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 괴수와 짐승
고대신의 권속이자 포식만으로 분열하고 증식하는 불경한 짐승.
본래라면 아무도 접근하지 않을 그들의 불길하고 위험한 영역에 불경한 짐승만큼이나 기이하고 뒤틀린 것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경한 짐승들이 고대신의 권속이라는 확실한 뒷배경을 가졌지만, 우주 곳곳에 출몰하는 '그것들'은 자세한 내력조차 없었다.
우주의 어딘가에서 나타나 별의 가장 깊은 곳까지 먹고 사라진다.
목적 불명. 생태계 불명.
외양도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제각각.
동일 종이라는 걸 알 방법은 그것의 신체 어딘가에서 자라는 검은 돌밖에 없다.
사람들은 우주 전역에 걸친 위험성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양식, 기형적인 외형 등을 고려해 그들을 '우주 괴수'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우주 어디서나 출몰하는 우주 괴수가 우주 어디에나 퍼져있는 불경한 짐승과 조우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일 것이다.
영역에 들어선 우주 괴수는 곧바로 행동을 시작했다.
거대한 송곳니가 불경한 짐승의 살거죽을 뚫었다. 거대한 빙산이나 소의 외뿔을 연상시키는 그것은 안에 고여있던 고름을 퍼 올렸다.
그러나 상대는 지구급 행성을 반절 이상 침식하고 있는 알파급 짐승.
하위 권속의 노래를 들으며 자고 있던 알파는 우주 괴수가 이를 박아넣든 말든 눈을 뜨지 않았다.
모기가 피를 빠는 걸 사람이 쉽게 눈치채지 못하듯, 이 불경한 짐승에게 우주 괴수의 이발은 너무 작았다.
불경한 짐승이 진짜로 눈을 뜬 건 하위 권속들의 노래가 끝난 뒤.
더 구체적으로는, 모바일 게임 도중에 난입한 중간광고의 음악이 끝난 뒤였다.
그랬다. 하위 권속들은 작디작은 스마트폰에서 나는 소리를 알파가 들을 수 있을 만큼 증폭시키고 있었다.
"으음, 어휴. 이제야 광고가 끝났나."
모바일 게임 중간광고가 끝나길 기다린 지 어언 300년.
본디 30초였던 광고는 고무줄처럼 들쭉날쭉한 광고 규제와 법의 틈새를 파고든 사악한 기업에 의해 300년까지 늘어나 있었다.
대부분은 지쳐 돈을 주고 광고를 제거하거나 늙어 죽었으나, 프로 무과금 유저인 불경한 짐승에게 300년은 30초보다 좀 많이 긴 시간에 불과했다.
"큭큭큭. 방심했구나. 어리석은 인간 놈들. 너희의 나약한 결재 시스템으로는 나의 무과금 플레이를 막을 수 없는 것을!"
그러는 와중에도 우주 괴수는 열심히 알파를 물어뜯었지만, 소용없었다.
노력한다 해도 체급이 너무 달랐고, 짐승은 조금 가볍다는 기분을 느끼는 게 다였다.
괴수가 일방적으로 건 싸움은 허무하게 끝을 고했다. 짐승이 가려워서 반사적으로 휘두른 촉수가 괴수에게 적중.
앞니가 부러진 괴수는 저항 한번 못하고 우주의 공허 속으로 날려졌다.
한편, 짐승은 10분 뒤에 다시 잠들었다.
또 중간광고였다.
사람을 지갑으로 보는 기업의 악독한 비즈니스 모델이 다시금 무과금 유저에게 부조리한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또 300년인가···. 하하하하! 좋다 인류여. 도전을 받아주마! 너희가 만든 전자문화는 훌륭하나, 나는 결코 과금하지 않으리라!"
그리고는 하위 권속들에게 말했다.
"야, 노래 틀어놔라. 끝나면 다시 일어날 거니까."
” “
300년 만에 휴가를 얻어 기뻐한 하위 권속들은 촉수를 늘어뜨린 채 대놓고 실망감을 표현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들의 사회 구조에서 알파의 지시는 절대적인 것을.
알파급 짐승이 사는 태양계에 게임 광고 음악이 울려 퍼졌다.
플라스마로, 하위 권속의 뇌파로, 불경한 짐승들의 썩은 살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패가스로.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을 매질로 삼은 그 음악은, 너무 증폭시킨 나머지 인간에게는 귀를 찢는 굉음으로밖에 인식되지 않았다.
***
"이것이 인류가 게임에 광고를 넣는 이유랍니다."
SSS급 우주 모험을 위한 필수연수를 받던 중 우주의 진실을 알게 된 S급 우주 모험가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시점에서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딱 하나였다.
"녜?"
- 작가의말
설맞이 연속 업로드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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