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스타일
게임 판타지 세계에 도착한 그는 곧장 점프부터 해봤다. MMORPG를 할 때마다 동작부터 확인하는 버릇이 남은 탓이다.
남들 못지않게 오랜 시간 게임을 해온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 판타지 세계에 익숙해졌다.
“몸 쓰는 것도 익숙해졌겠다.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역시 길드나 직업소개소 같은 곳을 찾아봐야 할까.
그렇게 고민하고 있자, 후줄근한 차림의 노숙자가 뒤에서 말을 걸어왔다.
“자네, 그걸로 만족하나?”
본래 살던 세계였다면 말을 걸든 말든 무시하고 제 갈 길을 갔으리라.
하지만 이곳은 게임 판타지 세계. 상태창이나 레벨뿐 아니라, 모든 것이 비디오 게임의 논리와 이치로 움직이는 세계.
사이비 대신 퀘스트의 조짐을 느낀 그는 노숙자의 말을 경청하기로 했다.
“진정한 게이머라면 평범하게 움직이는 걸로 만족해선 안 되는 거 아니겠나!”
***
며칠 후.
부모를 따라 거리에 나온 NPC 아이는 진귀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골목을 손가락질했다.
“엄마! 저기 저 사람들, 벽에 계속 박치기하고 있어.”
아이의 말한 그대로였다.
게임 판타지 세계에 최근 입문한 뉴비 플레이어와 올드 플레이어들은 골목 벽을 향해 미친 듯이 머리를 박아대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손을 찌르고, 볼을 부비고, 걷어차고, 할 수 있는 모든 동작을 벽에 시도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할 수 있어! 느낌이 와. 느낌이 오고 있어! 이건 분명 버그가 일어날 거야!”
“마리○ 64처럼 말이죠! 마○오 64처럼!”
“마음을! 불태워라!”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
“FEVER!!!”
도대체 버그 하나를 발견하려고 같은 장소에서 저런 짓을 몇 번이나 반복하는 걸까.
알 수 없었다. 아이도, 아이의 어머니도 플레이어가 아닌 NPC였으니까.
아이의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은, 손을 뻗어 아이의 시야를 가리는 것 정도였다.
“우리 아들. 저런 사람 따라 하는 거 아니야. 알겠지?”
“뭘 하는 건데?”
“인생의 낭비······. 아니지.”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많이 바보스러워 보이지만, 저 사람들은 나름대로 인생을 즐기고 있는 거란다.”
모든 플레이어의 스타일을 이상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횃불을 들고 뱅글뱅글 돌든, 메타를 따라가든, 초스피드로 효율적인 공략을 추구하든.
사람에게는, 사람의 숫자만큼의 스타일이 있는 거니까.
서로 이해하기 어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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