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마법사의 제자
그는 마법사가 되고 싶었고, 높은 산에 살던 마법사의 제자로 들어가 수행의 나날을 보냈다.
장작 패기 2년. 산 아래 샘에서 물 길어오기 3년. 정리 및 청소 5년. 마법약 소재 채집하기 5년. 이틀 동안 전력 질주해야 도착하는 무한도서관에서 책 빌려오기 4년······.
잔심부름만 반복한 지 어느덧 20년.
어느덧 40대를 앞두던 그는 한 가지 의문을 품고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저 어쩐지 잡일만 하고 있지 않습니까? 다른 마법사의 제자가 된 친구들은 다들 저마다 세상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걸 이제야 알았느냐.”
“ ”
“아둔한 것. 그렇게 눈치가 없으니 네가 마법을 일찍 배우지 못한 거란다.”
“그런!”
용서할 수 없는 영감탱이였다.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두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나쁜 스승이라 해도 스승은 스승. 고지식하게 십수 년을 따라온 그는 도저히 폭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신세 많이 졌습니다. 스승님.”
결국 그는 짧은 인사와 함께 스승의 곁을 떠나버렸다. 원래부터 가진 짐이 적었고, 다릿심은 작은 산 하나를 발돋움 두 번만으로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 있었다. 그가 스승의 시야에서 사라지기까지는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한편, 제자를 떠나보낸 스승은 수염 아래로 미소를 드러내며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아둔하고 눈치 없는 네가 나쁜 제자는 아니었단다.”
다시 혼자가 된 그는 팔을 걷어붙이고 도끼를 들었다. 산에서 살아가려면 어쨌든 장작이 필요했으니까.
벌써 400살. 고령이라 할 나이도 훨씬 뛰어넘은 마법사.
겉옷을 벗어 던진 그 상체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구릿빛 피부와 시간을 들여 한계까지 꽉 짜인 근육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자기만의 길을 걷고자 한다면 남들보다 훨씬 탄탄한 기초가 필요한 법이지.”
***
한편, 산 아래로 내려간 마법사의 제자는 놀라울 정도로 빠른 성장을 보였다.
당연한 일이다.
체력이 월등히 좋았으니 약물 조합에 쓸 소재를 냄비에 넣고 볶거나 솥에 넣고 저을 때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쏟아서 만들 수 있었다.
다릿심과 끈기가 좋았으니 새 마도서가 나올 때마다 책을 붙들고 다 읽을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뛰어난 마법사가 평생을 모아온 서고와 창고를 정리·정돈하고 채집도 해봤던 만큼, 마법약 소재의 파악과 관리에서 그를 따라올 사람은 없었다.
그뿐이랴. 그는 저주받은 서가에서 미처 출간되지 못한 책까지 자라나는 무한도서관의 책을 빌리는 걸 반복했다.
표지만 읽었어도 수백 권. 오가는 동안 심심풀이로 읽기도 했으니 자연스레 주입된 사전지식이 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모두가 지쳐 쓰러졌을 때, 그는 언제나 통나무처럼 굵은 다리로 굳건히 선 채 솥 앞에서 국자를 저었다.
우둔하게. 우직하게. 끝없이.
***
훗날, 인류왕국의 궁정 마법사가 된 그는 자신감을 담아 말한다.
마법은 파워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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