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신무기 골리앗!
전투가 끝나고, 상황을 수습하는 절차도 꽤나 복잡했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시체는 동료들의 배려로 얼굴에 철모가 덮어져 있었다. 이제 이 시체들은 관으로 운반되어야 할 것 이다.
이 인근에는 전사한 소련 병사들의 시체가 이름도 적히지 않은 십자가들 밑에 묻혀 있었다. 소련군은 이런 식으로 전우들의 시체를 묻어주고 있었던 것 이다.
정비반 녀석들은 4호 전차의 궤도를 가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궤도를 가는 일은 상당히 섬세한 작업이 필요했다. 일단 새로 장착해야 할 궤도를 땅에 길게 펼쳐 놓는다. 그리고 전차는 천천히 뒤로 후진하며, 그 새로 장착할 궤도 위로 올라간다. 그렇게 되면 전차에 장착되어 있는 손상된 궤도는 벗겨지고, 새 궤도 위에 조심스럽게 전차가 올라가게 된다.
그 이후 와이어를 연결해서, 이 새 궤도를 바퀴 위로 말아올린다. 그 외에도 이번 전투로 4호 전차들에 잔고장이 많았기에 손봐야할 것이 많았다.
오토와 동료들은 격파한 소련군의 신전차, T-34의 크기를 쟀다. 이 크기를 재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정확한 크기를 알아야, 독일의 전차병들은 조준경 안에서 적 전차가 차지하는 눈금이 몇 칸인지를 보고, 적 전차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최근 전투에서, 슐레프 중대의 전차병들은, 이 새로운 전차의 크기를 몰랐기 때문에 적 전차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알 수 없어서 정확히 포를 조준하기까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오토가 측정을 마치고 외쳤다.
"전폭은 3미터 일세!"
헬무트가 말했다.
"이 경사진 장갑을 보라고! 어지간하면 철갑탄이 튕겨나가겠어!"
이들은 T-34가 상당히 잘 만들어진 전차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볼프강이 외쳤다.
"전쟁한지 한 달도 안되었는데 이런 전차를 내놓다니! 역시 놈들은 독일을 침략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던 것이 틀림없네! 설계에서 시제품 생산까지는 최소한 몇 달은 걸린다고!"
하지만 오토, 스테판, 게오르크, 헬무트, 블라덱 모두 입을 다물었다.
'앞으로 이 괴물을 어떻게 상대하지?'
다행인 것은 소련군은 원거리에서 명중률이 떨어졌다. 그리고 소련군의 전차 부대는 대다수가 무전기가 장착되지도 않았고 여전히 깃발을 이용한 방식으로 소통을 하기 때문에 협동 전술을 쓰기 어려웠다.
하지만 소련군의 T-34 전차는 분명 독일군의 4호 전차보다 강력했고, 이는 전차 부대원들을 두렵게 했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그 때 탈영했어야 했다!!'
"그래도 조만간 신무기 준다고 하잖아. 아마 새로운 전차일게 분명해."
"그...그렇겠지?"
그 때, 슐레프 중대장이 외쳤다.
"장교들 전원 회의실로 집합!!"
오토와 친구들은 모두 마을에 있는 통나무 오두막집으로 들어갔다. 이 곳이 임시 장교 회의실이었다. 슐레프 중대장이 뜸을 들였다가 외쳤다.
"조만간 군수 탄약성에서 개발한 야심찬 신무기가 우리 부대에 도착할거다!"
'!!!'
"참고로 아직 실전에서 쓰이지는 못했다."
오토와 친구들은 콧구멍이 벌름거리고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우..우리가 처음으로 그 신무기를!!'
잠시 뒤, 오토와 동료들은 각자 소대의 전차 점검을 마치고 식사를 하면서, 언제 신무기가 올지 초조하게 기다렸다. 흰 비계에 파붇힌 고기 통조림을 까먹으면서도 마음은 들떴다. 다들 식사를 하면서도 서쪽을 흘끗거렸다. 그 때, 누군가 외쳤다.
"저기 봐!! 뭔가 오고 있다!!"
"신무기다!!"
그렇게 슐레프 중대의 전차병과 장교들은 자신의 앞에 놓인 이 독일 제국의 엄청난 무기, 골리앗을 바라보았다. 형태는 1차 대전때 영국군이 쓰던 마크 IV 전차랑 비슷하게, 양 옆 차체를 궤도가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길이는 1m 정도 되었고 높이는 사람 무릎 정도까지 올라왔다. 병사 하나가 장난감처럼 위에 올라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게오르크가 말했다.
"이..이거 시제품이지?"
"모형인가봐!"
"시제품이 아닙니다!!"
골리아트를 가져온 기술자가 골리아트 상부 차체에 있는 크랭트를 몇 번 돌렸다.
트! 드드드등 트! 드드드드등 트! 드드드드등 트! 드드드드등
그 1m 짜리 골리앗의 시동이 걸리며 엄청나게 요란한 소리를 냈다. 기술자는 골리앗에 유선으로 연결된 조종 장치를 이용해서 골리앗을 조종했다. 골리앗 차체 양쪽의 궤도가 돌아가며, 골리앗이 힘차게 앞으로 전진하였다.
트으으 트으으으으으
블라덱이 중얼거렸다.
"조그만게 소리는 엄청나네."
스테판이 물었다.
"이걸 어따 씁니까?"
기술자가 외쳤다.
"이 골리아트는 폭발물을 100kg까지 탑재할 수 있습니다! 이 골리아트를 조종해서 적의 토치카나 적의 강력한 전차를 폭파시킬 수 있는 겁니다!"
오토가 물었다.
"적 전차까지 이걸 사람이 조종하고 가야하지 않습니까?"
"가다가 기관총 맞아서 죽을거야!"
"이 케이블 끊어지면 더 이상 조종 못하는것 아닙니까?"
기술자가 자랑스럽게 외쳤다.
"무선으로도 조종이 가능합니다!"
놀랍게도, 골리아트는 무선으로도 조종이 가능했던 것 이다.
"이 골리아트와 조종하는 사람이 10m 이내로만 가까이 있으면 선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조종이 가능합니다! 100kg의 폭탄으로 적의 토치카와 강철 장갑도 분쇄할 수 있습니다!"
옆에 있던 슐레프 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독일의 과학 기술은 세계 최고군! 제군들, 이 무기를 만들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독일 공학자들이 밤낮으로 연구하고, 독일 국민들은 수 많은 세금을 냈네! 유용히 사용하도록!"
오토와 친구들은 그 새로운 신무기 골리앗을 시험해보았다.
"10미터 안에만 있으면 무선 조종이 가능하잖아! 그러면 벽 뒤에 엄폐한 다음에 놈들의 기관총진지를 향해서 이걸 조종하는거야!"
하지만 10미터 안에 있어도 벽에 가려지면 무선 조종이 불가능했다.
"근데 이거 누가 조종하지?"
오토와 친구들은 골리아트를 이리저리 조종해보았다. 생각보다 방향 전환이나 기동성은 좋았다.
트으으 트으으으으
골리아트가 움직일 때 내는 소리는 상당히 컸다. 스테판이 심드렁하게 말했다.
"이건 소리가 커서 은밀하게 접근시킬 수도 없을 것 같은데?"
"이반 기관총 사수도 이게 접근하는건 알거야!"
"이걸 누가 적 토치카나 전차 10미터 내외까지 접근하면서 조종하냐고!"
"우린 자살 특공대 이런거 없나?"
"공병 녀석들은 잘 쓸 수도 있겠지."
새로운 무기가 왔다는 소식에 다른 병과 병사들도 모조리 이를 구경하러 왔다.
"저거 도대체 뭐야?"
공병 장교가 골리앗을 자세히 살펴보고는 말했다.
"이 정도로 폭약을 넣으면 건물 한 개는 거뜬히 날려보낼 수 있네! 장난감 같다고 무시하지 말라고! 이거 터지면 주변에 있는 녀석들은 다들 죽처럼 변한다고!"
오토가 공병 장교에게 물었다.
"그 정도인가?"
"그렇네. T-34 정도의 전차도 근처에서 폭발하면 격파 가능할걸세. 절대 여기다 수류탄 같은거 던지면 안되네. 병신같지만 무시무시한 무기일세."
오토와 동료들은 이 새로운 무기에 실망하고는 담배를 피웠다. 그 때, 이번 전투로 부상을 입은 녀석들이 있어서 신병이 보충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블라덱이 외쳤다.
"내 4소대에 장전수로 새로 들어오는 앙뚜완이네!"
헬무트가 앙뚜완을 격려했다.
"그래! 열심히 하라고! 모르는건 고참들이 가르쳐줄걸세!"
블라덱이 외쳤다.
"장전수지만 꽤 에이스라고 들었네!"
그 앙뚜완이라는 녀석은 희한하게 오토랑 얼굴이 닮았고, 약간 프랑스식 악센트를 쓰고 있었다. 게오르크가 물었다.
"이보게! 자네는 어디 출신인가?"
앙뚜완이 긴장한 상태로 외쳤다.
"랭스 출신입니다!"
그 녀석은 왠지 모르게 약간 동양인같은 느낌이 있었다. 알고보니 이 녀석은 랭스에 있는 수녀원에서 고아로 자라던 녀석이었다. 한스 파이퍼가 1차 대전 때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질렀고, 그로 인해서 프랑스, 동양인 혼혈 여성인 미사카가 출산한 그 아이가 현재 독일 전차 부대에 들어온 것 이었다.
물론 앙뚜완은 진실은 모르고 있었다. 오히려 수녀원에 계속해서 기부를 해준 한스 파이퍼가 자신의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깊이 존경하고 있었다. 앙뚜완은 한스 파이퍼가 자신의 어머니와 사랑하는 사이였을 거라고 말도 안되는 망상을 하고 있었던 것 이다.
스테판이 물었다.
"자네 어머니가 프랑스인이라면 독일군에는 왜 들어온건가?"
앙뚜완이 말했다.
"한스 파이퍼 백작님이 수녀원에 학비를 대주신 덕분에 저는 학업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자랑스러운 독일 제국군의 일원으로서 독일의 승리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볼프강이 외쳤다.
"정신이 똑바로 박혀있군!! 아주 훌륭해! 프랑스인도 이렇게 열심히 싸우는데 요즘 병사들은 너무 군기가 빠졌어!"
하지만 오토와 스테판은 앙뚜완이라는 이 새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피도 안 섞인 저런 새끼한테 학비를 대주고 계셨던건가?'
앙뚜완은 1소대장 오토 파이퍼에게 찍힌 것도 모르고 오토를 자신의 친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튼 독일군은 계속해서 동쪽으로 끊임없이 진격하였다. 오토의 1소대는 작은 마을에서 소련군의 T-34 전차 한 소대와 전투를 하고 있었다. T-34의 주포가 불을 뿜었다.
쿠과광!! 콰광!!
고폭탄이 폭발하자 통나무로 지어진 꽤 커다란 집이 순식간에 무너져내렸고 사방이 연기로 뿌옇게 되었다. T-34의 전차장은 관측창을 보며 독일군의 4호 전차가 어디있을지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 파시스트 놈을 찾아내서 박살난다!! 영거리 사격 준비해!!"
한편, 오토는 마구간 안에 엄폐한 채로 T-34가 자신의 사격 범위 안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적 전차 나타나면 자유 사격!! 철갑탄 장전해!!"
독일군 공병 소대장은 맞은 편에 보이는 작은 오두막에 숨어서 오두막 창문 위로 팔을 내밀고 골리아트를 조종하고 있었다. 골리아트는 현재 50kg의 폭탄을 탑재한 채로 전진했다가 멈췄다가 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골리아트를 조종하기 위해서는 팔을 뻗어서 최대한 현재 골리아트가 있는 방향으로 조종기를 가리켜야 했다.
'이 시발 놈의 무기!!'
공병 소대장은 팬티에 똥오줌을 지린 상태로 위험을 무릎 쓰고 오두막 창문 위로 머리를 올렸다가 내리는 것을 반복했다.
트으으 트트트트 트으으
공병 소대장은 50m 쯤 멀리서 들리는 T-34 전차의 엄청난 엔진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위이잉 위이이이잉 트드덩
'으아아아악!!'
T-34 전차는 골리아트의 존재를 모르고 천천히 이 쪽으로 오고 있었던 것 이다. 만약 T-34 전차가 골리아트를 조종하는 공병 소대장의 위치를 알아챈다면 이 쪽으로 기관총을 긁어대고 고폭탄을 발사해서 독일군 공병 소대를 곤죽으로 만들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전차병들은 뭘 하는거야!!'
이 때, 오토가 포수 에밀에게 외쳤다.
"2시 방향 골목으로 주포 조준하고 영거리 사격 준비!!"
그리고, 골목을 통해 빼꼼히 나오는 T-34 전차가 보였다.
"발사!!"
퍼엉!!
쉬이잇
쿠과과광!!
T-34 전차가 폭발하며 뚜껑이 날라갔다. 그 때, 무전수 요하네스가 외쳤다.
"3시 방향 적 전차 발견!! 이 쪽으로 포탑 돌린다!!!"
"아아악!!!빨리!! 빨리!!"
3시 방향에 다른 T-34 전차가 있었고, 방금 전 오토의 전차가 마구간 안에서 다른 T-34를 향해 포탄을 쏘던 것을 목격한건지, 이 쪽을 향해 포탑을 돌리고 있었다. 에밀은 팔에 불이 나도록 포탑 선회용 휠을 돌렸다.
'아아아아악!!!'
이제 T-34 전차의 포탑 주포는 10도만 더 선회하면 오토의 4호 전차가 있는 마구간을 향해 포탄을 발사할 것 이었다. 이 거리에서는 거의 한 방에 맞출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불행히도 오토의 4호 전차의 포탑은 T-34를 맞추기 위해서는 한참을 더 돌려야 했다.
'이렇게 죽는구나!!'
그 순간,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며, T-34 가 폭발했다.
쿠궁!! 쿠과과광!! 쿠과광!!!
마구간에 있는 오토의 4호 전차병들도 모두 이 폭발을 느낄 수 있었다.
'아아아아악!!!'
딩ㅡㅡㅡ
천만 다행히도, T-34가 오토의 전차를 향해 포탄을 발사하기 전에, 독일군 공병 소대장이 골리아트를 T-34 근처에서 폭발시킨 것 이었다. 잠시 뒤, T-34의 포탑이 뒤집힌 상태로 땅에 떨어졌다.
퍼억!!
그렇게 오토와 동료들은 골리아트 덕분에 겨우 마을을 점령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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