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멍청한 판타지 모음집 2 터보

84. 전생자 2 / 곰 3

숲에서 골렘 아내와 함께 살던 사냥꾼은 사냥한 동물을 팔러 왔다가 보기 드문 광경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얘들아, 무슨 짓을 했길래 광장 한가운데서 벌을 서고 있니?"

그러자 손을 들고 있던 화산 전생자가 볼을 잔뜩 부풀린 채 답했다.

"우으으! 이건 벌을 받는 게 아니외다! 수련으로 내공을 기르고 있을 뿐이지!"

"응. 예전에 여왕 폐하가 숲에서 수련하시던 걸 봐서 아는데, 보통 수련은 사람들 안 보이는 곳에서 해. 서커스면 또 모를까."

"큿···!"

화산 전생자가 논파 당하자 이번엔 기마자세로 벌서고 있던 무당 전생자가 항변했다.

"대협, 억울하오! 우리는 아센을 위해 무인으로서 협행에 나섰을 뿐인데!"

"오호라, 좋은 일은 했는데 유치원에서 반성문을 쓰는 것도 아니고, 광장 한가운데서 벌을 서고 있다고?"

"그, 그그, 그, 거시기, 그건···."

사냥꾼은 화승총을 쥔 채 엎드러 뻗친 자세로 벌 받고 있는 아미 전생자를 지나, 가장 끝에서 팔짱을 낀 채 아이들을 감시하고 있던··· 곰에게 물었다.

"그래서 모험가 형씨, 실제로는 무슨 일인데?"

사람 말을 못 하는 곰은 휴대용 칠판에 글을 써서 답했다.

[저 제일 큰 놈이 나한테 총을 쐈지 뭡니까.]

"아이고 저런."

[기마자세 하고 있는 놈은 마무리하겠다고 달려와 나뭇가지를 휘둘렀고.]

"날벼락이었네. 다치진 않았습니까?"

[어린애가 쏘는 총에 맞을 만큼 곰탱이는 아닙니다. 애초에 저런 구식 총에 다칠 만큼 약하지도 않고.]

"아니, 곰탱이고 뭐고 당신 곰이잖아. 마지막 꼬맹이는?"

[저놈은 떨어져서 응원하고 있었지요.]

"아하. 그래서 비교적 벌이 가벼운 건가."

그러자 아미 전생자는 시뻘겋게 된 얼굴로 빼액 소리 질렀다.

"길 가까운 숲에! 곰이 있는데! 누가 그걸! 안 위험하다고 생각하냐고!"

"그래그래. 그 마음 잘 알지."

사냥꾼은 터져 나올 것 같은 웃음을 간신히 참은 채, 아미 전생자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얘들아. 이 동네가 원래 그렇단다. 판타지 세계에 어서 오렴."

"히잉."

무림 전생 트리오의 체벌은 그들을 가엽게 본 곰이 부탁해 점심 즈음에 끝났고, 아미 전생자는 화승총을 몰수당했다.

모험가 곰이 총에 맞을뻔한 것만 빼면 시골 영지 아센은 오늘도 평화로웠다.

작가의말

이번 회차는 브릿G에서 전생자 이야기 후속을 보고 싶으시다는 댓글 리퀘를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