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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의 서재

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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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
작품등록일 :
2022.12.11 22:06
최근연재일 :
2023.10.17 11:33
연재수 :
2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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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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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24)

DUMMY

Sp 1-36. 깊은 하늘의 창염화 (2)



프로스트의 지시로 산채를 나와 아센으로 향하던 산적들은 이상한 온기에 의문을 느끼며 눈을 떴다.

양 울음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갑자기 잠이 쏟아졌던 것도 이상하지만, 한겨울의 숲이 따듯하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렇다고 누가 모닥불을 피운 것도 아니다. 눈을 떴을 때, 산적들은 눈앞에서 일렁이는 푸른 불꽃을 보고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그렇게 놀라기만 했다,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푸른 불꽃은 눈을 녹이지 않고, 그저 따스하다는 감각을 사람에게 전할 뿐이었다.

저주를 불태우고, 오로지 감정에만 와닿는 불이었다.


***


이변은 당연히 암살 클랜과 싸우고 있던 서성과 마왕군도 알아챘다.

그렇다 해도 서성은 멈추지 않았다.

등 뒤에서 굉음이 들리고 겨울에 어울리지 않는 온기가 느껴졌지만, 숲을 통과해 부대를 결집한 그의 검이 가리키는 곳은 아센의 중앙마을이었다.


"앞으로! 진군하라! 성문을 열고 들어가라!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아센의 본성이 있는 곳은 중앙마을이라고 하지만 중간에 관문이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본성 바로 앞까지 길이 일직선으로 잘 닦여 있다.

전생자 마을, 불사자 마을, 중앙마을, 장인 마을, 성검 마을.

각 마을의 위치 관계상 중앙마을이 가운데에 위치할 뿐, 적의 침공한다면 가장 먼저 조우하게 되는 위치에 있는 건 중앙마을과 본성이었다.

그건 시골이라 방위를 생각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지켜내는 걸 최고로 치는 엑셀리온의 기사도가 반영되어있기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서성에게는 상관없었다.


"멈추지 말아라. 멈추지 말고 진군하라!"


세 번째 눈을 부릅뜬 채로 초조하게 외쳤다.

그는 치계정이란 종족에서 종의 우두머리인 구두치계정과 함께 미래를 볼 수 있는 유이(唯二)한 치계정.

하지만 볼 수 있는 건 오직 불행한 미래뿐.

그 능력은 서성의 인생을 저주처럼 옭아맸다.

단 한 명. 이그니스를 제외하고.

이그니스는 서성의 불행이 아니라 재능과 노력만을 봤고, 그의 가능성을 믿었다.

서성은 여기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스스로의 무력과 지력을 단련했고, 불행한 미래를 보는 능력을 이용해 적의 습격이나 위험한 전술을 몇 번이고 파헤쳤다.

모든 것은 자신을 인정해준 이그니스를 위해서.

얼음 장군이 아니다. 충성은 언제나 앞에서 길을 비추는 위대한 용사에게 향했다.

유머 감각이 최악인데다 일을 놔두고 프레이와 알게 모르게 노닥거리는 것까지 좋게 봤던 건 아니지만, 서성은 그의 측근으로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멈추도록 해라. 서성."

"거절하겠습니다!"


오늘은 아니다. 프레이와 얼음 장군 앞에서는 숨겼지만, 오늘의 서성은 자신을 위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서성은 어느새 옆에 나타난 숫양 장군, 브루노에게 이를 드러내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갑작스러웠지만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제피가 뿔나팔에 추적 마법을 심어둔 건 브루노도 서성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마법을 대상으로 전이술을 전개하는 건 사천왕급 실력자들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마왕들에게 인정받아 마왕 위에서 13개 대영지 전군을 통솔하는 권한을 가진 사천왕은 전원이 최상위급의 마법사이자 전사이며, 지휘관이었다.


"아센을 점령하면. 첫 현자의 공방을 연다면!"

"네가 본 미래의 이그니스는 그걸 원했나?"

"원했습니다. 그랬을 겁니다!"

"그런 것치고는 목소리가 떨리고 있구나."

"이곳의 작전권을 가지고 있는 건 얼음 장군이다! 다른 사천왕은 물러나 있어!"

"무리다."


숫양 장군의 주먹이 지면을 때리고, 그곳에서부터 양모의 파도가 일어났다.

무서운 속도로 대로를 지나 초원 전체를 집어삼킨 양털은 얼음 장군의 군대를 부드럽게 집어삼켰다.

잘 훈련된 군마와 정예병의 철부츠는 대지를 박차고 적의 숨통을 끊을 수 있지만, 안락하고 폭신한 양털 앞에서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칼을 휘둘러 쳐내거나 발로 박차려 해도, 양털은 그들을 부드럽게 끌어안고 놔주지 않았다.


"말해보게. 서성."

"놔! 놓으라고!"

"이그니스는 고통스러워했나?"

"···제발 놔주십시오. 브루노 장군님······."

"···무리네."


숫양 장군은 짧게 거절했다.


"나는 친구를 불행하게 하는 마법은 쓰지 않아. 자네도 봐야 할 미래를 착각하지 말았으면 좋겠군."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그니스는 학살을 원하지 않았을 거야."

"크윽······!"

"의외로 마음이 약한 녀석이니까. 그러지 않았다면 대용사 시절에 자신이 지켜야 했던 거대요새를 프로스트의 부관에게 맡기지 않았겠지."

"그래서 놔두라는 겁니까?"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도 있는 법이야."

"그분의 이야기가 이런 곳에서 끝날 리가 없습니다. 이그니스의 불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

"왜 끝나겠나."


브루노는 여전히 발버둥 치는 서성의 주위를 더 많은 양털로 휘감으며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이그니스의 불은 자네들이 이어받았는데."


부대에 있어서 최대의 불행은 지휘관을 잃는 것.

모든 싸움의 결말을 보고, 자신이 직면해야 할 최대의 불행에서 달아나려 했던 사내는 하늘을 향해 서럽게 울부짖었다.

진군을 멈추라는 명령은 필요 없었다.

임시로 얼음 장군의 전권을 휘두르던 서성이 투지를 상실하고 또 다른 사천왕인 브루노가 진군을 막은 시점에서 전쟁은 끝났다.

숲 안에서 이를 지켜보던 암살 클랜의 클랜원이 제피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랜드 마스터. 결과적으로 마왕군의 진군은 막았습니다만. 이대로 돌아갈까요?"

"아니. 산채로 향한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얼음 장군은 죽지 않았습니까? 20억 줄에 달하는 초끈이 지금도 소멸 중인 게 느껴져서 오싹거릴 지경입니다만."

"그건 그렇지. 하지만 우린 지금부터 산채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

"누구에게 말입니까?"

"음유시인들에게?"

"그런 의뢰 내역은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만."

"아아, 그렇겠지. 이건 이번 의뢰보다 훨씬 더 오래된 약속이니까."

"약속?"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은 약속이다."


제피는 산채로 향하는 발걸음에 서서히 속력을 올렸다.

다시 입을 열었을 즈음엔 이미 바람을 일으키면서 달리고 있었기에 뒤따르는 클랜원들은 그가 한 말을 듣지 못했다.


"현자의 시대 최후의 영웅과 용사의 시대 최초의 용사가 벌이는 결투. 그래. 그정도면 음유시인들의 노래에 100년은 오르내리겠지."


***


같은 시각. 대협곡.

얼음 장군이 만들었던 얼음 다리 위.

아센으로 이어지는 다리 끄트머리에는 부러진 무기나 갑옷 조각, 벗겨진 헬멧, 핏자국 따위가 즐비했다.

전투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봐도 이곳에서 상당히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나중에 얼음 다리를 발견하는 사람들은 이런 의문을 품으리라.

'왜 얼음 다리 뒤로는 전투 흔적이 없지?'라고.

그 답은 홀로 마왕군의 진군을 막고 있는 의문의 전사에게 있었다.

방어보다 기동성과 정체를 숨기는 쪽을 중시하는 형태의, 겉으로 드러나는 부품을 최소화하고 헬멧은 마스크까지 일체화되어 얼굴을 완벽하게 가리는 어두운 쪽빛의 갑옷.

그 위로는 당장이라도 녹아내릴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분홍빛의 오오라가 감돌았다.

마왕군 소속 중 그 오오라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 한 흡혈귀 병사는 갓 태어난 사슴처럼 다리를 떨며 중얼거렸다.


"노, 녹아내리는 분홍······. 흡혈귀의 천적. 유적 파괴자! 히, 히익. 아이에에에에···. 기적의 미치광이가 왜 여기에? 죽었다고 들었는데? 메, 메메, 메메, 메, 메, 메, 메메, 메······."


처음 한 말도 아니다. 그는 다리 위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내내 비슷한 말만 반복하면서 공포를 떨쳐내지 못했다.

그만큼 아종족에게, 특히 흡혈귀들에게 저 녹아내리는 분홍이 가져오는 압박감은 각별했다.

그렇다 해도 여기서 저 전사가 흡혈귀들이 두려워하는 전사와 동일 인물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마왕군의 후속부대를 상대로 격전이 벌어진 현장이 전사의 강함을 잘 설명하고 있었으니까.

전사는 군단을 상대로 무릎 꿇지 않았고, 누구 하나 통과시키지 않았다.

심지어 화살 하나까지 통과시키지 않는 그 치밀함은 대단함보다 기괴함에 가까운 영역. 흡혈귀들이 아는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공포감을 조성했다.

그리고 격전이 중반에 이르렀을 때부터는 단 한 명의 마왕군만이 의문의 전사를 상대했다.

상대로 나선 것은 마왕군 사천왕. '머리 없는 갑옷' 티탄.

머리가 없기에 듀라한을 연상시키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듀라한이 머리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것과 달리, 티탄은 아예 머리 자체가 없었으니까.

티탄이 스스로 자신을 밝힌 적은 없으나, 마왕군 내에서는 오랜 기간 마력이 쌓여 의식을 가지게 된 물건. 살아 있는 갑옷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그런 티탄이 도끼창을 휘둘러 의문의 전사를 공격했다.

횡으로 베고, 찌르고. 휘두르고, 끌어당기고.

다리가 부서질 것을 염두에 둬서 내려찍는 걸 제외한 모든 공격을 쉴 새 없이 퍼부었다. 빠르고 정교했으며,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각도에서도 공격을 날렸다.

예를 들자면, 허리를 720도 회전시켜 도끼창을 휘두르기도 했다.

기본 공격도 최상위급 기량에 예상치 못할 변칙 공격까지 들어갔으나, 정작 유효한 공격이 없었다.

의문의 전사는 갑옷을 이용해 공격 대부분을 흘리거나 받아냈고, 바람에 날리는 깃털 같은 동작으로 여유롭게 피하기까지 했다.

전투가 종반부에 다다를 즈음엔 가장 무술에 소질이 없던 마왕군 병사마저 이해했다.

실력의 격이 다르다는 걸 말이다.

의문의 전사 쪽에도 결정적인 한 방이 없어서 결착이 나지 않았지만, 티탄의 공격이 하나도 통하지 않는다면 뭘 하든 의미가 없었다.

마침내 먼저 질린 쪽은 티탄.

지친 게 아니다. 빈틈을 보인 것도 아니고. 패배를 인정하지도 않았다.


"아, 짜증나! 안 해! 때려쳐! 안 한다고!"


···도끼창을 얼음 다리 위에 집어 던진 채 팔짱을 꼈다. 머리가 있었다면 홱 돌린 채 비스듬히 위로 올리고 있었으리라.

갑옷에서 울리는 목소리는 예상대로 중후했지만, 기분이 상해서 토라진 아이 같은 대사였던지라 뒤에서 보고 있던 마왕군은 하나같이 '깬다······.'라고 생각해 버렸다. 심지어 녹아내리는 분홍에 패닉에 빠졌던 흡혈귀까지.


"야, 너 뭔데? 싸우려면 제대로 싸우던가. 내내 길막만 하고 말이야!"


길막이라니. 참으로 덩치와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 선정이었다.


"열라 짱나거든?"


열라 짱나는 건가아아아······. 마왕군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쯤 말하도록 하렴. 지휘관이면 모범은 못 돼도 격에 맞는 언어를 써야 하는 법이란다."


보다 못한 의문의 전사······. 아니. 암첩단에 있던 엘프 지인에게서 위장용으로 갑옷과 마력까지 빌려와 혼자서 마왕군을 막고 있던 오스카는 아이를 상대하는 어조로 티탄을 달랬다.

이그니스와 프로스트의 '결투'에 불청객이 끼지 않게 하도록 될 수 있는 대로 말없이 수문장 역할을 할 생각이었으나······.

마왕군 내에서 눈치가 특히 나쁜 병사조차 그녀의 의도를 이해했다.


"챙겨주고 있는 거네······."

"도저히 못 봐줄 꼴이라는 건가."

"나, 마왕군인 게 처음으로 부끄러워졌어."

"티탄님이 사천왕 중에서 가장 인망이 없다고 듣기는 했는데······."

"의외로 저런 모습을 보고 지지하는 녀석들도 있다던데."

"코어 팬이라는 거지."


수군수군. 웅성웅성.

머리는 없었지만 청각이 없지는 않은지, 뒤에서 동요가 퍼질수록 티탄의 어깨도 눈에 보이게 떨렸다.

너무 안쓰러워서 충고했던 거지만 괜히 챙겨줬던 걸까.

오스카가 그런 고뇌를 품고 있으려니, 동쪽 방면에서 검은 연기가 날아왔다.

얼핏 보면 어둠을 틈타 대협곡을 넘으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마력의 감지할 수 있는 사람의 시점에서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은신은커녕 고의로 마력을 발산해 존재감을 과시했고, 숨어서 지나가는 게 아니라 서두르면서 다리 위로 직행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검은 연기는 오스카의 예상대로 그녀와 티탄 사이에 내려앉았다.

높은 코에 비해 안쪽으로 푹 꺼진 듯한 대비가 인상적인, 외관만 보면 초로로 보이는 귀족풍의 남성.

난입자의 정체를 단숨에 알아본 오스카는 경계심을 높이며 상대의 이름을 불렀다.


"어머나, 안데르센 공작 각하. 이런 시골에 왕림하실 줄은."

"말투는 여전하군. 그리고 지금은 마왕 올레라고 불린다네. 열 네 번째."

"그 칭호는 받지 않겠다고 했을 텐데요."

"큭큭. 상관없지 않나. 우리가 뭐라고 부르던 엑셀리온에서 정식으로 받아들일 리가 없으니까."

"목 없는 갑옷보다도 각하가 더 상대하기 곤란하네요."

"불편하다면 용건만 간단히 하겠네. 비켜주지 않겠나?"

"그것 또한 곤란하답니다~"

"뭐, 그렇겠지. 그래도 시도는 해본 것을 높게 평가해줬으면 하는데."


마왕 올레는 연기를 부려 자신과 오스카만을 감싸는 공간을 만들었다. 공격을 위해서는 아니다.

대화가 새어나가는 것을 막는 조치였다.


"후속부대가 움직일 걸 잘도 파악했군. 오스카."

"오스카라니 누구를 말씀하시는 걸까요. 저는 유적 파괴자이자 흡혈귀의 적. 멜티로제를 계승한 사랑과 낭만의 전사. 멜티로제 Ver. 3랍니다."

"버······?"

"줄여서 V3."

"그 센스는 자네 스타일이 아니로군. 화이트 엘프 놈인가. 뭐 됐네. 소리나 시야는 차단했으니 편하게 얘기하세나. 시간도 적고."

"우후후. 저는 이게 편합니다만?"

"···결착은 났나? 나는 후속부대의 진군이 막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날아왔을 뿐이라서."

"예. 얼음 장군은 사라졌습니다."


오스카는 헬멧을 벗어 얼굴을 드러냈다. 윤기를 잃고 탈색된 잿빛 머리. 오른쪽 눈에만 쓴 외안경. 얼굴에는 무자비한 세월이 새긴 주름이 가득했다.

프레이가 봤다면 색다른 평가가 나왔겠지만, 마왕 올레는 '대마왕 튜버경의 최측근도 시간을 이기지는 못하는군'이라는 감상만 떠올렸다.


"마왕님들께서 신경 써주신 덕에."

"신경 써주기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 감정은 감정에서 끝나야 했어. 그건 인격을 가져선 안 되는 힘이었다. 사천왕 중 하나라는 큰 전력을 잃은 것은 뼈아프다만."

"이에 대한 보상은 왕국 차원에서 있을 겁니다."

"흥. 입에 바른 소리 하지 말게 오스카. 군 고문으로 물러난 자네가 입김을 넣어봤자 얼마나 넣겠나. 마왕군의 독립이라도 인정해줄 셈인가?"

"정확히 보셨습니다."

"뭐?"


오스카의 긍정에 마왕 올레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

13개 대영지에게 있어 튜버경이 남긴 '마왕군'이라는 이미지는 단순한 여론조작이 아니라 저주나 주박에 가까웠다.

20년이 조금 더 되는 세월. 그 기간에 태어난 영지의 아이들은 태어남과 동시에 해외에서 저주받은 인종 취급을 받았다.

마왕군이 개입하지 않은 흉사에도 당연하단 듯이 마왕군의 잘못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문제는 대외적인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 문제에 비하면 세간의 인식과 혐오, 지역감정은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문제의 중심에는 용사들이 있다.

용사에게 있어 마왕은 토벌 대상.

마왕령 아래의 영지와 영민은 모두 마왕의 사악한 심복.

그 인식에 의문을 품어 마왕 공략만을 우선한 용사들도 있었지만, 이는 소수였다.

본래 재물 앞에서는 청렴함과 냉정보다 탐욕이 앞서는 사람이 많은 법.

진짜 문제는 사략(私掠)이었다.

본래는 해적질에서나 사용될 바다의 개념이었지만, 마물 토벌이라는 명분으로 거대요새를 지나 민간 마을을 습격하고 재물을 노획하는 용사들은 인류왕국의 허가를 받은 악질적인 도적 떼였다.

이 문제는 심각했기에 13 마왕들은 그림이 왕으로 있던 시절에 몇 번이고 이를 규탄했다. 공식 서한이든 무력 시위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물론 왕위에 있을 무렵의 그림은 공식적인 일 따윈 아무것도 안 했다.

튜버경이 죽은 뒤엔 그 정도가 더 심해졌고, 단독 출진해 순수왕국군 73만 명을 학살한 게 밝혀진 뒤로는 희대의 폭군으로 역사에 남았다.

그림 왕은 사죄를 요구하기 이전에 이야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외교의 최저선도 지키지 않는 최악의 상대였다.

모든 영지민들의 고통과 기대를 등에 업고 있던 마왕들이 절망감을 느낀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이, 이제서야 그런 말을 한다 해도······."

"은거했던 대용사 이그니스와 영웅 프로스트의 협동으로 얼음 장군과 맞서지만 공멸. 다리를 만들어 건너온 마왕군의 침공은 막을 수 없었기에 샤를 여왕은 정전협정을 제안한다."

"뭣······?"


마왕 올레가 당황하든 말든, 오스카는 준비된 시나리오를 그의 앞에서 계속 읊어나갔다.


"이에 따라 평화조약이 체결되며, 주된 내용은 마왕령 13개 영지의 공식적인 독립 승인.“

"아, 아니. 잠시만······."

"그림 왕의 지시에 의한 언론 조작과 용사를 사용한 사략 행위의 인정. 피해액 산정과 조사를 위해 특별 조사 위원회가 조성되며, 교전 행위로 인정되지 않은 민간 피해에 대한 전면적인 보상이 이루어질 것."

"그쯤 해두게 오스카! 말이라면 누군들 못하겠나! 우리가 엑셀리온 왕가를 믿을 일은······."

"그래서 위에서는 이걸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오스카가 갑옷 안의 수납공간에서 꺼낸 건 정육면체 모양의 작은 상자였다.

그것 자체는 무슨 용도인지 마왕 올레도 알았다.

레코드 큐브.

튜버경이 용사의 시대를 열 때 사용한 영상중계마법에서 영상화 부분만을 응용해 특정 상황이나 문서 따위를 기록하는 장치였다.

상당히 높은 지식의 기계에 대한 이해와 마법 지식을 동시에 요구하는 탓에 이를 만들고 다루는 직종은 마법사가 아니라 '레코더 맨'이라 불리며 별개의 직종으로 취급받고 있다.

마왕 올레는 레코더 맨이라 불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에게도 레코드 큐브를 다룰 지식은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영상저장 매체에 대한 가치가 올라갔으니, 지배자로서 당연히 알아야 할 지식이 된 것이다.


"이건 보고서로군. 전에 동방 제국 황제가 정예만 이끌고 수도 앞 평원까지 도달했다 들었는데, 그때 있던 전투의 보고서인가."

"제인 에어라는 은어로 불리는 보고서입니다. 현재 인류왕국에 있어 가장 큰 급소이기도 하죠."

"황제가 왕국 수도까지 오는 동안 반격 한번 못했다는 것도 논란거리는 되겠지. 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지 않겠나?"


아무래도 좋을 문서를 쥐여줘 놓고 지금껏 진척이 전혀 없던 내용의 조약이 체결될 거라 믿으라는 거냐.

마왕 올레가 타박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먼저 목소리를 낸 건 오스카였다.


"그 현장에 왕위에 오르시기 전의 여왕 폐하께서 계셨고, 이 전투의 여파로 모든 시간대에 감정의 불을 안고 태어난 사람들이 생겼다면 어떻습니까?"

"뭐라고? 하지만 감정의 불이 발현되는 체질인 사람은 평원 전투 이전에, 심지어 프레이 이전에도 있었지 않나?"

"급소가 괜히 급소겠습니까. 그날 있었던 사건은 현재는 물론이고 과거부터 미래까지 영향을 줬습니다. 필두 궁정 마법사와 여러 학자가 비밀리에 검증을 마친 자료도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지요."

"그게 맞다면 급소 정도로 끝날 이야기가 아닐 텐데······."


마왕 올레는 인류왕국이 평화협정을 제안해올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보다 더 창백한 안색이 되었다.

감정의 불을 억제하거나 내화 처리 같은 대책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사람 하나가 타죽은 것부터 시작해 가문이, 마을 하나가 전부 불탔다는 이야기는 대륙 어디를 가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감정의 불에 의해 피해를 본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고, 지금까지는 체질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그게 사람이 개입에서 일어난, 그것도 한순간만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까지 걸친 '시간 재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피해자들은 반드시 책임자를 지목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현장에 있었던 사람 중 가장 지위가 높았던 인류왕국의 공주와 동방 제국의 황제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할 것은 뻔한 일이었다.


"이게 공개되면 인류왕국의 왕족은 그 역사가 끝날 수도 있어. 귀족들도 막대한 타격을 입겠지."

"여왕님께도 이미 허락을 받아두었습니다. 왕국이 이번 조약에 어떤 각오로 임하고 있는지 아시겠지요."

"이건······. 시간이 필요하겠군. 나 혼자서 품고 넘어갈 일이 아니야. 일단 샤를 폐하의 뜻은 알겠네. 티탄과 여기 있는 군대는 바로 설득해서 물리도록 하지."

"협력에 감사드립니다. 공작 각하."

"마왕이라 부르게."


오스카는 다시 헬멧을 쓴 채 예를 표했고, 마왕 올레는 복잡한 감정이 섞인 얼굴로 미소 지었다.


"싫은 호칭이기는 해도 20년쯤 들으니까 익숙해져 버렸거든."


***


약속한 대로 티탄과 다리 위의 마왕군은 마왕 올레에게 설득되어 마왕령 쪽으로 회군했다.

전장에서의 명령권은 마왕보다 사찬왕이 높았기에 티탄이 거부했다면 전부 백지가 될 일이었지만, 티탄은 오스카의 생각 이상으로 쉽게 설득에 넘어갔다.


"지금 회군하면 특제 쿠키와 가장 좋은 차를 대접하겠네."

"그럴게! 전군 회군! 집에 가자!"


그래도 되는 거냐.

회군 명령에 마왕군은 죽은 물고기 같은 눈을 했지만, 명령에 불복하지는 않았다.

사천왕 티탄은 믿음직하지 않아도 마왕 올레는 마왕령이 인류왕국 아래의 13개 대영지 시절이었을 때부터 존경받는 영주였던 덕분이다.

그뿐이랴. 전장에 오기는 했지만 병사들은 피를 흘리며 싸우는 것보다 집에서 가족의 얼굴을 보거나 고양이 등을 쓰다듬어 주는 쪽을 더 좋아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로써 제1차 아센 공방전에서 전쟁이 확대될 여지는 완전히 사라졌고, 다리 위에는 오스카 혼자 남았다.


"얼음 장군이 소멸했다면 너희가 할 일은 이제 하나뿐이지."


그녀는 산채로 향하는 대신 숲에 숨겨뒀던 말을 타고 수도 방면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남은 시간은 얼마 없어."


연료를 모두 태운 불은 꺼지고, 한번 핀 꽃은 계절이 지남에 따라 시들어, 끝에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건 당연한 순환.

한차례 만개해 절정에 도달했던 창염화도 마찬가지.

오스카가 말을 타고 가는 사이에도 숲 전체를 밝고 푸르게 뒤덮은 창염화는 서서히 꺼져가고 있었다.

하늘거리던 끝은 허공으로 사라지고, 지상에 남은 온기도 식어갔다.


"이그니스. 프로스트."


두 기사의 약속을 제피가 알듯, 프로스트와 같은 세대인 오스카가 그 약속을 모를 리가 없었다.

제피는 나름대로 프로스트와 오스카의 의견 차이를 신경 써서 충돌되지 않도록 중간 역할을 잘했다 생각했지만, 프로스트의 성격을 아는 오스카가 그의 계획을 모를 리가 없었다.

애초에 백색 마탑의 잔해, 와이즈하르콘 합금 같은 건 암시장에서도 구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운 희귀품이다.

그런 물자가 프로스트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수를 쓴 건 다름 아닌 오스카였다.

다만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 보고, 프로스트에게 큰 기대를 안 했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프로스트가 실패하면 그 즉시 얼음 다리를 끊고 이그니스를 죽이기 위해 산채로 향했을 것이다.

그러나 친구를 죽여야 하는 걱정과 불안에 휩싸였던 것도 이젠 흘러간 과거의 일.


"좋은 여행이 되기를."


음유시인에게 전설을 전할 목격자는 제피와 그 수하들로 충분할 터다. 그녀에게는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들이 어떤 결말에 도달할지 직접 볼 용기가 없었다.

두 기사를 위한 축복의 말을 따스한 겨울 하늘에 흩뿌린 여인은, 암살 클랜의 수장보다도 많은 비밀을 가슴에 품은 채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서둘렀다.


그날 밤 새는 울지 않았다.

대신 검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끝없이 울렸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창염화의 마지막 잎새가 사라지고, 새로운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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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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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100. 가장 높은 땅의 문 앞에서 +1 23.05.12 42 2 9쪽
124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25) +1 23.05.12 26 2 18쪽
»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24) 23.05.10 30 2 24쪽
122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23) 23.05.08 26 1 15쪽
121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22) +1 23.05.06 37 2 12쪽
120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21) +1 23.05.06 38 1 12쪽
119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20) 23.05.04 29 1 12쪽
118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9) +1 23.04.24 31 2 19쪽
117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8) 23.04.23 30 1 12쪽
116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7) 23.04.23 31 1 12쪽
115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6) 23.04.14 40 2 19쪽
114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5) 23.04.12 33 1 12쪽
113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4) 23.04.09 39 2 9쪽
112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3) 23.04.09 31 1 13쪽
111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2) +1 23.04.09 40 2 14쪽
110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1) 23.03.19 38 2 17쪽
109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0) 23.03.19 29 2 17쪽
108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9) 23.03.11 31 1 13쪽
107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8) 23.03.04 37 1 16쪽
106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7) 23.02.26 86 2 22쪽
105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6) 23.02.22 31 2 14쪽
104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5) +1 23.02.19 39 2 16쪽
103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4) 23.02.16 34 1 11쪽
102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3) +1 23.02.12 27 1 19쪽
101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2) 23.02.08 37 2 18쪽
100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 23.02.07 42 1 14쪽
99 99. 브로큰 플래그 23.02.05 40 1 9쪽
98 98. 갑옷 23.02.04 33 1 7쪽
97 97. 전생자 3 / 곰 4 23.02.03 43 2 2쪽
96 96. 건강 23.02.03 37 3 2쪽
95 95. 진수식 23.02.02 40 2 10쪽
94 94. 모험가 2 +1 23.02.01 39 2 3쪽
93 93. 닭 +1 23.01.31 36 2 5쪽
92 92. 경험의 물약 +1 23.01.30 38 2 3쪽
91 91. 모험가 23.01.29 38 3 2쪽
90 90. 뛰는 놈, 나는 놈, 버그난 놈 23.01.28 32 1 6쪽
89 89. 시골 영지 아센 +1 23.01.27 34 2 8쪽
88 88. 거북이와 거북이 23.01.26 37 3 3쪽
87 87. 인 忍 어 23.01.26 36 2 4쪽
86 86. 좀비 2 +1 23.01.25 37 2 3쪽
85 85. 좀비 23.01.25 40 1 3쪽
84 84. 전생자 2 / 곰 3 23.01.25 38 2 3쪽
83 83. 전생자 23.01.24 39 2 4쪽
82 82. 흑염룡 23.01.23 39 2 2쪽
81 81. 퇴마 소녀 +1 23.01.22 40 2 4쪽
80 80. BGM 23.01.22 38 1 3쪽
79 79. 화가 23.01.22 41 1 3쪽
78 78. 양 +1 23.01.22 40 2 4쪽
77 77. 구조요원 23.01.21 37 1 4쪽
76 76. 불을 말하는 새 +1 23.01.21 40 2 4쪽
75 75. 다큐멘터리 23.01.21 41 2 3쪽
74 74. 강도 23.01.21 40 1 2쪽
73 73. 불금 23.01.21 44 1 3쪽
72 72. 기가 막힌 꿈 +1 23.01.21 37 2 3쪽
71 71. 마녀를 불에 던져라 23.01.21 38 2 3쪽
70 70. you need more practice 23.01.21 45 3 5쪽
69 69. 쥐덫 23.01.21 37 2 2쪽
68 68. Cooool 23.01.21 39 2 5쪽
67 67. 마법사의 제자 2 23.01.21 46 2 3쪽
66 66. 괴수와 짐승 23.01.21 40 2 4쪽
65 65. 최면술 +1 23.01.21 48 2 2쪽
64 64. 여고생 23.01.21 43 1 2쪽
63 63. Coool 23.01.21 41 2 5쪽
62 62. 요리 2 23.01.20 47 1 7쪽
61 61. 양아치 엘프와 트롤 23.01.20 41 3 7쪽
60 60. 히든 스킬 23.01.19 40 3 3쪽
59 59. 이불데드 23.01.18 37 1 6쪽
58 58. 죽여주는 맛 23.01.17 40 2 5쪽
57 57. 곰 2 23.01.16 41 1 3쪽
56 56. 악역 영애 23.01.15 39 2 6쪽
55 55. 추방 23.01.13 43 2 4쪽
54 54. 바다로 간 골렘 23.01.12 44 1 2쪽
53 52. 콩쥐 THE 어벤저 23.01.11 43 1 2쪽
52 51. 도시지기 23.01.10 48 2 4쪽
51 50. 과제 +1 23.01.09 48 1 4쪽
50 49. 계약 23.01.08 46 3 2쪽
49 48. 북부대공 23.01.08 46 2 3쪽
48 47. 계산 23.01.07 52 2 4쪽
47 46. 피자 23.01.06 49 2 4쪽
46 45. 카나리아 +1 23.01.05 56 2 2쪽
45 44. 트럭 처형인 +2 23.01.04 55 3 5쪽
44 43. 가고일 23.01.03 50 3 5쪽
43 42. 42 23.01.02 49 3 4쪽
42 41. 개그물 보정 23.01.01 58 2 2쪽
41 40. 스타일 +1 23.01.01 74 3 3쪽
40 39. 비밀클럽 +1 22.12.31 64 2 3쪽
39 38. 고대신과 새벽 아지랑이 +1 22.12.30 65 3 9쪽
38 37. 요리 +1 22.12.29 63 2 2쪽
37 36. 상인 +1 22.12.28 64 2 2쪽
36 35. 마법 22.12.27 60 1 2쪽
35 34. 트렌드 22.12.26 63 2 2쪽
34 33. 상태창 +1 22.12.25 65 2 2쪽
33 32. 산적 22.12.25 63 1 4쪽
32 31. 포스트 아포칼립스(였던) 22.12.25 68 3 3쪽
31 30. 서브 퀘스트 22.12.25 61 2 2쪽
30 29. 산 위의 고래 +1 22.12.25 61 2 2쪽
29 28. 마녀를 물에 던져라 +1 22.12.25 59 3 3쪽
28 27. 노래하는 검 22.12.25 66 1 3쪽
27 26. 마법사의 제자 22.12.25 62 3 3쪽
26 25. 헌팅 +1 22.12.24 65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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