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여고생
"멈춰라!"
수호자는 전신갑주로 훌륭하게 무장한 채 고3 여고생의 앞길을 막아섰다.
"나는 올해의 행복으로 가는 길을 지키고 있는 수호자다. 네놈의 목적과 정체를 밝혀라!"
여고생은 한치의 두려움 없이 앞으로 걸어 나가며 답했다.
"수능 만점."
"···!"
"여고생."
"기개와 각오가 느껴지는 새해 소망이군. 통행증은 갖고 왔겠지?"
"그런 건 없다."
"그, 그렇다면 올해를 대비해 공부는 열심히 했겠지?"
"그것도 안 했다."
"건방지구나!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길은 열리지······."
여기서 수호자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착각했다.
분명 여고생은 준비되지 않았다. 좋은 새해를 보낼 자격이 없었다.
하지만 그게 행복해져선 안 된다는 근거를 뒷받침 하지는 못한다.
"가지고 싶은 건 네놈의 하트가 아니야."
눈 한번 깜빡할 시간이 지난 후.
여고생은 수호자의 뒤편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수호자의 신선한 심장이 들려 있었다.
"좋아하는 사람의 하트지."
"도, 돌려줘. 내 심장-"
"느리구나. 쓰러지는 것조차."
손에 들린 것을 푸딩처럼 부순 후, 여고생은 새해를 향해 걸어 나갔다.
올해야말로 좋아하는 사람의 하트를 거머쥘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아니면 로또 1등 당첨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 작가의말
설맞이 연속 업로드 중입니다- (79화까지 고정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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