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콩쥐 THE 어벤저
콩쥐는 계모와 의붓여동생에게 핍박받는 나날을 보냈고,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라. 두꺼비가 구멍을 막아 도와주기는 했지만 일이 쉬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물을 부었을까.
붓다가 상수리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듯, 콩쥐 또한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아아, 인생사라는 건 이토록 허망하구나!"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자는 깨달음을 얻어도 흐르는 물처럼 놓치게 되는 법.
깨달음을 얻어 성인으로 다시 태어나기 직전, 내면의 콩쥐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과연 복수도 허망할까?"
"그건 아직 해보지 않았는데."
내면의 콩쥐는 콩쥐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어쨌거나, 그녀 또한 콩쥐니까.
마음이 흔들렸으니, 이번엔 수단을 제시할 차례였다.
"독 안에 들어가는 건······. 물만이 아니지?"
콩쥐를 이해시키는 건 넌지시 말하는 걸로 충분했다.
어쨌거나 그녀 또한 내면의 콩쥐였으며, 가정폭력과 괴롭힘에 더 이상 휘둘리고 싶지도 않았다.
***
얼마 후, 구멍을 막아준 채 잠을 자고 있던 두꺼비는 등 뒤의 이물감을 느끼고 눈을 떴다.
물이라기엔 이상하게 질척하고, 비렸다.
푸줏간의 백정을 연상시키는 서늘한 감각.
발아래를 보니, 거기엔 물 대신 붉고 질척한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두꺼비는 직감했다.
독에 들어간 것은 물이 아니며, 의외로 자기가 알만한 사람이라고.
그렇기에 빨랫방망이를 들고 있는 콩쥐에게 이 말을 해야만 했다.
"콩쥐야··· 이건 좆될 거야······."
그러자 콩쥐는 웃었다.
"괜찮아. 안은 가득 찼잖아?"
누가 복수를 허망하다 말했는가.
복수하지 않으면 빼앗길 뿐이지만, 복수한다면 적어도 독은 가득 채울 수는 있는 것을.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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