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도시지기
그들은 도시지기라 불렸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도시를 지키는 것과 거리가 멀었다.
무법자가 만연하는 뒷사회에서 활동하는 그들은 오히려 도시를 좀먹는 쪽에 더 가까웠다.
주로 하는 일은 사건의 은폐.
특히 괴물이나 비밀결사, 위험성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취급하는 기술, 마법, 우주적 존재 등이다.
세간에 공개하기 까다로워 '초상현상'으로 적당히 뭉뚱그려버리는 모든 사건. 도시지기는 그런 것들을 은폐하는 전문가들이었다.
이런 특수성 때문에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아무에게도 고충을 털어놓지 못하는 그들이었지만······.
모든 일이 항상 위험천만하거나 피가 튀기는 것만은 아니었다.
이날 도시지기가 맡은 일은 신형 마취총의 테스트 및 배달.
사연 많은 빚쟁이와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사기꾼에게 마취총을 쓰긴 했지만, 문제가 있었다.
이래서야 의뢰인에게 배달해도 클레임만 돌아올 게 뻔해 보였다.
"이건 곤란한데."
***
"의뢰인이 발주한 건 분명 마취총이었지 않나?"
"그랬지. 뭐가 잘못됐나? 형씨도 이 바닥 사정 알 테니 납품일을 못 맞추는 일은 종종 있지만."
중국산 마약부터 시작해 일본산 주술품이나 할리우드산 닌자까지.
돈만 주면 구하지 못하는 게 없다고 알려진 업자는 으슥한 가게를 방문한 도시지기를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보며 말을 이었다.
"적어도 물건을 잘못 입수한 적은 없어."
"그러시겠지. 좋은 물건이기는 했어. 살상력이."
마취총인데 쓸데없이 살상력이 좋다.
그게 문제였다. 도시지기가 받은 마취총은 총기라는 본래 역할에 지나치게 충실했다.
하지만 업자는 끝까지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아니야. 아니야. 그게 맞아."
"총으로 맞는 소리?"
"그게 아니라,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게 그게 맞다고. 난 그걸 한 치의 오차 없이 제작자에게 전달했고."
"그러고 보니 발주 관련 상세는 그쪽만 아는군. 뭐라고 적혀 있었지?"
"사람을 단 한 발로 영면까지 보낼 수 있는 마취총."
"사람을?"
"사람을."
"···영면까지?"
"한 방에."
" "
도시지기는 눈살을 잔뜩 찌푸린 채 문장의 앞과 뒤를 연결하려고 애썼지만, 무리였다.
수많은 초상현상과 괴기를 목격한 도시지기에게도 상상력의 한계는 있었다.
"한 발로 죽일 정도의 살상력과 마취가 어떻게 연결이 되지?"
"낸들 알까. 발주받은 대로 준비했을 뿐이야."
"이래서 돈만 많은 놈들은······."
***
도시지기와 업자는 발주서가 잘못되었다 생각하고 한숨쉬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의뢰인은 자기가 필요한 물건을 정확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전달했던 거였다.
"아, 주문한 물건이 제때 왔군."
총을 건네받은 뒷사회의 불법의사는 수술대에 누운 우주적 존재를 향해 가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총에 맞은 우주적 존재는 광대뼈부터 길게 이어진 촉수를 바들바들 떨다, 마취가 되었는지 축 늘어진 채 규칙적인 숨을 내쉬었다.
"저 문어양반 피부가 어지간히 두꺼워야 말이지. 주사기고 뭐고 사람 정도는 죽일 수 있어야 약발이 서더라고."
"···오우."
- 작가의말
이번 회차는 카카페에 연재했던 두 소설의 설정을 활용한 이야기입니다.
가능하면 그쪽에도 이런 뻘개그를 넣고 싶었는데, 하나는 호러고 다른 하나는 스릴러여서 이런 식으로 못 다뤘던 건 조금 아쉬움이 남네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