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노래하는 검
시골 영지의 장인 마을에 살던 그 대장장이는 ‘자아를 가진 무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라왔다.
숙주를 삼켜 제멋대로 움직이는 흑기사.
베기도 전에 세 마디의 말로 적을 제압하는 전설의 검.
그리고 사용자의 잠재능력을 끌어올려 준다는 마검.
모든 게 흥미로웠고, 특히 말이 통한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심각할 정도로 남과 대화하지 못했고, 친구에 굶주려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친구를 만들어 내고 말겠어!”
“그 열정으로 사람을 사귀었으면 지금쯤 친구가 잔뜩 있었을 텐데······.”
가족과 친척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람과 대화하는 시간보다 망치로 철을 때리는 시간을 더 늘렸다. 목적과 별개로 대장장이로서는 매우 바람직한 모습이었다.
그런 대장장이의 노력이 결실을 본 걸까, 그의 대장간에 점점 말소리가 늘어났다.
친구나 손님이 늘어난 건 아니다. 검이었다.
친구를 만들고 싶다는 대장장이의 염원을 담아 망치를 내리쳤기 때문일까?
대화라기보다는 사람의 말을 듣고 따라 하는 수준이었지만, 그의 대장간에서 완성된 검은 검집에서 빼내면 사람의 말을 하는 기묘한 현상을 일으켰다.
***
대장장이의 가족은 귀신 들린 검이라며 두려워했지만, 대장장이는 자신의 검이 뛰어나다는 자신이 있었다.
“나는 내 친구를 믿어!”
“아니, 그러니까 그거 칼이잖아.”
주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대장장이는 검에게 노래 한 곡을 기억시킨 다음, 영주에게 헌상했다. 그는 영주가 이걸 받아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자기가 만든 최고의 친구였으니까.
그리고 시골 영지의 영주는 노래하는 검을 직접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녹음기에 가깝지 않아?”
“아, 아, 아, 아뇨. 검인데요.”
“아니아니. 이거 칼보다 녹음기로 팔면 더 잘 팔릴 거라니까.”
영주의 시각은 정확했다. 얼마 후, 노래하는 검은 대장장이가 예상한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상류층에서 유행했다.
때로는 사랑의 속삭임을 담아 연인에게 바쳐졌고, 때로는 벽난로 위에서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했다. 때로는 가족의 유언을 담은 가보로 취급되었다.
덕분에 대장장이는 부자가 되었지만, 오늘도 대장간에서 쇠를 두들겼다.
“다음에는! 반드시 제대로 된 친구를 만들겠어!”
대장장이는 대장간에 이전보다 더 오래 틀어박혔다. 돈이 생긴 만큼 생필품을 사러 나갈 시간까지 줄일 수 있었으니까.
“그래도 친구를 사귀려면 집 밖으로 나가는 게 좋지 않겠니?”
“친구는 노래하는 검이 있어요.”
그러니까 그건 친구가 아니라 칼이잖아. 대장장이의 가족들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더는 지적하지 않았다. 소통과 사고방식에 문제가 있다 해도 그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한 사람 몫을 충분히 하고 있었으니까.
남에게 인정받을 게 있다면 사소한 결점은 약점이 아니라 개성일 뿐이었다.
오늘도 대장간에서는 쇠를 때리는 대장장이의 염원과 검들의 노래가 뜨거운 불 위에서 절묘한 화음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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