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군 형벌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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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가 독일에 가 있을때, 슐레프 중대는 소련군과의 전투에서 힘겹게 승리한 상황이었다. 전차병들이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로 전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보병 녀석들이 모두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었다.
"보급 트럭이다!!"
"뭐라고!!"
"가자!!!"
슐레프 중대 전차병들은 모두 소련군의 보급 트럭이 있다는 곳으로 달려갔다. 스테판, 게오르크, 블라덱, 볼프강, 헬무트도 마찬가지였다. 저 앞쪽에는 소련군의 보급 트럭이 전복되어서 네모난 빵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있었다. 병사들은 모두 그 빵들을 하나씩 주워서 씻지도 않은 더러운 손으로 먹기 시작했다.
장전수 알프레트 또한 빵을 우걱우걱 먹었다. 그 때, 어떤 보병 녀석들이 어깨와 소총에 굵은 소세지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소세지다!!"
"어디야!!"
빵을 먹던 전차병들은 모두 소련군의 소세지가 있다던 보급 트럭으로 달려갔다. 스테판 또한 장교로서의 체면이고 나발이고 소련군 보급 트럭이 있는 곳으로 좆빠지게 달려갔다. 소시지는 다 떨어지고 소련군의 고기 통조림만이 남아 있었다. 스테판은 고기 통조림을 깠다. 붉은색 고기 위에 흰 비계가 덮여 있었다. 구역질 나는 통조림이었지만 오랫동안 단백질을 보충하지 못했던 신체는 극심한 영양소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그냥 산채로 먹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반합에 붉은 고기와 물을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고기가 익혀지며 맛있는 냄새가 솔솔 나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숟가락으로 반합 밑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는데, 슐레프 전차 중대가 전차 정비와 전열 재정비를 위해 후방 쪽으로 이동할거란 소식이 들려왔다. 솔직히 지금 전차 기동률이 많이 떨어져있었던 것 이다.
다들 후방쪽으로 가니 오랜만에 제대로 식사를 할 수 있을거란 생각에 들떴다. 조종수 마티아스가 말했다.
"오랜만에 감자 먹겠군!"
"소련 놈들 통조림은 질렸어! 무슨 기름이 절반이냐!"
그렇게 말하면서도 병사들은 잡낭 주머니 속에 노획한 소련군의 통조림을 잘 보관해두고 있었다. 후방에 도착하고 나서 인원 점검이 끝났다.
"중대!! 해산!!!"
슐레프 중대원들은 모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군화에 박힌 징이 마루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병사들은 짐을 풀면서 말했다.
"살 것 같다!"
"이 근처에 맥주집도 있대!!"
포수 에밀이 킬킬거렸다.
"맥주집이 문제냐? 위안소도 있지! 아까 장교 위안소 슬쩍 보고 왔는데 여자들 상태가 그냥!"
"난 위안소고 나발이고 일단 밥부터 먹고 싶네!"
창가쪽에서 짐을 풀던 마티아스는 창 밖에서 빵 굽는 냄새를 맡았다.
"제빵 중대다!!"
하얀색 옷을 입은 제빵 중대 녀석들이 천막 안에서 길다란 막대를 이용해서 열심히 빵을 굽고 있었던 것 이다. 전방 쪽에 있다보니 이 제빵 중대를 못 본지도 오래되었다.
"가자!!"
흰 모자를 쓴 제빵 중대원은 1.5m 정도 되는 기다란 널빤지 위에 노릇노릇한 빵을 차곡차곡 쌓아두고는 걸어가고 있었다. 제빵 중대원들은 이 호밀빵을 기름종이에 싸서 병사들에게 나눠주었다.
"오늘 감자 보급이 없어서 특별히 큰 빵을 지급한다!!"
병사들은 이 빵을 잘라내서 돼지기름을 발라서 먹었다. 근데 배를 채우고 보니 불만족스럽기 시작했다.
"후방까지 왔는데 이런거 먹어야 하냐!"
"너무 딱딱하잖아! 잘 좀 만들라고!"
커다란 장대로 빵을 굽는 제빵 중대원이 외쳤다.
"감자가 없어서 못 넣는데 어쩌란 거야! 먹고 싶으면 네 놈들이 만들어 먹으라고!"
병사들이 투덜거렸다.
"이게 전부인가?"
"보급에 문제가 생겨서 오늘은 빵으로 때워야 한다더군!"
그 때 장전수 알프레트 녀석이 소련군 장교에게서 노획했던 초코릿을 꺼내먹기 시작했다.
"우물우물"
무전수 요하네스가 외쳤다.
"나도 줘! 지난 번에 내 담배 하나 가져갔잖아!"
마티아스 또한 알프레트가 혼자 초코릿을 먹는 것을 보았다.
"너 지난번에 내 무화과 조각 먹었잖아!"
알프레트는 동료들을 무시하고는 티거로 달려갔다.
"저 새끼 잡아!!"
알프레트는 포탑으로 들어간 다음 해치를 닫아버렸다.
"이 망할 놈!! 안 나오냐!!"
그 때, 누군가 외쳤다.
"저..저거 봐!! 새 전차다!!"
"우오오!!"
오토가 판터 전차와 함께 돌아온 것 이었다. 시범적으로 이 판터 전차는 티거, 노획 T-34와 함께 혼성으로 슐레프 중대에서 운용될 예정이었다.
"판터!! 이 멋진 경사 장갑을 보라고!!"
오토가 말했다.
"앞으로 이게 주력이 될 것 같네!"
근처에 있던 보병 공병 제빵 중대 녀석들까지 모조리 이 신무기를 구경하러 나왔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보병들은 전차 부대가 온다는 소식만 있으면 안심이 되곤 했던 것 이다.
"티거보다 작은데?"
"이걸로 T-34 정도는 때려부술 순 있겠지?"
오토는 자신의 소대원들에게 담배를 나눠 주었다.
"소대장님 최고!!"
오토는 담배는 나눠줬지만 에밀라가 챙겨 준 음식은 녀석들한테 나눠주지 않았다. 오토는 양심에 찔렸지만 애써 합리화했다.
'엄마가 나를 걱정해서 음식을 챙겨줬을테니 나 혼자만 먹어야 한다!'
그렇게 오토는 티거 속에 들어가서 혼자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바움쿠헨은 역시 과일주 슈납스랑 같이 먹어야 제맛이었다.
"우물우물"
그 때, 병사들이 이 쪽으로 오는 소리가 들렸고 오토는 재빨리 슈납스를 삼켰다. 해치가 열렸고 마티아스가 보고했다.
"연료와 냉각수 준비 완료되었습니..."
오토의 입에는 바움쿠헨이 잔뜩 묻어 있었다. 오토가 외쳤다.
"알겠네! 끄윽!"
그렇게 슐레프 중대는 전열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최전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 때, 소련군 형벌 부대는 군용 트럭을 타고 최전선으로 오고 있었다. 형벌 부대원 비탈리는 흔들리는 군용 트럭 속에서 구토를 참고 있었다.
쿠궁!! 쿠과광!! 쿠궁!!
그야말로 엄청난 포격이었다. 비탈리는 눈알을 굴리며 시커멓게 폐허가 된 도시를 바라보았다.
'도..도망갈 수 있을까?'
누군가 중얼거렸다.
"저..저거!!"
치료소 쪽에서 구역질 나는 광경이 펼쳐치고 있었다.
"으악!! 아아악!!"
다리 절반이 없어진 채로 피를 줄줄 흘리고 있는 병사가 들것에 실려 치료소로 실려오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 비탈리는 팬티에 똥오줌을 지렸다.
'시..시발!!'
형벌 부대를 감시하는 경비 중대 장교가 외쳤다.
"앞으로 10번의 전투에서 자네들이 공을 세우면 네 놈들도 자랑스러운 붉은 군대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조국을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싸워라!!"
하지만 형벌 부대원들은 크게 입을 벌리고는 들것으로 실려가는 부상병들의 몰골을 보고 있었다.
'굴라크 간 놈들은 얼마나 좋을까?'
경비 중대 장교가 붉은 얼굴로 목청껏 외쳤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승리는 우리의 것 이다!!"
복부에서 내장이 쏟아진 채로 들것으로 실려가는 부상병의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으아악!! 아아악!!"
쿠궁!! 쿠과광!!
묵직한 중포탄이 폭발할때마다 지진이 난 것 처럼 진동은 공기를 타고 전달되었다. 그리고 이 지진의 진앙은 분명히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옆에 있던 포병 출신 형벌 부대원이 중얼거렸다.
"착탄점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놈들 관측반이 계속해서 사격 위치를 수정하고 있는 거야..."
쿠과광!! 쿠궁!!
포탄이 폭발할 때마다 군용 트럭 속에 있는 형벌 부대원들은 최대한 허리를 숙이고는 어깨를 움찔했다. 경비 중대 장교가 외쳤다.
"파시스트에게 복수할 기회다!! 동지들의 원수를 갚아라!!"
끼익!!
트럭이 정차했고, 경비 중대 장교는 형벌 부대원들을 한 명씩 트럭에서 끄집어냈다. 비탈리 또한 거세게 트럭에서 끄집어내졌다.
"가서 탄약과 총기 보급받는다!!"
비탈리도 트럭에 가서 소총 한 자루와 총알을 지급 받았다. 그렇게 형벌 부대원들은 모두 엎드린 상태로 전진 명령을 기다렸다. 보병 장교가 외쳤다.
"파시스트 놈들이 기관총으로 공격하면 기관총 소대가 지원 사격 해줄 것이니 안심하고 진격하라!!"
실제로 소련군은 기관총을 곡사로 독일군에게 정확히 사격하기 위해 관측반까지 두고 있었다.
옆에 있던 녀석들은 팬티에 똥오줌을 지리며 버벅거렸다.
"으...으아아..."
옆에 있던 포병 장교 출신 형벌 부대원이 중얼거렸다.
"히틀러의 전기톱을 조심해야 해..."
비탈리는 엎드린 상태로 눈을 굴렸다. 전진하다가 엄폐물로 삼을만한 잔해도 눈에 띄지 않았다. 달려가면서 독일군에게 소총을 조준 사격했다간, 미리 대기하고 있던 독일군의 기관총에 사지가 찢겨나갈 것이 분명했다.
"으흐..으허어엉..."
비탈리 옆에서 덩치 큰 녀석이 질질 짜고 있었다. 비탈리는 그 새끼 뒤에서 뛰기로 결심했다.
'저 새끼 뒤만 따라가면 총알은 덜 맞겠지?'
"으어어...흐어어..."
이윽고 전진 명령과 함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왔다.
휘이익!
"우라!!!!"
모두 고함을 외치며 소총을 들고 앞으로 달려갔다. 비탈리는 공포감에 아무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냥 덩치 큰 녀석 뒤에서 달렸다.
'으아아아!!!'
전방에 모래 주머니 뒤에 엄폐하고 있던 독일군의 소총과 기관총이 여기저기서 불을 뿜었다.
탕! 타앙!!
드드득 드득
뒤쪽에 소련군 기관총도 곡사로 지원 사격을 해주기 시작했다.
드득 드드드득 드득
비탈리 앞에 있는 덩치 큰 녀석도 고함을 치며 앞으로 달려갔다.
"우라!!!"
드득 드득
그런데 그 녀석이 갑자기 총을 놓치며 앞으로 털썩 쓰러져버렸다.
"으악!!"
비탈리는 졸지에 아무 엄폐물도 없이 앞으로 달려가는 꼴이 되어버렸다. 엄청난 포연이 자욱했고, 비탈리는 독일군 진지 쪽에서 기관총보다 더 큰 불꽃을 뿜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쿠과광!! 퍼엉!!
독일놈들의 전차가 포탑만 내밀고 고폭탄을 발사하고 있었던 것 이다.
"우라!!!"
비탈리는 눈을 굴리며 속도를 낮추었다. 용감하게 고함을 지르며 달려가는 한 녀석을 발견했고, 비탈리는 그 뒤를 바짝 쫓아갔다. 화약 냄새는 이제 코 속을 깊숙히 찌르고 있었다.
'흐아...흐아아...'
독일군은 잔해 더미와 모래 주머니 뒤에서 탱크와 기관총, 소총으로 공격하고 있었다. 한 형벌 부대원은 한쪽 팔이 날아갔다.
쿠과광!!
드드득 드득
그 때, 비탈리 앞에 있던 녀석이 총을 맞고는 충격과 함께 뒤로 자빠졌다.
"으아악!!"
비탈리 또한 넘어지며 그 녀석은 비탈리 위에 이불처럼 포개졌다.
"으아악!!"
비탈리가 그 녀석을 밀치고 일어서려는 순간, 히틀러의 전기톱, MG40 기관총이 불꽃을 뿜으며 1m 정도 높이에서 전선을 쭈욱 쓸었다.
드득 드드득 드드득
자빠져있는 비탈리 위에서 총알이 스치고 지나갔다.
'흐..흐어억...'
비탈리는 그대로 자빠져있었다. 어찌나 포연이 심했던지 하늘은 잿빛이었다. 비탈리는 다리에 쥐가 나기 시작했고 시체 밑에서 다리를 조금 움직여보았다.
그 때 누군가 외쳤다.
"후퇴해!! 후퇴!! 후퇴하라!!"
하지만 이미 다음 형벌 부대원들이 앞으로 진격하고 있었다.
"우라!!!!"
드득 드드득 드득
쿠광!! 콰과광!!
비탈리는 그렇게 시체 밑에 엎어져 있었다. 비탈리의 눈 높이보다 1m 쯤 위에서 계속해서 총알이 쉿쉿거리며 날아갔다. 이미 괄약근이 모조리 풀려서 대소변을 팬티에 지린 상태였다.
"으...으으..아아아.."
소련군의 기관총 곡사 지원 사격은 전혀 독일군 쪽에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었다. 관측반 장교 실력이 형편없는게 분명했다.
"우라!!!"
죽음의 공포에 질질 짜며 돌격하는 형벌 부대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 형벌 부대원은 비탈리 위에 쓰러져있는 시체를 밟으며 달려나갔다. 비탈리 또한 복부에 압박을 느꼈다.
"으윽!!"
쉬잇!
그 때, 기관총을 맞고 형벌 부대원이 쓰러졌다.
퍼억!!
쿠궁! 쿠과광!!
그렇게 비탈리는 두 시체 밑에 깔려버렸다.
'으...으아아...'
2파의 형벌 부대 다음에는 소련군 정예 보병들이 나갈 차례였다.
"우라!!!!"
드득 드드득 드득
쿠궁!! 쿠과광!!
잠시 뒤, 시커먼 땅 위에는 여기저기 시체가 섞여서 널려 있었다. 완전히 정신이 나간 비탈리는 두 시체 밑에 낑겨서 잿빛 하늘을 바라보았다. 독일군 확성기에서 러시아어로 선전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독일 제국군은 국제법에 따라 포로를 대우한다! 항복하면 살려주겠다!"
비탈리는 시체 밑에서 고개를 살짝 돌려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여전히 안개가 자욱했고, 독일군의 4호 전차가 보병들과 함께 전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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