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상태창
“스테이터스 오픈!”
힘, 민첩, 체력······.
노력한 만큼의 숫자가 거기 있었다. 그는 눈앞에 나타난 화면에 만족했다.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던 소녀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오빠야는 숫자가 없으면 자기 능력도 파악 못 하는 거야?”
“ ”
“허접♥ 숫자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 트로피라면 장식이라도 할 텐데♥”
***
소녀의 지적이 마음속을 날카롭게 후벼팠지만, 그는 계속해서 상태창을 보면서 살아갔다.
그리고 그가 성장함에 따라 상태창에는 더 많은 수치와 수식어가 새겨졌다.
“지력이 이렇게 낮은데 나하고 같은 대학을 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대학에 진학할 때도.
“오, 오빠야! 이제 그만 해! hp 1밖에 안 남았잖아!”
그녀에게 사기를 쳐서 대학교 등록금을 갈취하려 했던 금발 양아치와 목숨을 걸고 싸웠을 때도.
“이, 이게 나를 좋아하는 수치라고? 바보아냐! 고백할 때 정도는 상태창 끄고 해!”
고백할 때도.
“후후, 당신. 칭호에 애 아빠가 생겼네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을 때도.
***
거기서 긴 세월이 흘러, 백발의 노인이 된 그는 병상에 누운 채 마지막으로 상태창을 호출했다.
“스테이터스. 오픈.”
혈압, 혈당, 남은 수명······.
사랑한다고 말한 횟수. 말다툼한 횟수. 사과한 횟수. 화해한 횟수.
좌절하고 다시 일어나, 바보처럼 웃은 횟수.
그리고 평생 사랑한 사람과 함께 하면서 얻은 셀 수 없는 수식어들.
그 모든 게 상태창에 새겨져 있었다.
앳된 모습은 사라지고 주름만 가득 남은 먼 옛날의 소녀는 맥박이 약해져 가는 그의 손을 잡고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당신. 정말 마지막까지 상태창에서 손을 안 떼네요.”
“당연하지.”
그는 말했다.
“너와 함께 한 모든 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여기 있으니까.”
그는 추억 속에 새겨진 모든 것에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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