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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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레프 전차 중대에 탄약과 연료는 제 때 보급이 되었지만 식량은 이틀째 보급되지 않고 있었다. 이 좆같은 상황에 전차병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티아스 하사가 말했다.
"뭐? 밥도 안 준다고?"
핀란드 출신의 오토 소속 전차병 비르타넨이 속으로 생각했다.
'이 망할 놈의 양배추만 먹는 새끼들!!!'
파울은 혹시나 전차 부대가 받는 보급에 먹을것이 없는지 기웃거렸다.
'전차 부대 놈들이 보급은 잘 받는다던데...'
하지만 전차 부대도 연료와 포탄 외에는 보급을 못 받은 상태였다. 파울은 혹시나 민가에 피난민들이 남겨두고 간 식량이 없을까 집에 들어가서 부엌을 뒤졌다. 하지만 이미 싹쓸이해간 상황이었다.
'이런 시발...'
오토는 자신의 소대원들과 철갑탄 고폭탄 비율을 1:1 비율로 적재했다. 허리는 뻐근하고 수면 부족에다가 제대로 된 음식은 못 먹어서 뒤질 것 같았다.
정비가 끝나고 오토가 외쳤다.
"잠시 휴식하고 신속하게 식사한다!!"
소련군에게서 보리쌀을 노획했기 때문에 이걸 돼지기름과 같이 반합에 넣고 끓이면 러시아 전통 음식 까샤가 완성된다. 하지만 빨리 끓여야하기 때문에 제대로 익힐 시간이 없었다. 다들 고체 연료와 휴대용 곤로를 이용해서 열심히 반합을 휘저어가며 까샤를 끓이는데, 볼프강이 말했다.
"좀 있으면 전쟁 끝나겠지?"
아무도 볼프강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볼프강은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차를 사고 싶은 마음에 매주마다 저축 우표를 구입했다. 이 우표를 구입하면 국민차 폭스바겐을 구입할 수 있다고 선전했고, 볼프강은 이를 굳게 믿고 있었던 것 이다.
하지만 우표 판매 수익은 전쟁이 터지고 모조리 군용차 생산에 쓰이고 있었다. 볼프강이 말을 이었다.
"이제 곧 전쟁 끝나서 군용차 생산이 끝나면 나도 차 몰 수 있을 거야!"
아버지가 팬티 공장 사장이라 세상 물정에 밝은 블라덱이 중얼거렸다.
"멍청하긴..넌 그걸 믿냐?"
볼프강이 화가 나서 말했다.
"당연히 주겠지! 내가 여태까지 우표 사느라 부은 돈이 얼만데! 전쟁만 끝나면 차도 사고 대출 받아서 집도 살 거야! 전쟁 채권 가격이 오르면 생각보다 빨리 집을 살 수 있을지도 몰라!"
오토와 동료 장교들은 대체로 집이 부유했지만 볼프강은 전쟁 고아 출신이라서 제테크에 관심이 많았던 것 이다. 솔직히 오토와 친구들은 볼프강이 저축 우표나 전쟁 채권으로 사기당한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말은 하지 않았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뒤지기 전에 희망이라도 갖는게 낫지..'
그 때, 알프레트 녀석이 자루를 들고 달려오며 외쳤다.
"제가 뭘 구해왔나 보십시오!!노릇노릇한 완두콩입니다! 완두 스프 해먹읍시다!!"
자루 속에는 소련군들이 즐겨먹는 완두 스프 재료인 노란 콩이 가득 담겨 있었다.
"빨리!! 빨리 넣어!!"
전차병들은 까샤를 끓이던 반합에 노란 콩을 추가했다. 지금은 소위들도 먹을 것이 부족해서 이렇게 개인 반합에 스프를 끓여먹는 상황이었다. 더 먹을 것이 없는 보병 녀석들은 커다란 냄비에 한꺼번에 재료를 넣고 10명 정도가 같이 대가리를 맞대고 숟가락으로 스프를 먹어야 했다.
블라덱은 어디서 구한건지 양파와 당근을 구해서 썰어서 자신의 반합에 넣어서 제법 그럴듯한 노란색 완두 스프를 만든 다음 허겁지겁 먹었다.
'으익!! 뜨거워!!'
오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다들 맛없다고 욕하던 그 뻣뻣한 미트볼을 하나씩이라도 배급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병사들은 기름떼가 묻은 시커먼 손으로 숟가락을 휘저어가며 스프를 마셨다.
슐레프 중대장이 와서 외쳤다.
"좀 있으면 부대 이동이다! 빨리 먹는다! 실시!!"
오토와 전차병들은 급하게 덜 익은 스프를 배 속에 넣어야 했다. 오토는 또 다시 배가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노란 콩이 오래된건지, 아니면 보리쌀이 덜 익혀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전차병들 표정을 보아하니 다들 상태가 비슷한 것 같았다.
오토의 주머니 속에는 소련군에게 노획한 돼지비계 통조림과 소금, 비스킷이 있었다. 지금 식량 보급 사정이 워낙 안 좋기 때문에 먹을 것은 스스로 챙겨야했다. 오토 뿐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눈치 빠르게 소련군으로부터 식량을 노획했고, 남들 있는 곳에서는 꺼내지 않았다. 왜냐하면 동료들 있는 곳에서 음식을 꺼냈다간 나눠 먹어야하기 때문이었다.
그 때, 이번 전투로 다리에 부상을 당했던 그 꼬맹이가 오토의 눈에 띄었다. 그래도 의무병의 치료를 받았는지 그 꼬맹이는 다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저 꼬맹이와 가족은 앞으로 식량 부족으로 인해서 힘들어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오토는 자신의 쿠키와 통조림, 소금을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았다.
'누..누군가 도와주겠지?'
오토는 꼬맹이와 그 가족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기 아까웠기 때문에 애써 정당화했다.
'이게 다 파르티잔들 때문이다! 놈들이 후방에서 보급선에 자꾸 테러를 했기 때문이야!'
오토는 주머니에서 에너지바를 꺼내어 씹어먹으며 외쳤다.
"소대! 앞으로!!"
그렇게 오토의 소대가 앞으로 전진했다. 오토는 에너지바를 다 먹고는 사탕까지 한 알 먹었다.
"우물우물"
트으응 트드등 트드드등
또 한참을 기동하고 슐레프 전차 중대는 정지한 이후 연료를 보급하고 전차 상태를 점검했다.
"이 연료로는 앞으로 30km밖에 더 전진할 수 없습니다!"
"전차 기동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망할!!!'
그렇게 연료 때문에 또 다시 전차 중대는 발이 묶여버렸다. 그런데, 오토에게 본토로 돌아오라는 명령이 하달되었다.
'뭐..뭐지?'
한편, 한스는 독일의 새로운 전차, 판터의 시제품을 보고 있었다.
'티거는 생산하는데 소모되는 비용과 노동력이 너무 과하다...이 판터 전차와 4호 전차를 주력으로 써야한다. 티거는 중전차 대대로 만들어서 전선에 가장 중요한 곳만 찾아다니는 소방대 역할로 써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도 지난번 티거처럼 독일군은 빌헬름 황제와 여러 참모들 앞에서 판터의 시범 기동을 선보이게 되었다. 그래서 오토가 불려온 것 이었다. 오토는 판터 전차의 경사 장갑을 바라보았다.
'여..역시!! 경사 장갑을 차용했구나! 꽤나 쓸모 있어보이던데!!'
오토 또한 티거는 생산 단가가 너무 많이 들어서 이를 주력으로 쓰기 힘들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4호 전차보다 강력하고 티거보다 생산성이 좋은 전차다! 이게 독일 기갑 부대의 주 력이 될 거야!'
그리고 빌헬름 황제 앞에서 수 많은 판터 전차들은 시범 기동을 시작했다. 한스는 빌헬름 황제의 흡족해하는 표정을 보았다. 히틀러는 현재 모종의 외교적 활동을 위해서 출국한 상황이었다.
트으응 드드드 트으으응
아직까지 판터 전차들은 무리 없이 제대로 기동하고 있었다.
'다행이다..아직까지는 모두 멀쩡히 기동...'
그 때, 한 대의 판터 전차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빌헬름 황제 또한 이를 바라보면서 한 참모에게 말했다.
"아직 시제품인데 이 정도면 아주 훌륭하군! 잘 써먹을 수 있겠네!"
그런데 다른 전차에서도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참모들의 표정이 긴장되기 시작했고, 빌헬름 황제의 콧수염이 조금 꿈틀거렸다. 한스도 등에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지난 번 티거 때보다 안 좋은 것 같은데...'
판터 기동 시범을 보이는 독일군들은 모두 해치 위로 상체를 내민 상태로 완전히 긴장한 상태로 제발 전차가 터지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엔진의 소리는 점점 이상해졌고 변속기가 타들어갈 것 같았다. 오토도 판터의 전차장석에서 상체를 해치로 내민 상태로 식은 땀을 흘렸다.
'설마 별 일 없겠지?'
앞서가는 다른 판터 전차에서도 심상찮은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오토가 지휘하고 있는 판터의 조종수가 외쳤다.
"온도가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속도 줄여야합니다!!"
판터들은 지난 번 티거 기동 때보다도 상태가 더 안 좋았다. 결국 몇 대가 멈춰버렸고, 뒤 따라오던 판터들이 멈추면서 기동은 엉망이 되었다. 빌헬름 황제의 콧수염이 꿈틀거렸다.
엉망진창으로 시범 기동이 끝나고, 오토를 포함한 전차장들이 판터에서 밖으로 나오며 중얼거렸다.
"망했다.."
"급하게 만드느라 별 수 없었겠지."
"그럼 이게 앞으로 주력 전차가 되는 건가?"
"그렇겠지! 티거는 아무래도 대량 생산은 힘들테니까..."
"내가 듣기로는 에이스 녀석들만 뽑아서 티거 중전차 대대를 편성한다고 들었네! 전선에서 가장 중요한 곳만 소방대 역할을 하면서 돌아다니는거지!"
"존나 멋있겠네..."
"티거 중전차 대대 배속되면 곡엽 기사 철십자 정도는 받겠지?"
"나도 티거 대대 들어가고 싶다!!"
오토는 이들의 대화에 귀가 솔깃해졌다.
'어..어쩌면 나도 티거 중대장이 될 수도!!'
한 전차장이 말했다.
"난 됐어! 위험한 자리는 사절이야!"
오토는 그 날 시범 기동이 끝나고 근처에 있는 한 식당을 찾아갔다. 어차피 내일 오토는 판터 전차들을 탑승한 보안이 유지되는 특급 열차를 타고는 전선으로 돌아가야 할 것 이었다.
전선으로 돌아가기 전에 제대로 된 식사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가고 싶었던 것 이다. 오토가 외쳤다.
"슈바인 학센이랑 커피 한 잔 주십시오!"
주인이 말했다.
"커피? 커피 말입니까?"
오토가 말했다.
"네! 커피 한 잔 주십시오!"
주인이 폭소하기 시작했다.
"우하하!! 우하하!! 이 젊은 친구가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군!!"
맥주를 마시던 한 노인이 말했다.
"최고급 레스토랑에서도 원두를 못 구한다네! 뭐 전선에서 자네 같은 장교들한테는 보급이 잘 될테니 커피 따위야 매일 먹겠지만 우리는 커피 냄새도 못 맡는다네!"
"그..그럼 맥주 한 잔 주십시오!"
그렇게 오토는 슈바인 학센과 맥주를 먹었다. 고기도 질이 무척 좋지 않았다. 오토는 갑자기 어머니와 가족 생각이 났다. 오토는 미리 어머니 에밀라와 가족에게 전보를 보내두었다. 혹시나 해서 밀리나에게도 암호를 써서 전보를 보내두었다.
하지만 일정이 너무 촉박했기 때문에 가족들이 오토를 만나러 열차역까지 나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차라리 안 보는게 나을지도 모른다..'
하도 보급선이 길어졌기 때문에 최전선에서는 가족의 편지와 소포도 전달이 안 되고 있었다. 오토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고는 식당 밖으로 걸어나갔다. 내일 전선으로 돌아가기 전에 일단 잠이라도 푹 자고 싶었다.
다음 날, 철저하게 방수포로 꽁꽁 감싸고 있는 판터 전차들이 열차에 실렸다. 오토는 열차역 주위를 둘러보았다. 역시나 어머니와 가족은 보이지 않았다. 역장이 외쳤다.
"출발합니다! 모두 승차하십시오!! 출발합니다!!"
덜커덩 덜커덩
판터 전차들과 함께 열차는 출발하였다. 원래대로라면 중간에 자잘한 역에서 정차했겠지만, 이 열차는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되어야했기 때문에, 함부르크 역을 제외하고는 그 이전까지는 한 번도 정차하지 않았다.
기차의 창 밖으로 보이는 나무와 독일의 풍경은 안타깝게도 계속해서 뒤로 스쳐지나갔다. 이 열차가 정지했으면 좋겠지만 잔인하게도 계속해서 동부전선으로 나아갔다. 오토가 생각했다.
'나는 훈장도 받았으니 어쩌면 티거 중대장으로 진급할 수도 있다...그렇게 된다면 전선을 종휭무진하면서 영웅이 되는거다!!'
오토는 영웅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언젠간 티거 중전차 대대를 이끄는 대대장도 되겠지! 아니다.. 그 전에 전쟁이 끝날 거야! 뭐 중대장 자리도 괜찮겠지!'
오토는 티거 중대를 이끄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전선으로 가는 것은 좆같았지만 그래도 이런 상상을 하면 두려움이 조금 없어지는 것 같았다. 열차가 계속 앞으로 나아갈수록 심장이 쿵쿵거렸다.
쿵 쿵 쿵 쿵
'약 때문인가?'
오토는 다시는 암페타민이 들어간 약을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
'보급 문제는 조만간 해결될거다...앞으로 길어야 세 달 안에 전쟁은 끝날거다! 그러니 조금만 참자...'
어느덧 함부르크 역에 열차가 도착했고, 기관차를 교체했다. 오토는 잠시 열차에서 내려서 담배를 피웠다. 그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오토?"
0.0001초만에 오토는 이 목소리의 주인을 알 수 있었다. 어머니, 에밀라가 스카프로 얼굴을 감싸고는 오토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오토를 향해 달려왔다.
"엄마?"
에밀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에밀라는 오토를 안고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세상에...내 아들..."
오토는 목에 뭔가 걸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다른 병사들도 있는데 여기서 한심한 꼴을 보일 수 없었다.
"전 괜찮습니다."
"라디오에서 들었단다..오토...어디 다친 곳은 없니?"
오토가 동료들과 함께 전차에서 싸우는 것을 재현해서 녹음했고 여기 포탄 소리를 합성한 오디오가 독일 전역에서 방송되었던 것 이다. 오토가 웃으며 말했다.
"그거 다 합성이에요. 전선에서는 거의 싸울 일이 없어요."
"정말이니? 그렇게 싸우진 않는거니?"
"네! 저희 부대는 후방 쪽에 있어서 전투는 거의 참가 안해요."
에밀라는 안심하며 다시 오토를 안았다. 에밀라가 지금 오토의 표정을 보지 못하는 것이 다행이었다. 오토는 애써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에밀라는 음식과 담배가 들어 있는 꾸러미를 오토에게 내밀었다.
"뭐 이런걸 다..."
이 꾸러미에 담긴 음식과 담배는 전선에서 매우 귀하게 쓸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식사는 잘 하고 있니? 군인들에게는 보급이 잘 된다고는 하지만 너무 말랐구나."
"매일 미트볼에 고기 스프 먹어요."
"자랑스러운 내 아들...완전히 어른이 되었구나..."
오토는 아직도 양심을 찌르고 있던 몇 사건들을 떠올렸다.
'난 전혀 자랑스럽지 않은데...'
오토는 전투때 입는 군복이 아닌 깨끗한 정복을 입고 있었음에도 혹시 자신의 소매에 피냄새가 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오토는 언제부턴가 자신이 괴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놀랍게도 오토를 위해서 눈물을 흘려주고 있었다.
붉은 모자를 쓴 역장이 외쳤다.
"빨리 탑승하십시오! 이제 곧 출발합니다! 모두 탑승하십시오!!"
오토는 열차에 탑승했다. 에밀라는 울먹이는 눈으로 오토를 바라보았다.
"조만간 휴가 올 수 있니?"
솔직히 휴가갈 수 있을리가 없었지만 오토가 말했다.
"금방 휴가 받을 거에요!"
오토는 애써 울음을 참기 위해서 먼 곳을 쳐다보았다. 그 때,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오토!!!! 오토!!!!"
"밀리나?"
밀리나는 얼굴을 스카프로 달리고는 오토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기다려!! 오토!!"
"밀리나!!!"
밀리나가 오는 순간 모든 풍경이 달라지는 느낌이었다. 오토가 외쳤다.
"왜 위험하게 여기까지 왔어!!"
"더 빨리 오고 싶었는데 경호원들 따돌리느라 늦었어!!"
밀리나는 얼굴을 스카프로 가리고 있었다. 역장이 외쳤다.
"이제 출발합니다!!"
두 연인에게는 5분의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밀리나의 슬픈 눈빛이 오토를 쳐다보았다. 오토는 상체까지 열차 창문 밖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사랑하고 있었던 두 연인은 입을 맞추었다.
쪼옥!
순간적으로 밀리나의 스카프가 풀어졌고 오토는 무심코 이를 붙잡았다. 밀리나가 말했다.
"꼭 돌아와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돌아갈게!!!"
열차는 육중한 소리를 내며 출발하기 시작했다.
덜커덩 덜커덩 덜커덩 덜커덩
오토는 고개를 내밀고는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어머니 에밀라와 밀리나를 바라보았다. 밀리나가 울음을 터트렸고, 에밀라는 자신의 스카프를 벗어서는 밀리나의 얼굴에 둘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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