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죽여주는 맛
그녀는 재료를 조리고, 또 조렸다.
사랑했던 그를 떠올리며 몇 번이고, 계속해서.
얼마나 조렸는지도 잊을 무렵.
마침내 그녀의 마음을 받은 요리가 세상에 태어났다.
"주인이시여. 나의 주인이시여."
'그것'은 접시 위에 무릎을 꿇어 자신을 플레이팅한 채 물었다.
요리란 맛도 중요하나, 접시 위에 어떻게 배치하느냐를 통해 대상의 식욕을 자극하기도 하는 법.
그런 점에서 플레이팅은 완벽했다. 소라고둥으로 된 어깨 갑옷은 위로 솟아 늠름함을 과시했고, 치즈 망토는 엄숙함을 돋보이게 했으며, 맛에 악센트를 주는 토마토소스는 두 눈이 되어 불꽃처럼 일렁였다.
종합적인 평을 내리자면 맥주 안주에 최적화된 요리였다.
실제로 그녀는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며 자신의 요리, 뿔소라 치즈구이에게 명령했다.
"가라 나의 요리여! 그 사람에게 '죽여주는 맛'이 뭔지 알려주도록!"
"존명!"
세세한 지시는 필요 없었다.
그것은 그녀에게서 태어난 요리. 그녀가 아는 지식은 요리 또한 알고 있었다.
아름다운 그녀를 꼭 닮은 요리가 '죽여주는 맛'을 알리기 위해 소라고둥 랜스와 조개 방패를 들고 떠난 후.
요리 마녀는 남은 맥주를 단숨에 해치우며 외쳤다.
"뭐? 누가 요리를 못 만들어? 그거 하나 가지고 헤어지자고? 맛보여 주지. 죽여주는 맛이 뭔지! 하하하하하!"
그렇게 위험한 요리를 만드니까 차이는 거다.
유감스럽게도 요리 마녀의 주변엔 그걸 지적해줄 친구가 없었다.
***
얼마 후, 요리 마녀는 뿔소라 치즈구이에게서 온 편지를 받았다.
- 우리 결혼해요!
"엣."
청첩장이었다.
대체 어찌 된 걸까.
요리 마녀는 그가 사는 마을에 비밀리에 가서 정보를 모았다.
파편에 가까운 정보를 종합한 그녀가 이해한 자초지종은 이랬다.
죽여주는 맛은 치명적인 맛.
뿔소라 치즈구이에게 쫓기던 사내는 공포심과 함께 '다른 감정'에도 눈을 떴다.
바로 연심이다. 사내는 자신을 죽이는데 집착하는 뿔소라 치즈구이에게서 사랑을 느낀 것이다.
흔들다리 효과!
안정된 환경보다 위험 상황에서 만난 이성(또는 이종족)에게 느끼는 호감이 더 커지는 심리 현상!
그래서 고백했다.
마음을 전했다.
당신의 죽여주는 맛을 사랑한다고.
그리고 뿔소라 치즈구이는 요리 마녀의 마음을 담아 조리한 요리.
마음이란 복잡한 것.
요리 마녀는 죽여주는 맛만을 담았다 생각했지만, 그 안에는 남자를 향한 연심도 섞여 있었다.
의도했던 건 아니었으나, 마녀의 마음은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과 확실하게 이어진 것이다.
그것도, 사내가 거절했던 요리를 통해서.
***
"화덕에 피어나♪ 반짝이는 꽃♪"
결혼식 당일.
"물 위에 그리는 그림은 한순간의 꿈♪"
"언제나의 향에♪ 나만 아는 세계에♪"
요리 마녀는 결혼식에 가지 않았다.
대신 통기타를 들고 교회가 잘 보이는 성벽 위로 올라갔다.
자신의 요리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이 보이는 그곳에.
마녀는 결혼식이 한창 진행 중인 교회를 향해 마음을 담아 노래했다.
"「너를 좋아해」라는 시사한 말♪"
"네가 모를 비밀 조미료를 숨겨서♪"
사제의 지시를 따라 뿔소라와 새신랑이 반지를 교환하고 입을 맞췄을 때.
마녀가 보낸 건 살의와 원망이 아니었다.
자신의 마음과 사랑했던 사람이 영원히 행복하기를 바라는 최대급의 축복이었다.
"웃어준다면♪ 그걸로 충-"
그걸로 충분하니까.
축복을 보냈지만, 차마 그 말만큼은 나오지 않았다.
"크흑, 흡···. 훌쩍."
참지 못한 감정이 눈물이 되어 새어 나올 때, 철컥이는 쇳소리와 함께 '어떤 물건'이 그녀의 시야 끝에 들어왔다.
"응······?"
"닦으쇼."
손수건이었다. 성벽 보초를 서고 있던 위병이 기타를 끌어안고 훌쩍이는 그녀를 보고 다가온 것이다.
"왜 우는지는 모르겠는데······."
말하기 어색했던 걸까. 위병은 코끝을 긁적이며 잠시 딴청을 부리다 말을 이었다.
"그, 눈물이 어울리는 얼굴은 아니네."
"···혹시 요리 좋아하세요?"
"녜?"
헤어지는 일이 있으면 만남도 있는 법.
옛이야기에 나름대로 마침표를 찍은 마녀가 얻은 건 또 다른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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