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미친!"
로인은 뒤에서 오우거의 몽둥이를 가이스가 막고, 오우거의 머리에 주먹을 꽃아 넣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오우거는 가이스의 주먹을 맞고 뒤로 넘어졌다. 하지만 로인이 놀란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가이스가 왼팔로 막았던 오우거의 몽둥이가 부서져 있었다. 문제는 오우거의 몽둥이뿐만이 아니라 가이스의 왼팔 또한 부서졌다는 것이었다.
"드럽게 힘 쌔네. 역시 오우거야... 아직 오우거는 상대하기 무리인데..."
로인은 안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 비록 오우거가 가이스의 주먹을 맞고 뒤로 넘어졌다고는 하지만, 오우거는 바로 일어나서 가이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가이스는 부서진 자신의 왼팔을 복구 시키고 있던 중이라 막지 못했다. 로인은 오우거의 주먹에 맞아 뒤로 날아가는 가이스를 보고 황당한 듯, 헛웃음을 뱉어냈다.
"이런 시바!"
로인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가이스의 모습에 앞으로 달려 나갔다. 가이스를 받는 다는 것은 무리니, 가이스는 그냥 내버려두고 오우거를 공격하려는 것이었다.
"으아아!"
로인은 비명인지 기합인지 모를 괴함을 지르며 검을 휘둘렀다.
"젠장!"
오우거의 옆구리를 베며 지나치는 로인의 잎이 열리며 욕설이 튀어나왔다. 손에 전해져오는 감각. 그 감각이 로인에게 말해오는 것은 오우거를 베는 데에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아니, 오우거를 베기는 했지만, 두터운 오우거의 가죽을 뚫지는 못했다. 즉, 가죽만 벤 것이다.
로인은 달리던 속도를 멈추며 뒤를 돌았다. 오우거는 여전히 가이스를 공격하고 있었다. 로인은 이를 꽉 물으며 다시 오우거를 향해 달렸다.
도약한 로인은 오우거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검을 내리 꽂았다.
푸욱!
로인은 검을 뽑고 서둘러 오우거의 뒤통수를 차고 뒤로 날았다. 가죽을 뚫기는 했지만, 머리뼈를 뚫지는 못했다. 상처를 입히기는 했지만, 치명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우거의 주의를 돌리기에는 충분했다.
오우거는 마치 벌래에 물린 것처럼 손으로 자신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크와!"
오우거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로인은 그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무식하네. 지가 지 머리를 때리고 아파하다니."
로인은 가이스를 바라보았다. 오우거와 싸우느라 가이스는 몸 여기저기가 부서져 있었다.
"아... 젠장."
로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가이스, 일단 복구는 멈추고, 어스밤 생성해줘."
로인은 짧게 말하고 이를 꽉 물었다. 가이스의 몸이 여기저기 부서지고, 그것들을 복구하느라 마나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이제 어스밤 몇 개만 생성한다면 마나는 바닥이 날 것이었다.
"하나는 얼굴 정면에, 두개는 얼굴 측면에. 날려!"
로인은 가이스가 어스밤을 생성시키자 명령했다. 그리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파앙! 팡! 파앙!
어스밤이 오우거의 얼굴에 맞자 폭음을 내었다. 로인은 오우거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도약하여 오우거의 오른쪽 눈에 검을 꽂았다.
"크와와아아!"
오우거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손을 휘둘렀다.
퍼억!
"커억!"
로인은 오우거의 손에 맞아 뒤로 날아갔다.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날아가던 로인은 나무에 부딪히며 멈추었다.
"큭!"
로인은 나무에 부딪혀 신음을 내며 쓰러졌다.
"젠장..."
로인은 흐릿하게 보이는 시야에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정신이 돌아오자 로인은 엄청난 고통에 얼굴을 구겼다.
'팔뼈가 부러진 것 같네...'
로인은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였다. 오우거의 손을 맞음과 동시에 팔로 가드를 하였기에, 불행 중 다행으로 팔뼈만 부러졌다. 만약 가드를 하지 않았더라면 갈비뼈들이 부러졌을 것이었다.
"크아아아!"
오우거는 아직도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오른쪽 눈을 부여잡고 있었다.
"빙신. 그렇게 부여잡고 있으면 검이 더 파고 들 텐데."
로인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미소 지었다. 계속 저렇게 발광하며 오른 눈을 부여잡고 있으면 검이 오우거의 눈을 파고들어 죽을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참을 고통에 울부짖던 오우거는 어느 순간,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띠링! 레벨업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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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소환수, 린이 레벨업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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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정령, 가이스가 레벨업 하였습니다.
-띠링! 정령, 가이스가 레벨업 하였습니다.
-띠링! 칭호, 오우거 슬레이어를 휙득하셨습니다.
"후우... 엄청나군..."
로인은 가이스를 가이스를 소환 해제하고 어느 정도 회복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고통에 인상을 찌푸린 로인은, 통증에도 불구하고 팔을 움직여 인벤토리에서 포션 하나를 꺼내었다.
트롤을 상대하고 얻은 트롤의 피였다. 로인은 절반은 마시고, 절반은 양 팔에 바르듯 흘려보냈다.
트롤의 피는 순식간에 흡수되어 로인의 팔을 치료하였다.
"후우..."
로인은 서서히 사라지는 고통에 한숨을 내쉬었다. 고통은 사라졌지만 며칠 동안은 팔 쓰는 것을 조심 하여야 할 터였다. 아무리 트롤의 피라고 해도 완치는 불가능했다.
로인은 아이템을 줍고 난 뒤 검으로 오우거의 가죽을 벗겨내었다. 단검이 가죽울 벗겨 내는 데에는 훨씬 쉬웠지만, 보통의 단검으로는 오우거의 가죽을 벗겨 내지 못할 것이 뻔했다.
드워프가 만든 검으로도 오우거의 가죽을 벗겨 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오러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자가 아니고서는 오우거의 가죽을 벗기기 어려웠다.
로인은 오우거의 가죽을 모두 벗겨내고 힘줄을 뽑아내었다. 오우거의 부산물은 값이 많이 나갔다. 가죽, 힘줄, 뼈. 모두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다 결국 오우거의 뼈까지 얻은 로인은 린을 소환 하였다.
린은 소환되자마자 로인의 품으로 뛰어올랐다. 로인은 그런 린을 안았다.
"무서웠지? 내가 죽였으니 이제 괜찮아."
로인은 린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린은 로인의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로인은 린을 안고 걷기 시작했다. 로인은 인벤토리에서 오우거를 죽이고 얻은 아이템을 꺼내었다.
[오우거 글러브(레어)
분류: 오픈 핑거 글러브
오우거의 가죽과 힘줄, 뼈로 만든 오픈 핑거 글러브이다. 손등 부분이 오우거의 뼈로 덮혀있다.
효과: 힘+5, 체력+3, 민첩+1]
"오... 레어 아이템이네?"
로인은 나직이 감탄했다. 지금까지 레어 아이템을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레어 아이템이라고 치기에는 효과가 너무 미미했다.
"뭐, 그래도 움직이는데 불편함이 거의 없고... 손등 부분에 뼈가 있어서 방어력도 좋을 것 같고... 좋군."
로인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오픈 핑거 글러브라면 가볍게 쓸 수 있는 글러브였다. 검을 사용하는 데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유사시에 주먹을 휘두르는 것에도 도움이 되니, 나쁘지 않았다.
로인은 글러브를 착용하고,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아직 달리기에는 전투의 후유증이 남아있어 무리지만, 서둘러 베르시아 영지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은 컸다.
* * *
"아버지."
석우가 같이 뉴스를 보고 있는 정천성를 불렀다. 천성은 이 녀석이 갑자기 왜 이러나. 라고 생각하며 대답했다.
"왜."
"저 능력자가 되었어요."
"안다."
"그게... 속이려고 한건 아니고... 네?"
석우는 말을 잇다가 고개를 돌려 천성을 바라보았다.
"내가 그래도 능력자 중에서는 꽤나 잘나가는 편이다. 그런 내가 네가 능력자가 되었다는 것을 못 알아차리는 것은 말도 안 되지. 더군다나 나는 네 아빤데."
천성은 TV에서 시선을 때지 않고 말했다.
"아니, 그럼 왜 말하지 않으셨어요? 지금까지 아는 척도 안하셨잖아요."
석우는 당황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천성이 자신이 능력자였던 것을 알고 있었다니, 황당했다. 왜 자신에게 능력자 협회에 들어가라고 말하지 않았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고 말이다.
"때가 되면 나에게 말해주리라 생각했다. 보니깐 육체 능력인 것 같은데... 뭐냐?"
"...그게... 육체 능력은 아니고... 그냥... 게임 케릭터처럼 레벨을 올리고 스텟을 올려서 육체적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이에요."
석우는 긴장하며 말했다.
"...특이한 능력이구나."
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석우는 천성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천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 저는 능력자 협회에 들어갈 생각이 없습니다."
석우는 이내 결심한 듯 말했다.
"들어가라고 말한 적 없다."
"네?"
"들어가라고 말한 적 없다. 나는 네가 원하는 것을 하기를 바라지 능력자협회에 들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아."
"..."
석우는 의외의 말에, 입을 벌렸다.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누군 줄 아냐? 바로 평범한 사람들이야. 그 사람들은 내가 가지고 있는 책임감 같은 것을 가질 필요가 없으니깐 말이다."
천성은 힘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 세상이 이해가 되지 않아. 왜 보통의 사람들과 능력자들을 구분 짓는 건지... 왜 베르디 존슨은 능력자 협회를 세웠는지..."
"..."
석우는 말없이 천성의 말을 들었다.
"그냥 평화롭게 지낼 수는 없을까? 아니면 적어도 능력자들을 능력자 협회라는, 돈을 벌기위한 회사가 아닌, 정부 소속이 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더 많은 능력자들이 선한 길로 걸어갈 수 있었을 텐데... 적어도 정부라는 하나의 구속감 때문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처음에는 순수한 목적, 사람들을 위해 능력을 사용하겠다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능력자 협회였지만, 지금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한 회사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모르지만, 정부에서 지원금이라는 형식의 돈 말고도, 매월마다 계약금을 받고 있었다. 능력자 협회에서는 작전에서 실패할 때마다 계약을 재대로 이행시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돈의 일부를 물어주기도 하였다.
천성도 처음에는 순수히 사람들을 위해 능력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능력자 협회에 들어갔지만, 능력자 협회의 예비 능력자가 되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고생을 하다 보니 목적은 다시 돈으로 점점 기울고 있었다. 힘든 생활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천성은 그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돈을 벌면서도 마음이 불편했다. 항상 너무 돈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속에 있었고, 어쩔 수 없잖아... 라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 답하고 스스로를 속인 것, 그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어쩔 때는 물건을 보존하기 위해 사람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고작 오래된 도자기 하나를 위해, 사람을 죽을 위험에 방치해 둔적이 있었다. 도자기가 깨지면, 능력자 협회에서 그 도자기에 대한 값을 치루어야 하고 천성의 진급이나 보너스에 방해가 될 것이 뻔했다.
그것을 위해 사람을 방치해둔 것, 그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천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홀로 남겨진 석우는 흘러나오는 뉴스를 들으며, 한참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 작가의말
이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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