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레몽 후작은 마나의 유동을 느끼고 눈을 떴다.
‘마법!’
엄청난 마나의 움직임. 레몽 후작은 인상을 찡그리고, 서둘러 막사를 나갔다. 그의 눈에 저 멀리서 막사들이 파이어 에로우에 맞아 불타는 것이 보였다. 레몽 후작은 인상을 찡그리고는 자신의 갑주를 챙겨 입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검을 들고, 마나의 유동이 일어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를 어느새 정열이 된 지휘관들과 병사들이 따랐다.
레몽 후작은 길을 가다가, 갑작스럽게 눈을 빛내며 뒤로 돌았다.
‘이건... 소드 익스퍼트. 아니, 소드 마스터에 달하는 기운이다!’
마법사. 물론 대단 할 것이다. 하지만 하위 마법들을 사용하는 것을 보니 굳이 자신이 아닌 실력 좋은 기사 몇 명을 보내면 처리가 가능 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소드 마스터에 달하는 기운을 가지고 있는 적은, 자신뿐이 상대하지 못한다.
“크와와!”
레몽 후작은 마나가 담긴 고함에 이를 물고, 뒤돌아 달렸다. 지휘관들은 그 모습에 당황했으나 레몽 후작을 따라가지는 않았다. 엄청난 속도로 달려가는 레몽 후작을 따라 갈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지휘관들은 군사들을 몰아 언덕을 올라갔다. 멀린과 로인이 있는 곳이었다.
로인은 자신의 검을 뽑았다. 로인의 뒤에 도열해 있던 기사들도 자신의 무기를 뽑았다. 적병들이 죽은 자신들의 동료들의 시체를 밟으며 다가왔다. 그들의 얼굴은 이미 전투에서 패배한 자들의 그것과 같았다. 사실 병사들에게 최고는 자신들의 승리가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자신들의 생환이었다.
명령 불복종으로 죽나, 적과 싸우다가 죽나, 어차피 죽는 것이라면 자신의 가족을 위해 죽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여 두려움을 누르며 다가오고 있는 것이었다. 로인은 그런 적병들을 보며,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로인의 검에 미약한 검풍이 생겨, 적의 목을 베었다.
“으어억.”
레몽 후작의 병사들은 마법도 아니고, 검사가 검을 휘두르니 마법과 같은 위력을 내자 공포에 휩싸여 비명을 질렀다. 로인은 걸음을 옮겨, 레몽 후작의 병사들의 목을 베었다. 그들은 횃불만은 의지하며 전투를 치루고 있는 입장이라, 빈틈이 많았고 시야갸 넓지 못했다. 로인은 마나를 움직여 계속해서 시야를 확보하며 검을 휘둘렀다.
로인의 검에 4명의 적이 목숨을 잃자, 로인의 뒤에 있던 기사들이 나섰다. 모두 마나를 사용 할 줄 아는 실력자들이라 일반 병사들을 상대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동급의 기사들이 막아서자, 조금은 당황했다.
그들은 몬스터가 많은 지방에서, 몬스터와 상대를 하며 실력을 키웠다. 자신과 같은 인간 기사와의 전투에는 조금 서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블랙 와이번 기사단들은 점차 전투에 익숙해지며 상대 기사들의 목을 베기 시작했다.
로인은 블랙 와이번 기사단이 상대의 기사들과 뒤엉키자, 조금 뒤로 빠졌다. 그의 입이 열렸다.
“가이스 소환.”
이내 가이스가 소환되고, 적군을 무차별 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로인은 그런 가이스를 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골렘들을 모두 소환해.”
로인의 명령에 가이스가 골렘들을 소환했다. 총 10기의 아이언 골렘. 엄청난 덩치와 위용을 자랑하는 그들이 어둠속에 나타났다. 가까이서 그들의 신영을 언뜻이나마 본 적병들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가, 강철 거인이다!”
“살려줘, 인간이 아니야!”
로인은 마나 포션을 조금 마시고, 다시 검을 휘둘렀다. 한명이라도 피해를 많이 입히는 것이 좋았다. 강철의 거인들이 그들의 거대한 몸을 움직이며 레몽 후작의 병사들을 깔아뭉갰다. 그저 전진하는 것만으로도 수백에 달하는 피해가 있을 만한 골렘들이었는데, 그런 골렘들이 이리 저리 몸을 움직이며 공격을 하고 있었다.
병사들은 것 잡을 수 없는 공포에 휩싸여, 연신 비명을 질러대었다. 로인은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지금까지 로인이 죽인 병사들만 수백에 달했다. 로인은 팔이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인상을 찌푸렸다. 인간의 육신은 그리 쉽게 베어지지 않는다.
조금만 잘 못하면 살과 기름에 엉켜 검을 찌르고도 뽑지 못하는 일이 일어난다. 그런 인간의 육신을 그리 베어 대었으니, 팔이 아프지 않을 리 없었다. 로인은 뒤로 물러나 조금은 느긋하게 검을 휘둘렀다.
그는 골렘들을 믿고 있었다.
크론벨은 검을 휘둘러 적병들을 죽이다가, 멀리서 느껴지는 거대한 기운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나머지 블랙 와이번 기사단들도 느꼈는지, 움직임을 잠시 멈칫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다시 말을 움직여 비명을 지르는 적병의 목을 베었다.
“소드 마스터...”
크론벨은 거친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소드 마스터. 검의 정상에 올라있는 사람이 다가 오고 있다. 그 뒤로 마나 유저, 소드 익스퍼트의 기사들이 조금 따라오고 있었지만, 동급의 실력자라면 블랙 와이번 기사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는 없었다. 팔 같은 것은 베여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되니, 그들을 완벽히 죽이려면 오러가 실린 검으로 목과 가슴을 베어야 했다.
블랙 와이번 기사단은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바로 밤이 되면 무력이 상승한다는 것. 지금 크론벨이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의 무력을 넘어, 감히 소드 마스터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의 무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이유였다.
크론벨은 거칠게 말을 움직여, 거대한 기운이 오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에 나머지 블랙 와이번 기사단의 기사들도 말을 움직여 달렸다.
“나는 케센 왕국의 레몽 후자...”
레몽 후작은 자신이 말하는 와중에 날아오는 공격에, 말을 멈추고 공격을 피했다.
“건방지군.”
레몽 후작은 꺽었던 허리를 피며 말했다. 크론벨은 붉은 색의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아쉽군.’
그는 진심으로 아쉬워 하고 있었다. 검을 잡은 뒤, 아쉽다는 표현은 한 번도 하지 않은 그였다. 하지만 검의 절정에 다다른 소드 마스터와 전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기습의 실패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누가 누구에게 말하는 것인지. 감히 누구에게 건방지다 말하는 것인가.”
크론벨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는 조소를 흘리며 레몽 후작을 바라보았다. 그의 자신있는 모습은 레몽 후작으로 하여금 긴장하게 만들었다.
“허! 누군인지 알려주어야 알 것 아닌가.”
“크론벨. 블랙 와이번 기사단의 기사단장 크론벨이다.”
‘크론벨...’
레몽 후작은 어디서 들어본 이름에 눈살을 찌푸리고 생각했다. 이내 그의 눈이 크게 떠졌다.
“블랙 와이번 기사단... 하지만 그들은...”
“다시 살아났지. 다시 살아나 평안히 사는 우리의 영토를 침입한 자들을 심판하려하고 있고.”
크론벨의 말이 레몽 후작의 귀를 파고들었다. 레몽 후작은 얼굴을 굳히며 검을 뽑았다.
“개소리!”
“오, 귀족이 말이 너무 험하시네.”
크론벨이 이죽거리며 말했다. 그의 뒤에 있던 블랙 와이번 기사단이 웃음을 터트렸다. 레몽 후작은 자신의 말을 끌고 크론벨에게 달려들었다. 크론벨은 자신의 검을 들어 레몽 후작의 검을 막았다. 갑작스럽게 휘둘러진 검임에도 불구하고 레몽 후작의 검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크론벨은 정면 승부를 택하지 않고, 검을 흘렸음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레몽 후작의 힘과 마나에 미소를 지었다.
어려운 상대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크론벨은 한번 죽은 몸이었다.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에게는 강한 상대를 만난 호승심과 승부욕이 있을 뿐이었다. 크론벨은 검을 흘리고, 곧바로 팔을 움직여 팔꿈치로 레몽 후작의 말의 얼굴을 가격했다.
크론벨의 공격에, 레몽 후작은 옆으로 쓰러지는 말의 등을 박찼다. 그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크론벨의 말이 동시에 허공으로 뛰며, 레몽 후작의 옆구리를 받았다. 레몽 후작은 허공에서도 몸을 놀려 크론벨의 흑마를 베었다. 레몽 후작이 흑마의 목을 베자, 흑마의 신영이 사라졌다.
레몽 후작의 눈이 떨렸다. 다시 살아났다는 말. 그것이 거짓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지금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살아있는 그것을 베는 감촉이 아니었다. 크론벨은 레몽 후작이 찰나의 순간 당황할 때, 검을 휘둘러 그의 다리를 베었다.
레몽 후작의 허벅지가 갈라지며 피가 튀었다. 하지만 레몽 후작이 괜히 소드 마스터가 아닌지라, 공격을 받기 직전 몸을 틀어 깊게 상처가 나지는 않았다. 크론벨은 발이 땅에 닫자, 뒤로 물러섰다. 레몽 후작의 검이 크론벨에게 뻗어 오고 있었다.
크론벨이 인상을 쓰며 레몽 후작의 검을 막았다. 레몽 후작의 검에 오러가 생성 되었다. 크론벨의 검에도 칠흑 같은 오러가 생성 되었다.
카앙
오러와 오러가 부딪히며 서로의 오러가 부서졌다. 거대한 불꽃이 피듯, 여기저기로 비상하는 오러의 파편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크론벨은 오러의 파편을 마나를 가볍게 끌어올려 막으면서, 계속해서 공격해 오는 레몽 후작의 검을 막았다.
레몽 후작의 검은 빠르고, 강했다. 그의 검은 가볍게 휘둘러지는 것 같은 것도 무개가 실려 있었다. 크론벨은 진정한 소드 마스터와 겨루어 보며 기분 좋음을 느꼈다. 이렇게 대등하게 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그것은 주변의 기사들을 걱정하여 위력을 낮추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레몽 후작이 정말로 마음을 먹고 오러 블레이드를 시전 하여 공격을 한다면 크론벨은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크론벨은 자신의 한계를 다시 한 번 깨달은 듯한 느낌이었다. 크론벨은 긴박한 전투 와중에, 눈을 감았다 떴다.
레몽 후작의 검이 자신에게 다가와 있었지만, 그는 당황하지 않고 검을 피했다. 레몽 후작의 움직임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강했다. 하지만, 크론벨도 인간은 아니었다. 그는 인간이 낼 수 없는 힘을 낼 수 있었고, 인간이 낼 수 없는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정말 블랙 와이번 기사단의 크론벨인가.”
“이미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
크론벨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아무런 감정도 담고 있지 않았다. 레몽 후작은 이를 악 물었다. 언데드.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정말로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자가 언데드라면,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자가 크론벨이라면 이 승부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었다. 그리고 레몽 후작, 그의 초인적인 감각은 자신의 상대가 인간이 아님을 말해 주고 있었다. 레몽 후작은 인상을 찌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끝까지 가면 둘 다 피해를 입을 터. 이만 물러가는 것이 어떤가.”
“아아. 내가 지휘관이 아니라서 말이지... 뭐, 우리는 이만 물러가지. 하지만 이 반대편의 상황은 어떻게 될지 몰라.”
“...”
레몽 후작은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자신이 이대로 시간을 끌게 된다면 반대편의 피해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었다. 레몽 후작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 작가의말
이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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