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50. 과제

치안 강화와 범죄율 저하.

그건 재난부터 복지까지 모든 사회 시스템의 컨트롤 타워를 맡은 국가가 해야 할 과제.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쉽지 않기에 책임감이 요구된다.

정말로 쉬운 일이었다면 투표는 없었을 거고, 대표 책임자 자리에 개나 원숭이를 세웠으리라.

그리고 시민의 행복을 에너지원 삼아 발전하는 게임 판타지 세계의 경우엔, 그게 조금 더 까다롭다.

“시장님! 또 차량이 인도 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액션 지구가 아니라 시뮬레이션 지구에서요!”

“처음부터 자유도를 너무 줬기 때문 아닙니까. 이래서 차도와 인도도 구분 못 하는 액션 지구는 다른 지역에 민폐라는 겁니다.”

“액션 게임이 뭐 어쨌다고? 쓰레기통에서 햄버거나 꺼내 먹는 녀석들에게 듣고 싶지는 않군. ‘재미’다! 게임에서는 오직 ‘재미’만이 남는다!”

“클래식이란 겁니다! 아케이드 횡스크롤이 없었으면 액션도 FPS도 없었을 것을.”

“또, 또. 저 꼰대 부심. 아, 그런데 시장님. 내년에 탄약으로 쓸 물감 예산이 좀 모자란데요······.”

다 꺼졌으면 좋겠다.

그게 시장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누구보다 시티빌더(도시 건설)를 좋아하기에 시장이 된 그였지만, 각 장르 지구의 이해가 충돌할 때마다 스트레스가 급증하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이것만큼은 대책이 없었다. 장르 감성이라는 건 생긴 것만 같고 서로 완전히 다른 이세계(異世界)나 다름없었으니까.

예를 들어 FPS 지구에서 악마를 찢어 죽인다면, 연애 시뮬레이션 지구에서는 미소녀화된 악마를 유혹한다.

가끔 섞일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친하게 지낼 수가 없는 관계였고, 이걸 조율하는 게 시장이 하는 일이다.

‘비상 대책실 불 끈 게 언제더라.’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100일이 지난 건 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 100일 달성을 기념하는 도전과제 아이콘이 떴으니까.

책임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바다나 놀러 가고 싶다. 낚싯대를 드리운 채 불어오는 바람을 만끽하며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싶다.

그때였다. 다크서클보다 어둠이나 판다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퀭한 눈을 한 시장의 머리 위로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팡파레와 함께 빛나는 메시지가 출현했다.

[축하드립니다! 도전과제 ‘네가 하지 않으면 누가 하리! 2’가 달성되었습니다.]

[달성 조건: 비상 대책실이 운영 중인 상태에서 치명적 사고 없이 200일 경과.]

누구 놀리나. 각 지구의 지구장들을 포함한 비상 대책실 모두가 하얗게 질린 안색을 한 채 똑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무엇하나 수습되지 않은 난장판인 상태에서 축하한다고 하면 누가 좋아하겠는가.

당장 시장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거나 욕을 퍼부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딱 한 명, 시티빌더에 미친 시장을 제외하고.

“우효오오! 이거 도전과제가 또 있었어?”

“ ”

“2가 있다는 건 3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 이대로 300일까지 가보자고!”

아이처럼 들뜬 해맑은 모습에 직원들은 어이없어하다가, 이내 실소를 흘리며 시장에게 공감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에서 희귀 도전과제가 달성됐다면, 똑같이 좋아서 날뛰었을 테니까.

“시장님. 시티빌더 진짜 좋아하시네요.”

“당연하지. 싫어서 게임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저런 사람이 시장을 맡아서 다행이야. 직원들은 한 마음 한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 비상 대책실 운영 유지 전에 문제를 근절하는 게 먼저 아니냐는 물음은 둘째 치고 말이다.

[whitefog..]

???로 적혀있는 도전과제는 못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