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트렌드
그녀는 자기가 사는 세상이 게임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걸 정말로 좋아했다.
우선, 나이를 먹든 스트레스 때문에 잠을 설치든 머리카락 텍스쳐가 갈라지거나 푸석푸석해지지 않았다. 그걸 표현하려면 유료 스킨을 따로 사야 했고, 일부 괴짜를 빼면 그걸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이밍 컬러로 빛나는 머리카락을 산다면 또 모를까.
쓰레기통을 걷어차면 도트로 된 햄버거가 나오고, 상태창만 열면 자기 몸 상태를 정확한 수치로 알 수 있다. 에너지 캔 한 개는 에너지 캔 한 개 분량만큼 체력을 채워줬다.
단점이 있다면 사람이 너무 많은 대중교통에 수시로 발생하는 렉, 사전에 정해진 이치를 멋대로 개조하는 핵쟁이들.
그리고······.
“이번 달부터 모바일 게임계의 방식을 채택해, 월급은 가챠로 지급하기로 했다!”
“운이 제일 개입하면 안 되는 부분이잖아!”
“전에 말했잖나. 우리 회사 복지는 세계의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고 말이야.”
그리고······. 본인이 싫어하는 장르하고도 강제로 마주해야 한다는 게 이 세계의 단점이었다.
당연하다. 여가시간의 게임은 취사선택할 수 있지만, 게임 그 자체가 세계가 된다면 그건 이미 선택하냐 마냐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한 달 월급. 첫 월급이. 바나나가, 됐어······. 삼시 세끼가 도트 햄버거가 되어버려······.”
2주 전, 모바일 게임계의 은혜로 로그인 보너스를 받고 좋아했던 그녀는 바나나로 변한 자신의 월급을 보면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개 똥 같은 놈의······. 트렌드.”
그녀는 모바일 게임을 향한 증오심을 불태웠다. 장르가 잘 나가든, 매출이 얼마든, 메이저를 싫어하는 마이너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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