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
“마스터.”
“응?”
아침을 먹고 있던 로인은, 갑자기 방에 들어온 린에게 고개를 돌렸다.
“어젯밤에 뭐했어?”
“...”
로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에 린이 울상을 지었다.
“어젯밤에 뭐했어? 빨리 말해줘.”
“뭐 안 했어.”
“거짓말! 내가 그 여우... 아니 실비아가 마스터 방으로 들어가는 걸 봤단 말이야!”
“린아.”
낮게 깔린 로인의 목소리에, 린이 흠칫했다.
“실비아와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 너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로인의 말에, 린의 눈가가 촉촉해 졌다. 로인은 잠시 린을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린에게 다가갔다.
“너와 나의 일을 실비아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신경 쓰지 않으면 되.”
로인은 그렇게 말하고, 린의 입술을 찾았다. 린은 조금 진정하며, 로인의 입술을 받았다.
“나빴어.”
“뭐가.”
“모든 게.”
로인은 린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리고, 방을 나왔다.
영지 곳곳에서 여러 공사를 하고 있었다. 병사들이 나무 집을 만드는 것을 돕고 있었고, 건축가들은 그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우갈핸드는 성벽에 붙어서 실드 마법진을 그리고 있었다.
“잘 돌아가고 있네.”
로인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자신의 영지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니, 흐뭇했다.
“이제 좀 돌아 다녀도 되려나.”
솔직히 몇 달 동안 계속 영지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질리기도 했다. 다른 곳에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이참에 실비아랑 같이 여행이나 가볼까...”
로인은 중얼 거렸다.
“애효... 일 년도 안 있으면 전쟁이라니... 그거 준비도 좀 해야지.”
실비아가 가지고온 정보다, 절대 신뢰가 가능한 정보 인 것이다. 전쟁이 일어난다면, 자신도 준비를 해야 했다. 마음 같으면 많은 정예병을 키우고 싶었지만, 사실 인구가 이제 8000명이 겨우 넘어가는 영지로서는 병사를 1000명 이상 만드는 것은 무리였다.
어쩔 수 없이 한명 한명을 일당 백, 일당 천으로 만들어야 했다.
‘한 명 한 명을 기사수준으로 만들고, 마법을 사용해서 현대 무기랑 비슷하게 만들면 될 것 같군.’
로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마법사들을 고용해야겠군.”
로인은 중얼 거렸다. 많은 양의 마법 물품을 만들려면 마법사들을 고용해야 할 것 같았다. 병사들은 문제가 없었다. 이미 지금도 한 명 한 명이 정규 병사 5명은 상대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매일 매일 몇 번씩이나 몬스터들과 생사가 오가는 전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 로인의 병사들이었다.
마법 물품도, 우갈핸드가 마법진을 그려주고, 나인이 시동을 하면 만들어지니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인의 실력 상 하루에 3개 이상을 만들기에는 무리였다. 나인이 아직 3클래스 마법사라, 그 이상은 마력 소모가 심해서 무리였다.
“마법사의 고용은 다른 사람한테 맞기고, 나는 마법 무기나 개발해야겠다.”
로인은 중얼 거렸다. 로인의 생활을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영주님! 큰일 났습니다!”
“뭔데?”
로인은 자신의 방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기사에게 물었다. 웬만한 일로는 이렇게 급하게 올 리가 없는 기사였다.
“뭐, 오우거가 떼로 몰려오기라도 했냐?”
“아뇨...”
“뭔데?”
“바하드 자작이 영지전을 신청해 왔습니다.”
“바하드 자작이? 영지전을?”
바하드 자작 영지. 로인의 영지와 경계를 맞붙어 있는 영지였다. 바하드 자작은 오래 전부터 라쿠스 영지를 탐하던 귀족 중 하나였다. 아마 몬스터와 잘 대치하고 있자 드디어 가질 마음이 생긴 것 같았다.
하지만 영지전을 걸 만한 명분이 없었다. 무엇이든 전쟁을 하려면 명분이 중요했다. 사실 쓸모도 없는 명분이지만, 명분이 제대로 서있어야 평민들이 보기에도 합당하고, 알게 모르게 전쟁을 도와주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뭐 때문에?”
“그... 우리 영지의 영지민중 한명이 자신의 영지에서 살인을 했는데, 그 영지민을 잡아가려는 것을 우리 병사가 막았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살인을 했다는 영지민이 나인 마법사님이라...”
“저쪽에서 거짓을 주장하고 있다?”
“나인 마법사님께서는 영주성을 떠난 적이 없으십니다. 이것은 분명 저희 영지를 탐내어 벌인 사기입니다. 게다가 요즘에 바하드 영지의 영지민들이 저희 영지로 이민을 오고 있어 바하드 자작의 심기가 좋지 않다고 합니다.”
기사의 말에, 로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나인이 살인을 저질렀을 리 없었다. 지금 영지전을 걸어오는 바하드 자작이 한심할 수밖에 없었다. 꼴이 스스로 자해를 하는 것과 같지 않은가. 다른 나라에서 전쟁을 준비하는데 영지전이라니. 로인은 바하드 자작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병신이군.”
로인의 말에, 기사가 화들짝 놀랐다.
“바하드 자작은 저희 보다 3배는 큰 영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영지민의 수도 5배는 많고 군사도 저희의 4배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하드 자작이 재산이 많아서... 장기전으로 간다면 바하드 자작이 절대 적으로 유리합니다.”
로인은 기사의 설명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 재산도 많은 자가 왜 자신의 영지를 탐해서 영지전을 신청했는지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차라리 잘된 것일지도...’
만야 바하드 자작의 영지를 빼앗고, 자신의 영지로 만든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었다. 적어도 바하드 자작보다 영지를 더 잘 꾸려나갈 자신은 있었다.
“바하드 자작은 재산이 얼마나 많은데?”
“거기 영지는 세금이 70%에 가깝다고 합니다.”
“잘됬네.”
“예?”
“우리가 바하드 자작의 영지를 가진다. 영지전을 신청했으면 황실에서 반응은 어떻지?”
“둘째 황자님의 적극 찬성으로 영지전이 허락된 모양입니다. 전서구를 통해 온 소식이니, 아마 일주일 조금 넘은 소식일 것입니다. 그 쪽에서는 이미 준비를 완료 하고 있을 테니... 어떻게 해야 할지... 영지전은 이틀 뒤에 시작이라고 황실에서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기사의 말에, 로인은 눈을 감았다 떴다.
“그렇게나 지났는데, 왜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지? 애초에 황실에 영지전을 신청할 기미가 보일 때부터 알아보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황당했다. 이미 황실에서 허가가 떨어진 것이라니. 그런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 한심했다. 이틀 뒤라면, 자신이 준비를 할 시간을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황당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린.”
“미안. 마스터. 내 잘못이야.”
린은 허공에서 나타나며 사과했다. 로인이 정보부를 부탁했고, 그것을 알아보아야 했던 것은 자신이었다.
“아니, 인력이 부족했다. 애초에 어린아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을 시키고, 여러 분야에서 인재들을 발굴해 냈어야했어. 급한 대로 조그마한 정보 길드를 흡수라도 했어야 했었는데...”
로인은 뒤늦게 자책했다. 영지를 안정시키고, 지킬 것만 생각했다. 그 후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후손 대대로 영지를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여러 기관을 세웠어야 했다. 그것을 하지 못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었다.
“일단 어쩔 수 없어. 절대 피해를 줄인다. 우리 영지의 피해뿐만 아니라, 바하드 자작 영지의 피해도 최소한으로 줄여야해. 우리끼리 싸울 상황이 아닌데...!”
로인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일단 린, 너는 정보부를 나인에게 넘기고, 암살단을 만든다. 어차피 너는 정보부와는 성향이 맞지 않아.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겠지.”
로인의 말에, 린이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믿고 로인이 맞긴 임무다. 하지만 자신이 그것을 잘 해내지 못했으니 스스로가 용서하기 힘들었다.
‘바하드 자작은 검사가 아니니, 바하드 자작의 무력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그는 철저한 상인이니까. 그럼 차라리 바하드 자작만 잡아서 항복을 하게 만드는 것이 최고다. 피해를 전무로 만들 수 있어. 몇몇의 호위 무사들은 어쩔 수 없겠지만, 어차피 수뇌들은 도려내야해.’
로인은 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영지전을 신청한 이상,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게다가 상황도 상황인 만큼, 피해도 최소로 낼 생각이었다.
“병사들에게는 어떻게 말할 까요?”
기사의 말에, 고개를 돌린 로인은 입을 열었다.
“내가 말하겠다. 병사들에게 한 시간 뒤에 연무장으로 모이라고 말하도록.”
“예!”
기사가 힘차게 대답했다. 그는 로인에 대한 신뢰가 대단했다. 오자마자 영지를 진정시키고, 발전시켰으니 그에게 무언가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마스터...”
린은 로인을 바라보았다.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 할 거 없어. 네 잘못도 아니고, 어차피 언젠가 있을 일이야. 시기가 조금 좋지 않을 뿐이지. 하지만 오히려 잘됐어. 그 사람이 계속 영지를 다스리고 있다면 전쟁이 일어남과 동시에 영지를 버리고 도망갈 거였을 거야.”
로인의 말에도 불구하고 린의 얼굴은 펴지지 않았다. 로인은 린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입을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만 힘내고, 크론벨을 불러주렴.”
로인의 말에, 린은 몸을 감추며 사라졌다.
“부르셨습니까.”
크론벨이 린과 함께 방으로 들어왔다.
“아, 크론벨. 바하드 자작이 영지전을 신청했습니다.”
“문제없습니다. 그자의 병사들이 몇 명이건, 저희 블랙 와이번 기사단 만으로도 모두 쓸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럴 것이다. 블랙 와이번 기사단은 모두 상위 언데드 몬스터인, 다크나이트로 이루어져 있으니 말이다. 불사의 존재인 그들을 해칠 것은 검기 밖에 없었다. 검기가 아닌 다른 것들로 아무리 피해를 입혀 봤자, 금방 회복되었다.
“최대한 피해를 줄여야 합니다. 머리만 공격하고, 항복을 받아낼 것입니다.”
그 머리가 드래곤의 머리가 아니라면, 손쉬울 것입니다.“
로인은 자신감이 가득 찬 크론벨의 목소리에 미소를 지었다.
“블랙 와이번 기사단의 성장은 어떻습니까?”
“두 명의 기사가 데스 나이트로 승격을 했습니다.”
크론벨의 말에, 로인의 미소는 더더욱 진해졌다. 몬스터들은 성장을 한다. 서로를 죽여 경험치를 얻고, 경험치를 얻어 레벨업을 한다. 일정 레벨이 넘으면 더욱더 강한 힘을 얻게 된다. 예를 들어, 오크는 다른 적 몬스터를 죽이고, 레벨이 충분히 오른다면 오크 전사가 되고, 오크 전사는 오크 기사나 오크 족장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언데드 몬스터도 마찬 가지였다. 지금까지 몬스터가 자신들을 공격할 때만 몬스터를 사냥하던 블랙 와이번 기사단은, 그들이 직접 몬스터를 잡기 시작하자, 차근차근 레벨업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레벨이 찬 두 명의 기사가 데스 나이트로 승격을 한 것이다.
“좋습니다. 그럼 그 두 명의 기사와 함께 영지를 공격합니다.”
“충!”
크론벨이 대답했다.
- 작가의말
이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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