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특공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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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태가 철 없는 동생 병수에게 말했다.
"동료들이 술먹으러 가자고 할 때도 못 따라가고 담배도 배급받은것만 피우면서 봉급 한 푼도 못 쓰고 전부 집에 보냈는데 상의도 없이 이딴 결정을 내려? 이럴 줄 알았으면 집에 돈은 안 보냈어!"
"형이 보낸 돈 따위는 필요없어! 그리고 난 지옥의 훈련 과정을 거쳤어! 육군항공사관학교 훈련이 얼마나 빡센줄 알아? 훈련하다가 크게 다치는 녀석들도 있었다고. 난 그걸 이겨내고 특별 조종 견습 사관생이 된 거야. 절대 포기 못해."
"니 사람 죽는건 본적 있냐?"
병태는 최악의 기억으로 남아서 차마 누구에게도 언급하지도 못했던 할힌골 전투를 이야기했다.
"다들 니 녀석처럼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강하다고 생각하고 전쟁터에 왔지. 훈련도 충분히 받았고 성적도 좋았으니까 절대 자기는 안 죽을거라 생각하지. 근데 수류탄이나 작은 고폭탄 한 방만 떨어져도 펑! 하고 날라가버리는게 인간이더라? 동료들 시체를 수습은 해주고 싶은데 죄다 뒤섞여서 여기저기 죽처럼 흩어졌어. 시발...훈련 받은거? 포격 시작되면 내가 어디있고 살아있는지 팔다리가 붙어있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는 의식 속에 존재하지 않아. 그냥 사방에서 포격에 총격에..."
"난 죽음이 두렵지 않아."
병수는 전혀 결심을 꺾지 않은 표정이었다. 병태가 말했다.
"많은 병사들이 총 한번 제대로 못 쏘고 죽었어. 그 녀석들도 다 너처럼 생각했지. 하지만 전쟁은 너가 상상하는거랑은 완전히 달라. 전쟁에서 뒤지는 것만큼 의미없는게 없어. 전사하면 가족한테 연금 조금 나오는게 전부야. 더 살 수도 있었던 수십년의 세월이 아깝지는 않은 거냐?"
"지금 독일과 소련은 인류 역사에 남을 전쟁을 하고 있지. 일본은 소련에 선전포고를 했고, 내가 전사하더라도 인류는 조선인이 소련을 무너뜨리기 위해 하늘을 날았던 사실을 기억할거야."
병태는 자신도 모르게 툭 내뱉었다.
"이런 매국노 새끼!!"
병태는 자신이 일본군에 입대한 것이 부끄러운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가족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늘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고 있었던 것 이다. 병수가 말을 이었다.
"미국과 유럽이 저토록 발달한건 죽음을 무릎쓰고 바다를 가로지르며 항해하고 꿈을 꾸었기 때문이야. 내가 두려운건 죽음이 아니라 인류 역사에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하고 대대손손 시골 구석에서 썩는거야. 그런 식으로 수 천년 살아봤자 무슨 의미가 있지?"
병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이 부모님 몰래 군사 학교에 원서를 썼던 기억이 떠올랐다. 솔직히 말하면 가난 때문에도, 가족을 위해서도 아니었다. 자신도 시골에서 평생 의미도 없이 지루한 삶을 사는 것이 싫었던 것 이다.
'이 새끼는 아무도 못 막는다..'
결국 병태는 병수를 설득하는 것을 포기했다. 일본은 독일과 임시적으로 협력을 맺었고, 독일에서는 일본을 위해서 3호 전차와 4호 전차를 지원해준다고 했다. 일본이 선전포고한 이 때, 병태는 사다오 연대장 밑에서 이 전차들의 사용법, 전술을 연구하고 교관으로서 2주 동안 활동한 다음 바로 최전선으로 가서 싸워야 했다.
병태는 3호 전차와 4호 전차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놈들은 벌써 이런 전차를 만든건가...'
병태의 친구인 히로, 하루토, 켄타, 타이세이도 같이 교관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히로가 말했다.
"지금 독일과 소련이 싸우는 전선에선 이 전차들도 강한게 아니라고 들었네! 소련의 T-34가 이거보다 쓸만하다더군!"
"그 독일 놈들 거 좋은 것 좀 보내주지..."
타이세이가 외쳤다.
"조만간 일본 제국은 독일과 소련보다 훨씬 좋은 전차를 만들어낼걸세! 그 때까지만 이걸 임시로 이용하는거야!"
하지만 병태는 타이세이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독일이 일본에 설계도를 주더라도 일본이 이 정도 품질로 생산할 수 있으려나? 소련은 전차를 얼마나 많이 찍어낼까? 놈들은 독일보다도 공업 생산력이 뛰어나다고 했는데...'
그 날도 병태는 군기가 바짝 든 병사들을 훈련시키고는 오랜만에 짬을 내어 외출했다.
'출병 전에 먹을거라도 실컷 먹어두자!!'
그 때, 병태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덕선이?'
작은 보따리를 들고 있던 덕선이가 자신을 바라보는 병태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어머나! 너 병태 아니니?"
병태는 덕선이와 함께 근처에 있는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덕선이가 웃으며 말했다.
"병태야 너 정말 멋있어졌구나! 이야기 많이 들었어."
덕선이는 비싼 옷을 입고 있었다. 혈색을 보니 그 동안 잘 먹고 잘 산 것이 분명했다.
"너는 잘 지냈어?"
덕선이가 행복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야 잘 지냈지."
병태는 뻘쭘해서 커피만 마셨다.
"병태야 내가 너 많이 좋아했던건 알아?"
"그랬어?"
"넌 여전히 여자 마음은 잘 모르는구나."
쥬스가 들어있는 컵을 쥔 덕선이에 손은 정말로 고왔다. 시집가기 전에는 매일 일을 하느라 거칠어져있던 손이었는데, 이제는 편하게 사는 것 같았다. 덕선이가 말했다.
"병태야, 나는 어릴 적 친구로서 너가 잘되는 것이 참말로 자랑스럽다."
"그..그래."
"조선인의 힘을 전세계에 보여줘. 난 너 믿는다!"
카페를 나와서 덕선이는 병태에게 손을 흔들었다. 덕선이는 일본인 남편의 아이를 임신하고 배가 불룩하게 나와 있었다. 병태는 터덜터덜 돌아왔다. 그리고 출병 며칠 전 날, 병태는 소개를 받아서 갑작스럽게 고위 장교의 막내딸인 일본 여자 아사꼬와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친구 히로와 하루토가 병태를 축하해주었다.
"이 녀석 축하한다!!"
"병태 네 놈, 앞으로 출세길은 확정이군!!"
하지만 병태는 떨떠름했던 것이, 아사꼬라는 여자랑은 생전에 얼굴을 본적조차 없었던 것 이다. 그리고 이 혼례는 철저하게 일본식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병태는 데릴 사위나 다름 없었던 것 이다.
결혼식 날, 병태의 부모님은 아들이 부잣집, 그것도 일본 고위 장교의 딸과 결혼한다는 것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병태는 처음으로 아사꼬를 보았다.
체구가 작고 커다란 눈망울의 아사꼬는 병태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서로 인사를 했다. 상당히 귀여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아사꼬는 병태와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병태가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조선인이라 마음에 안 드는 건가...'
사람들 앞에서 지루한 일본식 전통 혼례 절차가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날 밤, 병태는 아사꼬와 신혼 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제..젠장!!'
아사꼬는 어쩔 줄 몰라하는 눈빛으로 방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병태가 속으로 생각했다.
'알지도 못하는 조선인이랑 혼인을 했으니 당연히 싫겠지..'
병태가 뻘쭘하게 말했다.
"시..실례했습니다."
그렇게 병태는 첫날밤도 치루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전선으로 떠나게 되었다.
한편, 독일군은 일본이 소련에 선전포고를 했다는 소식에 무척 기뻐했다.
"좋았어!! 놈들도 양면 전선을 형성해봐야지!"
슐레프 중대의 전차병들은 주변에서 닭장, 침대 매트리스 속에 들어있는 철망 등을 구해서 전차에 덧붙였다. 이 철망을 설치해두면 주변에 나뭇가지를 꺾어서 엄폐하기도 좋고, 무엇보다 소련군이 흡착 지뢰를 쓸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것 이다. 볼프강이 외쳤다.
"이반 놈들은 분명히 우리의 흡착 지뢰 아이디어를 따라할게 분명해! 그러니 이렇게 철망을 설치해두는 것이 좋네!"
공병들은 소련군이 침투할 것 이라고 예상되는 경로에 대인 지뢰를 잔뜩 설치해두고 있었다.
"소련군이나 파르티잔들이 이 쪽으로는 못 올 걸세!"
공병들은 아예 대놓고 지뢰 주의라고 표지판까지 세워 두었다. 그런데 다음 날, 소련군이 포격을 시작했다.
쿠궁!! 쿠과광!! 쿠궁!!
슐레프 중대 전차병들은 참호 속에서 포격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 쪽은 지뢰밭이니 올 수 있는 방향은 이 두 방향 뿐일세! 포격이 끝나면 바로 나가서 소련군을 섬멸하고 앞으로 전진한다!!"
한 시간에 걸친 포격이 끝나고, 오토와 친구들은 모두 후다닥 달려가서 전차에 탑승했다. 전차에 시동을 거는 것 만해도 시간을 상당히 잡아먹었다.
"빨리!! 빨리!!"
트르릉 트릉
"엔진 스타트!!"
그 때, 무선으로 슐레프 중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소대는 12구역으로 간다!!"
'12구역? 그 쪽으로는 왜?'
슐레프 중대장이 외쳤다.
"소련군이 지뢰밭을 가로질러 전진해오고 있다! 이대로 있다간 방어선이 뚫린다!!"
그렇게 오토의 1소대는 12구역으로 향했다.
'서..설마 지뢰지대를 건너서 올리가...'
오토는 상부 해치를 열고는 상체를 내밀고 쌍안경으로 관찰했다.
'저..저거!!'
놀랍게도 몽골인들은 공포와 경악이 뒤 섞인 표정으로 고함을 지르며 지뢰밭을 달려오고 있었다.
"우라!!!"
펑!! 쿠과광!! 콰광!!
지뢰가 터질 때마다 다리랑 시체 파편이 사방팔방 날아갔다. 한 용감한 몽골인은 주변에서 동료들이 터지는데도 수류탄을 들고는 지뢰 지대를 건너오고 있었다.
"으아아악!!!"
쿠과광!!
여기저기 소련군들이 갈가리 찢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련군은 지금 지원 포격도 해주고 있지 않았다. 조종수 마티아스 또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저 미친 새끼들!! 지원 포격도 안해주고 있어!!"
"사람보다 포탄이 비싸니까!!"
몽골인 소련병들은 다리를 잃은 채로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아아악!!!"
그런데 놀랍게도 몽골인 소련병들은 계속해서 지뢰밭을 향해 달려왔다.
쿠과광!! 쿠광!!
"우라!!!"
지뢰밭에서 계속해서 파편과 시체가 사방팔방 튀었다. 오토가 외쳤다.
"저러다 지뢰 다 터지겠다!! 보병 사살해!!"
무전수가 전면에 있는 기관총으로 몽골인들을 향해 불을 뿜었다.
트등 트드드등 트드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몽골인들은 쉬지도 않고 계속 튀어나왔다.
"우라!!!"
그리고 무전수 요하네스가 기관총을 긁어대자, 소련군 측에서는 발사광을 통해서 오토 소대 전차들의 위치를 알아챈 것인지, 이 쪽으로 정확히 야포를 쏘기 시작했다.
퍼엉!! 쉬이이잇!!
오토가 무전으로 외쳤다.
"각자 위치 이동해서 엄폐한다!!!"
그렇게 오토의 1소대 전차들은 덤불, 바위 뒤에 엄폐했다. 슐레프 중대장이 무선으로 외쳤다.
"놈들은 저렇게 보병으로 지뢰를 폭파시키고 전차로 공격할 계획이다!! 놈들 전차가 공격해오면 바로 사격하고 격파 이후에 24구역까지 진격한다!!"
수 많은 몽골인 소련군들이 계속해서 지뢰밭에서 온 몸이 찢겨나가고 있었다.
쿠궁!! 쿠과광!!
그리고, 소련군의 전차들이 이 쪽을 향해 전진해오기 시작했다. 오토가 무선으로 외쳤다.
"적 전차 발견!! 20대 정도 된다!! 각자 위치에서 자유 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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