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비밀클럽
어둠을 틈타 움직인다 해도 그렇게 어둡지는 않았다.
모두가 알듯이 지구는 이미 불야성의 세계. 도시가 있는 곳에는 항상 빛이 있으니까.
덕분에 은밀성은 크게 떨어졌지만 시원찮은 강도들에겐 나쁜 게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 클럽 지하에 부자들만 따로 모이는 비밀클럽이 있다는 거지?”
“확실하다니까. 드론으로 몇 번이고 추적했어. 비밀클럽까지 쫓아가진 못했지만 전부 부자들이야.”
“좋아, 한탕 해보자.”
전원 아마추어였지만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직원 휴게실을 경유한 침투는 성공적이었고,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채 자판기 뒤에 숨겨진 비밀 엘리베이터 스위치를 작동시켰다.
한참 동안 내려가던 엘리베이터가 마침내 멈추고, 문이 열렸다.
강도들은 칼과 권총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파티 시간은 끝이다! 전부 손들어! 그리고 가진 돈과 보석을······.”
그러나 다음 순간, 강도들은 돈과 보석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어, 보석. 을······.”
분명 그곳은 지하에 숨겨진 부자들만 오는 비밀클럽이었다.
일탈을 원하는 부자들이 춤을 추거나 약을 하는 정도겠지. 강도들은 이 클럽을 그렇게 평가했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제단 위에 있던 희생양이 경찰이 왔다 여기고는 강도들에게 손을 뻗어 구조를 요청했다.
“어······.”
바닥에는 말라붙은 피. 천장에는 뼈와 나무로 만든 기괴한 모빌.
기둥과 벽에는 어느 나라 언어인지 모를 문자와 기하학적 도형, 보기만 해도 불쾌해지는 문장 따위가 새겨져 있다.
부자들만이 찾는 비밀클럽.
그곳은 인신 공양을 일삼는 불경한 이교도들의 집회장이었다.
“저, 저희 가볼게요. 클럽 잘못 찾아왔네요. 실례했습니다.”
강도들은 문워크를 방불케 하는 부드러운 뒷걸음질로 엘리베이터까지 후퇴.
“하, 하하하. 싫다아~ 문 닫히는 게 왜 이렇게 느려?”
“방해해서 죄송하고요. 즐기시던 거 마저 즐겨주세요.”
“맞아요! 저흰 신경 쓰지 말고.”
최대한 우호적인 인상을 주고 싶은 강도들이었지만 이교도들이 천천히 단검을 꺼내는 걸 막지는 못했다.
이윽고 한 이교도가 소리쳤다.
“공물이 제 발로 걸어왔다! 잡아라! 저들의 피를 신께 바치자!”
“꺄아아아악!”
“문 닫아! 빨리 닫으라고!”
“아니 부자라는 놈들이 뭐 이렇게 날쌔?”
“튕겨냈어! 저 새끼 지금 칼로 총알을 튕겼다고!”
차라리 착실하게 일이나 할걸. 강도들은 한탄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들이 털어먹으려 했던 부자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남아도는 여가시간에 이교도에 심취해 단련을 거듭한 나머지, 칼 한 자루로 총알마저 튕겨내며 산제물을 원하는 부자들이.
- 작가의말
슈퍼멍판모2터보 60화를 쓰고 있는 시간선에서 인사드립니다.
행복한 2023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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