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전생자
시골 영지 전생자 마을의 유치원.
이곳은 다른 유치원과 달리 보육보다 어린아이의 몸으로 전생한 전생자들을 재교육하고 세계에 적응시키는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아무도 시설의 용도가 바뀐 걸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환영했다.
이상할 정도로 전생자가 태어나거나 인격이 덧씌워지는 경우가 많은 전생자 마을.
그들이 판타지 세계에 적응하는 기간은 저마다 천차만별이다.
작게는 시차 적응이라는 느낌으로, 크게는 컬쳐쇼크까지.
또한 적응과 별개로 전생의 어쭙잖은 지식으로 무쌍을 펼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 초보 전생자에겐 철저한 교육이 필요했다.
따라서 힘이 그나마 적게 발현되는 유년기에 집중교육 할 필요가 있었고, 유치원이 이 목적에 가장 어울렸다.
그리고 지금, 이 유치원에는 우연히 시기가 겹친 무당파와 화산파, 아미파의 고수가 함께 다니고 있었다.
솥발이 셋이라도 천하까지 셋일 수는 없는 법.
그건 이제 갓 전생한 전 무림 고수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센도 훌륭한 곳이기는 하나, 화산의 매화만큼 아름답지는 않구려."
이제 갓 다섯 살이 된 화산 전생자가 화산을 찬양하자 무당 전생자가 비릿한 웃음을 흘렸다.
여덟 살이 된 그의 표정에는 화산 전생자와 비교해 딱 삼 년 만큼의 연륜이 묻어 나왔다.
"허어, 실제로는 바위투성이였던 곳에 매화는 무슨 매화요. 그래봤자 도관에 분재나 들여놓은 게 전부였잖소."
"뭐라고? 이 애새끼가······."
거칠지만 정확한 감상이었다.
다섯 살과 여덟 살의 대화였으니 말이다.
"그러게 우리 무당처럼 도를 깊게 탐구하고 음과 양의 묘리를 익혔어야지."
"뭐라는 거냐 말코놈아. 같은 도가 계열이었던 주제에."
"사이비 꽃팔이와는 깊이가 다르다는 거요."
"저, 저, 저 저, 저, 여덟 살 밖에 안 된 놈이 음흉하긴 백 살 처먹은 구렁이 같아서는!"
다섯 살이 여덟 살을 나무라면서 하는 말이었다.
"이, 이보시오 아미 양반. 아까부터 파이프나 깔짝이고 계시는데, 그쪽도 한마디 얹어야 하는 거 아니오? 저렇게 막무가내로 나가는 놈을 막는 거야말로 무림맹이 존재하는 이유 아니냔 말이오!"
"할아버님들. 여기 무림 아닙니다. 무림맹도 없고."
아미파의 비구니(여성 승려)였다가 전생하고 나서는 눈매가 늠름한 소년이 된 아미 전생자.
그는 무당 전생자의 요청을 대충 흘려 넘기면서 교사들 몰래 만든 화승총의 조립을 끝낸 뒤, 허공을 향해 시험사격을 했다.
"음. 시험작 치고는 나쁘지 않네."
" "
"아, 그리고 저는 2000년대 이후 전생자라서요. 무림맹에 소속감 같은 거 별로 안 느낍니다. 아미파가 뭐 삼합회 소속도 아니고."
" "
"이런. 총소리가 너무 컸나. 교사의 기가 다가오고 있군요.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두 분이서 계속 담화 나누시죠."
무당과 화산 전생자는 아미 전생자가 탈주한 방향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오만상을 찌푸렸다.
"하여간에 요즘 젊은 애들은 협을 모르지 않소?"
"내 말이 그 말이외다 대협. 에이잉, 쯧쯧! 벌써 싹이 노래서는!"
"기분도 꿀꿀한데 초코우유나 한사발 합시다! 내가 사겠소."
조금 전까지 전생을 두고 티격태격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다섯 살, 여덟 살 난 두 아이는 세대 차이가 심한 열 살배기에게 기 싸움으로 지지 않겠다는 이유만으로 의기투합해서는, 상점가를 향해 경공을 전개했다.
뭐, 나이가 나이인지라 오종종종이 우다다다가 되는 수준의 신법이었지만. 아무튼 경공은 경공이었다.
- 작가의말
하찮고 뽀작스런 무림 만담을 보내드립니다.
시골영지 아센은 오늘도 평화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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