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 추방
"너는 이제 도움이 안 되니까, 우리 파티에서 나가줬으면 좋겠어."
어조는 정중했지만, 문장과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졸지에 용사파티에서 추방당하게 생긴 보조술사는 모든 게 계획대로 되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사실 그는 지구에서 넘어온 전생자.
전생에서 사인은 만화책을 읽으며 걷던 중 발을 헛디뎌 추락사.
차에 치인 고라니만도 못한 죽음이었지만, 그만큼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전생에 가장 좋아했던 건 추방물 계통의 판타지.
파티에 가장 중요한 인물인데도 인정받지 못하다 그가 나가면서 무너지는 파티를 볼 때, 그는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형편없게 평가되던 주인공이 사실 일행 중 가장 중요하다는 전개에서 '어쩌면 나도 이 사회에 중요한 인물일지도 몰라'라는 대리만족을 얻은 것이다.
"후, 그런가. 이제 나는 필요 없단 말이지."
판타지 세계에 전생한 이후, 그는 자기가 꿈에 그리던 전개가 펼쳐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했다.
암암리에 필요 이상으로 일행을 돕고, 그들이 실력 이상으로 실적을 쌓을 수 있는 전개를 만들었다.
이제 그가 나가면 자존심 강한 용사와 그의 파티는 자연스레 붕괴하리라.
이제 멋지게 성공해서 저 녀석들의 코를 눌러줘야지. 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순순히 파티를 나가기로 했다.
***
한편, 보조술사가 떠나고 1시간 뒤.
"···갔나?"
용사의 물음에 마법사는 탐색 마법을 펼쳐 주변을 샅샅이 조사했다.
"···응. 갔네. 도청 도구 같은 것도 없어."
"어휴, 분탕쟁이 새끼. 드디어 나갔네."
"하지만 설마 자네 말대로 진짜 순순히 파티를 나갈 줄이야."
사제의 말에 보조술사와 똑같이 지구에서 전생한 용사는 손사래를 쳤다.
"뻔하다니까요. 이제 다른 데서 성공하고 뻗대러 오겠죠. 지구에서 인기 있던 추방물의 정석이에요. 근데 그걸 이쪽에 넘어와서 실천하는 놈도 있을 줄이야. 분명 어지간히 음침한 놈이었겠죠."
"자네 말대로 그를 빼고 비밀리에 훈련한 게 도움이 되겠군."
"별 시답잖은 걸로 새벽 내내 말싸움하려 드는 거 보고 대충 감을 잡았죠. 하도 시끄러워서 사과했더니 지가 이겼다는 얼굴로 처웃는 꼴이라니."
"내 사과함세. 자네가 사람 보는 눈이 옳았어."
"뭐 사제님이 사과하고 그러세요. 좋게 끝났으니까, 내일부터는 사전에 훈련했던 방식으로 움직이도록 하죠. 다들 부담하는 부분이 늘어나겠지만, 무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알겠네. 새로운 파티를 위하여 한잔하세나!"
사제가 잔을 높이 들어 올리고, 용사와 마법사는 후렴구를 따라하며 뒤따라 잔을 들어 올렸다.
***
그 후, 보조술사는 인류왕국 기사단이자 언론지인 튜버 타임즈가 발행하는 신문을 보며 자신이 나온 파티가 망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당연히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그가 주목한 용사파티는 만용을 부리지 않고 착실하게 실력을 쌓아, 지역에서 확고한 위치를 다진 베테랑 팀이 되었다.
오히려 곤란해진 건 보조술사였다. 시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용사파티에 초조해진 나머지 자기 단련과 일에 소홀해지고, 결국 다른 용사파티에서도 추방당하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남이 망하기만 바란 자에게 어울리는 시시한 결말이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