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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의 서재

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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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
작품등록일 :
2022.12.11 22:06
최근연재일 :
2023.10.17 11:33
연재수 :
2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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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87
글자수 :
5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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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1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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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0)

DUMMY

Sp 1-18. 밤의 태양을 향하여



가족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프레이가 일으킨 감정의 불은 대병영 전체를 순식간에 에워쌌다.

이 이상 화재가 번지는 걸 막기 위해 단장들의 지휘하에 단원들이 총출동해 물을 나르고 마법을 썼지만, 사태는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으아악! 불이 물을 피한다! 불이 살아있어!"

"정신 바짝 차려! 감정의 불은 평범한 불과 달라. 저 불은 이쪽의 의도에 대항할 수 있다. 불씨 하나까지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여겨!"

"절대로 피부에 닿지 마라! 불에 당한 인원에게는 수면 마법 집중 후 소화 작업!"

"단장님! 3층 진입반으로부터 연락! 불길이 너무 세서 더 나아갈 수 없다고 합니다!"


대병영 총괄, 의전 기사단장 오스카는 팔짱을 낀 채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벌써 상당한 시간이 소모됐고, 대책이 없었다.

밖으로 번지는 불을 진압해도 4층 대회의실에서 화재의 진원지가 된 프레이를 진정시킬 수 없다면 이 화재는 영원히 계속될 터다.

이대로 망연자실한 채 프레이가 탈진하길 기다려야 하는가?

누군가 그런 질문을 한다면 오스카는 대답할 것이다.

'그런 헛소리를 늘어놓는 여자는 멋진 여자도, 훌륭한 기사도 될 수 없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그녀의 이상을 현실로 가져올 기사가 있었다.


"제가 가죠. 상황은 다 듣고 왔습니다."


오스카 팜우드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녀가 좋아하는 사내를 사지로 떠미는 역할을 맡아야 했으니까.

그래서 오스카는 이그니스를 떠나보내는 대신, 아이처럼 떼를 쓰기로 했다.


"안 돼."


냉철한 판단 대신 감정에서 나온 결론을 여과 없이 내밀었다.

4층에 현현한 태양의 위험성 때문만이 아니다.

그녀는 사실상 '죽으러 가겠다'라고 말한 사내에게 빚이 있었다.


"너를 또 희생시키지는 않을 거야. 이그."

"희생이요?"


그녀의 뒤에서 프레이를 진정시키겠다고 말한 사람은 이그니스.

어린 나이에 마법적 소양이 있기에 기사단장이 되었다 하나, 튜버경 휘하에 있던 사람은 누구나 뒤에 숨겨진 진의를 알고 있다.


이그니스는 민중을 현혹하기 위한 정치적 미끼.


한때 반란군으로 몰렸던 촌락의 생존자로서, 본래라면 마왕군 선봉으로 나서도 이상할 게 없었던 사내.

그 사내에게 직위를 주고 '민중의 영웅'으로 세운 건 튜버경과 오스카의 작품이다.

그 사실은 튜버경이 죽은 뒤에도 오스카의 마음속에 깊은 쐐기가 되어 박혀 있었다.

나라를 위해서라 하지만, 참극의 피해자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죄책감은 그만큼 컸다.

유독 이그니스를 애칭으로 부르며 친근하게 대하려 했던 건 이런 뒷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냉정히 따지면 이번 화재는 프레이가 아니라 오스카의 책임이 컸다.

적어도 오스카는 그렇게 판단했다. 철저한 보안이 요구되었던 중요한 회의를 프레이가 듣게 한 건 자신의 안일함 때문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그니스를 보내는 건 다시금 그에게 큰 빚을 지는 셈.

오스카는 고통스러워하며 가슴을 움켜쥐었다. 마음속의 쐐기가 혈관을 타고 온몸에 흐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예상치 못했지만, 그 감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던 건 이그니스였다.


"저는, 아니. 이걸로는 전해지지 않으려나."


크흠. 이그니스는 작은 헛기침과 함께 어조를 바꿨다.


"나는 빚을 지게 했다고 생각한 적 없어. 가족에게 그런 생각을 왜 하겠어?"

"뭐?"

"오스카 대단장."


이그니스가 말한 그 직함은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건 관례였다. 대병영에 주둔하는 기사단이 대병영 총괄을 맡은 기사단장에게 표하는 최상급의 존중이자 예우였다.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대병영의 사람들은 제2의 가족이야. 그만큼 오래 알고 지냈으니까. 프레이는 좀 짧긴 하지만, 그 아이도 가족이라고 생각해. 그러니 지금은 나한테 맡겨줬으면······."

"그렇게 말하지 마!"


감정의 불이 맹렬한 빛과 열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가족이란 말에 문드러진 마음이 발작을 일으킨 걸까.

쐐기로 비틀린 상처에서 고름이 터져 나오듯, 그녀의 입에서 오랫동안 묵혀 있던 감정이 토해졌다.


"너 바보야? 알고 있잖아. 이 나라는, 엑셀리온은 네 가족을 죽였어! 진짜 가족을! 왜 그렇게 좋게 말하는 건데!"

"옛날에도 말했잖아."


멋쩍게 웃어 보인 이그니스는 오래전, 용사의 시대를 개막할 때 연단에 올라가서 했던 말을 다시금 되풀이 했다.


"마왕(현자)들의 말에 휘둘렸을 뿐. 영웅은 여전히 영웅이라고."

"헛소리. 지긋지긋하다. 어미고 애비고 개죽음을 당하더니 가족 놀이에 넋이라도 나갔나?"


폭언이었다.

이그니스가 입꼬리가 순간적으로 굳었고, 나머지 세 단장도 너무 심한 말 아니냐는 표정으로 경악했다.

오스카는 미움받기 위해 억지로 기를 쓰듯이 말했다.


"미워해! 증오하고, 복수해. 원망해! 차라리 프레이처럼 소리쳐! 나는, 네가 나한테 그러기를 얼마나 기다렸는데! 가족? 가조옥? 이그니스! 누가 네 가족이냐! 네가 하는 소리는 멍청한 꿈에 불과해!"

"멍청한 꿈?"


목소리가 흔들리고 격정이 배어 나왔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심호흡 후, 이그니스는 고요한 호수의 수면처럼 흔들림 없는 평정을 유지했다.


"뭐, 그렇네."


불처럼 감정을 쏟아낼 자격이 있던 사내는 담담히 웃었다.


"꿈 하나 정도는 누구나 있지. 멍청한 판타지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어."

" "

"나는 엉뚱한 사람을 원망하지 않아. 그리고 지금 알아야 할 건 이거지."


그는 태양이 현현한 대병영을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다.


"저기서 프레이가 울고 있어.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채로. 우는 아이를 진정시키는 건 가족이, 어른이 할 일이고. 그리고 지금 나한테는 저 위에 올라가도 무사할 수 있을 만한 힘이 있어. 필요할 때 필요한 힘을 쓰지 못하는 거야말로 진짜 멍청한 거 아니겠어?"

"···반전의 갑옷 말이지. 틀려. 이그니스······. 틀리다고. 후후후후. 지금의 너는 그런 힘이 있으니까 멋대로 말할 수 있는 거야. 그래야만 해."


눈에 귀기가 서린 오스카가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녹아내리는 분홍빛을 연상시키는, 불길한 마력.

술식도, 마법진도, 인도, 주문 영창도 없이. 오직 순수한 악의로만 뭉친 힘은 감정의 불과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이렇게 하지. 대병영 총괄 기사단장 오스카 팜우드가 명령한다. 009 마도 기사단장 이그니스. 반전의 갑옷으로 프레이를 구하는 건 내가 하겠다. 지금 즉시 반납하도록."

"···그렇게 나오는 건가. 하지만 세 가지 이유가 있으니 거부하겠어."


이그니스가 뻐근한 목을 푸는 시늉을 하는 여유를 부리며 언급한 세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현재 프레이의 공식적인 보호자는 이그니스로, 그 책임을 다하는 데 반전의 갑옷이 필요하다는 것.

둘째, 반전의 갑옷이 가진 기술적 결함인 장착 해제 불가능 상태를 해결하고 본래 성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 당장 대병영 내에 이그니스 한 명밖에 없다는 것.

셋째,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인 지금의 오스카에게 반전의 갑옷을 맡길 수 없다는 것.


첫 번째 이유는 오스카가 대병영 총괄이라는 위치를 밀고 나가면 권력으로 뭉갤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는 무리다. 이그니스의 주장은 정당했다.

이 화재 현장에서 반전의 갑옷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반전 갑옷의 수수께끼를 풀어낸 이그니스뿐이었다.

세 번째에 이르러서는 단순히 오스카가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언제나 대병영 필두로써 다른 단장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보호자가 되어왔던 '그'다.

그 역할을, 하물며 죄책감 때문에라도 지금껏 누구보다 정성 들여 보호했던 이그니스에게 넘기고 싶지 않았다.

일그러진 마음이다. 오스카는 소름이 돋았지만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가 없었다.

대화였다면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주먹다짐이었다면 직위와 책임 문제 때문에 금방 머리가 식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 그가 사용하고 있던 수단은 마법이었다.

그것도 지식에서 정제된 이성적인 마법이 아닌, 몹시 감정적이고 폭력적인 마법.

이 난폭하며 비효율적이고, 그렇다고 파괴력이 높은 것도 아닌 감정의 마법이 이성의 마법을 능가하는 건 딱 하나다.

바로, 발동이 엄청나게 빠르다는 점이었다.

무심코 내지른 주먹보다도, 실수로 뱉은 말보다도 빠르다. 감정에서 우러나온 마법은 머릿속에 그린 걸 즉시 힘으로 바꿔버린다.

그러나 감정에서 튀어나온 즉흥보다도 빠른 게 있었다.


"브루노. 제피!"


마법이 미처 발동하기도 전에 이그니스가 호명한 015 종무 기사단장 브루노와 013 암첩 기사단장 제피가 동시에 움직였다.

일련의 흐름에서 오스카가 폭주할 조짐을 느끼고 있던 두 사람은 이그니스가 세 가지 이유를 언급하는 사이에 작은 수신호와 눈짓으로 의견 교환을 마친 뒤였다.


"맡겨둬라. 올라가!"


짧지만 믿음직한 울림. 오스카의 의전단이 외교를 겸한 방첩 기관이라면 제피의 암첩단은 암살을 중심으로 전투에 특화된 첩보기관이다.

단순 전투만이라면 오스카의 발을 묶어두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감사를 표할 시간 따윈 없었다. 이그니스는 몸을 돌려 곧장 대병영 본관으로 향했다. 반전의 갑옷은 모든 부품이 분리된 채 공중에 뜬 채로 그의 뒤를 따랐다.

브루노와 제피는 이그니스를 걱정하지 않았다. 가겠다고 자원한 시점에서 돌아올 대책까지 세워뒀을 게 틀림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걱정한 건 오스카 쪽이었지만, 둘의 예상과 달리 오스카는 더 저항하거나 난동을 부리지 않았다.

감정을 심하게 흔들던 이그니스가 자리에서 빠지면서 한껏 격해진 감정을 추스를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가 다시 '그녀'로 돌아와 마음을 가라앉힌 것을 눈치챈 021 과학 기사단 단장, 캐롤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슬슬 떼쓰는 건 끝났나 보네, 대단장."

"···아이는 참 빨리 크네. 캐롤."

"나 참. 당연한 말을 하고 있어. 안 그래도 정신없는데 괜한 일 늘리지 말라고."


***


Sp 1-19. 여기에, 얼음 장군이 탄생하다



기묘한 광경이다. 대병영에 진입하는 동시에 반전의 갑옷을 모두 착용한 이그니스는 짧은 감상을 읊조렸다.


"불이 난 것 보다, 불이 붙은 유령 같군."


유령을 본 적도 없는 그였지만 그게 맞는 표현이라 여겼다.

밖에서 맹렬한 기세로 타올라 기사들을 내모는 것과 달랐다.

천장을 기어 다니는 감정의 불은 무차별적으로 번지고 있지 않았다. 불은 이미 다 타버린 곳으로 모여 스스로 꺼지려 하고 있었다.


"실수했다는 걸 아는 거로구나. 프레이."


좋은 징조였다. 이그니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스크 달린 투구 뒤에서 미소 지었다.

이그니스는 현재 흘러가는 상황이 크게 보면 두 가닥의 줄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우선, 프레이는 감정의 불을 제어하고 싶지만 그게 불가능한 상태다.

또한 자신의 실수를 자각했으며, 어른들에게 혼나고 싶지 않다는 마음과 다가오면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에 대병영에서 기사들을 몰아내려 하고 있다.


"근데 이런 방식이 잘 될 리가 없지."


더 자잘한 발화도 마법 격벽을 전개해서 꺼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물며 지금 일어난 불은 일상을 보내던 그녀가 난데없이 양친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을 듣고 생긴 감정의 낙차에서 일어난 불.

화력의 최대치가 격이 다르다. 이제야 겨우 평소 일으키는 불을 제어하는 수준에 도달한 프레이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프레이! 듣고 있나? 지금 올라가마!"


시험 삼아 외친 소리에 불길이 반응했다. 천장에서 배회하던 감정의 불은 중앙 계단으로 모여, 이그니스를 막아섰다.

보통이라면 여기서 가로막혀 프레이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발이 묶였을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지만, 현자가 남긴 반전의 갑옷은 그 보통이라는 틀에서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다.

그 힘은 이그니스가 입으로 담은 '지금 올라가겠다'라는 선언을 현실로 옮기기에 충분하고도 넘쳤다.

검도 필요 없었다. 이그니스는 불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고, 순식간에 얼음으로 변한 감정의 불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반전의 갑옷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 걸 확인한 이그니스는 거침없이 위로 향했다.

화재 현장의 발아래에 서리가 깔리고, 천장에는 고드름이 서렸다.

모든 게 순탄했고, 한 층만 더 올라가면 프레이가 있을 대회의실이었다.

그렇다.

너무 순탄했다.

순탄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감정의 불이 그렇게 보이도록 유도하고 있었으니까.


이그니스를 비롯한 모든 기사는 대병영의 화재에 대해 한 가지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감정의 불은 감정의 낙차에서, 감정 그 자체에서 비롯되는 불길.

감정을 연료 삼아 더 커지고, 더 강해지는 불.

그건 평범한 불이 아니다.

'열량을 가진 프레이의 감정'이라고 정의하는 게 정확하다.

그렇다면 이그니스를 무엇을 '반전'시킨 것인가.

반전시킨 건 불이 아니다.

'모두를 좋아한, 한 소녀의 상냥한 감정'이었다.

이그니스가 감정의 불을 얼음으로 바꿨다고 생각했을 때, 악랄하다 못해 부조리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감정의 갑옷은 그 감정을 비틀어, 프레이에게서 완전히 독립시켰다.


"어서 와. 처음 뵙습니다. 라고 하면 될까?"


새하얀 불의 구체에 감싸인 프레이 앞을 가로막은 건 한 소년.


"어서 오세요."


어린 시절의 이그니스를 꼭 닮은 소년은 고개 숙여 정중히 인사했다.


"나의 아버지."

"···뭐?"


그 소년은 이그니스를 아버지라 부를 자격이 있었다.

프레이에게서 떨어져 나와 별개의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건, 이그니스가 반전의 갑옷을 잘못 이해하고 다뤘기 때문이니까.

프레이가 모두를 좋아했다면, 소년은 모든 걸 미워했다.

또한 잔인했으며, 교활했다.


"그리고 안녕히 가세요."


소년은 인을 맺는 시늉을 하며 손을 내밀었다.

각종 마법에 정통한 이그니스는 그게 제대로 된 인이 아니라는 걸 단숨에 간파했다.

그러나 공격까지 막아내지는 못했다.


푸욱.


반전의 갑옷은 망가지지 않았다. 현자가 갑옷에 부여한 힘은 여전히 제 기능을 발휘했다.

인조차 제대로 맺지 않은 소년의 어정쩡한 마법은 완전히 활성화된 반전의 갑옷을 망가트리지 않은 채, 이그니스의 몸에 사망이 확정될 만큼의 치명상을 입혔다.


"어떻게, 이, 마법을······?"

"어떻게 썼기는. 네가 날 만들었잖아? 그것보다······."


반전의 갑옷에서 검붉은 피가 강물처럼 흐르는 가운데, 소년은 이그니스를 공격한 마법을 양손에 집결시켰다.

불처럼 타오르는 얼음.

이그니스가 반전의 갑옷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그리고 반전의 갑옷을 해체하기 위해 새로 만든 마법이다.

비살상용으로 고안한 마법을, 잔악함으로 가득 찬 소년은 착용자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사용했다.


"헤에, 역시 이런 걸로는 안 죽는구나?"

"반전의 갑옷의 불사성까지 알았나. 대체 넌 누구지?"


단순히 프레이를 토대로 반전되었다면 반전의 갑옷에 대한 지식은 부족해야 했다.

불사성은 이치를 반전시키는 힘의 응용이었고, 불처럼 타오르는 얼음은 이그니스의 독자적인 마법이었으니까.


"답에 도달했을 텐데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잖아. 시간 낭비고."

"···힘은 감정의 불을 반전시켰지만, 인격이나 지식은 나를 베낀 건가."

"잘 아네."

"편의주의적이군. 말만 반전이지 좋을 대로 선택한 거잖나."

"부조리와 편의주의의 결정체를 걸치고 있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지?"


반전의 갑옷까지 베껴서 몸에 휘감은 소년은 거만한 자세를 취하며 말을 이었다.


"누구냐 물었으니 답을 드리도록 하지. 아버지, 여기에 내가 나로서 태어났으니. 나는 불처럼 타오르는 얼음을 다루는 자이며, 나는 얼음 장군이다."

"아, 그러십니까."


이그니스는 평소의 말버릇으로 대화를 대충 흘린 뒤, 자세를 취하며 응수했다.


"구려 터진 이름이군."

"기반이 되는 지식은 아버지의 것이다만?"

"아까부터 거슬렸는데, 누가 아버지라는 거냐. 아직 결혼도 안 했다고."

"흠, 그런가. 아버지와 아들이나 또 다른 자신이라는 그림을 그리기엔 별로 협조적이지 않군. 그러면, 이건 어떨까?"


스스로 가짜 반전의 갑옷을 해제한 얼음 장군은 자신의 모습을 바꿨다.

용사의 시대 이전에 영웅이라 불리며, 한없이 왕에 근접한 인물.

이그니스가 평생의 목표이자 동경의 대상으로 삼았으며,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그의 인생을 근본부터 바꾼 사내.


"자! 영웅 프로스트라면 싸울 의욕이 생기시나?"

"너, 이 새끼가!"


영웅이 모독당한 걸 참을 수 없었던 이그니스는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얼음 장군에게 달려들었다.

그로부터 결말까지는 순식간이었다.

요란한 굉음 뒤, 대병영 밖에 있던 기사들은 불 대신 얼음이 건물을 뒤덮고 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작가의말

11화는 오타 검사기만 한번 돌리고 바로 이어서 올리겠습니다.

어째 이상할 정도로 글이 진행되지 않는다 싶더니만, 5천자가 아니라 1만 5천자를 잡고 낑낑대고 있었더라고요.

어쩐지 좀 긴 거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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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82. 흑염룡 23.01.23 39 2 2쪽
81 81. 퇴마 소녀 +1 23.01.22 40 2 4쪽
80 80. BGM 23.01.22 38 1 3쪽
79 79. 화가 23.01.22 41 1 3쪽
78 78. 양 +1 23.01.22 40 2 4쪽
77 77. 구조요원 23.01.21 37 1 4쪽
76 76. 불을 말하는 새 +1 23.01.21 40 2 4쪽
75 75. 다큐멘터리 23.01.21 41 2 3쪽
74 74. 강도 23.01.21 40 1 2쪽
73 73. 불금 23.01.21 44 1 3쪽
72 72. 기가 막힌 꿈 +1 23.01.21 37 2 3쪽
71 71. 마녀를 불에 던져라 23.01.21 38 2 3쪽
70 70. you need more practice 23.01.21 45 3 5쪽
69 69. 쥐덫 23.01.21 37 2 2쪽
68 68. Cooool 23.01.21 39 2 5쪽
67 67. 마법사의 제자 2 23.01.21 46 2 3쪽
66 66. 괴수와 짐승 23.01.21 40 2 4쪽
65 65. 최면술 +1 23.01.21 48 2 2쪽
64 64. 여고생 23.01.21 43 1 2쪽
63 63. Coool 23.01.21 41 2 5쪽
62 62. 요리 2 23.01.20 47 1 7쪽
61 61. 양아치 엘프와 트롤 23.01.20 41 3 7쪽
60 60. 히든 스킬 23.01.19 40 3 3쪽
59 59. 이불데드 23.01.18 37 1 6쪽
58 58. 죽여주는 맛 23.01.17 40 2 5쪽
57 57. 곰 2 23.01.16 41 1 3쪽
56 56. 악역 영애 23.01.15 39 2 6쪽
55 55. 추방 23.01.13 43 2 4쪽
54 54. 바다로 간 골렘 23.01.12 44 1 2쪽
53 52. 콩쥐 THE 어벤저 23.01.11 43 1 2쪽
52 51. 도시지기 23.01.10 48 2 4쪽
51 50. 과제 +1 23.01.09 48 1 4쪽
50 49. 계약 23.01.08 46 3 2쪽
49 48. 북부대공 23.01.08 46 2 3쪽
48 47. 계산 23.01.07 52 2 4쪽
47 46. 피자 23.01.06 49 2 4쪽
46 45. 카나리아 +1 23.01.05 56 2 2쪽
45 44. 트럭 처형인 +2 23.01.04 55 3 5쪽
44 43. 가고일 23.01.03 50 3 5쪽
43 42. 42 23.01.02 49 3 4쪽
42 41. 개그물 보정 23.01.01 58 2 2쪽
41 40. 스타일 +1 23.01.01 74 3 3쪽
40 39. 비밀클럽 +1 22.12.31 64 2 3쪽
39 38. 고대신과 새벽 아지랑이 +1 22.12.30 65 3 9쪽
38 37. 요리 +1 22.12.29 63 2 2쪽
37 36. 상인 +1 22.12.28 64 2 2쪽
36 35. 마법 22.12.27 60 1 2쪽
35 34. 트렌드 22.12.26 63 2 2쪽
34 33. 상태창 +1 22.12.25 65 2 2쪽
33 32. 산적 22.12.25 63 1 4쪽
32 31. 포스트 아포칼립스(였던) 22.12.25 68 3 3쪽
31 30. 서브 퀘스트 22.12.25 61 2 2쪽
30 29. 산 위의 고래 +1 22.12.25 61 2 2쪽
29 28. 마녀를 물에 던져라 +1 22.12.25 59 3 3쪽
28 27. 노래하는 검 22.12.25 66 1 3쪽
27 26. 마법사의 제자 22.12.25 62 3 3쪽
26 25. 헌팅 +1 22.12.24 65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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