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흑염룡
"크큭. 오늘도 오른손의 흑염룡이 날뛰는군."
그가 말하자 주변 사람들이 안쓰럽다는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런 시선에 주눅들지 않았다.
이 또한 '업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걸 어디에 뒀더라...?"
외투 안을 뒤적이던 손이 멈췄다. 조금 헐거워진 오른팔의 붕대가 하필이면 그때 풀어졌기 때문이다.
"아~아. 곤란한데."
그는 땅에 떨어진 붕대를 보며 쓴웃음을 흘렸다.
"다시 감는 법을 까먹었는데. 이젠 되돌릴 수 없겠군."
난처해 하면서도 붕대를 회수하기 위해 허리를 굽히려던 그때, 조금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던 어린아이 하나가 쪼르르 달려왔다.
소년은 그 대신 붕대를 주워, 그의 주머니에 꽂아 넣고는 베시시 웃어보였다.
"하라부지! 대신 주워줘써!"
젊은 시절, 날뛰던 흑염룡을 가문의 비전 마법으로 오른팔에 봉인했던 노인은 아이의 친절에 똑같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아이고, 고맙구나 얘야."
"근데 팔에 무슨 낙서를 한 거야?"
"아아, 이건 흑염룡이라는 거란다. 내가 13살 즈음에 봉인시킨 녀석이지. 후후... 어이, 다크니스 인페르노. 네가 낙서라는데 한마디 하지 그러냐?"
노인이 부추기자 문신이 되어 오른팔에 봉인되어 있던 다크니스 인페르노는 고개를 돌려, 아이를 위협하기 위해 포효했다.
"삐약."
뭐, 봉인당한 탓에 전신기의 손톱만큼도 따라가지 못하는 시원찮은 포효였지만 말이다.
"아하하하하하! 하라부지. 병아리야. 병아리!"
"크크큭. 그렇구나. 병아리로구나."
아이가 꺄르륵 웃는 사이, 노인은 드디어 찾아낸 진통제를 꺼내 입 안에 넣고는 작게 불평했다.
"으휴, 늙어서 느는 거라고는 주름하고 관절염밖에 없구나. 안 그러냐. 다크니스 인페르노?"
"삐약. 삐약. (알 바냐. 늙은이.)"
한편, 이를 지켜보고 있던 지구 출신 전생자는 분하다는 듯이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크윽. 내가 중학생 때 그린 것보다 멋있잖아!"
- 작가의말
팔에 봉인된 흑염룡에 의한 관절염은 중2병에 포함되며,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안 되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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