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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백만잔의 서재

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녹차백만잔
작품등록일 :
2022.12.11 22:06
최근연재일 :
2023.10.17 11:33
연재수 :
225 회
조회수 :
10,493
추천수 :
387
글자수 :
551,006

작성
23.01.31 23:40
조회
35
추천
2
글자
5쪽

93. 닭

DUMMY

"또 아침인가."


수탉은 눈을 뜨자마자 궐련에 불을 붙였다. 뜨거운 연기가 부리를 거쳐 폐를 달구고, 연기가 되어 닭장에 허브향을 퍼트렸다.


"훗, 지금 치킨이 된다면 분명 허브향이 나겠지."


자조 섞인 웃음. 하지만 어떤 닭도 웃지 않았다. 이 닭장에 있는 닭이라면 누구나 그가 느끼는 중압감을 알았으니까.

다 태운 궐련을 모래 위에 짓이겨 꺼트린 후, 수탉은 교수대를 오르는 기분으로 천천히 계단을 밟았다.


"그러면 다녀오리다."

"무운을."


살아 돌아오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 닭장의 대표인 수탉에게 주어진 임무는 생존이 보장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암탉은 자신의 수컷을 믿고 있었다.

살아 돌아오라는 말이 필요 없을 만큼, 강하게.


***


가볍게 날개를 퍼덕인 후, 수탉은 닭장 지붕을 활주로 삼아 날아올랐다.

착지한 곳은 사냥꾼 일가가 사는 가옥의 지붕 꼭대기.

수탉은 이 위치를 좋아했다.

아늑한 닭장은 닭의 야성을 무디게 하지만, 적막함 속에 바람만이 부는 이곳에서 그의 감은 한없이 예리해진다.

마치, 칼을 휘두르면 바람의 정령을 벤다 전해지는 왕국 제일의 검사처럼.

수탉은 이 서늘함 속에 자신이 살아가는 의미가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이 적막함에 자신의 목소리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영광을 느꼈다.


"자, 오늘을 시작해보자."


각오를 다지고, 차디찬 겨울 공기를 폐에 가득 담았다.

이어서, 그 숨을 하늘이 울리도록 힘차게 토해낸다.


"꼭, 끼요오오오오옷-!"


아침이 되었음을 알리는 포효.

우렁찬 닭 울음소리에 새벽의 한기가 밀려난다.

잠든 사람들을 각성시킨다.

그리고 이곳은 판타지 세계의 숲속에 있는 사냥꾼 일가의 집.

계명성에 일어나는 것은 닭과 사람만이 아니다.


"■■■■■■--!!!"

"어이어이, 네 녀석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에게 먹이를 양보해도 되는 녀석이잖아."


아는 포효였고, 듣고 싶지 않은 포효였다.

오늘 계명성을 듣고 찾아온 손님은 와이번.

수탉의 수십 배는 될법한 날개를 가진 비룡은 풍압으로 나무를 밀어내고, 도끼처럼 크고 투박한 발톱을 수탉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이 수탉 역시 숲의 '생존자'.

와이번 급의 역경은 흔치 않더라도, 그의 계륵에는 잔뼈가 많았다.


"로시난테!"


부리에 날개를 모아서 낸 휘파람 소리는 수탉의 친우, 로시난테를 부르는 호출음.

부뚜막 위에서 식빵으로 의태하고 있던 고양이는 벗의 부름을 듣고 번개처럼 지붕 위로 올라갔다.

단 한 걸음 차.

수탉과 함께 몇 번이고 강적과 조우한 고양이는 와이번의 발톱보다 먼저 수탉의 목을 낚아채더니,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아래로 뛰어내렸다.


"훗, 오늘도 훌륭한 솜씨군."

"가르르릉."


닭과 고양이의 언어 체계는 다르다. 그러니 수탉이 무슨 말을 해도 고양이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다.

하지만 마음은 닿는다. 로시난테는 턱에서 힘을 빼면서 수탉을 풀어줬다.


"닭장으로 가세나. 어제 들어온 신선한 쥐를 대접하지."

"가르릉. 고로롱."


와이번은 지붕 위에서 고개를 꺾어 수탉과 고양이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이 시점에서 둘은 와이번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침을 알린 시점에서 수탉이 할 일은 끝났다.

그리고 이곳은 사냥꾼의 집.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냥꾼의 집에는 사냥꾼이 산다.

특히 이 집은 특별하다.

왜냐하면 이 집의 사냥꾼은 와이번을 상대로도 두려움이 없는 고양이와 수탉의 주인이었으니까.

와이번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동시에 한 줄기 화살이 바람을 갈랐다.

화살촉으로 쓰인 것은 최상위급 드래곤이 내어준 비늘.

적절한 힘과 완벽한 궤도로 날아간 화살은 적의 비늘을 깨트리고 살을 찢으며 안으로 들어가, 심장을 정확하게 꿰뚫었다.

즉사한 와이번이 쓰러지며 솟구친 흙먼지가 가라앉은 후, 수탉과 고양이는 자신들의 주인에게 경례를 보냈다.

살아있는 이상,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생물이 서로 소통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인외마경이 난립하는 판타지 세계.

'생존자'들은 오늘도 만만치 않다.


뭐, 그게 닭과 고양이라 해도 말이다.


작가의말

이상하다. 분명 아침에 플롯 구상할 때는 귀여운 얘기였던 거 같은데 왜 만들고 나니까 하드보일드에 가까워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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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24) 23.05.10 30 2 24쪽
122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23) 23.05.08 26 1 15쪽
121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22) +1 23.05.06 37 2 12쪽
120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21) +1 23.05.06 38 1 12쪽
119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20) 23.05.04 29 1 12쪽
118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9) +1 23.04.24 31 2 19쪽
117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8) 23.04.23 30 1 12쪽
116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7) 23.04.23 30 1 12쪽
115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6) 23.04.14 40 2 19쪽
114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5) 23.04.12 33 1 12쪽
113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4) 23.04.09 38 2 9쪽
112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3) 23.04.09 31 1 13쪽
111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2) +1 23.04.09 39 2 14쪽
110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1) 23.03.19 37 2 17쪽
109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0) 23.03.19 29 2 17쪽
108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9) 23.03.11 31 1 13쪽
107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8) 23.03.04 36 1 16쪽
106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7) 23.02.26 86 2 22쪽
105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6) 23.02.22 31 2 14쪽
104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5) +1 23.02.19 39 2 16쪽
103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4) 23.02.16 34 1 11쪽
102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3) +1 23.02.12 27 1 19쪽
101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2) 23.02.08 37 2 18쪽
100 Sp 001. 깊은 하늘의 창염화 (1) 23.02.07 41 1 14쪽
99 99. 브로큰 플래그 23.02.05 4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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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5. 진수식 23.02.02 40 2 10쪽
94 94. 모험가 2 +1 23.02.01 39 2 3쪽
» 93. 닭 +1 23.01.31 36 2 5쪽
92 92. 경험의 물약 +1 23.01.30 37 2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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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83. 전생자 23.01.24 39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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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 BGM 23.01.22 37 1 3쪽
79 79. 화가 23.01.22 41 1 3쪽
78 78. 양 +1 23.01.22 40 2 4쪽
77 77. 구조요원 23.01.21 37 1 4쪽
76 76. 불을 말하는 새 +1 23.01.21 40 2 4쪽
75 75. 다큐멘터리 23.01.21 41 2 3쪽
74 74. 강도 23.01.21 40 1 2쪽
73 73. 불금 23.01.21 44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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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 괴수와 짐승 23.01.21 39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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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64. 여고생 23.01.21 42 1 2쪽
63 63. Coool 23.01.21 40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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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60. 히든 스킬 23.01.19 40 3 3쪽
59 59. 이불데드 23.01.18 36 1 6쪽
58 58. 죽여주는 맛 23.01.17 39 2 5쪽
57 57. 곰 2 23.01.16 41 1 3쪽
56 56. 악역 영애 23.01.15 39 2 6쪽
55 55. 추방 23.01.13 42 2 4쪽
54 54. 바다로 간 골렘 23.01.12 44 1 2쪽
53 52. 콩쥐 THE 어벤저 23.01.11 43 1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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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8. 북부대공 23.01.08 46 2 3쪽
48 47. 계산 23.01.07 52 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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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3. 가고일 23.01.03 49 3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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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 개그물 보정 23.01.01 58 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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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29. 산 위의 고래 +1 22.12.25 61 2 2쪽
29 28. 마녀를 물에 던져라 +1 22.12.25 59 3 3쪽
28 27. 노래하는 검 22.12.25 66 1 3쪽
27 26. 마법사의 제자 22.12.25 61 3 3쪽
26 25. 헌팅 +1 22.12.24 65 1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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