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카나리아
광맥을 찾아 너무 깊은 곳까지 갱도를 파고 내려갔던 광부들은 고대의 악마들을 만났지만, 역으로 그들을 제압했다.
지하의 지배자가 된 그들은 드워프 공화국을 자처하며 인류왕국에서 독립을 선언했다.
이 무렵의 인류왕국은 여왕이 아니라 자타공인 무적이지만 정치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난폭한 왕이 군림하던 시기.
덕분에 드워프들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독립에 성공했고, 판타지 세계 제일의 채굴과 제련 기술을 가진 국가로 주목받게 되었다.
그 드워프 공화국에 여행을 다녀온 광부는 동료들에게 새장을 들어 보이며 자랑했다.
“드워프 공화국에서만 사는 아주 희귀한 카나리아일세.”
“허, 카나리아가 희귀하면 얼마나 희귀하다는 건가. 유독가스 탐지용으로 허구한 날 죽는 게 카나리아인데.”
***
그러나 며칠 후, 채굴을 나간 광부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된다.
“크으, 취한다! 어이! 이 앞에 유황이 아주 많은 거 같은데. 과산화수소하고 섞어 칵테일로 만들자고. 아주 죽여주는 맛이거든.”
“ ”
“아, 왼쪽은 너무 깊게 파지 마. 냄새가 나쁘네. 이렇게 냄새나는 곳 반대편엔 꼭 폭발하는 가스가 있더라고. 악마들이 뭐라고 했더라. 메스? 아니, 메탄이었던가?”
이 카나리아는 유독가스와 온갖 방사성 물질이 들끓는 지옥 같은 곳에서 살아남은 새.
다시 말해 생존자였으며, 어째선지 한국계 전생자들에게 ‘독을 마시는 새’라 불리며 인기몰이 중인 품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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