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참모 총장이 된 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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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집단군은 북부 집단군, 남부 집단군보다 빠른 속도로 진격하고 있었고, 벌써부터 거대한 돌출부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렇게 돌출부를 형성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세력이 있었지만, 한스는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모스크바를 점령해야 한다고 확신했다.
'한 달, 아니 일주일의 시간이라도 주어진다면 유리한건 소련 쪽이다...지체할 시간이 없다. 무조건 이대로 모스크바까지 가야 한다!! 중부 집단군 기갑 부대의 전진은 계속되어야 한다!!'
한스는 최전선에서도 계속해서 Fi156 슈토르히 연락관측기를 타고 다니면서 전차대의 전진을 지켜보았다. 전차 부대에 있어서 한스는 이제 공포의 대상이었다. 진격이 늦어지면 한스는 슈토르히에서 미니 낙하산이 달린 캡슐통을 떨구곤 했던 것 이다.
[더 빨리 진격하지 않으면 직접 내려가겠다!!]
그렇기 때문에 전차 부대는 한스 파이퍼가 타고 있는 슈토르히, 속칭 황새가 떴다 하면 비상 사태가 걸렸던 것 이다.
"강철 사냥군 황새 떴다!!"
"진격을 서둘러라!!"
이렇게 죽을 고생을 한 탓에 한스는 육군 참모 총장이 되었다. 한스는 이등병 시절부터 굴렀던 세월을 생각했다.
'드디어 내 노력이!!'
이제 한스의 목표는 원수봉을 하사받는 것 이었다. 이 원수봉을 하사받게 되면 거수 경례를 하지 않고 이 원수봉을 오른손에 쥐고 가볍게 들어올리기만 하면 된다. 그야말로 명예와 권력의 상징이었던 것 이다.
한스는 사령부에서 나와서 퀴벨바겐에 탑승했다. 다그마라는 여군이 한스의 운전병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키 175센치, 체지방량 2프로, 3대 400의 이 다그마라는 여자는 근육질에 덩치가 커서 다른 장교들에게는 구박을 받곤 했었다. 하지만 한스는 다그마에게도 제법 매너있게 잘 대해주었다.
"출발하게."
다그마가 퀴벨바겐을 운전했다. 참고로 한스는 군으로부터 메르세데스 벤츠 최신형을 하사받았지만 이는 전선에서 탈 수 있는게 아니라서 아깝게도 집에 쳐박혀 있었다. 이제 5월 초였고, 여기저기서 꽃이 펴 있었다.
'조금 있으면 여름이군..'
다그마는 아무 말 없이 운전대만 잡고 있었다. 한스는 어색함을 풀기 위해 말을 걸었다.
"다그마 양 자네는 나이가 몇이라고 했나?"
"20살이에요."
"하하! 한창 좋을 때군! 남자친구라도 사귀는건 어떤.."
다그마의 얼굴이 시뻘개지더니 퀴벨바겐이 옆에 있던 커다란 나무에 쿵 들이막았다.
"으윽!!"
한스는 뒷목을 잡고는 퀴벨바겐에서 내렸다. 전조등이 박살난 것을 제외하면 퀴벨바겐은 다행히 멀쩡했다. 다그마가 울음을 터트렸다.
"흐흑..죄송해요!!"
한스는 속에서 열불이 났지만 이번 일을 문제 삼으면 다그마같은 여군은 후방 운전병이 아니라 최전선에 의무병으로 끌려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번 일을 봐주기로 했다.
"괘..괜찮네."
그렇게 다그마는 다시 퀴벨바겐을 운전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내가 이래서 당신을 사랑할 수 밖에 없어요...'
그렇다! 제아무리 특수부대보다 강한 이두박근을 가지고 있을지언정, 슈탈헬름을 구부릴 약력을 갖고 있을지언정! 다그마는 20살 꽃다운 나이의 여자였고, 한스를 흠모하고 있었던 것 이다! 물론 한스는 이 일을 다행히 모르고 있었다. 만약 한스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달리는 퀴벨바겐에서 탈출했을 것이 분명했다.
어쨋거나 한스가 육군 참모 총장이자 상급 대장이 된 이 때, 오토와 동료들은 완전히 처참한 몰골로 굶주리고 있었다. 오토는 한스 파이퍼의 스토리로 만들어진 영화 '철십자기 펄럭이며' 를 떠올렸다. 오토가 어렸을 때 카를 녀석이랑 부모님 몰래 보러 간 그 영화는 전쟁이 이렇게 좆같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배우들의 얼굴은 촬영 직전에 맛 좋은 스테이크를 먹었을 것이 뻔한 기름진 얼굴에 검은 분칠을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오토와 친구들의 눈은 해골처럼 쾡한 상태였다. 영화 속에서 배우들은 애국심에 가득 찬 표정을 연기했다. 하지만 오토를 포함한 동료들과 병사들은 극심한 피로감 때문에 대다수가 거의 무표정한 상태였다. 가끔 실없는 웃음을 짓기는 했지만 말이다.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면 입 안이 헐고 손등과 발 뒤꿈치 피부가 벗겨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병사들은 개구리를 잡아서 구워먹고는 했다.
그리고 병사들 대다수가 예전에 비해 영구적으로 청력이 떨어진 것이 분명했다. 음악회를 가도 예전처럼 깊은 소리를 즐길 수는 없을 것 이었다. 동료들이랑 가능하면 가까이 있기 싫었던 것이 3미터 반경 내에서도 서로에게 지독한 냄새를 풍겼다. 그런데 전차라는 좁은 공간에서는 어쩔 수 없이 가까이 붙어 있어야 했다.
다행히도 다른 부대가 이 인근을 모두 점령했기에 오토와 동료들은 작은 하천에서 속옷, 양말, 군복을 빨 수 있게 되었다.
"살았다!!!"
"조금 있다가 개구리도 잡자!"
모두 팬티까지 벗고 하천에서 속옷과 군복, 양말을 빨기 시작하자 시커먼 물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헬무트가 외쳤다.
"물고기들 다 죽는거 아냐?"
어쨋거나 목욕할 수 있게 된 김에 비누로 구석구석 깔끔하게 씻었다. 그 때, 대위 계급장을 달고 루프트바페 근무복과 정모를 착용한 자가 걸어와서는 외쳤다.
"이게 무슨 짓인가!!"
오토, 스테판, 게오르크, 헬무트, 블라덱, 볼프강은 발가벗은 채로 하천에서 멀뚱멀뚱 서 있었다. 그 루프트바페 근무복을 입은 수상쩍은 자가 외쳤다.
"당장 이 쪽으로 집합한다!!"
다들 벌거벗고 비누도 못 씻은 채로 이 장교 복장을 입은 새끼 앞에 일렬로 늘어섰다. 오토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거 뭐 하는 새끼야?'
오토와 친구들에게 명령을 내린 그 자는 많아봤자 21살 정도로 보였고 어쩌면 오토보다도 나이가 어려 보였다. 하지만 그 자의 군복에는 대위 계급장과 1급 철십자 훈장이 달려 있었다. 그 거들먹거리는 새끼가 말했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가?"
"빨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헌병도 아니면서 무슨 지랄이야?'
그 때, 슐레프 중대장이 이 광경을 보고 달려왔다.
"무슨 일입니까?"
슐레프 중대장은 딱히 오토와 친구들에게 좋은 상관은 아니었지만, 이 사태를 방관할 수는 없었던 것 이다. 슐레프 중대장이 이 정체 모를 어린 새끼를 쳐다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루프트바페 참새 새끼가!!'
슐레프 중대장은 자신의 수첩을 먼저 보여주고는 말했다.
"요즘 소련 특수부대가 장교를 사칭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보안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수첩 보여줄 수 있습니까?"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맞다!! 저 놈의 독일어 발음은 완벽했지만 독일 장교 중에서도 공산주의자로 소련군과 내통하는 세력이 있다고 들었다! 왜 루프트바페가 여기까지 온거지? 아무래도 수상하다!'
그 애송이 새끼가 말했다.
"수첩은 보여줄 수 없소."
슐레프 중대장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이 애송이 새끼를 바라보았다.
"보여줄 수 없다면 이 일을 위에 보고해야겠소."
그 애송이 새끼는 전혀 두려워하거나 무언가를 숨기는 기색이 없었다.
"보고하고 싶다면 하시오. 다만 그로 인해서 내 임무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할 것 이오."
"임무?"
"나는 히틀러 총리 각하의 명령을 받고 특명을 수행 중이오!"
히틀러라는 이름의 저 어린 녀석을 아니꼬운 눈으로 바라보던 오토, 스테판, 게오르크, 블라덱, 볼프강, 헬무트 모두 표정이 굳었다.
'트...특명?'
'도대체 무슨 특명이지?'
슐레프 중대장이 속으로 생각했다.
'특명은 무슨...이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하지만 이 놈이 소련군 첩자라고 보기에는 독일어가 너무 완벽하고 전혀 긴장한 구석도 없어보였다.
'소련군 특수부대는 꼭 독일인을 한 명씩 끼워넣는다고 하지...다른 놈들은 분명 독일어에 서투를터...'
슐레프 중대장은 그 애송이가 데리고 다니는 이등병한테 물었다.
"자넨 뭔가?"
그 이등병이 각잡힌 자세로 외쳤다.
"헤롤트 특임대에서 임무 수행을 하고 있는 이등병 발터 프라이타크입니다!"
다른 녀석들도 모두 완벽하게 독일어를 구사했고, 이 녀석들은 모두 슐레프에게 자신의 수첩을 보여주었다. 슐레프가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빌리 헤롤트라는 그 작자는 뻔뻔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최전방이니 이 정도 경계는 하는게 맞습니다."
오토와 친구들은 하천에 들어가서 마저 목욕을 했다. 슐레프 중대장과 빌리 헤롤트는 대화를 하며 어딘가로 걸어갔다. 헬무트가 말했다.
"저 새끼 훈장 봤냐?"
"우리보다 어려보이는데 어떻게 대위까지 진급한거야?"
솔직히 오토는 기사 십자장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겁쟁이에 전투 때마다 똥오줌을 지리곤 했다. 하지만 빌리 헤롤트는 표정, 자세 등에서 대단한 위압감이 있었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루프트바페 새끼들은 다 저렇게 거들먹거리나?'
목욕을 하고 돌아와보니 빌리 헤롤트는 슐레프 중대장에게 식사 대접을 받고 있었다. 슐레프 중대장은 권력욕이 많은 인간이었고, 이 빌리 헤롤트가 총리의 특명을 수행 중이라고 하니 대접을 소흘히 할 수는 없었던 것 이다. 빌리 헤롤트는 현재 슐레프 중대의 병사들이 아껴 먹어야하는 하루치 식량을 한 끼에 쳐먹었다.
"총리께서는 현재 중부 집단군 기갑 부대가 내는 성과를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소."
빌리 헤롤트의 말에 슐레프 중대장은 혹시나 조만간 진급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연료 보급만 잘 된다면 지금보다 2배의 속도를 낼 수 있을 것 입니다!"
빌리 헤롤트가 말했다.
"내가 말을 잘 해놓겠소!"
슐레프 중대장은 빌리 헤롤트에게 얼마 안 되는 연료까지 제공해주었다. 빌리 헤롤트가 말했다.
"혹시 이 근방에 파르티잔에게 점령되지 않은 마을이 있소?"
슐레프 중대장은 지도판에 있는 작은 마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 마을이 파르티잔에게 점령되지 않았습니다!"
빌리 헤롤트는 뜻모를 웃음을 지었다.
"고맙소!"
그렇게 빌리 헤롤트는 자신의 헤롤트 특임대와 함께 그 마을로 출발했다. 오토는 띠꺼운 표정으로 떠나가는 빌리 헤롤트의 차량을 바라보았다.
'나는 왜 저런 위엄이 없는거지?'
여전히 오토에게 전투는 두려웠고 상관은 어려운 존재였다. 오토는 저격수로부터 눈에 띄지 않게 수염을 기르고 있었지만 파울 같은 녀석과 달리 솜털 같은 수염만 나서 절망적이었다. 어쨋거나 슐레프 중대는 다음 마을로 이동했다. 정찰병 닐스가 여느 때처럼 은밀하게 오토바이를 타고 마을을 정찰하는데, 닐스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이..이럴 수가!!!'
빠른 속도로 슐레프 중대는 마을에 진입했다.
'으...으아아...'
마을의 남자들은 모조리 총살당해 있었다. 여자들의 시체 또한 모두 한 곳에 모아져 엎어져 있었다. 정말 충격적이었던 것은 엎드려 있는 여자들의 시체는 팬티도 입고 있지 않았고 엉덩이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던 것 이다.
오토는 이 광경을 보고 입을 크게 벌렸다.
'도..도대체 이런 짓을 누가!!!'
슐레프 중대장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왜 하필 내가 점령한 마을에서 이런 일이!!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 하지?'
슐레프 중대장은 지도를 보며 머리를 굴렸다.
'그 총리 명령 받았다는 특임대 새끼들이 얼마 전 이 마을을 지나왔을텐데 아마 그 때는 멀쩡했겠지? 그래!! 분명 이건 파르티잔 짓이야!! 파르티잔들의 공격을 받은 마을을 뒤늦게 발견한거야!!'
"시체에 접근하지마!! 지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시체에도 지뢰는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독일군은 이들의 시체를 모두 매장했지만 시간이 없었기에 울타리를 뜯어서 십자가를 만들어줄 시간조차 없었다. 슐레프 중대는 그 마을을 지나쳐 계속 진격했고, 안전한 지역에서 숙영을 하게 되었다. 오토는 티거 안에서 손에 식은 땀을 흘리며 벌벌 떨었다.
가장 고약했던 것은, 그런 추악한 광경을 보면서 오토는 포신이 반응했던 것 이었다. 머리 속에서는 자꾸 토실토실한 것들이 떠올랐다.
'부..분명 파르티잔 짓일거야!! 이 새끼들을 다 죽여야 한다!!'
오토는 절망감에 티거 안에서 열심히 손을 움직였다.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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