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실비아의 엄마 되는 히아신스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아... 예, 저는 로인이라고 합니다."
로인은 히아신스의 인사를 어색하게 받았다. 히아신스가 필요 이상으로 격식을 차려 조금 불편했던 것이다.
"로인이라... 성이 없는 것을 보니 평민인가 보죠?"
"아직은... 평민입니다."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평민의 신분이지만, 그는 신분을 키울 필요를 느꼈다. 하지만 아직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생각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 나라든, 수도에는 기사 학교가 있다. 그곳에서 졸업을 하면 나라 소속의 기사가 된다. 바로 준 남작의 신분이 되는 것이다.
"우리 실비아의 친구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히아신스의 물음에 로인이 대답했다.
"어떻게 실비아와 알게 되었나요?"
"어.."
로인은 대답하려다 멈칫했다. 실비아와 친해진 것은 현실에서, 실비아가 지아고 로인이 석우일때였다. 하지만 그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실비아가 어떻게 지냈는지, 어디를 나갔는지 등은 하나도 모르는 로인이었다. 지어낼 거리가 없는 것이다.
"저번에 제가 꽃 축제를 즐기러 수도에 갔을 때 만난 친구예요."
"...그때 잠깐 만난 아이와 어떻게 이렇게 친해진 것인지 모르겠구나.
"...제 목숨을 구해주었어요."
"..."
히아신스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저녁 식사는 상당히 오래 지속 되었다. 귀족답게 식사를 천천히 했던 것이다. 로인은 그것이 적응이 되지 않아 힘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자, 이것 보게 이건 실비아가 만든 도르래일세, 하지만 보통 도르래와는 다르지, 세 개의 도르래를 이용하여 하나의 도르래를 이용한 것보다 사람의 힘을 훨씬 더 적게 사용하여 무거운 짐을 들 수 있다네."
"..."
로인은 실비아가 만든 물건들을 자랑하는 라이엄의 모습에 놀랍다는 듯 입을 벌렸다. 하지만... 전혀 놀랍지 않았다. 실비아 또한 부끄러운지 얼굴을 살짝 붉히고 있었다.
"저기... 아빠..."
"내 전용 마차는 아주 특별하지.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프링이라고 불리는 것을 만들어 충격을 완화 시켜 마차를 타도 엉덩이가 아프지 않다네."
"..."
실비아의 얼굴은 더 붉어졌다.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대단하군요. 하지만... 저도 저런 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평민이라고 무시했다가는 당하는 때가 있죠..."
로인이 입을 열었다. 그에 라이엄은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배우지를 못한 평민이 무엇을 알겠는가."
"하. 그 배우지 못한 평민이 실비아와 자웅을 겨룰 수 있을 정도로 지혜롭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렇다면 그 평민을 인정할 수 밖에 없지. 실비아는 현자들도 인정하는 아이니까 말이야. 현자들도 실비아의 발명품을 보고 매우 놀라워했지."
"현자들은 곧 저도 인정하게 될 겁니다. 일주일 동안 이곳에 머물고 대장간과 기술자들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신다면 대단한 것을 만들어 드리죠."
로인이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실비아는 로인과 라이엄의 대화를 들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호오... 그것이 가능하리라 보는가?"
"당연합니다. 지아, 아니 실비아의 친구인 만큼 그 정도의 능력은 있습니다."
"만약 그 대단한 것을 만들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텐가."
"...만들지 못한다면... 3000골드를 드리죠."
"3000골드? 그만한 돈이 평민에게 있을 리가 없을 텐데?"
라이엄은 비웃는 듯한 어투로 말을 내뱉었다. 3000골드라면 평민들은 평생에 한 번도 구경 못 할 돈이었고, 백작인 그에게도 가볍지 않은 돈이었다.
로인은 자신의 아공간에서 10골드짜리 주화 300개를 꺼내어 바닥에 늘여 놓았다. 지금까지 몬스터를 사냥하고, 포션들을 팔아 마련한 돈이 4000골드가 넘었다. 특히 오우거는 적어도 100골드 이상은 주었다. 게다가 사냥한 몬스터들의 가죽도 팔지 않아서 아공간에 남아 있었다.
"이게 부족하시다면, 정령석도 있습니다."
로인은 3000골드를 집어넣고, 정령석을 꺼내어 그에게 보였다.
"...!"
라이엄은 로인에게 정령석이 있다는 것에 놀라 크게 눈을 떴다. 정령석이라면 그도 쉽게 구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비싸기도 하고, 정령사 협회에서 유통을 통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좋네. 그렇게 하지."
"그럼 만약 제가 대단한 것을 만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글쎄... 원하는 것을 말해보게. 3000골드와 정령석과 비슷한 가치를 가진 것이라면 내가 들어주지."
라이엄의 말에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제가 이기고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도록하게."
라이엄은 고개를 끄덕였다.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실비아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게 남자들의 자존심인가...'
실비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녀로서는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지혜를 보여주는 것에 이렇게 열을 올리는 둘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라이엄을 바라보았다.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그녀는 이번 내기의 승자는 당연히 로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너무다 당연했다. 로인으로서는 지려야 질 수가 없는 내기인 것이다. 그저 지구에서 지금까지 발명되었던 것 중 아무거나 이 세상에서 만들 수가 있는 것을 골라서 만들면 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누워서 떡 먹기라고 할 수 있었다.
로인이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가운데, 라이엄도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로서는 실비아만큼 지혜로운 평민이 있다는 것을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페르엔 제국에 단 한 명 있는 현자도 실비아의 발명품을 보고는 놀라며 실비아를 칭찬했을 정도로 실비아는 대단했다.
'그렇다고 실비아의 친구에게 정말로 3000골드와 정령석을 받을 수는 없으니... 정령석만 받아서 실비아에게 주어야겠구나.'
라이엄은 속으로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로인은 다음 날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내기를 시작하고 나서 바로 설계도를 만들고, 다음 날 아침을 먹자마자 대장간으로 달려가 필요한 부품을 만들어 달라고 했던 것이다.
타앙! 탕!
"철실은 왜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군. 백작님의 명령으로 만들어 주기는 한다만..."
대장장이는 중얼거리며 철을 두들겼다. 로인은 옆에서 그것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이렇게 지켜보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띠링! 수준 높은 대장장이의 철실 제작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제작 스킬 경험치를 얻습니다.
바로 이것이었다. 황당하게도, 지켜만 보아도 스킬의 경험치를 얻는 것이다. 로인은 잠시동안 그것을 지켜보다가, 자신 또한 옆에 앉아 나무를 깍기 시작했다. 그의 옆에는 얼마나 깎았는지 여러 부품들이 놓여있었다. 지금은 가장 큰 몸통을 만드는 중이었다.
'이건 아마 저녁때쯤이면 끝나겠지... 저 철실이 언제 만들어지느냐에 따라 완성시각이 결정되겠군. 뭐, 이틀 이상은 걸리지 않겠지.'
로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지금 자전거를 만드는 중이었다. 모든 것을 금속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므로, 브레이크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철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부품을 나무로 만들기로 한 것이었다.
'후우... 이것도 오랫동안 하니 죽을 것 같군...'
로인은 속으로 생각하며 나무를 깎았다. 아침부터 점심을 먹고까지 이 짓을 계속하고 있었다. 정말 힘들었다.
'뭐, 그래도 빨리 만들고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게 좋지.'
로인은 속으로 생각하며 나무를 깎아갔다. 그의 옆에서 대장장이가 철을 두들기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자전거 모양으로 나무를 깎는 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설계도를 미리 그려 놓지 않았다면 한 번에 성공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걸 만들어낸 사람도 참 대단하군...'
로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지혜를 보이는 내기였지만, 그는 사실 지혜를 내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기술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 것을 생각하다, 정말로 자전거를 개발해낸 사람에 대해 생각을 한 것이다. 정말 천재가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로인은 계속해서 나무를 깎아 갔고, 로인의 예상대로 그것은 저녁을 먹기 전에 완성되었다.
"그래, 벌써 만들기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잘 되어가나?"
"잘 되어 갑니다. 일주일 뒤에 보시죠."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라이엄이 물었고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비아가 만든 스프링만큼이나 대단하면 내가 인정을 해주지."
"..."
로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스프링 만큼 대단한 것이라... 자전거가 스프링만큼 대단한 것... 이 아닌가?'
갑작스럽게 엄습해오는 불안감에 로인의 얼굴에 피어있던 미소가 줄어들었다. 자전거가 스프링만큼 대단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확실히 대답할 수 없었다.
'이곳 사람들의 기준을 모르니 조금 힘들군.'
로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지구에서 사는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스프링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스프링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었다.
'흐음... 스프링은 철을 그런 모양으로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으니 만들지 못했을 수도 있어. 하지만 바퀴가 두 개인 마차를 생각한다면 그것이 발전하여 자전거가 될 수도 있지... 이거... 잘못하면 이기지 못 할 수도 있겠는걸? 좀 더 생각해 보아야겠어...'
로인은 속으로 생각하며 음식을 먹었다.
라이엄은 굳은 로인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평민이 실비아가 만든 물건들과 비슷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리가 없지.'
라이엄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 하며 음식을 먹었다. 말은 잘 되고 있다고 했지만, 절대로 잘되고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평민이 그런 것을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히아인스는 어리둥절하여 로인과 라이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저녁을 먹고, 로인은 실비아의 방을 찾았다.
"지아, 아니 실비아. 너는 자전거가 스프링만큼 대단하다고 생각해?"
"...글쎄."
실비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내기를 했는데, 이겨야지. 조언 좀 해줘 봐. 지금까지 만들었던 것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것이 뭐야?"
"뭐, 아무래도 스프링인 것 같아. 스프링을 보고서 이곳의 대장장이들하고 페르엔의 현자도 스프링을 보고 놀랐으니 말이야. 엄청나게 대단한 것 보다는... 이곳에서 사용되는 물건들을 더욱더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 주는 기술을 보여 주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실비아의 말에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이미 사용되는 물건들을 더욱더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 주는 기술이라...'
로인은 잠시 생각하다 미소를 지었다.
- 작가의말
이얍얍! 오타, 맞춤법 오류 지적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댓글과 추천은 제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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