형벌 부대에 관한 보고서를 전달 받은 상황이었다. 이 보고서에는 소련군 포로의 증언이 실려 있었다.
'지독하군...'
소련군 형벌 부대는 상당히 열악한 환경에서 싸우고 있었던 것 이다. 한스가 이 보고서를 읽으며 생각했다.
'포로 학대나 처형을 금지해서 형벌 부대가 투항하도록 유도할 수 있겠군..'
그렇게 한스는 포로 학대, 처형을 금지해야 한다고 상부의 건의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독일 측에서는, 독일 제국군은 소련군의 형벌 부대와 같은 반인륜적인 짓을 하지 않고, 투항하면 살려줄 것 이고 국제법에 따라 포로로서 보호될 것 이라고 확성기를 통해 쩌렁쩌렁하게 선전하고 선전물을 뿌렸다.
그리고 독일군은 소련군 포로를 처형하지 않고 학대도 하지 않는다는 선전 영상물에 한스가 직접 출연하게 되었다. 한스는 이마에서 식은 땀을 뻘뻘 흘렸다.
'다른 장교도 많은데 왜 하필 나야...'
한스는 버벅거리며 대사를 읽었다.
"도..독일 제국군은 포..포로를 구..국제법에 따라 존중하며"
"컷!! 자연스럽게 해주십시오!!"
이는 독일군의 전선 신문에도 한스의 사진과 함께 기사로 실리게 되었다. 오토와 동료들은 최근에 시가지 점령을 마치고는 오랜만에 잠도 푹 자고 맛 좋은 뜨뜻한 스프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슈납스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월간지 <동부전선과 탱크> 를 읽었다. 이 월간지에는 최근에 계속해서 전공을 올리고 있는 슐레프 중대 전차 부대의 사진도 실렸다.
전차 부대는 보병이나 다른 부대에 비해 상당히 보급을 잘 받는 편이었고, 그 만큼 명성 또한 대단했다. 오토는 한스가 포로를 국제법에 따라 존중할 것 이라고 인터뷰한 기사를 읽었다. 오토는 내심 한스가 자랑스러웠고, 지난 번에 바우만의 총기 난사를 말리지 못한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
'지난 번 같은 사고는 절대 없도록 하겠다...앞으로는 그런 일이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용기를 내고 꼭 막고야 말겠다...'
오토의 가족들 또한 오토가 최근에 전공을 세우고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어머니 에밀라는 오토를 늘 걱정하고 있었다. 오토가 나온 잡지, 신문 기사는 모두 스크랩해두고 제발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이다. 오토는 가족들과 밀리나가 보내준 편지를 보면서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오토는 밀리나에게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귀기로 했고, 밀리나는 오토가 휴가를 받는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오토는 자신의 훈장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부터 밀리나를 좋아했지만 솔직히 제국 총리의 딸이라 고백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오토는 나름 떠오르는 전쟁 영웅 아닌가?
그 때, 슐레프 중대장이 와서 외쳤다.
"장교 전원 회의실로 집합!!"
모두 외벽이 반쯤 박살난 건물 2층으로 들어갔다. 슐레프 중대장은 탁자 위에 전술 지도를 펼쳐놓으며 내일 있을 전투를 브리핑했다.
"질문 있나?"
"없습니다!"
"해산!!"
그 때 스테판에 손을 들고 물었다.
"호..혹시 민간인은 없습니까?"
"내일 전투 구역에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민간인이 많다고 들었다! 민간인 오사에 주의한다!"
오토는 자신의 소대원들에게 말했다.
"내일 작전 지역에는 민간인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는 정보가 있다! 이에 유의한다!!"
여태까지 오토는 계속해서 전투에서 승리했을 뿐만 아니라 소대원들 중에 단 한명도 잃지 않았다. 그야말로 무패행진이었던 것 이다. 오토는 점점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이다.
'좋았어! 이대로 모스크바까지 쭉 가는거야!!'
오토는 옆에 있던 박스에서 보드카를 한 병 꺼냈다. 이 박스는 최근에 다 같이 먹으라고 중대에서 배급한 것 이었다.
오토는 간지나게 보드카를 한 모금 들이켰다. 그런데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게 독했다.
"켁...켁...켁...뭐가 이렇게 독해!"
블라덱이 외쳤다.
"소련군 술은 가능하면 먹지 않는게 좋다네! 놈들 가끔 알코올을 물에 희석시켜 먹는다고!"
"뭐..뭐라고?"
오토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서..설마 이게 알코올은 아니겠지?'
블라덱이 킬킬거리며 말했다.
"뭐 조금 먹는다고 죽지는 않네! 눈이야 멀겠지만!"
오토는 충격을 받아 방금 전에 한모금 먹은 보드카를 모조리 토해냈다.
"우웩!! 우웩!!!"
소대장 체면이고 나발이고 그딴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미 체내에 흡수된거 아냐?'
오토의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왠지 눈이 흐려지는거 아닌가 하는 착각까지 들었다. 그 때 스테판이 외쳤다.
"자네 뭐 하나?"
오토가 술병을 들고는 외쳤다.
"소련 놈들 술은 절대 먹지 말게! 놈들이 알코올을 섞어서 먹는다더군!"
스테판이 말했다.
"그건 최고급 보드카야! 중대에서 마을에 돈 주고 산걸세!"
이걸보고 얄미운 블라덱 녀석이 낄낄거렸다.
"우하하!! 기사 철십자장까지 받은 녀석이 쫄아서는!!"
오토의 소대원들도 이 광경을 보고는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오토는 열 받았지만 애써 태연한척 했다.
'저 망할 블라덱 새끼!!'
그리고 다음 날, 시가지에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헤드셋으로 4번 전차의 전차장 슈뢰어가 외쳤다.
"대전차 지뢰 밟았다!! 기동 불능! 아악!! 연기 난다!! 탈출해!! 빨리 나가!!"
슈뢰어의 필사적인 목소리가 헤드셋을 통해 전달되었다. 오토는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슈뢰어와 4번 전차병들이 제대로 탈출했을지 알 수 없었다.
지직 지ㅡ직
오토가 외쳤다.
"각 차량들 피해 상황 보고하라!"
"2번 이상 무!"
"3번 피해 경미! 기동은 가능!!"
"대전차 지뢰 주의!"
트트 트으으 트트트
그렇게 오토의 소대는 앞으로 전진했다. 그 때, 오토 티거의 우측 궤도가 대전차 지뢰를 밟았다.
쿠과광!!
오토와 티거의 전차병들은 아래쪽에서 엄청난 충격을 느꼈다.
"으아악!!!"
앞으로 전진하던 티거의 우측 궤도 한 칸에 튕겨져 오르고는 츠르르 우측 궤도가 벗겨져 버렸다.
"기동 불가!!!"
오토가 외쳤다.
"무기 들고 탈출!!"
오토와 마티아스, 에밀, 알프레트, 요하네스는 팬티에 똥오줌을 지리며 서둘러 탈출했다.
"으아악!!"
오토는 한 손에 원반형 대전차지뢰 머쉬룸을 들고는 잽싸게 티거 밖으로 튀었다. 다른 녀석들도 MP40 기관단총과 그 외 무기를 들고 무사히 탈출했다.
"궤도만 손상된 것 같습니다!"
보아하니 대전차 지뢰를 밟아 궤도만 손상되었기에 궤도를 수리하면 다시 전진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지금 궤도를 수리할 시간은 없었다. 이렇게 되면 2번 전차나 3번 전차 전차장을 쫓아내고 그 안에 들어가서 오토가 지휘를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 때, 4번 전차장 슈뢰어가 바실리를 포함한 전차병들과 함께 달려왔다.
"모두 무사했군!!"
슈뢰어가 외쳤다.
"놈들 T-34 전차 5대가 이 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
티거가 T-34 여러 대를 모조리 격파하며 무쌍을 찍는 것도 개활지에서나 가능했다. 이런 시가지에서는 티거가 딱히 T-34보다 유리할 것도 없었다.
오토가 자신의 전차병들에게 외쳤다.
"모두 티거 안으로 들어간다!! 정지한 상태에서 포탑 돌려놓고 놈들에게 사격 개시! 2번 전차와 3번 전차는 제각기 좌, 우측으로 우회 기동해서 놈들의 측면을 공격한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 티거의 전차장은 에밀, 1소대장 자리는 우벤에게 위임한다!! 슈뢰어!! 보병 소대에게 이를 전달하고 지원 요청한다!"
그리고 오토는 원반형 대전차지뢰 머쉬룸을 들고는 소련군 전차가 오고 있다는 곳으로 허리를 숙이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트으으 트트트 트으으으
소련군 T-34의 궤도와 엔진 소리는 현재 오토가 허리를 숙이고 달리고 있는 작은 골목까지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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