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서브 퀘스트
“그것은 오래전, 고대신이 피와 살육의 의식을 꿈꿀 때부터······.”
“아, 스토리 스킵할게요.”
“ ”
요즘 애들은 분위기를 모른다. 메인 스토리 설명을 맡은 NPC가 툴툴대든 말든, 주인공은 모험이 가득한 게임판타지의 세계로 떠났다.
“도와주세요! 고블린이 마차를 습격하고 있어요!”
고블린을 베어달라고 하면 고블린을 베었다. 돈을 얻었다.
“토끼고기가 필요한데, 좀 도와줄 수 있겠나?”
토끼고기가 필요하다고 하면 토끼를 베었다. 돈을 얻었다.
“백합물에 난입하는 금발 태닝 양아치를 용서할 수 없어요!”
아무튼 베었다. 더러운 촉각과 구릿빛 가죽, 돈을 얻었다.
그리고 플레이타임 20만 시간 후. 서브 퀘스트만 하면서 다음 마을로 진행하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에 참다못한 NPC가 물었다.
“가라는 모험은 안 가고 왜 마을에서 죽치고 있는 겐가! 간단한 사냥만 해도 돈이 벌린다 해서 이 세계가 그렇게 우습게 보였는가!”
“그치만 스토리 진행하면 세계의 멸망이 어쩌구 하는 패턴이잖아.”
“그 위험을 해치우는 게 주인공의 사명일 텐데!”
“주인공이 진행을 안 하면 세계의 멸망도 진행되지 않지?”
“어, 그···렇긴 하네만.”
주인공은 산을 깎아 만든 거상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면 메인스토리 진행하지 않는 게 이 세상을 위해서 더 좋은 일 아니야?”
“ ”
***
한편, 마지막 땅에서 여전히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는 최종 보스는 혼자 중얼거렸다.
“···늦네에, 주인공. 이러면 나, 할머니가 되고 마는데요?”
눈꺼풀을 닫고, 연다.
수많은 시간이 흘렀건만, 그녀는 여전히 혼자였다.
- 작가의말
매 10회차는 게임 소재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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