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46. 피자

「피자는 언제나 옳다.

나쁘다면 그건 사람이 잘못한 거다.」

- 시골 영지 아센의 속담

***

그들은 훌륭한 약초 공급원이자 도로 정비사지만, 사업자로서 정식 등록을 하는 대신 무단으로 산채를 만들고 산적이 되었다.

딱히 세금이 무겁거나 영주의 폭정 때문이 아니다. 계곡과 산악에서 하는 불법 영업이 일반 영업보다 더 돈이 되고, 편한 탓이다.

뭐, 남의 텍스트를 훔치든, 탈세하든. 편하면서도 돈이 된다는 매력도 없어서야 누가 불법 영업을 하겠는가.

물론 좋지 않다는 건 그들도 안다. 잡히면 벌금을 물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엔 형장의 이슬과 만드라고라로 사라질 터다.

그리고 ‘좋지 않은 일’을 하는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주문하면 30분 만에 오는 피자를 시켰더니······.”

산채를 찾아온 피자 배달부를 보고 산적 두목은 오만상을 찌푸렸다.

소문에 따르면 붉은 모자를 쓴 피자 배달부는 30분 안에 손님에게 피자를 배달한다.

가장 따뜻할 시간에, 가장 행복해져야 할 사람을 위해.

모든 역경과 적을 쳐부수고, 피자는 반드시 배달된다.

그러나 이번 피자 배달은 이야기가 좀 달랐다.

피자는 3시간이나 지나서야 배달되었고, 배달온 건 추운 겨울 길을 지나온 어린 남매였다.

“인기가 하도 좋으니까 가짜도 나올 만하죠. 근데 이거 뭐······. 피자가 식은 건 둘째치고 한쪽으로 쏠려서 먹을 게 못 되겠는데요.”

“새끼야. 못 먹긴 뭘 못 먹어.”

두목은 부하의 머리를 쥐어박고, 딱딱하게 굳은 피자 한 조각을 찢어 입에 넣었다.

“으음, 바삭하구만. 화로 위에서 치즈를 녹이면 더 맛있겠어.”

“저, 저기. 돈은······.”

“엉? 도오오오온? 산적이 피자값을 낼 거 같았냐?”

남매 중 오빠로 추정되는 아이의 말에 두목은 험악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어이! 이 애새끼들 안으로 데려가라! 큭큭큭. 산채에 어린애를 보내면서 돈을 받을 수 있다 생각하다니. 애들 부모도 머저리구만.”

“알겠슴다 두목. 그럼 포로 수용용 골방에······.”

“거기 산사태로 부서졌잖아.”

거짓말이다. 철저하게 안전을 고려한 장소에 만들어진 산채였고, 눈이 쌓여도 무너지지 않을 만큼 튼튼하게 지어졌다.

두목이 윙크를 보낸 후에야 뜻을 알아차린 부하는 사악한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아, 그랬지 말임다. 어쩔 수 없겠슴다. ‘상품’이 상하지 않으려면 화로가 있는 따뜻한 방에 ‘감금’하는 수밖에 없지 말임다.”

“큭큭큭, 어쩔 수 없구만!”

그리하여 산적은 피자를 들고 제 발로 산채를 찾은 남매를 ‘납치’했다.

그리고는 겨울을 보내기에 좋을 만큼 따뜻하고, 한겨울에 배달을 보낼 정도로 돈을 탐하는 부모가 없는 곳에 ‘감금’했다.

물론 좋지 않다는 건 산적들도 안다. 어쨌든, 부모에게서 아이를 떼어놓은 거니까.

그러나 아동을 노동에 강제로 투입하는 게 ‘좋지 않은 일’이라는 건 산적이라 해도 알고 있었다.

붉은 모자를 쓴 피자 배달부는 오지 않았지만, 그 겨울의 피자는 30분이 지나도 여전히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